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부터 15-6년 전 종교 음악에 흥미를 느끼고 이것 저것 판을 사모으던 때가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곡 이외에도 레코드 점에서 작곡자, 연주단체가 그럴 듯해 보이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사가지고 와서 듣곤 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곡들이 여러 곡 있었지만 처음 듣는 순간 귀가 번쩍 뜨이는 음악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뒤로 그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워크맨에 끼워서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듣기도 했었죠. 그때 저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던 그 음악이 바로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바하의 '미사 b단조'입니다.

처음 이 음악을 접할 때는 거의 정보가 없었지만 그 뒤에 찾아본 바에 의하면 바하의 미사 b단조는 바하의 음악에서도 걸작 중의 걸장이요, 종교음악 장르에서도 필적할 작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다고 인정받는 작품이더군요.

그뒤 바쁜 생활 속에서 바하의 미사 b 단조는 저의 청년기의 아름다운 음악적 추억의 한 장면으로 넘겨지게 되었는데, 얼마전 음악 DVD 타이틀을 찾다가 바로 이 문제의 미사 b 단조 타이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락방의 잡동사니들을 치우기 위해 정리하다가 언젠가 던져둔채 잊고 지내던 소중한 물건을 발견한 기분이 이럴까요? 아니면 책장 깊숙한 곳에 꽂아 두었던 책갈피 속에서 오래전에 넣어둔 뒤 잊어 버렸던 고액권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 이럴까요? '바하의 미사 b단조'라는 제목 하나만으로도 이 타이틀을 구입해야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하의 미사 b 단조는 1747-1748년 사이에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최초의 골격은 그보다 15년이나 전인 1733년에 만들어 집니다. 1733년 바하는 키리에와 그로리아로 이루어진 짧은 미사곡(Missa Brevis)을 작곡합니다. 이 곡은 라틴어로 씌어진 전통 카톨릭 미사의 형식으로 만들어 졌는데, 이는 당시 새로운 총독으로 임명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Friedrich August)가 카톨릭 신자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후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더해지고 고쳐지다가 그가 사망하기 몇해전에야 비로소 1733년의 미사 브레비스를 완성된 완전 미사곡(Missa Tota)으로 확장시킵니다.

b단조 미사는 좀 독특한 양식을 가집니다. 우선 연주 시간이 거의 2시간에 가까워서 실제 미사에서 이 곡이 그대로 쓰이기에는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5부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카톨릭 미사와는 달리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사가 라틴어로 씌어 있어 독일어로 씌어지던 당시의 루터교 미사와도 다른 점을 보입니다. 결국 이 미사곡은 길이로 볼 때도 교회 미사용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길고, 루터교나 전통 카톨릭의 미사 양식에 어느 쪽에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 보다는 바하의 미사곡 모음으로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당시의 루터교에서는 예배에서 라틴어를 사용하는 미사를 올리지 않았는데, 가끔은 예배의 중간에 부분적으로 카톨릭 미사곡을 허용했다고 합니다. 아마 바하는 이럴 때 부분적으로 뽑아쓰기 위해서 이 미사곡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도 바하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 곡이 전곡으로 연주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당시 루터교의 미사에서는 키리에와 그로리아는 허용이 되었으므로 이 부분들은 루터교 미사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을 것이고, 나머지 부분들은 전통적인 카톨릭 신자들인 드레스덴 궁정의 미사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하는 이 곡을 '음악적 통일성을 가진 미사곡 모음' 정도로 완성해 놓았는데, 후세에 와서 단일 작품으로 간주하게 되면서 오늘날 '미사 b 단조'라고 불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b단조 미사'란 제목은 바하 자신이 붙힌 이름이 아니고 후세에 붙혀진 이름이며 첫곡이 b단조일 뿐이지 딴 곡들은 조가 다르다고 합니다.

미사 b단조는 어떤 의미에서 바하의 음악적 삶을 총정리하는 듯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음악적 기법과 함께 당시로서는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예전에 자신이 써 놓았던 다른 형식의 음악에서 주제를 빌어오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총 25곡 중에서 단지 8곡 정도만 새로 작곡한 것이고 나머지는 그의 다른 작품에서 가져온 것이라고까지 합니다. 바하는 말년에 자신의 음악을 총정리하는 위대한 3가지의 음악을 썼는데, 건반악기를 위한 '평균율 클라이버 곡집'을 썼고, 푸가를 쓰는 법에 대한 '푸가의 예술'을 썼으며, 바로크 미사곡을 총정리하는 의미에서 바로 이 '미사 b 단조'를 썼던 것입니다.

것저것 살펴보지 않고 주문을 했는데 배달된 타이틀은 상당히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하여 바하가 생의 후반부를 보냈던 라이프찌히, 그가 음악활동을 하였던 성 토마스 교회 바로 그 곳에서, '라이프찌히의 10일간의 바하 페스티벌'의 한 레퍼토리로 진행되었던 라이브 실황이라는 점입니다. 바하가 근무하면서 음악 감독(토마스 교회의 음악 감독을 특별히 Thomaskantor라 부른답니다.)으로서 음악의 모든 부분을 관장했던 성 토마스 교회의 바로 그 성가대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교회 신도가 아닌 바하 페스티벌을 즐기는 청중들이 250년 전 그 곳을 울렸을 소리를 즐깁니다.

이날 연주에 참가한 합창단은 바하 시대에 이 지역 합창 음악의 모든 것을 담당하던 토마스 교회 합창단(Thomanerchor Leipzig)입니다. 바하가 손수 훈련시키고 지휘했던 바로 그 합창단이죠.

랍게도 이 토마스 교회 합창단은 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212년에 설립되었으니 거의 800년이 되었죠. 800여년 동안 이 소년 합창단은 라이프찌히 시의 소속으로 라이프찌히의 음악 활동과 함께했으며 물론 교회 행사에 가장 많이 봉사해 왔습니다. 바하도 그 옛날 토마스 교회의 음악 감독(Thomaskantor)으로서 이 합창단을 훈련시키고, 예배 때마다 불려질 칸타타를 연습시켰을 것입니다. 다만 그 시절에는 10-20명에 불과하던 단원이 이제는 100여명으로 늘어났죠. 옛날에는 성가대에 여성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합창단이 소년 합창단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역사가 오랜 합창단이라도 아직 음악적인 훈련이 완벽하지 못한 소년들에게 바하의 미사곡은 아무래도 힘겨운 듯이 보입니다. 바하는 특히 합창곡에서 너무나 긴 소리를 한 호흡으로 노래하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변성기 이전의 어린 소년들에게는 힘겨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빠른 프레이즈에서는 호흡이 짧고 힘이 부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발음이 불안정하고, 호흡이 딸리며, 빠른 템포에 따라 올바른 음정으로 노래하기에 급급한 듯이 보이며 중음부가 공명이 부족하고 목에 걸린 듯한 소리를 냅니다.  

그러나 고음으로 가면 소리는 놀랄만큼 아름다워져서 꾸밈없이 청아한 미성의 보이 소프라노는 마치 천상의 목소리인 듯 들립니다. 장엄한 교회 내를 가득 울리는 은혜로운 목소리는 음악회가 아니라 실제 미사가 진행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듯 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무릎꿇고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경건함이 화면으로도 전달되어 옵니다. 어린이 티를 벗지 못한 아이에서부터 여드름이 돋은 소년들의 얼굴에서는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오로지 지휘자만 바라보며 노래에 몰두하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창부는 원래의 편성과는 좀 다른 편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 미사 b 단조에는 2명의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 베이스로 구성되는데 이날은 소프라노, 카운터 테너, 테너, 베이스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운터 테너가 제2 소프라노와 알토의 노래를 맡아서 부르는, 변형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소프라노 루쓰 홀튼(Ruth Holton)은 영국 태생이고 캠브리지의 Clare College에서 공부한 이로서 바로크, 고전파 음악을 주된 레퍼토리로 하는 가수입니다.

카운터 테너를 맡은 마티아스 렉스로스(Matthias Rexroth)는 독일 태생으로 처음에는 오보에를 전공하다 카운터 테너로 바꾼 케이스입니다. 여러곳의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촉망받는 카운터 테너입니다.

테너의 크리스토퍼 겐즈(Christoph Genz)는 놀랍게도 바로 토마스 소년 합창단 출신입니다. 켐브리지의 킹스 칼리지에서 공부하고 촉망받는 테너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가수들인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성악가에서 느낄 수 있는 노련함, 원숙미 등은 없지만 젊은 연령의 독창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싱싱하고 정결한 목소리에서 경건함이 느껴집니다.

베이스를 맡은 성악가는 나이가 좀 들어 보입니다. 크라우스 메르텐스(Klaus Mertens)라는 성악가인데,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발성으로 엄숙하고 장중한 미사의 분위기를 잘 살려 내고 있습니다. 독일 태생의 성악가로 바로크 음악, 그 중에서도 특히 바하 음악에 뛰어난 기량을 보인다고 합니다.

독창자들 끼리의 화음이나 합창 파트와의 화음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같이 노래를 불러오던 사람들처럼 잘 어우러집니다. 이들이 모두 바로크 음악, 특히 바하 음악에 뛰어난 소리를 내는 이들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재의 Thomaskantor인 게오르그 크리스토프 빌러(Georg Christoph Biller)가 지휘하는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있는 연주 단체답게 독창, 합창과 완벽하게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토마스 교회의 성가대는 뒤쪽의 이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일반 미사라면 예배자의 뒤쪽에서 음악이 연주되겠지만 이날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석을 좌우로 마주보게 배치하여 청중들의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음악이 들리게 하는 독특한 좌석 배치를 사용하였습니다. 소리가 앞쪽이 아닌 옆에서 들리게 되면 좀 어색할 수도 있으나 몸을 악간만 옆으로 틀면 비스듬히 소리가 들리게 되고 또 2층에 위치한 성가대의 소리가 천장에서 한 번 반사되면서 청중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형식이 되어 흡사 천상의 소리처럼 들리게 하는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음은 상당히 정직하게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인위적인 음원의 편집이 없어서 언뜻 듣기에는 밋밋하지만 정직한 편집이 오히려 미사곡의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시각적인 효과가 없이 소리만 녹음된 CD라면 그저 평범하기만 했을 앨범이지만 250년 전 바하가 봉직했던 바로 그 교회의, 바로 그 성가대에서 그때의 미사 분위기를 재현해서 열리는 음악회라는 역사적 의미와, 유서 깊은 교회의 시각적 효과가 이 앨범의 소장 가치를 높혀줍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중간중간 삽입되는 교회 내부의 스탠드 글래스, 조각상, 종교화 등은 미사곡의 종교적 분위기를 깊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타이틀을 시청하고 15년 전의 그 LP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 독일 Archiv 사에서 나왔고, 칼 리히터가 지휘하는 뮌휀-바하 오케스트라, 뮌휀-바하 합창단의 연주이고 독창자는 마리아 슈타더(Maria Stader, soprano), 헤르타 퇴퍼(Hertha Topper, tenor), 에른스트 헤프리거(Ernst Haefliger, tenor), 키스 엥엔(Kieth Engen, bass),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 Dieskau, bass)입니다. 쟁쟁한 면면입니다. 이 음반은 자타가 공인하는 칼 리히터 표 명반입니다. 역시 DVD보다는 훨씬 연주의 깊이가 있고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독창자들의 역량도 좀더 뛰어난 듯하고 합창단도 훨씬 원숙합니다(성인들로 이루어진 바하 전문 합창단이니 당연하겠지요).

러나 이 앨범에서는 칼 리히터 음반에서는 찾을 수 없는 청아함과 순수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바하가 봉직했던 250년 전의 바로 그 교회에서 그가 지휘했던 그 합창단에 의해 울려퍼지는 미사 b단조라는 점일 겁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J.S. Bach, Mass in B minor

 1. Hymn to Pentecost, Spiritus sancti gratia

1부(Missa)
 2. Mass in B minor, BWV 232, Kyrie-Chorus : Kyrie eleison
 3. Mass in B minor, BWV 232, Kyrie-Aira(S1,S2) : Christe eleison
 4. Mass in B minor, BWV 232, Kyrie-Chorus : Kyrie eleison
 5.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Chorus : Gloria in excelsis Deo
 6.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Chorus : Et in terra pax
 7.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Aria(S2) : Laudamus te
 8.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Chorus : Gratias agimus tibi
 9.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Aria(Duetto)(S2,T) : Domine Deus
10.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Chorus : Qui tollis peccata mundi
11.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Aria(A) : Qui sedes ad dexteram Patris
12.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Aria(B) : Quoniam tu solus sanctus
13. Mass in B minor, BWV 232, Gloria-Chorus : Cum Sancto Spiritu

2부(Symbolum Nicenum)
14.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Credo in unum Deum
15.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Patrem omnipotentem
16.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Aria(Duetto)(S1,A) : Et in unum       Dominum
17.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Et incarnatus est
18.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Crucifixus
19.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Et resurrexit
20.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Aria(B) : Et in Spiritum Sanctum
21.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Confiteor unum batisma...
22. Mass in B minor, BWV 232, Symbolum Nicenum-Chorus : Et exspecto resurrectionem

23. Prayer to Pentecost, Dominus vobiscum

3부(Sanctus)
24. Mass in B minor, BWV 232, Sanctus-Chorus : Sanctus

4부
25. Mass in B minor, BWV 232, Sanctus-Chorus : Osanna in excelsis
26. Mass in B minor, BWV 232, Sanctus-Aria(T) : Benedictus
27. Mass in B minor, BWV 232, Sanctus-Chorus : Osanna in excelsis
28. Mass in B minor, BWV 232, Agnus-Dei-Aria(A) : Agnus Dei
29. Mass in B minor, BWV 232, Agnus-Dei-Chorus : Dona nobis pacem

총 연주 시간 1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