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그전의 쿠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카스트로, 시가, 미국의 쿠바 봉쇄, 난민, 야구같은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쿠바를 대표하는 두가지 단어라고 하면 진정한 사회주의자 '체 게바라' 그리고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대표되는 '아프로 쿠반(Afro-Cuban) 뮤직'일 것입니다. 쿠바의 음악이라하면 아직도 우리에겐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차차차, 룸바, 살사, 맘보, 볼레로, 손 등의 음악이 모두 쿠바음악이고 쿠바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음악의 두개의 거대한 물줄기라는 것은 저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스페인이 쿠바를 점령하고 다스리던 시기, 온가족이 한꺼번에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이주해 온 앵글로 색슨 계열의 북미 이민과는 달리 남미에는 통치 계층인 스페인 인들이 가족을 남겨둔 채 홀홀단신 건너왔기 때문에 스페인과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의 피가 자연스럽게 섞였습니다.
자연히 음악에 있어서도 스페인의 열정적인 음악과 아프리카 음악 특유의 리듬이 합쳐져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쿠바만의 음악 "아프로 쿠반'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미국에서 넘어온 재즈도 아프로 쿠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아프로 쿠반 음악의 연주에 등장하는 트럼펫, 더블베이스, 피아노, 봉고 등은 분명 재즈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또한 쿠바식의 재즈라고 '아프로 쿠반 재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군요

이렇게 탄생된 쿠바의 음악은 1950년대까지 그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그러나 카스트로의 혁명이후 수십년간 쿠바는 서방세계와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쿠바의 음악 또한 우리와 멀어지고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또한 역설적으로 미국의 쿠바 봉쇄 정책 덕분에 서구의 딴 음악들과 전혀 섞임이 없이 그 순수함을 보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음악에서 시간이 정체된 듯 수십년전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매력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겠죠.

우리의 관심 밖에 있던 이 쿠바 음악이 1997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란 이름의 월드 뮤직으로 화려한 부활을 합니다.
1997년 빌보드 차트를 강타한 이래, 3년이 지나도록 이 불멸의 음반은 경탄의 대상으로 회자되고 전 세계적으로 6백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정확히 3년이 지난 올해 부에나비스타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제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처음 대한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쓸만한 음악 DVD를 찾기위해 아마존 사이트를 뒤지던 중, 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란 타이틀이 굉장히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단지 상위 랭커라는 이유만으로(사실 영화 DVD를 제치고 음악 DVD가 상위에 랭크된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거든요) 저는 덜렁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앨범을 보니 DVD가 아니고 DVD format의 CD였습니다. 그때는 음악 CD를 원했던 것이 아니고 DVD로 제작된 영화를 원했기 때문에 DVD를 다시 주문했죠. 그래서 영화DVD와 DVD format의 CD를 같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앨범의 유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 후의 일이었죠.
1996년 닉 골드라는 영국의 월드 서킷 레이블 프로듀서와 쿠바의 음반 프로듀서인 후안 데 마르코스 곤잘레스, 이 두 사람이 아프로 쿠반 음반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음악가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 앨범에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쿠바 혁명 이후에 오랜 시간 음악을 떠나 대중에게 잊혀졌던 인물들입니다. 혹은 담배공장 노동자로 혹은 구두닦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앨범의 가장 유명한 수장격인 콤바이 세군도 같은 사람은 현재 90세를 넘긴 사람이며(1907년생) 딴 맴버들도 대부분 70-8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악기를 잡고, 마이크를 잡자 그 오랜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동안 접고 있었던 음악에의 열정을 분출합니다.
카리브해를 닮은 듯 느릿하고 유장한 라틴리듬에 삶의 애환을 묵묵히 담아내는 서정적인 멜로디, 그 속에서 묻어나는 고단한 세월의 흔적 뒤에 남겨진 삶에 대한 여유와 낭만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환영받는 사교 클럽'이란 뜻이랍니다. 이 클럽은 쿠바 혁명 이전 쿠바 최고의 뮤지션들이 생음악을 연주하는 사교 클럽이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옛날의 영화를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말하자면 이 클럽은 혁명 이전 쿠바 음악의, 그 전성기를 대표하는 장소이죠.

70년대 우리 나라 통기타 가수들의 산실이 세시봉이듯이.

이들의 음악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들의 소리가 전혀 훈련이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발성이라는 것입니다.
벨칸토 창법이나 우리의 판소리, 또는 팝 음악의 경우에서도 정상의 가수들은 오랜 기간 나름대로의 발성법을 충실히 익히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는데 비해 이들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목소리로,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와 같은 포근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녹음 또한 단 6일 만에 끝을 내었고 거의 편집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의 음악 편집 기술은 실로 놀라워서 어느 특정한 부분의 한 음만 골라서 재녹음 편집하는 시대 아닙니까? 그런데 이들은 거의 편집을 하지 않은, 마치 라이브 음반과 같은 음악을 들려줍니다.
실제로 감상을 해보면 기타 소리 등에서 귀에 약간씩 거슬리는 잡소리가 섞여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으니 이러한 것이 오히려 이 앨범을 소중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프로쿠반 음악을 그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앨범에서 거의 처음 들었는데 그 신선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프리카 음악에 뿌리가 있음이 분명한 타악기들의 리듬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스페인 플라맹고의 정열이 묻어 있는 듯한 음률, 그러면서도 절대 겉으로 터져나오지 않는 절제됨이 또한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젊은이들이 절대 흉내내지 못할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어쩌면 그들 삶의 회한이 묻어 있는 듯한 이 노가수들의 목소리는 음악이 끝난 후에도 가슴에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올해 초에 있었다는 이들의 라이브 공연을 한 번 가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지금 이들의 노래는 DVD와 CD로 나와 있습니다. 음악 CD로 먼저 발매가 되고 이것이 빅히트를 하자 이들의 앨범 제작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제작한 영화가 만들어졌고, 국내에도 개봉되었던 것이 DVD로 나와 있습니다.

음악 CD는 DVD와 곡은 비슷하지만 녹음의 완성도가 훨씬 뛰어납니다. 저는 아마존을 통해서 둘 다 구입했는데 CD는 DVD 포맷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DVD player가 있어야 작동이 되는데, 2채널인데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의 임장감을 보여 주었습니다. 보컬은 중앙 앞쪽에서, 퍼쿠션은 오른쪽 뒤쪽에서, 트럼펫 또한 뒤쪽 멀찍이서 울려주고 있습니다. 각 악기의 포지션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면서 연주가 손에 잡힐듯 생생합니다.
음질또한 쿠바 현지에서 1950년대 쓰던 그 낡은 에그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고음질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연주자의 호흡이 하나하나 느껴지고 기타줄의 잡소리마저 그대로 전달되어 라이브 연주를 직접듣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입니다. 사실 영화에서 사운드는 5.1 채널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음향이 매우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영화를 한 번 본 후 이 CD를 듣고 있으면 더욱더 라이브의 느낌이 생생합니다.

현재 국내에도 CD와 DVD가 발매되고 있는데 CD가 DVD 포맷인지 아닌지는 잘모르겠습니다. 어쨌던 이 음반은 음악DVD를 즐기는 분이시라면 누구든지 구입하셔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음반이라 생각됩니다. 가능하면 둘다 구입을 하셔서 영화를 먼저 보신 후 그 감동을 되새기면서 고음질의 CD음악을 즐기시면 딱입니다.

CD를 구입할때 가능하면 DVD format으로 된 CD를 구입하십시오. 같은 레퍼토리의 일반 CD가 있는지 DVD format으로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 CD보다는 음질이 확실히 좋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국내 발매 CD인 경우 일반 CD인지 DVD format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음반 검색으로는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