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음악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
'All for Love'의 라이브 녹음입니다

제가 처음 파바로티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78년 무렵이었습니다. 그 당시 고등 학생이었던 저는 오디오 시스템은 가질 엄두도 못 냈었고 카셋트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방송을 들으며 음악에의 갈증을 채우곤 했었습니다. 그때 처음 음악 잡지에서 파바로티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40대 였던그 당시의 파바로티는 단지 대단히 촉망 받는 테너 중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일세를 풍미했던 마리오 델 모나코, 주제페 디 스테파노, 칼를로 베르곤찌 등의 가수에 비견되었지만, 그가 과연 카루소 만큼 인정을 받을 테너가 될런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적힌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는 파바로티의 독무대였습니다. 물론 도밍고도 파바로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60년대의 칼라스와 테발디를 연상시키는 경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파바로티는 하이 C의 제왕으로 불리는, 그 빛나고 화려하고, 힘찬 고음을 무기로 도밍고보다는 언제나 한 발짝 앞서 있었던 느낌이었습니다.

90년대 들어서 백혈병에서 재기한 카레라스와 함께 이들은 3테너라는 이름으로 대표되고 있지만, 사실 카레라스는 80년대 까지만 해도 파바로티의 명성에는 한참 못 미쳤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백혈병에서 재기한 가수라는 점이 그를 3테너의 반열에 올려 놓는데 한 몫한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파바로티는 그 누구와도 비교되기를 거부했던 불세출의 테너 카루소의 명성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성악가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레퍼토리를 음반으로 발매한 성악가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 파바로티의 많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저는 모든 테너의 노래를 파바로티의 목소리와 비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파바로티의 목소리가 딴 테너들의 목소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죠.

파바로티는 80년대 후반에 들면서 오페라 가수보다는 콘서트 가수로 전환을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나 비대해진 몸 때문에 오페라의 배역을 잘 소화하기 힘들어진 탓이라고 합니다. 90년대에 접어 들면서 파바로티는 또다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합니다. 바로 대중 음악과의 크로스 오버입니다. '파바로티와 친구들'이라고 이름 붙혀진 첫 무대는 1992년 자신의 고향인 이태리 모데나에서 열렸는데 그의 오랜 친구 주케로를 위시로 스팅, 루치오 달라, 아론 네빌 등의 뮤지션들이 참가합니다.이 음악회가 큰 인기를 끌자 그는 그 후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계속해서 열게 됩니다. 이 공연의 수입금으로 그는 많은 자선 사업도하고 파바로티 음악 학교도 세웁니다.

파바로티가 이러한 변신을 하게된 데는 딴 이유도 있겠지만 노쇠하기 시작한 이 거물 테너의 자구책이었지도 모른다는 것이 저의 느낌입니다. 1990 로마의 3테너 공연을 정점으로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90년의 3테너 로마 공연과 그 이후의 3테너 시리즈, 또 일련의 '파바로티와 친구들' 시리즈를 시청하고 있으면 회가 거듭될수록 목소리의 힘과 윤기를 잃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파바로티 목소리의 쇠퇴 과정을 기록해 놓은 음악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죠. 특히 98년의 파리 워드컵 기념 3테너 공연과 98년과 99년의 '파바로티와 친구들' 앨범에서 보여주는 그의 목소리는 실망스럽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런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작년에 있었던 3테너 서울 공연에서도 분명하게 확인 되었습니다.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였고, 거액의 출연료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기는 이미 우리 나이로 68-69세에 이른 파바로티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온다면 오히려 기적같은 일이겠지요. 90년대 중반 이미 60줄에 접어든 이 노 테너는 더 이상 어려운 고음들이 많은 오페라 아리아들을 부르기가 힘겨웠을 것이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크로스 오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 타이틀은 1994년에 있었던 '파바로티와 친구들 2집'입니다. 역시 그의 고향 모데나에서 열렸는데 캐나다 출신의 유명한 팝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가 이 공연의 주빈 격입니다. 그밖에도 소프라노 낸시 구스타프슨,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칸소네 가수 조지아, 뉴에이지 하피스트 안드레아 볼렌바이더 등이 출연하여 무대를 빛내주고 있습니다.

모데나 광장에 어둠이 내릴 무렵 시작된 음악회는 파바로티의 오프닝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첫 곡으로 첼리아의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을 들려줍니다. 이 차분하고 비감한 아리아는 야외 음악회의 약간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 앉혀 줍니다.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전성기 때의 음반과 비교 시청을 해 보면 힘이 좀 떨어져 있는 것을 느낄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맑고 힘찬 고음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86년에 촬영된 뮌휀 공연 실황 앨범에서와 같은 자신만만하고 힘이 넘쳐나는 단단한 고음은 아니지만, 예의 그 화려하고 빛나는 음색은 아직까지 그대로이고, 고음 또한 들을만 합니다. 그러나 전성기와 비교해서 입과 마이크의 간격이 많이 가까워 진 것을 볼 수 있어서 그의 성량이 감소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곡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불렀던 저 유명한 'Moon river'입니다. 파바로티는 초대 손님인 낸시 구스타프슨과 함께 이 노래를 부릅니다. 두사람이 모두 성악가여서인지 이들의 앙상블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두사람의 클래식 가수에 의해서 이 노래는 클래식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듯 합니다. 오드리 햅번이 부르는 Moon river와는 또 다른 맛이 배여 납니다.

낸시 구스타프슨은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미국 출신의 소프라노라고 합니다. 저는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어 보았는데 성량이 매우 풍부하고 울림이 좋았으며, 부드럽고 윤기있는 음색의 목소리를 들려 주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그녀의 솔로가 이어집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All I ask of you"를 들려 주는 군요.

이어지는 무대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안드레아 보첼리입니다. 사라 브라이트만과의 듀엣 앨범 'Timeless'를 발표한 이후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안드레아 보첼리이지만 이때만 해도 그렇게 유명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시각 장애를 앓다가 12세 이후에는 완전 실명 상태였던 보첼리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였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왕년의 유명한 테너 프랑코 코렐리의 지도를 받으며 음악에의 열정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1992년 이탈리아의 유명한 락 뮤지션인 주케로의 새 앨범에 발탁된 것을 계기로 파바로티와 인연을 맺게 되어 함께 주케로의 'Miserere'를 함께 부르게 됩니다.

이날 보첼리가 초청된 것은 파바로티와의 이런 개인적인 인연이 많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후 보첼리는 많은 플래티넘 앨범들을 내면서 유명해 졌고 특히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부른 앨범 'Timeless'는 그의 이름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이때만 해도 큰 명성은 얻지 못한 상태였음이 틀림없습니다.

보첼리는 레온카발로의 '아침의 노래(Mattinata)'를 불러 줍니다. 저녁에 사랑하는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노래가 세레나데라면 이 노래는 아침에 부르는 세레나데라고 할 것입니다.

'잠 깨어라. 내 사랑아. 열어다오. 그대의 창을. 아 그대없는 이 아침은 내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네.'

과연 밝고 직설적이고 호탕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질이 보이는 듯한 노래입니다.

콧소리가 섞인 듯한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우수에 찬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아하고 멜랑꼴릭한 목소리는 분명히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저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를 못합니다. 누구나 가수의 음색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보첼리의 목소리는 분명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파바로티와 같은 밝고 힘찬 목소리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보첼리의 소리는 정통 오페라 아리아가 요구하는 풍부한 성량이나 힘찬 고음 등에서는 어쩐지 부족한 듯이 보입니다. 어떤 이는 보첼리를 3테너를 대신할 차세대 주자로 거론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보첼리는 대중 가곡을 부르기에는 적당할 지 몰라도 정통 오페라 가수로서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은 공연 뒷부분에서 파바로티와 이중창을 할 때 확연히 드러납니다.

본의아니게 보첼리를 폄하한 꼴이 되었나요? 그러나 적어도 이 공연에서 보첼리가 부른 레퍼토리는 모두 무난한 소리를 들려 줍니다.

다음은 이탈리의 칸소네 가수 조지아의 무대입니다. 조지아는 1995년 산레모 가요제에서 대상을 1996년에는 3위 입상을 하면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가수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첫 앨범을 낸 해가 1994년 이므로 같은 해 열린 이 공연에서는 아직 신인의 티를 벗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앨범에 들어 있는 설명지에도 idol star라고 소개 되어 있더군요.

체구도 아주 작아서 첫 곡 'Santa Lucia Lunata'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은 듯, 가냘프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들려 주는 노래는 놀랍습니다. 그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당찬 소리가 나오는 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파바로티와의 이중창에서 전혀 딸림이 없습니다. 체구에 비해 무척 큰 그녀의 입 때문일까요? ^.^

저는 이 앨범을 통해서 조지아란 가수를 처음으로 알게되었는데 새로 주목할 만한 가수를 한 사람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파바로티와 친구들 공연에는 늘 성악가가 아닌 연주자가 한 사람씩 초청됩니다. 그다음 무대는 뉴에이지 하피스트인 안드레아 볼렌바이더의 전자 하프 연주가 이어집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 공연의 반주를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Orchestra del Teatro Comunale di Bologna)의 연주 순서입니다. 간주곡으로 인기가 있는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바넬리아 루스티카나 중의 간주곡이 연주됩니다.

공연 후반부의 첫 무대는 브라이언 아담스가 장식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이 유명한 중견 팝 스타는 데뷔한지가 2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예의 그 강렬한 허스키 보이스로 그의 히트곡 'Please forgive me'를 열창합니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머리, 소매를 늘어 뜨려 손이 보이지 않는 한 쪽 팔, 앞섶을 풀어 헤친 셔츠 등 나이에 걸맞지 않는 악동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나이를 잊은 듯 정열적인 목소리를 들려 줍니다.

 

다음엔 다시 조지아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솔로로 퀸의 히트곡이면서 사라 브라이트만이 다시 부르기도 했던 'Who wants to live forever'를 부릅니다.

퀸의 침울한 분위기도, 사라 브라이트만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도 좋지만 조지아의 시원한 창법으로 듣는 것도 이 노래의 또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다음으로는 파바로티와 보첼리의 이중창 'Notte'e Piscatore'와 낸시 구스타프슨의 솔로 'O silver moon'이 이어지는 군요.

 

다음 곡은 파바로티와 아담스가 같이 부르는 'O sole mio'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노래지요? 파바로티와 아담스의 'O sole mio'! 상상이 가십니까?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색의 가수들이 이중창으로 부르는 'O sole mio'. 어떨까요?

노래는 아담스부터 시작됩니다. 아담스는 가사를 미처 다 못외운 듯 틈틈이 악보를 쳐다봅니다. 어색한 웃음, 약간은 자신없는 목소리. 역시 그에게 있어 클래식 노래는 체질에 잘 안 맞는가 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는 안정을 찾고 그의 스타일로 재 해석된 O sole mio는 나름의 매력이 묻어납니다.

이 절은 파바로티의 차례입니다. 아담스를 고려했음인지 소리를 상당히 절제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크라이막스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크릴도 쓰지 않는군요.

후반부는 파바로티와 아담스가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면서 끝을 냅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도저히 어울릴 수가 없을 것 같이 보이지요. 실제로 두사람이 부른 O sole mio는 서로 잘 어울린다고 하기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른 음질로 이중창을 할 수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감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파바로티가 자작곡 독창 'Ave Maria, dolce Maria'가 연주된 후 모든 출연자와 함께 부르는 'All for love'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아담스의 목소리는 파바로티의 목소리와 완벽한 조화를 보여줍니다.

원래 이 곡은 브라이언 아담스가 스팅, 로드 스튜어트와 함께 만들어서 영화 '삼총사'의 삽입곡으로 쓰였던 곡입니다.

파바로티와 브라이언 아담스가 많은 부분을 부르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몇 소절을 솔로로, 또 나머지는 백 코러스 형태로 불러줍니다. O sole mio에서 약간은 어색한 모습을 보였던 아담스는 여기서는 물만난 고기처럼 특유의 음색으로 마음껏 노래를 하는데 파바로티의 맑고 깨끗한 음색과 절묘한 대비와 조화를 이룹니다.

 

나머지 출연자들의 소리 또한 이들의 소리와 적절하게 잘 어울어지고 있어서 이 곡은 가히 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뒤에 확인해 본 오리지널 곡보다도 이들의 소리로 듣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팝 음악을 잘 모르는 저는 이 노래를 여기서 처음 들었는데 처음 듣는 순간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듯 하더군요.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무척 좋아하는 곡이 되었습니다.

 

이 곡의 마지막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의 축배의 노래입니다. 역시 모든 출연자들이 이 유명한 노래를 부릅니다. 다섯명의 출연자가 모두 번갈아 가면서 한 소절씩 노래를 부릅니다. 후반부에는 관중들의 박수와 합창까지 가세하면서 아주 흥겨운 분위기로 공연은 막을 내립니다.

 이 타이틀의 음질과 화질은 평범한 수준입니다. 대게의 음악 공연 실황 앨범이 그렇듯 리어 스피커에서는 관중들의 박수 소리 이외에는 특별한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화질은 공연장의 낮은 조도를 고려한다면 비교적 괜찮은 수준입니다만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앨범이 주는 기쁨은 무엇보다도 크로스 오버에 있을 것입니다. 다른 어떤 공연에서 브라이언 아담스가 부르는 '오 솔레미오'나 '축배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열린 음악회'라는 제목으로 클래식과 대중 음악이 한 자리에서 공연되는 음악회가 방송사의 주관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회는 음악을 사랑하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열린 음악회에서 클래식 가수가 대중 가요를 부르고, 클래식 연주자가 대중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여러번 봤으나 대중 가수가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 딱 한 번 조영남씨가 '여자의 마음'을 부르는 것을 본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조영남 같은 이는 원래 성악과 출신이므로 늘 클로스 오버를 하고 있는 셈이고 아리아를 부르는 것은 본래의 자신의 모습이 그리워서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클로스 오버란 무었일까요? 클래식 가수가 대중 음악을 부르고, 대중 가수가 클래식 성악곡을 부르는 것이 클로스 오버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클로스 오버는 '성악가가 대중 가요를 부르는 것'으로 그 의미가 굳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대중 가수들에게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먼 당신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비록 그들에게 클래식 음악이 생소하고 서툴긴 할지라도 그들 나름의 해석으로 시도를 해 본다면 열린 음악회는 진정한 클로스 오버 음악회의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파바로티와 친구들의 일련의 앨범에서는 대중 가수들이 자연스럽게 크래식을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집에서도 스팅이 파바로티와 함께 '생명의 양식'을, 루치오 달라가 역시 파바로티와 함께 '카루소'를 멋들어지게 부르죠. 이 앨범에서는 조지아가 '먼산타루치아'를 아담스가 'O sole mio'를 부르지 않습니까? 이러한 것이 진정한 크로스 오버이고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이의 멋이 아닐까요?

현대는 장르 파괴의 시대라고 합니다. 축구에서도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듯이, 음악에서도 오페라, 뮤지컬, 대중가요 등의 장르 구분이 옛날처럼 엄격하지 않습니다. 이는 점점 청중을 잃어가고 있는 정통 클래식 음악가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르를 초월한 진정한 음악의 고수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고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특히 이러한 장르 파괴의 주인공이 클래식 음악가가 아닌 대중 가수일 때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흐뭇합니다. 우리나라 음악계에서도 이런 모습을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파바로티와 친구들' 시리즈는 그 뒤에도 계속됩니다. 96년, 98년, 99년 공연이 이미 DVD로 발매되어 있습니다. 3회 공연인 95년도 공연은 아직 DVD로 발매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96년 실황은 앨턴 존, 애릭 크랩튼, 주케로, 세릴 크로우 등의 호화 맴버가 등장하고 파바로티의 목소리도 들을 만 하여 상당히 좋은 공연으로 꼽을만 합니다. 98년과 99년의 파바로티는 정말로 좋지 않습니다.

일련의 '파바로티와 친구들' 시리즈에서 쇠퇴해 가는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서서히 침몰해 가는 거함을 보는 것 같아 애처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특히 98년, 99년 앨범에서 들려주는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나 크로스 오버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와 파바로티라는 음악계의 거물이 아니면 아무도 시도하지 못할,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재미는 이 앨범들을 소장할 충분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98년 공연에서는 나탈리 콜, 코어스, 셀린 디옹, 스파이스 걸스, 바네사 윌리엄스, 스티비 원더, 트리샤 이어우드, 주케로등의 인물이 초대되었고, 99년 공연에 초대된 이들은 머라이어 캐리, 그로리어 에스테판, 리키 마틴, 비비 킹, 주케로(이 친구는 왕단골입니다.)등, 정말로 화려한 면면들이죠.

또한 이 시리즈는 파바로티라는 일세를 풍미한 거장 테너의 목소리의 쇠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앨범들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99년 앨범을 살 때는 정말 그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하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나오자마자 구입을 했죠.

언제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친구들 시리즈도 한 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