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콜피온스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먼저 저는 락 음악에는 문외한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 둡니다. 학창 시절의 저를 기억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실 저는 클래식과 대중 음악의 불균형이 심하다 할 정도로 클래식 위주로 음악을 들어 왔었습니다. 대중 음악이라야 통기타 가수들의 음악 정도였죠. 그런 저의 음악 편식은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AV에 입문하면서 저의 이런 편식 습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5.1 채널의 DVD 음악의 효과를 십분 살려주는 음악은 클래식 보다는 팝이더군요. 특히 라이브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살려주는 맛은 DVD만이 가지는 장점입니다.

각설하고, 오늘 제가 할 이야기는 스콜피온스 입니다. 사실 저는 이 타이틀을 들어 보기 전까지는 스콜피온스라는 그룹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들의 음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느 나라 그룹인지 전혀 알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런 제가 DVD 소개하는 site를 뒤지다가 좋다는 평만 보고 무작정 구입을 했습니다. 집에 가져가니 집사람은 오히려 잘 알더군요. 히트곡도 몇곡 제목을 외고 있구요.

제가 이번에 구입한 타이틀은 2000년 독일 엑스포를 축하하기 위한 일종의 기념 공연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창단 11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 음악 연주를 한 공연이기도 합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팝 가수와 클로스 오버 공연을 했지만 베를린 필만은 그 지조를 지켜왔는데 이번에 독일 엑스포라는 국가적 행사를 맞아 팝 가수 중에서도 락 그룹과 대형 사고를 친 것이죠. 스콜피온스라는 그룹이 독일 출신 락 그룹중 4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가장 인정을 받는 그룹이라는 반증이기도 하죠.

사실 제가 이 그룹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이 타이틀을 덜컥 구입한 것은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베를린 필의 협연이라는 사실이 어느정도 보증을 서준 셈이죠. 판을 걸었습니다.

첫곡은 허리케인 2000이란 곡이군요. 먼저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시작합니다. 단원들은 하나같이 정장이군요. 들고 있는 악기들도(현악기들) 하나같이 고색 창연합니다. 나이도 지긋한 단원이 많고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이런 연주가 나올까 할 정도로 음악은 박력있고, 빠르고, 현란합니다.

 

지휘자의 복장 또한 가관입니다. 설명서를 보니 독일 출생으로 푸전 음악을 전공한 작곡, 지휘, 편곡 겸 프로듀서라고 되어있군요. 머리는 올빽에 말총머리를 했고 못된 인상을 풍기는 안경을 썼군요. 얼굴과 체격 또한 배쌱 바른 것이 성질이 보통 아니어 보입니다. 연미복을 입었는데 몽땅 통가죽으로 만든 연미복이군요. 상상이 가십니까? 번쩍이는 새까만 가죽으로 만들어진 연미복...... 처음 봤습니다.

드디어 스콜피온스가 등장하는 군요.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크라우스 마이네는 비교적 점잖은 복장이지만 리드 기타를 담당하는 친구, 윗도리의 단추를 모두 풀어해쳐 근육직의 앞가슴을 다 드러냈습니다. 누구 기죽일일 있나.... 눈빛도 먹이를 노리는 스콜피온을 연상시키는 매서운 눈빛이군요(한마디로 독하고 못된 인상입니다.). 또 드럼 치는 작자, 산발한 머리에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한 뽕한 히피족 이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 그러나 연주와 노래는 너무 잘하는군요. 칼칼한 보컬이 신기하게도 오케스트라 연주와 죽이 척척 맞습니다. 잘 들어 보니 마이네 소리의 칼칼함은 딴 소리 속에서 튀어나오는 칼날같은 소리가 아니고 부드러움이 내재된, 딴 소리와 잘 어울리는 칼칼함인 것 같습니다. 합창단 테너 중에서도 소리가 칼칼하지만 전혀 튀지 않고 딴 소리들과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꼭 누구처럼.

어쨌든 놀랍게도 그들은 하드락이 클래식 악기와 이렇게 잘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베를린 필의 능력인지, 편곡자의 능력인지 스콜피온스의 능력인지는 몰라도 여하튼 기가 막힌 궁합을 보여 줍니다. 락 음악회 오프닝 사운드로서는 기가막힌 곡입니다.

다음 곡은 Moment of glory입니다. 이 음반의 타이틀이기도 하고 이 곡은 독일 엑스포의 주제가 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곡은 소년 소녀 합창단과 같이 부릅니다. (혹자는 빈 소년소녀 합창단이라고도 하나 확인할 길이 없음)

스콜피온스는 소년 소녀 합창단의 청명한 목소리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 주고 있군요. 합창단원들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복장, 표정, 몸 놀림 등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합창단 시절 free stage를 생각나게도 합니다.

이어지는 곡들은 모두 베를린 필의 소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면서 그동안 음악적인 편식에 걸려 있던 저에게 멋진 자양분을 뿌려 주는듯 했습니다.

또하나, 5번째 곡은 왠 여가수를(이름은 Lyn Liechty라고 되어 있군요. St. Louis의 music theatre를 졸업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게스트로 초대해서 두엣으로 부릅니다.
라틴 계열의 피가 섞인 듯한 이 여가수의 미모와 노래와 색시미(가슴이 한 1/3쯤은 드러나더군요)로 해서 이 5번째 곡 "Here in my heart"는 이 앨범을 빛나게 해주는 또하나의 백미와 같은 곡입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곡들도 모두 좋았습니다. 특히 클래식의 모음곡(Suite) 형식을 빈 fusion classic(저의 표현이므로 올바른 표현인 아닐 것임)은 베를린 필을 더욱 멋져 보이게 해 주는 군요.

"공부 잘하는 놈이 노는 것도 잘한다"는 말이 있죠? 클래식 잘하는 넘이 클로스 오버도 잘하는 군요.

본 연주가 끝나고 앵콜에 가니 드디어 저도 아는 곡이 하나 나오더군요. 제목은 "Still loving You!" 집사람 말이 이 곡은 그룹사운드 하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거치는 곡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던 저도 그 곡의 제목이나 연주자는 모르고 있었지만 옛날에 많이 들어는 보았던 기억이 있는 곡이라 매우 반가웠습니다.
집사람은 스콜피온스의 과거 매우 유명했던 발라드 곡이 불려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하더군요.

러닝 타임 108분
입니다. 근 한시간 50분 정도 공연을 한 셈인데 매우 짧게 느껴졌습니다. 한 곡을 제외하면 모두 저는 처음 듣는 곡인데두요.끝난 것이 아쉽더라구요.

special feature를 보면 director's cut으로 Hurricane 2000,Moment of Glory,Here in My Heart 이렇게 세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복장이 다른 것으로 보아 몇번 한 공연 중 딴 공연 실황인 것 같습니다. 화면이 훨씬 역동적이고 영화로 치면 컬트적이란 느낌이 듭니다.

화질, 만족할 만 합니다. 상당히 좋습니다. 음질, 너무 좋습니다. 5.1 채널의 충실한 재생은 연주회장의 감동을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데 따라 중요한 연주자의 표정과 연주 모습을 클로즈 업시켜 줌으로서 연주장에 앉아 있어도 놓칠 수 있는 장면들을 잘 보여 줍니다. 음악적 취향에 관게없이 무조건 사도 후회없을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국내 공연과 비교가 되네요.

외국 음악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카메라 맨과 연출자가 음악적인 소양이 풍부해야 하고 그날 공연의 스코어 분석 정도는 해야지 좋은 화면이 나온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날 연주도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공연 실황을 보면 연주중 인상적인 멜로디나 음향이 연주될 때는 반드시 그 파트의 연주자가 클로즈 업됩니다. 이것은 연출자나 카메라맨이 연주곡을 완전히 파악하지 않으면 힘든 일입니다.
이날 공연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멜로디나 비트가 연주될 때면 어김없이 그 소리가 나는 파트가 클로즈업되어 어떤 면에서는 현장에 앉아 있는 것 보다 더 생생한 화면이 전달되더군요.
또한 모든 연주악기에는 빠짐없이 소형 마이크가 달려 있어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소년 소녀 합창 단원들도 핀 마이크를 다 하나씩 꽂았더군요. 도대체 그 많은 마이크를 어떻게 처리하고 그 많은 소리들을 어떻게 믹싱하는지...... 아무튼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카메라 및 연출 팀들 반성 and 노력 많이 해야 함다.

또한 우리나라도 국립 교향악단과 멋진 협연을 할 수 있는 역량의 세계적인 대중 음악가가 나와서, 또 그런 공연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계의 풍토가 조성되어서 이런 공연을 한 번 했으면 하는 마음 또한 생기더군요. 이 스콜피온스가 곧 한국에 온다죠?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한 번 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 타이틀은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는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해서 구하시려면 외국 사이트에서 구하시든지(저는 amazon.com에서 구했습니다.) 국내 사이트 중에서 매니아들을 위해 소량 개인적으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4mania.net란 site에 가시면 구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공연 실황이 CD로도 나와있다고 하니 DVD를 원하지 않는 분은 CD로 들으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수록곡은 아래와 같습니다.


1. Hurricane 2000
2. Moment of Glory
3. You and I
4. We Don't Own the World
5. Here in My Heart
6. Burn the Sky
7. Big City Nights
8. Deadly Sting Suite (I. Crossfire II. He's a Woman, She's a Man III. Dynamite)
9. Wind of Change
10. Still Loving You
11. Moment of Glory (En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