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대는 비틀즈의 시대였다면 70년대 후반은 ABBA의 시대였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제가 중, 고등 학교 다닐 시절에는 요즘처럼 국내 가요는 많이 듣지 않는 편이었고, 모두들 팝송을 무척 즐겨 들었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가수는 많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수는 ABBA였던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만장에 이르는 앨범 판매고가 보여 주듯 70년대 후반 ABBA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그 시절 청춘을 보낸 사람 치고 '워터루', '댄싱 퀸'과 같은 ABBA의 히트곡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 '댄싱 퀸'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팝송에 매년 랭크되고 있다고 하잖아요?

그 추억의 ABBA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현대적인 비트의 음악으로 재 무장하고 뮤지컬로 화려하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1999년 ABBA의 히트곡들로만 구성된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가 영국의 음악 팬들에게 선보인 뒤 전세계의 뮤지컬 계를 뒤흔드는 메가 히트를 기록한 끝에 드디어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일년 전인 2003년 1월 말, 집사람과 애들이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제가 가족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호주의 시드니에서는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되고 있었는데, 공항 근처의 대형 광고판에 이 뮤지컬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당시에 이미 한 달 전 쯤 이 뮤지컬을 보았었는데, 모두들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었습니다. 아내는 원래부터 ABBA의 음악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 애들의 경우는 이날 뮤지컬을 통해서 ABBA의 음악들을 처음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어 했으며 그 뒤에는 ABBA의 팬이 되어서 이들의 히트곡 중 몇 곡을 외워서 부를 정도가 되어있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길래 애들이 노래를 외워 부를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 한국에 다시 돌아온 몇 개월 뒤, 한국에서도 '맘마미아'가 공연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찾아 봤더니 2004년 1월 개봉 예정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마침 2004년 1월 말이면 애들과 집사람이 한국에 돌아오게 되니 그때는 온 식구가 같이 이 뮤지컬을 감상하자고 약속하였습니다.

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가족들이 돌아왔고, 약속대로 지난 일요일 온 식구가 예술의 전당을 찾았습니다. 어린이 할인도 되지 않는 터라 4명의 관람료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기를 바라며 예술의 전당을 들어섰습니다.

6시로 예정된 공연 시간보다 40여분 일찍 도착했으므로 로비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김밥으로 요기를 한 다음 공연장을 들어섰습니다. 좌석은 2층 제일 앞 자리입니다. 비록 가운데가 아닌 측면이긴 해도 앞자리라 무대가 비교적 가깝게 보입니다.

지컬 맘마미아에 대한 아이디어는 원래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맘마미아의 프로듀서인 '쥬디 크레이머(Judy Craymer)'는 당시 뮤지컬 '체스 (Chess)'를 제작하면서 전설적 그룹 ABBA의 멤버 베니 엔더슨(Benny Andersson)과 비욘 울바우스(Bjorn Ulvaeus)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 세계적 히트를 구가하고 있는 그들의 음악성에 주목한 쥬디가 베니와 비욘에게 ABBA의 노래를 엮어 뮤지컬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ABBA의 음악들은 영국 극작가 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인 '캐서린 존슨(Catherine Johnson)'에 의해 노래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토리를 갖추게 되었고, 오페라와 연극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필리다 로이드(Phyllida Lloyd)'가 연출가로 낙점되면서 일찌감치 빅 히트를 예약했다고 합니다. 맘마미아는 1999년 4월6일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Prince Edward Theatre)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개봉하자말자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큰 갈채를 받으며 성공을 거둡니다. 오프닝 이후, 박스 오피스 기록을 연일 갱신하며 입석까지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 열풍은 미국, 호주,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을 강타하였습니다.

지컬 맘마미아는 그리스의 어느 이름 없는 휴양 섬이 무대입니다. 이곳에서 홀어머니 도나(Donna)밑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란 '소피(Sophie)'는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사람의 남자(샘, 빌, 해리)를 찾아내게 되고 이들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뮤지컬은 소피의 결혼식 전 날, 결혼식에 초대된 소피의 아버지 후보 3사람 과 도나의 두 친구(타냐, 로지), 그리고 소피와 약혼자 스카이(Sky) 등이 역어내는 한 바탕 결혼 소동입니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소피와, 아무것도 모르고 초대에 응한 세 남자, 딸만 남겨 두고 자신을 떠난 세남자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도나, 도나를 아끼고 측은하게 생각하는 도나의 두 여자 친구.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만 하루 동안의 갈등과 혼란, 그리고 가슴 따뜻한 결말이 이 뮤지컬의 줄거리입니다.

뮤지컬을 쓴 캐서린 존슨은 여기서 사용된 22곡의 아바 노래 중 '치키티타(Chiquitita)'에서 '내일은 결혼하는 날'이라는 가사를 추가한 것을 제외하곤 전혀 고친 것이 없다고 합니다. 가사를 전혀 고치지 않은 것은 뮤지컬 작업에 동참한 ABBA의 요구 사항이기도 한데, 가사를 전혀 손대지 않고도 스토리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많은 노래들을 보면 음악이 뛰어난 것 못지 않게 캐서린 존슨의 스토리 작업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의 전체적인 색조는 지중해의 외딴 섬을 상징하듯 전체적으로 푸른 바다색입니다. 지중해 연안국의 전통적인 색조처럼 무대가 되는 도나의 호텔(도나는 이 섬에서 조그만 호텔을 경영합니다)은 눈부신 흰색의 건물입니다. 흥겨운 아바 음악의 멜로디로 이루어진 서곡이 끝나면 도나의 딸 소피가 호텔 건물 담벼락에 기대어 'I have a Dream'을 부릅니다. 이 노래는 뮤지컬의 마지막에도 다시 한 번 불려지는데, 여기에서 소피는 조그만 섬에서 조그만 행복에 안주하지만은 않는 자유로운 꿈의 소유자라는 것을 암시해 주는 듯 합니다.

이어서 연주되는 'Honey, Honey'를 비롯하여 연이어 나오는 아바의 노래들은 하나도 귀에 익지 않은 곡들이 없습니다. 원곡 그대로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노래와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10여년의 세월 동안 따로따로 발표되었던 곡들이 어쩌면 이렇게 연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스토리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습니다. 한군데 빼놓고는 정말로 가사를 하나도 고치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스토리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록 가사와 대사는 모두 우리말로 고쳤지만 무대와 의상, 소품 등은 원작과 거의 같다고 합니다. 1년 전 호주 공연을 봤던 집사람 말이 사람만 달라졌지 나머지는 거의 같다고 하더군요. 원작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 것 같습니다.

 

 

마미아의 음향은 관객들을 놀라게 합니다. 어디에 마이크를 감췄는지 몰라도 배우들이 마이크를 착용한 것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데도(쌍안경을 동원해서 확인해 봐도 못찾겠더군요) 모든 대사가 너무나 명료하게 전달됩니다. 강렬한 비트의 락 밴드의 반주에도 모든 가사가 잘 전달됩니다. 락밴드의 음향과 보컬의 음량이 적절하게 잘 매치되어 어느 한 쪽이 눌리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음향 시스템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ABBA 음악에 비해 음악의 비트가 너무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내의 이야기로는 호주 공연에서는 이보다 좀 더 부드러운 아나로그적인 경향의 연주였다고 합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더 강렬할수록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맘마미아의 음향은 정말 뛰어납니다. 대사 부분에서 약간 울리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모든 대사가 아주 또렷하게 관객에게 전달이 되고, 강하면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은 음악과 보컬은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에 완전히 젖어들게 해 줍니다.

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나의 호텔 건물 하나로 처리가 됩니다. 두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진 호텔 건물은 속에 자동 조정되는 바퀴가 달렸는지 사람이 따로 손대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구도를 바꿔, 때로는 호텔 바깥의 해변이 되었다가, 호텔 바가 되기도 하고, 침실이나 거실이 되기도 합니다. 상당한 첨단 기법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조명 또한 드러나지 않는 듯하면서도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의 지중해의 외딴 섬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는 이 뮤지컬을 보기 전에는 맘마미아의 주인공이 소피인줄 알았습니다. 뮤지컬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이도 소피이니, 뮤지컬이 시작되고 상당한 시간까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의 비중에 있어서나, 노래의 비중에 있어서나 가창력에 있어서나 주인공은 도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소피의 가창력은 기대에 좀 못미친 듯 했습니다. 소리가 좀 약하고 음색도 평범하더군요. 그러나 도나역을 맡은 가수의 가창력은 굉장했습니다.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는 듯한데, 고음에서는 예전의 명가수 '정훈희'의 음색을 조금 닮은 듯도 하지만 좀 더 다이나믹하고 음색이 조금 굵습니다. 중 저음은 상당히 윤기있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데 참 매력적인 소리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ABBA 이상으로 ABBA의 노래들을 잘 소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일반 대사도 발음이 아주 정확하고 또렷해서 명료하게 전달되고, 연기력도 좋은 것 같더군요. 그러나 소피가 노래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고 도나에 비하면 좀 그렇다는 말입니다.

Donna (박해미)

Tanya (전수경)

Rosie (이경미)

Sam (성기윤)

Harry (주성중)

Bill (박지일)

Sophie (배해선)

Sky (이건명)

다른 등장 인물들의 노래도 대체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워낙 음향 효과가 좋아서인지 여러명이 같이 부르는 노래들은 정말 박진감 있고 흥겹더군요.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여집니다.

뮤지컬은 중간의 휴식 시간을 거쳐 거의 2시간여의 러닝타임으로 연주되고 마지막은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도나는 옛 사랑을 되찻게 되고, 소피는 관중들의 예상과는 달리 결혼을 하지 않고 약혼자 스카이와 더 큰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여기서 다시 'I have a Dream'이 연주되죠. 마지막을 보고 나면 첫 머리에서 불려진 'I have a Dream'에 일종의 복선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지컬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맘마미아의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는 커튼 콜로 이어집니다. 커튼 콜에서 배우들은 ABBA의 대뷔곡이자 이들의 대표적 히트곡인 '워털루'를 흥겹게 부릅니다. 이 곡은 본 공연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곡입니다. 그 외에도 '댄싱퀸' 등 몇곡의 앵콜곡을 부르면서 무대는 막을 내립니다. 원래 외국 공연에서는 워털루가 시작되면 모든 관중이 일어서서 함께 춤추는 광란의 무대가 되고, 이것은 이제 맘마미아의 트레이드 마크 처럼 되어 버렸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런 면에서는 좀 수줍음을 타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일어서기는 하는데 박수만 치고 몸을 흔들어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기야 중년의 관중들이 많으니 좀 쑥스럽기도 하겠죠. 저는 우리집 둘째 녀석(이놈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에게 춤 좀 춰보라고 부추겼으나 아무도 춤추지 않는다고 하면서 끝까지 안추더군요.

어쨋든 맘마미아는 멋진 뮤지컬인 것 같습니다. 모든 곡들이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가 나무랄 데가 없었으며 음향, 조명, 무대 장치, 반주 음악 모두 아주아주 훌륭했습니다.

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외국 작품을 번역한 뮤지컬의 한계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알아듣기는 쉬울지 몰라도 한국어 가사로 부른 노래는 오리지널 스코어의 맛을 약간은 떨어뜨리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사는 한국어로 하고 노래만 영어로 한다면 그것도 어색한 일일 것이고 설사 오리지널 팀이 와서 모든 것을 원어로 한다면 스토리 이해에 지장이 생겨 더 안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선택이 최선이긴 해도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은 남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우리나라가 국제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정서와 그네들의 정서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어서 스토리가 우리 가슴에 팍팍 와닿는 공감은 느끼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도나가 혼자서 애를 키우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넉두리를 하면서 'Money, Money, Money'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아내가 호주에서 관람할 때는 이 장면에서 타이밍이나 상황이 노래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모든 관객이 폭소를 터뜨렸다고 하는데, 한국판 맘마미아에서는 이러한 깊은 교감은 느끼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마당극이었다면 관객들이 포복졸도할 일이 여러번 생겼을 것 아닙니까? 그런 면에서 요즘 우리나라 영화가 약진하듯이 우리나라 뮤지컬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 해 봅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또하나 아쉬운 점은 사진을 하나도 찍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공연 전후에 공연장 근처에서 가족들과 사진을 좀 찍고, 공연 중에도 혹시 가능하다면 좀 찍어볼 요량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갔지만 베터리가 방전되는 바람에 하나도 찍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었긴 했지만 공연장 안에서는 사진 찍는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객석 곳곳에 진행 요원들이 배치되어서 카메라를 꺼내면 즉각 제지하는 통에 가져갔더라도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의 플래쉬나 셔터음이 관중이나 배우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상당히 비씬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만큼 사진 몇 장을 기념으로 가지고 싶은 생각은 들 수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라면 모르겠지만 플래쉬를 사용하지 않고 액정판도 끄고, 셔터음까지 off시킨 디지털 카메라라면 촬영이 주위 사람이나 공연을 하는 배우들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터이니 관계없을 것 같은데 아주 엄격히 통제하더군요.

원래는 이날 찍은 사진으로 이 글을 꾸며볼까 했는데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못했고 이 사진들은 대부분 맘마미아의 한국 홈페이지(http://www.mamma-mia.co.kr/)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맘마미아의 홈페이지에도 한국 공연 장면을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어서 공연 장면 사진은 모두 외국 공연 장면입니다. 그런 무대의 모습과 배우들의 의상 등이 한국 공연과 너무나 꼭 같아서 공연장의 분위기를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ㄴ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맘마미아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영국 오리지널 공연 실황을 담은 CD를 한 장 구입했습니다. 뮤지컬의 감동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요량으로 말입니다.

주로 내려오는 차 속에서 CD를 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CD를 통해서 들은 오리지널 공연의 가수들의 노래들과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소피의 목소리는 한국 공연에 비해 훨씬 가늘고 청순하고 가냘픈 느낌입니다. 맑고 청순한 목소리가 극중의 소피의 이미지와 좀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창력도 한국 가수에 비해 좀 더 나은 느낌입니다.

도나의 목소리는 좀 더 부드럽고 우아합니다. 그러나 세파를 이기며 홀로 딸을 키운 어머니의 이미지에는 좀 더 강렬한 한국 가수의 목소리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창력도 한국 가수가 더 나은 듯 느껴집니다. 적어도 도나역을 맡은 이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제가 너무 편애를 하나요?).

음악 반주나 보컬이 한국 공연 보다는 좀 더 부드럽다는 느낌이 드는데, 집사람이 호주 공연이 한국 공연에 비해 좀더 아나로그 적이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공연 CD에서의 가수들의 목소리나 연주가 옛날 ABBA의 음악과 좀 더 닮았다는 느낌은 듭니다. 그러나 맘마미아가 ABBA의 노래의 재탕이 아니고 새롭게 현대적으로 해석된, 강한 락 비트가 가미된 음악이라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한국 공연 스타일이 나름대로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스피커의 볼륨을 한껏 올리고 온 가족이 음악을 들으면서 집으로 오는데, 큰 녀석은 반 쯤 듣고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이날은 오전부터 여러 가지로 피곤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둘째 윤섭이는 모든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습니다. 몇몇 곡들은 가사도 제법 외우고 있을 정도였고, 박자도 정확했습니다. 신기해서 물어봤더니 놀랍게도 호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ABBA의 노래를 수업 시간 중에 가르쳐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 곡은 거의 가사를 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대중 가요 중에서 애들에게 음악적으로 내용상으로 좋은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애들은 학교에서 배운 노래는 학교에서만 부르지 딴 데서는 안부르지 않습니까?

집에 돌아온 이틀 후 다시 한 번 맘마미아 CD를 오디오에 걸고 들었습니다. 둘째 윤섭이는 아예 제 옆에 앉아 CD에 딸려 있는 소책자를 들고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빠른 프레이즈에서도 제법 잘 따라 부르더군요. 열심히 연습해서 나중에 엄마, 아빠나 손님들 앞에서 공연 한 번 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음날 저녁 문득 1년 쯤 전에 사 두었던 ABBA DVD가 생각났습니다. ABBA의 전성 시절에 찍어 두었던 뮤직 비디오를 모아서 'A Video Biography ABBA, ABBA Best Music' 이란 타이틀로 발매한 것인데, 구입하는 날 AV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고 DVD 플레이어와 TV만 갖추어진 친구 집에서 잠시 틀어 보았는데, 화질도 별로고 해서 지금까지 다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틀어 보았습니다.

이 DVD는 Biography란 제목처럼 ABBA가 활동하던 초창기인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시대순으로 이들의 노래를 역어 놓았습니다. 4:3 비율에 TV 카메라로 찍은 듯한 화면이어서 화질은 논할 바가 못됩니다. 음향 설정은 5.1채널로 되어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2채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요즘과 같은 5.1 채널의 음질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25-30년 된 TV 방송용 녹화물이란 사실을 감안하고 보면 상당히 충실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1년 전 처음 들을 때에는 AV 시스템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TV 스피커를 통해 들었기 때문에 화질처럼 음질도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음질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비슷한 종류로 카펜터즈의 것도 들어 보았지만 그것보다는 음질이 훨씬 낫습니다. 더군다나 수일 전 맘마미아를 관람하고, 또 CD까지 듣고 난 이후라 이들 연주와 비교하면서 보는 맛이 상당히 쏠쏠합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 DVD에 수록된 거의 모든 수록곡이 맘마미아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맘마미아를 다시 한 번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맘마미아의 대본가인 캐서린 존슨이 곡을 고르기 위해 아바의 모든 곡을 다 들어 보고 스토리와 맞는 곡을 골라냈는데, 골라놓고 보니 대부분 아바의 히트곡들이더라는 인터뷰 기사가 생각납니다.

세월이 지났어도 역시 ABBA는 ABBA입니다.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비교될 수 없는 보이스 컬러가 전편에 걸쳐 빛을 발합니다. 맑고 밝게 빛나는 음색의 두 여성 보컬은 맘마미아에서의 역동적이고 강렬한 비트의 노래와 좋은 대비를 이룹니다.

이 DVD에 수록된 곡들의 녹화 테입은 8-9년의 시간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곡들을 Biography란 제목에 걸맞게 발표된 연대에 따라 시간 순으로 나열해 놓았는데, 초반에는 가냘프고 곱고 부드럽던 음성이 후반으로 갈수록 깊고 풍부해지면서 창법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수록된 곡들에서는 마치 소피의 음성을 듣는 듯 하고 중, 후반에 수록된 곡들에서는 도나의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언뜻보면 아주 단조로운 구성의 DVD이지만 시간 순서로 들으니 이런 묘미가 있네요.

이 DVD에서 또하나 볼 만 한 것은 이들의 의상입니다. 지금 봐도 상당히 감감적이고 화려한 의상들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대중들이 ABBA의 공연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가 이들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것이었고 이들이 입었던 의상은 곧 유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1974년에 녹화된 'Honey, Honey'와 같은 곡에서 이들은 벌써 배꼽이 드러나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DVD에는 또하나 독특한 것이 있는데 바로 노래방 기능입니다. 음향 세팅을 바꾸면 보컬은 나오지 않고 반주 음악만 나오면서 자막이 노래방의 그것처럼 노래 진행에 따라 색이 바뀌어 갑니다. 앰프나 DVD 플레이어에 마이크만 연결하면 바로 노래방이 되는 것입니다. 작은 놈이 하도 잘 따라 불러서 이 기능을 사용하려고 마이크를 찾아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습니다. 7-8년 전에 오디오 세트를 구입하면서 딸려온 마이크가 있어 찾아 보았는데, 오디오가 바뀌고 이사 몇 번 하는 통에 버렸나 봅니다. 싼 놈으로 하나 구입해서 둘째에게 줘야 할까 봅니다.

 

요일 맘마미아를 보고난 뒤 이번 주는 맘마미아와 ABBA에 온통 묻혀서 지낸 느낌입니다. 세가지 버전의 ABBA 노래들을 몇 번씩 들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들어도 ABBA의 노래들은 여전히 흥겹고 좋습니다. 이들의 음악이 보여주는 이러한 세월을 관통하는 보편성이 30여년이 지난 이 시간에 세계를 또 한 번 ABBA의 열풍으로 몰아 넣는 것 같습니다.

런던에서 시작된 맘마미아의 열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할지 어떨지 아직은 알 수는 없지만 한 때 ABBA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세대라면 비교적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저처럼 뮤지컬을 보고 난 뒤 공연 실황 CD와 ABBA의 오리지널 음악까지 다시 한 번 들어 본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고, 그 후 공연장을 다시 한 번 찾는다면 맘마미아의 또다른 숨겨진 매력을 찾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 다시 한 번 공연장을 찾을 기회가 있을까요? 만약 기회가 다시 온다면 그때는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