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는 TV 드라마를 아십니까? 이 드라마를 보려고 동네 아줌마들이 저녁 설거지를 서둘러서 하고 이웃집으로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TV를 가진 녀석에게 잘 보여야 만화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중요한 운동 경기 중계가 있을 때면 TV를 가진 집은 앞마당을 동네 사람에게 개방해야 했습니다. 30여년 전, 저의 초등학교 시절 풍경입니다. 영화관 구경은 연례 행사였습니다. 고등 학생이 되면서 용돈에 조금은 여유가 생기게 되어 한 달에 한 두 번은 영화관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사 독재의 암울한 시절에 사춘기를 보내면서,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의 압박에 숨가빠 하면서 당시 대게의 또래들 처럼 저역시 유일한 탈출구는 음악과 영화였습니다. '주말의 명화'와, '명화 극장'은 '쓸데없는 것 보지 말고 일찍 잠이나 자라'는 부모님의 구박 속에서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지금도 기억에 깊이 남는 영화가 몇 개 있습니다. 사춘기의 여린 감성을 한껏 자극해 주었던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타워링', '죠스', '007 시리즈'등의 액션 영화가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SF영화 '스타워즈'가 있었습니다.

스타워즈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우르르 일어서는 관객들에게 밀려 출구 쪽까지 나왔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동으로 나가지 못하고 출구 한 켠에 비켜서서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그 유명한 주제 음악을 들으면서......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스타워즈 2편은 국내 개봉이 되지 않았고, 2편을 건너뛰고 본 3편, '제다이의 귀환'은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니면 2편과의 연결이 안되어서일까 하여튼 별다른 감동을 전해 주지 못했습니다. 이미 김이 빠진 상태에서 그 후에 비디오로 본 '제국의 역습'은 클래식 3편 중 가장 잘된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큰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영화관이 아닌 비디오로, 조그마한 TV 화면을 통해서 봤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요.

그런 스타워즈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에피소드 1이 발표될 당시 저는 이미 영화관에서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평범한 386이었습니다만, 스타워즈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봐야 된다는 일종의 강박 관념과 같은 생각에 애들과 같이 가서 봤었습니다. 옛날 고딩 때 보던 그 영화를 초딩인 두 아들과 함께 본 것이지요. 그러나 지방 소도시 영화관의 엉성한 화질과 음질은 그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던 그 스타워즈가 아니었습니다. 큰 스크린의 음향 효과 확실한 영화관에서 보면 참 좋겠다라는 아쉬운 기억만 가지게 했습니다.

작년 초에 시작한 저의 AV 생활은 저에게는 굉장한 사건이었고, 작년 가을 출시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그 전 해 허접한 영화관에서 봤던 이 영화를 완전히 다시 보게 해 주었습니다. '스타워즈'란 영화가 아련한 향수가 아닌 현실의 영화로 비로소 다시 태어난 듯 하였습니다. 에피소드 1의 부제는 저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아니라 '스타 워즈의 귀환'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다시 스타워즈의 팬이 되어 2편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고, 물론 올해 여름에 극장에서 봤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까지 나가서 말입니다. 그리고 DVD역시 출시되자마자 바로 구입을 했죠.

두가 너무 길었나요?
이미 다 아시는 사실이겠지만 스타워즈 이야기를 한 번 살펴볼까요?

스타워즈는 두 개의 큰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스토리는 천년간 지속되어 오던 연합국 체제가 내우외환 - 즉 내부의 부패와 다스 시디어스가 조종하는 무역 연합을 주축으로 한 분리주의 세력들의 분리 압력 - 에 시달리다가 드디어는 어둠의 세력에 의해 비참하게 무너지고 다스 시디어스를 황제로 하는 제국이 건설됩니다. 그 와중에서 제다이들은 오비완과 요다를 제외하고는 전멸을 하게 됩니다. 그 뒤 연합국의 재건을 꿈꾸는 잔당들(제국의 입장에서 보면)이 다시 세력을 모아 제국에 대항하는데, 우여 곡절 끝에 결국은 제국을 무너뜨린다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입니다. 당연히 이 와중에서 일어나는 각종 전투에서 수많은 SF기법과, 액션 씬들이 선을 보입니다.

또하나의 스토리 라인은 은하계의 기존 시스템이 악의 축에 의해 궤멸당하는 격변의 시기에,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를 비극적으로 살다간 '아니킨 스카이워커'라는 걸출한 영웅이 겪는 사랑 이야기, 가족 이야기입니다(완전히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문득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의 모체가 된 독일의 신화 속의 영웅 '지그프리드'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즉 스타워즈는 아나킨 스카이 워커를 중심으로 사랑과 전쟁, 선악의 갈등, 가족, 특히 부자간의 갈등이 비감하게 얽혀진 대 서사시라고 하겠습니다(너무 거창한가요?). 사실 저는 클래식 3부작만 보고서는 스타워즈의 주인공은 '루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에피소드 1,2가 개봉되고, 또 에피소드 3의 내용이 이미 공개된 지금에 있어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나킨 스카이워커' 즉 '다스 베이더스'라고 말해야 할 것 같군요.

피소드 1은 아나킨 스카이 워커의 유년 시절 이야기인데 에피소드 2는 이제 청년이 된 아나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출중한 재주를 가지고 있지만 내부에서 꿈틀대는 '끼'를 주체할 수 없는, 그래서 지켜보는 사람을 늘 불안하게 만드는 파다완 아나킨이 제다이의 길과 사랑의 길을 두고 갈등하다 결국은 사랑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쟁과 액션이라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 보면 은하계를 장악할 야심을 감추고 있던 다스 시디어스, 즉 팰퍼틴 의장이 드디어 그 이빨을 드러내는 시기입니다. 무역 연합을 주축으로 한 분리 주의자들을 부추겨서 연합국에 전쟁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를 빌미로 10여년 전부터 준비해 두었다가 실전 투입 시기만 엿보고 있던 클론의 군대를 합법적인 연합국의 군대로 승인받게 함으로써, 황제 등극과 제국 건설의 초석을 놓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에피소드 2, 클론의 전쟁입니다.

 

화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영화는 에피소드 1에서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이 됩니다. 여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상원 의원이 된 아미달라가 분리 주의자들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군대를 창설하자는 안건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의회에 참석하러 옵니다.

도착하자마자 암살자의 공격을 한 차례 받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미달라에게 오비완과 아나킨이 경호를 맡으면서 아나킨과 아미달라는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됩니다.

이들이 경호를 하는 중임에도 암살자의 2차 암살 시도는 이어지고, 오비완과 아나킨이 암살자를 추격하면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액션씬 중 하나인 추격씬이 시작됩니다. 영화가 시작된지 15분여만에 (채감상으로는 시작되자말자) 시작되는 이 추격씬은 007 시리즈를 연상하게 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벌어지는 이런 강력한 액션씬으로 인해  관객들은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당하고 영화에 깊이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많은 비행정(스피더)들이 등장하고, 아나킨과 오비원은 이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스릴을 맛보게 합니다. 중국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그래서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웃음이 날 정도로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이들이 누굽니까? 광선총도 칼(light saber)로 막아내는 전설의 제다이들 아닙니까? 포스는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면 박진감 넘치고,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결국 암살자의 배후를 밝히는데는 실패하고 독침만 유일한 단서로 확보를 하는데 그칩니다. 아미달라는 신변의 안전을 위하여 아나킨의 보호를 받으며 나부 행성으로 돌아오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 아나킨은 아미달라와 금지된 사랑을 키워갑니다. 한편, 오비완은 이 독침의 사용자를 밝히러 떠나게 되고 그 와중에서 클론의 군대가 연합국의, 그것도 제다이의 주문으로 비밀리에 양성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클론의 군대의 유전자 제공자가 현상금 사냥꾼인 '장고 팻'으로 아미달라의 암살 기도의 배후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장고팻을 뒤쫒던 오비완과 그를 지원하러간 아나킨, 아미달라가 무역 연합의 포로가 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게되자 드디어 연합국은 클론의 군대를 승인하고 모든 제다이와 클론의 군대를 파견하여 무역연합과 대규모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두쿠 백작의 뒤를 쫗던 오비완과 아나킨은 두쿠 백작과 대결을 벌이지만 역부족, 오비완은 부상을 입고 아타킨은 오른쪽 팔을 잃습니다. 이때 요다가 두쿠 백작과 일전을 벌입니다. 두사람은 한차의 양보도 없이 결전을 벌이지만 결국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요다가 오비완과 아나킨을 구하는 틈을 타서 두쿠 백작은 우주선을 타고 도망갑니다.

이 전투에서 연합군은 승리하지만 그것은 외형상의 승리일 뿐, 의회의 위원장 팰퍼틴은 합법적으로 클론의 군대를 사용할 명분을 얻게 되고 대규모의 클론의 군대가 열병을 하는 연합국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토록 열망하던 아미달라의 사랑을 얻게된 아나킨은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로봇팔로 대치된 손을 맞잡는 장면이 크로즈업 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게 되는데, 로봇손과 인간의 손을 마주 잡고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은 금지된 사랑의 비극적 앞날을 예고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비극적인 내용이 될 후편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작들과 구분되는 에피소드 2의 매력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제다이들의 광선검 싸움 장면이 많이 추가된 사실일 겁니다. 물론 에피소드 1에서도 제다이와 다스몰과의 광선검 대결 장면이 있었지만 에피소드 2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에피소드 2에서 광선검 전투 장면이 가장 볼 만한 장면이 된 데 대해 조지 루카스는 동양, 특히 홍콩 영화와 영화 감독, 배우들에게 큰 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오우삼, 이연걸, 성룡, 주윤발 등의 홍콩 감독, 배우들이 허리우드에 진출하면서 허리우드 액션(오노의 그것이 아닙니다.)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현대판, 미래판 무협지와 같은 영화들이 많이 탄생했지만 스타워즈도 그점에서는 확실히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실 클래식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선검 전투 장면은 전체 비중이나 시간도 물론이거니와 액션도 어슬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에피소드 2에서 보여주는 광선검 전투 장면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중국 무협 영화에 견줄만 합니다. 특히 모든 제다이들이 한꺼번에 전투를 벌이는 장면과 요다와 두쿠 백작이 벌이는 결투 장면은 장관입니다. '나는 광선검만 징징거려도 무조건 좋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광선검은 제다이의 상징이고, 스타워즈의 상징입니다. 이 광선검 전투 장면 하나만 해도 에피소드 2를 소장할 가치는 충분할 것입니다. 또한 암살범 추격씬에서도 나뭇가지 사이를 붕붕 날아다니는 중국 무협지 또는 무협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지 루카스는 에초의 스타워즈를 서부 활극과 일본의 사무라이 이야기를 결합한 이미지로 구성을 했다고 했는데, 그 큰 줄거리는 그렇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에피소드 1, 2에서 액션을 연출하는 기법을 보면 중국 무협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추격씬입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도심에서의 스피더 추격씬과 중반부에서 오비완이 장고펫을 추격하면서 우주에서 벌이는 추격씬은 관객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에피소드 1에서 보여주는 포드 레이스에 못지 않는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스타워즈에 추격씬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조지 루카스의 개인적 취향이 작용했을 듯합니다. 영화를 전공하기 전 그는 카레이서를 꿈꾸었고 실제로 고향 동네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입상까지 했다고 하고 사고만 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영화 제작자 대신에 카레이서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지 루카스의 이런 카레이싱에 대한 애정이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편에 이어서 등장하는 수많은 종류의 우주선과, 공중을 오가는 비행선들을 보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실제 거리의 모습을 찍은 듯 다양하고 독창적인 모습의 비행선들과 이들의 정교한 움직임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또한 스타워즈의 오랜 전통이자 자랑이기도 한 다양한 모양의 외계 생명체들을 보는 눈요기 또한 쏠쏠합니다.

은 획기적인 촬영 기법과 컴퓨터 그래픽, 새로운 음향 기술의 적용등으로 기대와 찬사를 한몸에 받은 스타워즈 return은 그러나 한 편으로 많은 비판도 받았습니다. 에피소드 1에서 스타워즈가 가장 비판을 많이 받은 부분은 바로 스토리였습니다. 아무 내용 없이 컴퓨터 그래픽 화면만 쏟아내 놓는 2류 영화라는 비판도 받았죠. 클래식 3부작에서 보여준 진지함 속에서 유머와 위트가 빛나는 영화가 아니고 우스꽝스러운 공상과학 에니메이션 비슷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현란한 특수 효과와 숨쉴틈없이 쏟아지는 볼거리들, 특히 포드 레이스와 같은 대규모 레이싱씬으로 관객을 정신 못차리게 함으로써 이런 단점들을 겨우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워즈란 대 서사시를 구상한 것은 물론 조지 루카스입니다. 그러나 그는 천성적으로 최고의 스토리 작가는 못되는 듯 합니다. 지난 20여년간 메가폰을 놓고 제작자로만 활동해온 그가 의욕적으로 연출과 시나리오를 쓴 에피소드 1이 이런 비판을 많이 받자 그는 에피소드 2의 시나리오를 베테랑 전문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단 헤일스(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작가)에게 맡겼습니다(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확인해 본 바로는 스토리를 조지 루카스가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찾은 자료와 좀 다르더군요.). 이렇게 만들어진 에피소드 2는 에피소드 1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스토리는 탄탄해 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피소든 2에서도 여전히 가장 딸리는 것은 스토리인 듯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 스토리에 있어 가장 부자연 스러운 것은 아나킨과 아미달라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두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10년동안 제다이 수업을 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헌신하고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가족간의 유대마저 단절하기를 요구받던, 그야말로 수도승과 같은 생활과 가치관을 요구받던 제다이 수련생, 그리고 여왕의 지위를 거처 상원의원의 자리에서 제다이와는 또 다른 입장에서 공인으로서의 생활이 거의 전부였던 아미달라. 이 둘이 자신의 지위를 버리면서 사랑을 이루려면 뭔가 강력한 그 무슨 FEEL 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 FEEL을 느끼게 하는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아나킨과 아미달라가 원형 검투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아미달라가 사랑을 고백하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나옵니다.

죽음을 앞두고,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힘을 느끼고 금지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당연히 느껴져야할 비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대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이런 영화에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두 마리 토끼처럼 애초부터 한꺼번에 달성하기 힘든 목표였는지도 모릅니다. 두사람이 들판에서 뛰어놀며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는 장면에서는 60년대 우리나라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소나무 사이를 뛰어가면서 '날 잡아봐라'하는 식의)이 떠오르기까지 하더군요.

그 원인은 어디 있을까요? 저는 그 원인을 에피소드 1에서 찾아 봅니다. 에피소드 1에서 아미달라 여왕의 나이는 14세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나킨은 9세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에피소드 1을 촬영할 당시, 나탈리 포트만의 나이는 16세였으며, 아나킨은 7세였습니다. 또한 여왕이라는 직책상 분장을 어른스럽게 하는 바람에 화면상으로보는 그녀의 나이는 거의 20세 가까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아나킨의 나이 또한 원래의 시나리오에는 12세로 되어 있었지만 내용의 전개상 9세 정도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 되었고 배우의 실제 나이는 7세였습니다. 영화에서도 아나킨의 나이는 7세 정도로밖에 안보입니다. 따라서 설정상의 두사람의 나이차이는 5살 정도이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나이차이는 10세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같은 경우에. 이런 이미지가 10년이 지난 설정인 에피소드 2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사람 사이의 사랑이 어색해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또한 좀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제다이라는(사랑에 빠져서는 안되는) 아나킨의 신분과 의원이라는 아미달라의 지위 또한 두사람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부분의 스토리들은 아주 세밀하고 치밀한 맛은 없으나 비교적 무난한 듯 합니다. 그냥 스펙타클한 화면과 웅장한 음향을 즐기면서 따라가면 됩니다.

영화는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질이 극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 눈으로 확인해 본 화질은 약간은 실망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DVD 화질을 놓고 본다면 아주 좋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그런 예리한 해상도는 보여주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전에 나왔던 화질이 아주 좋은 타이틀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한계는 DVD 매체와 TV(저의 경우 프로젝션 43")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HD TV신호라도 일반 TV로 보면 거기서 거기이듯 말입니다.

질은 상당히 뛰어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초반의 추격씬이나 후반의 전투씬에서 사방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이나 총알의 효과음이 확실하게 잘 살아나서 아주 실감있는 음향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7.1체널을 갖추어 놓지를 못했지만 7.1체널을 완벽하게 구현해 놓으신 분들은 훨씬 생생한 음향을 즐기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의 배경 음악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이 끊어지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전투 장면이든, 조용히 대화하는 장면이든, 왁자지껄한 식당이든간에 항상 어디선가 끊임없이 음악이 울려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흐름이 이야기 전개와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어져서 관객들이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것도 놀랍습니다. 단, 마지막 부분에서 오비완, 아나킨, 아미달라 이 세사람이 로마의 검투장 같이 생긴 스타디움에서 괴물들의 공격을 받을 때 초반에 잠시 음악이 들리지 않는데, 이는 아마도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초반에 잠시 끊겼던 음악은 세사람이 모두 뿔달린 괴물의 등에 올라타고 수세가 공세로 바뀌면서부터 다시 장중하게 흘러 나오기 시작합니다. 음악과 내용의 절묘한 조화또한 눈여겨 봐야할 포인트 중의 하나입니다. 음악을 맡은 영화 음악계의 거장 존 윌리암스의 실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개봉하면서 각 극장들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음향 시스템을 요구했었다고 하고, 돌비 디지털 THX시스템의 개발에 조지 루카스가 깊이 관여했다는 이야기들은 이미 들었었지만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것이 무척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음향에 있어 한가지 불만인 것은 서브우퍼의 볼륨 문제입니다. 전투씬이나 추격씬에서 서브 우퍼가 너무 울어대는 통에 도저히 볼륨을 그대로 둘 수가 없더군요, 아래, 윗 집 눈치가 보여서 말입니다(아파트 생활자의 비애죠). 그러나 그런 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전체적인 볼륨이 또 너무 작아져서 볼륨을 다시 올려야 합니다. 심지어는 늦은 시간에는 우퍼를 아예 끄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서브 우퍼의 설정을 off로 하고 봐도 전체적인 볼륨을 조금 키워 놓으니 제법 양감있는 저음이 나오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이 이 타이틀의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또 미국의 시청자들은 개인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아서 서브우퍼의 양감있는 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볼륨에 비해 서브 우퍼가 과다하게 울어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방음 대책이 안 되 있는 아파트 생활자들이라면 이 타이틀을 볼 때는 서브우퍼의 볼륨 셋팅을 조금 낮춰서 보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가지 딴지를 한 번 걸어 볼까요? 원래 이런 영화는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습니다. 어차피 모든 것이 허구고, 속된 말로 풍이니까요. 특히 이런 공상 과학물들은 풍 중에서도 왕풍이니까 너무 따지는 것은 좋지 않죠.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따져보고,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쏠쏠한 것이 사실입니다. 옥의 티 찾기라고 할까요?

제다이들의 초능력에 가까운 활약에 대해서는 딴지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포스로 무장된 초능력자들이니까요. 포스가 못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제다이들의 대규모 전투씬에서 전사하는 제다이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딴지를 걸려면 포스와 관계없는 부분에서 걸어야 합니다. 제가 이것만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서 영화를 본 것이 아니므로 많이 찾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보다가 이상하게 생각된 것 몇 개만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먼저 추격씬에서 아나킨이 암살자를 쫓다가 지름길로 간다고 갔지만 결국은 놓치고 맙니다. 그러다가 아랫쪽을 보던 아나킨이 '잠깐만' 하면서 훌쩍 뛰어 내립니다. 한참을 자유 낙하 한 끝에 쏜쌀같이 지나가는 암살자의 비행정을 올라 탑니다. 이정도 속도라면 가만히 서 있다가 부딪혀도 거의 박살날 정도일텐데 자유낙하하던 속도까지 더해진다면? 뭐 이정도는 제다이가 가지고 있는 포스의 힘이라면 가소로운 수준이라고 이야기 하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정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아나킨의 시선을 한 번 보십시오. 분명히 아랫쪽을 살펴보다 뛰어 내립니다. 그 뒤 제법 오랜 시간을 자유 낙하하다 암살자의 스피더 위에 착륙하는데,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던 스피더와 아니킨이 만나려면 뛰어 내릴 시점에서는 훨씬 먼 곳에 있었을 테니까 아나킨이 그 비행정을 바로 아랫쪽에서 발견해서는 도저히 타이밍이 맞지를 않을 겁니다. 즉 시선이 바로 아래가 아닌 상당히 비스듬한 아래를 쳐다보다 비행정을 발견했어야 자연스럽다는 말이죠. 좀 억지스러운가요? 아님 말고.

오비원이 클론의 군대를 발견한 직후 제다이 사원과 연락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제다이 사원이 있는 코루스칸트와 클론이 만들어지는 카미노 행성 사이는 39광년이나 떨어져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달려도 39년이나 걸리는 거리죠. 물론 비행선은 광속보다 빨리 달리는 걸로 설정이 되어 있으니 금방 갈 수 있다고 쳐도, 영상이나 음성 신호를 송신하는 것은 광속 이상을 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39광년 떨어진 곳에 전파를 송신하면 전파는 광속으로 전달되므로 39년 걸린다는 말인데, 영화에서는 바로 옆집과 통화하는 것과 꼭 같이 나옵니다. 시차가 단 1초도 나지 않습니다. 마주보고 이야기하듯이 전송된 영상과 요다와 윈두가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웬일? 빛의 속도로 달려도 39년 걸리는 거리에서 주고 받는 통신이 단 1초의 딜레이도 없다? 아무리 풍을 쳐도 최소한 몇시간, 아니 최대로 양보해도 몇분은 걸리지 않을까요? 이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심각한 오류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너무 많은 걸 알려 하지마. 다쳐!)

또 한가지, 요다와 두쿠 백작의 대결 장면 마지막에서 광선검 승부에 자신이 없어진 두쿠 백작은 아나킨과 오비완이 쓰러져 있는 바로 위쪽에 있던 거대한 구조물을 쓰러뜨리고, 요다가 그것을 포스의 힘으로 떠받치는 사이 도망을 갑니다. 그런데 이때 그가 도망을 가지 않고 요다를 공격했다면? 요다는 상당한 포스를 사용하여 이 구조물이 아나킨과 오비완에게 떨어지기 직전에 간신히 떠받칩니다. 이때, 만약 두쿠가 요다를 공격했다면 요다는 두쿠의 칼을 맞든지, 아나킨과 오비완을 포기하든지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요다가 과거의 자신의 스승이었기 때문에? 다스 시디어스가 아나킨을 죽이지는 말라고 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죠. 다스 시디어스가 황제로 등극하기 위해서 아직은 요다를 죽일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페셜 피쳐는 DVD로 영화를 보는 또하나의 즐거움, 그리고 영화가 도저히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특히 스타워즈 에피소드2의 셔플들은 내용이 상당히 충실해서, 그리고 자막 지원도 되기 때문에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스페셜 피쳐는 또하나의 디스크에 따로 제공이 되는데, 예고편, 다큐멘터리, 삭제 장면, 3가지 이야기, 웹다큐멘터리, 사진 자료 이렇게 6가지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나름대로 모두 볼만은 합니다만 삭제 장면에서는 그 장면이 원래 어떤 의도로 제작이 되었고 왜 삭제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설명이 덧붙혀져 있어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3가지 이야기는 스타워즈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 다른 줄기의 사랑, 액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스타워즈의 스토리 구조를 좀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스타워즈의 제작 뒷 이야기와 특수 촬영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소개가 됩니다. 무척 흥미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안보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마술의 비밀을 무척 알고 싶지만 막상 별 것 아닌 트릭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다음에 비슷한 종류의 마술을 볼 때 재미가 훨씬 반감하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특수 효과에 대한 것은 알고 싶기도 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기는 하지만 일단 알고 나면 비슷한 종류의 영화에 대한 재미와 신비감,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모든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 많이 떨어져서 그 전 같으면 틀림없이 감동받았을 영화나 음악에 대해서도 무덤덤하게 된 이 486세대가 이런 신비감 마저 없어져 버리면 에피소드 3에서는 무엇으로 감동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스페셜 피쳐는 상당히 많은 분량이어서 모두 시청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겠지만 진정한 스타워즈 팬이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볼 것 같습니다.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배경 지식이 없는, 전작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 본다면 그저 그런 영화일 수 있습니다. 39광년이나 되는 거리를 순식간에 왔다갔다하는 것, 그러면서도 그런 앞선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칼 하나 달랑 들고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야기, 그러면서 이상하다 싶으면 포스의 힘이라고 둘러대는......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이야기 구조를 일단 이해하고, 더군다나 어린 시절 클래식 3부작을 가슴 설래이며 봤던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징'하는 소리와 함께 광선검만 켜져도 마음이 설래이게 됩니다. 스타워즈는 따지면서 보는 영화가 아닙니다. 39광년 떨어진 곳에서 보내는 통신도 옆집에서 전화하는 것같이 보이는 '왕뻥'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에피소드 2는 이전의 시리즈들이 그랬듯이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에피소드 1,2는 모두 에피소드 3을 이야기하기 위한 전주곡에 불과합니다. 스타워즈 전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비극적이고 어두운 이야기가 될 에피소드 3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