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 이름을 아시나요?

학교 교육을 조금이라도 받은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요?

'음악의 아버지 바하'라는 문구와와 함께, 가발을 쓴근엄한 표정의 바하는 학교 음악실이나 음악책에는 빠지지 않는 인물화였습니다.

바로크 음악의 대가로서 클래식 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음악가.그러나 근엄한 표정의 초상화와 질서 정연한 대위법으로 대표되는 바로크 음악의 이미지는 바하의 음악을 딱딱하게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격식에 딱딱 들어맞는 거대하고 단단한 중세 건물들처럼 당당하고, 빈틈없이 완벽하지만 자유롭고 낭만적인 향기가 덜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죠.

바하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이런 막연한 인상은 그후 바하의 음악들을 다양하게 들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유명한 G선상의 아리아를 비롯하여 수많은 곡들이 낭만파 시대의 음악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었고, 미사 b단조와 같은 종교곡들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절절한 감동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들 중에서 바하의 음악에서 가져온 것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바하의 미뉴에트와 같은 곡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고 요즘도 끊임없이 리메이크 되고 있죠. 거의 300년 전의 음악가의 작품이 아직도 이렇게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하는 1685년 태어나서 1750년 사망했습니다. 65년을 살았으니 그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꽤 오래 살았던 셈입니다. 바하는 젊은 시절에는 바이마르와 쾨텐 등지에서 궁정 악장으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실내악, 오케스트라곡, 독주곡 들을 많이 작곡하였고 1723년부터는 죽을 때까지 라이프찌히에서 교회 소속으로 음악활동을 하면서 많은 종교 음악을 남겼습니다. 그는 말년에는 눈이 나빠져서 완전히 시력을 잃어 버렸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중학교 시절 음악책에 나왔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읜 그는 그의 형 집에서 자랐는데(7아들 중 막내랍니다.) 역시 음악가였던 형이 악보를 보여주지 않아 한밤중에 몰래 달빛에 의지하여 악보를 배끼다 시력이 나빠졌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이 노년의 시력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위대한 음악가의 음악에 대한 탄복할 만한 열정을 이야기해 주는 일화라 하겠죠.

그러나 바하의 음악은 그가 죽은 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지고 있었는데 거의 50년 후 모차르트에 의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베토벤을 비롯한 수많은 후배 음악가들에 의해 재조명되고 이들의 음악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하는 새로운 양식의 음악을 창조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까지의 서양 음악 양식을 모두 모아서 가장 완벽한 상태로 구축을 해 놓았고, 이 굳건한 토대위에 모차르트, 베토벤을 비롯한 후대의 기라성같은 음악가들이 그들의 재능을 활짝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하를 두고 음악의 아버지라 일컬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베토벤은 바하를 두고 "그는 실개천(바하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실개천이란 뜻이라고 합니다.)이 아니라 대해(大海)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서양 음악이 전부 소멸된다해도 바하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두 권만 남는다면 그것을 기초로 다시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하니 바하가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끼친 영향의 크기와 깊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기가 너무 딴데로 흘러 갔네요. 바하가 사망한 뒤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바하의 음악은 아직도 우리의 귀에 친숙한 음악으로 생명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해이기도 했지만 바하가 사망 2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해, 그가 말년을 보냈던 라이프찌히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International TV-event의 '24Hours Bach'가 바로 그것입니다. 바하가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성 토마스 성당이 바라 보이는 라이프찌히의 야외 시장에서 진행된 24시간 동안의 바하 음악회였는데, 이 중 바비 멕페린을 비롯한 몇몇의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2시간 가량의 공연분이 DVD로 편집되어 출시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려고 하는 타이틀입니다.

이 타이틀에는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목소리의 달인 바비 멕페런을 비롯하여 정통 클랙식 음악가들과 재즈 음악가들이 차례로 나와 자기의 스타일로 재해석된 현대적인 바하 음악을 들려 주고 있습니다.

너무나 다양하게 재해석된 바하! 때로는 원전대로, 때로는 현대적, 전위적으로 또 때로는 코믹하게 연주되는 바하! 그래서 음악회의 이름도, 타이틀의 이름도 '스윙잉 바하(Swinging Bach)'입니다. DVD에 수록된 124분의 시간동안 많은 음악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번갈아 가면서 몇 번이나 무대에 다시 등장하여 다양한 바하의 음악들을 연주해 줍니다. 이들이 등장하는 전면 무대도 큰 무대와 작은 무대 이렇게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대도 Swing하는 셈이죠.

자 그럼 이 음악회에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을 순서대로 한 번 살펴볼까요?

무대는 '저먼 브라스(German Brass)'가 들려주는 '콘체르토 D장조(BWV 972) 1악장'으로 시작됩니다. 라이프찌히 광장 주위의 건물 이층 베란다에 브라스 밴드들이 배치되어 훌륭한 앙상블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원래는 현악기들이 연주했을 부분들을 트럼펫, 트럼본, 호른 등의 금관악기들이 현악의 섬세함을 뺨칠 정도의 유려한 테크닉에다 강렬한 금관의 힘까지 담아서 들려 주고 있습니다. 원래 브라스 밴드라면 행진곡 등의 박력있는 음악을 연상시키는데, 이런 섬세한 바하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무척 이색적이고 인상깊습니다.

이 밴드는 이후에도 여러번 등장하여 이곡의 3악장과 우리들의 귀에 너무나 익숙한 '토카타와 푸가 D단조(BWV 565)', '브란덴 브루크 협주곡'등을 들려줍니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하고 깊고 부드러운 소리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브라스 밴드로 연주되는 토카타와 푸가는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건반 악기로도 쉽지 않을 빠른 프레이즈를 아무렇지도 않게 스르륵 연주해 내는 금관악기 주자들의 실력이 놀랍고 밤하늘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앙상블이 사랑스럽습니다.

음으로는 중앙 무대에서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관현악 모음곡 1번, C장조(BWV 1066)'를 들려 줍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의 탄탄한 연주, 나무랄데 없습니다. 대편성이 아닌 소편성의 악기 구성, 건반악기로 피아노가 아닌 하프시코드의 사용 등에서 바하 음악을 제대로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 오케스트라 역시 이후에 여러 차례 등장하여 연주를 들려주고, 길 샤함, 아델 앤소니, 바비 멕페런, Jiri Stivin등의 독주자와 협연을 하면서 음악회 전체를 통해 정통 바하 음악의 탄탄한 틀을 유지해 나가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음으로 초대된 연주 단체는 자끄 루시에 삼중주단입니다. 이 단체는 바하의 음악을 비롯한 클래식 음악을 재즈 기법으로 재탄생시켜 연주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내한 공연도 했다죠? 특히 레퍼토리 면에서는 1959년 첫 번째 바하 연주 앨범을 내면서 재즈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후 꾸준히 바하 음악을 연주해 오고 있는 바하 전문 연주 단체입니다.

수십년간 바하 음악을 주제로 한 재즈 연주를 해온 그룹답게 과연 이들의 연주는 한치도 빈틈이 없습니다. 바하 음악의 완벽한 재즈화라고 할까요? 바하 음악에 상당한 조예를 가지지 않으면 품위있는 재즈곡이라고만 생각할 정도로 바하의 푸가(푸가 제 5번, D장조, BWV 850)를 연주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로크 음악의 단아함을 잃지 않고, 피아노와 더블베이스, 드럼의 완벽한 조화 또한 환상적이어서 어디 한구석 흠을 잡을 데가 없습니다. 흡사 아주 잘 재단된 맞춤옷을 입은 사람처럼, 이날 이 연주회에 참석한 그 어떤 아티스트 보다 바하라는 옷이 몸에 가장 잘 맞는 연주 단체인 것 같습니다.

그 뒤에도 이들은 바비 맥페린과 함께 바하의 칸타타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눈떠라 부르는 소리 있어 BWV 140)'를 연주하는데 맥페린의 목소리와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내며 '목소리를 위한 작은 콘체르토'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 뒤에도 이들은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D 장조(BWV 1068) 중 가보트', '피아노 협주곡 D 장조' 등을 연주해 주는데 연주회를 통틀어 가장 바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연주 단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회의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는 바이올린계의 젊은 거장 길 샤함과 그의 아내이자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델 앤소니이 초대되었습니다. 이들은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BWV 1043), 1악장 비바체'를 들려 줍니다. 이 협주곡의 1악장은 독주부와 합주부가 유니슨으로 연주되는 부분이 많아 이들의 연주 실력을 빛나게 할 부분은 적었지만 틈틈이 보여주는 독주 부분에서 세계적인 연주자의 빈틈없는 솜씨를 보여줍니다. 부부라서 그런지 두 독주자의 호흡도 너무나 잘 맞습니다.

이들 부부는 몇 스테이지 뒤에 다시 등장하여 같은 곡의 3악장, 알레그로를 들려줍니다. 3악장은 1악장과는 달리 독주 악기의 연주가 좀더 드러나 보이는, 그래서 1악장보다는 더 콘체르토다운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역시 훌륭한 앙상블과 완벽한 테크닉을 보여줍니다. 바하 시대의 협주곡은 아직 완전한 형식을 갖추지를 못했기 때문에 후대의 그것처럼 독주악기의 화려한 기교를 돋보이게하는 카덴짜 등이 없고 독주악기의 역할도 적은 편이어서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좀 더 드러내주질 못하는 것이 약간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귀가 불뿜는 보잉이 필요한 고전, 낭만파 시대의 협주곡들에 길들여진 탓이겠죠.

음 순서는 바비 맥페린의 순서입니다. 천상의 소리같은 미성으로 때로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빠름으로, 때로는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고난도의 음악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목소리의 마술사. 바비 맥페린에게 붙혀지는 수사들입니다. 우리에게 'Don't Worry Be Happy'라는 곡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체계적인 클래식 음악 수업으로 다져진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요요마 등 정상급 클래식 주자들과 협연하기도 하는 등 장르를 넘어선 활동으로 클래식과 대중 음악 양쪽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걸출한 뮤지션입니다.

이날 바비는 여러곡의 바하 음악을 선보이는데 첫 무대에서는 저 유명한 'G선상의 아리아'를 들려 줍니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은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D장조, Air(BWV 1068)'로 현악 합주의 형태로 된 오케스트라 곡입니다. 그런데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현만 사용해서 연주하도록 편곡한 뒤 'G선상의 아리아'라는 부제가 붙게 되었습니다. 일설에는 이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할 때 G선을 제외한 나머지 선들이 모두 끊어져서 할 수 없이 G선만 사용해서 연주했다고도 하는 믿거나 말거나 통신도 있습니다. 바하의 음악 중 가장 잘 알려진 곡 중의 하나이죠.

바비는 이 'G선상의 아리아'를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서 스켓송으로 부릅니다. 목소리가 바이올린이 된 셈이죠. 그의 아름답고 유려한 소리는 오케스트라와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우리의 목소리와 가장 음색이 가까운 악기가 바이올린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비가 부르는 'G선상의 아리아'는 바이올린 소리보다 더 좋습니다. 한 손에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춤추는 듯한 부드러운 동작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무대에서 바비는 자끄 루시에 삼중주단과 함께 바하의 칸타타 '눈뜨라 부르는 소리있어(BWV 140)'를 주제로한 즉흥곡을 부르기도 하고 관중들 앞에서 혼자서 반주악기 하나 없이 바하의 복잡한 기악곡들을 재현해 내기도 합니다. 한사람의 목소리로 갖가지 악기의 소리와 효과음들을 처리해내는 기교에는 그저 고개가 절래절래 흔들릴 뿐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관중들에게는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부르게 하고 자신은 그 노래의 반주로 쓰인 바하의 '평균율 클라비아곡집 제 1권 제 1번 C장조'의 전주곡 부분을 불러 관중들과 함께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끝까지 불러 내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반주부를 맡은 바비도 그렇지만 멜로디 부를 맡은 청중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높은 음악 수준이 참으로 좋아 보입니다. 라이프찌히 시민들의 높은 음악적 소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음으로 펼쳐지는 무대는 상당히 독특한 무대인데 5대의 색소폰으로 이루어진 '퀸테상스 색소폰 5중주단'의 색소폰으로만 연주하는 '푸가 푸가 G단조'입니다. 같은 테마가 계속 반복되는 푸가를 5대의 다양한 음역의 색소폰들이 번갈아가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참으로 색다른 시도입니다. 이들이 연주하는 바하 아주 현대적인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이들은 나중에 다시 등장하여 토카타와 푸가를 주제로 한 'Toccata & Funk & Choral'을 들려 주기도 합니다.

악 사중주단으로는 '터틀 아일랜드'라는 현악 사중주단이 초청되었군요. 'Bach's Lunch', 'Snow What'이라는 제목이 붙은 바하 주제에 의한 변주곡들을 들려 줍니다. 주제는 바하지만 연주 스타일이나 편곡 형식은 거의 현대 전위 음악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입니다. 바하가 들으면 깜짝 놀랄 듯합니다. 이들은 나중에도 다시 등장하여 'Seven steps to Bach'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다시 들려 줍니다.

스 싱어즈도 초대되었군요. 캠브리지의 킹스 칼리지의 동창들로 구성된 이 세계 최고의 남성 아카펠라 그룹의 명성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이들은 'Deconstructing Bach'란 제목으로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 ' G선상의 아리아' 등의 멜로디에 코믹한 가사를 붙혀서 재미있게 노래해 청중을 즐겁게 해 줍니다. 그러나 딴 단체와는 달리 이들은 더 이상 무대에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을 줍니다.

iri Stivin이라는 아주 다재다능한 뮤지션이 그의 악단과 함께 참가하였군요. Jiri Stivin은 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관현악 모음곡 제 2번 B단조(BWV 1067) 미뉴에트'를 연주합니다. 여기서 그는 뛰어난 플루트 연주를 보여줍니다. 연주 기법은 완전한 정통 클래식 기법입니다. 그런데 이 연주가 끝나가면 바로 옆에 마련된 무대에 불이 켜지면서 그의 악단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곡을 연주하고 그는 플루트를 연주하면서 슬슬 걸어서 옆의 무대로 자리를 옮겨서 그의 악단과 함께 다음 곡을 연주하는데 이번에는 음악의 분위기가 완전히 재즈로 바뀌어 버립니다. 재즈 매들리를 연주하는데, 자유분방한 리듬과 연주 기법이 이전 곡과는 완전히 딴 판입니다. 이어지는 또다른 매들리에서는 색소폰으로 악기를 바꿔서 연주하기도 하는 등 놀라운 연주 능력을 보여 줍니다. 이 뮤지션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놀랍게도 '텔레만'이 작곡한 '리코더 모음곡 A단조'를 녹음한 음반이 나와있더군요. 도대체 몇 가지의 악기를 다룬다는 말인가요?

비 맥페린의 원맨 보이스 쇼가 끝나자 분위기는 슬슬 종점으로 가는 듯 합니다. 저먼 브라스의 '브란덴 브르크 협주곡'과 자끄 루시에 삼중주단의 '피아노 협주곡 D장조'의 연주가 이어집니다. 그러고 나면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모여서 마지막 곡,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D장조(BWV 1068)' 중의 'Gigue'를 연주하면서 무대는 막을 내립니다. 물론 24시간 공연이니 딴 프로그램이 뒤를 잇겠지요.

 

날 라이프찌히 광장에는 이슬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연주회 시작 때부터 약간씩 내리기 시작한 비가 시간이 갈수록 굵어져서 나중에는 우산을 쓴사람, 우의를 입은 사람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한 이 광장에는 아무런 의자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모든 관객들이 서서 음악회를 관람해야 했습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찌히 야외 시장을 꽉 매운 관중들은 누구하나 자리를 뜨지 않고 바하의 추종자들이 선사하는 즐거운 귀의 향연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부러운 모습입니다. 문득 동구권의 이름있는 문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비싼 음악회 티켓 사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하루이틀에 이루어 내기 힘든 유서깊은 음악 문화입니다.

 

하가 만약 이날 음악회를 봤다면 과연 무엇이라 했을까요?
자기의 음악인줄 알아차리지 못한 곡도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바비 맥페린과 자끄 루시에 삼중주단이 같이 연주한 바하의 칸타타 '눈떠라 부르는 소리있어'의 원곡을 찾아서 들어봤지만 이들의 즉흥 연주와 유사점을 잘 찾기 힘들 정도더군요.

바하가 자기의 음악을 이렇게 훼손한데 대해 화를 낼까요? 예전에 카라얀이 살아 있을 때 카라얀의 자의적인 음악 해석을 혹평하는 비평가들 중 어떤 이는 "베토벤이 살아있어 카라얀이 연주하는 그의 교향곡을 듣는다면 기절초풍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날 만약 바하가 이 음악회를 봤다면 화를 내기 보다는 250년의 세월을 건너뛰는 그의 음악의 도도한 생명력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요? 그 어떤 예술 장르의 그 어떤 예술가가 25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날에도 이렇게 세계인의 생할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쉴 수 있을까요? 이날 저녁 이들이 들려준 다양한 바하 음악은, 음악이란 것이 그 스스로가 생명력이 있어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작곡가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하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거부감없이 보여준 'Swinging Bach!'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일청의 가치가 있는 앨범입니다.

이 앨범의 화질과 음질은 상당히 좋습니다. 야외에서, 밝은 조명이 별로 없이 개최된 음악회임을 감안한다면 화질은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향면에서는 음악 타이틀이 그렇듯 리어 스피커는 박수 소리 이외에는 별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현장 실황을 두고 리어 스피커의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오히려 인위적인 리어 스피커로의 음원 삽입은 현장감을 떨어뜨리는 일일 뿐이니 문제될 것이 없고 프론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질은 야외 실황 녹음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별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이 앨범은 자칫하면 클래식 음악 팬과 팝 음악 애호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앨범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보다는 모든 계층의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 들을 수 있는 크로스 오버의 모범을 보여주는 타이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록곡

 1. Concerto in D major, BWV 972, 1st movement, Allegro
(German Brass)

 2. Orchestra Suite No.1 in C-major, BWV 1066, BoureeⅠ/Ⅱ
(GHO Leipzig, Christian Gansch)

 3. Fugue Nr.5 in D major, from the “Well-Tempered Clavier”
(Jacques Loussier Trio)

 4. Concerto for 2 violons in D minor, BWV 1043, Vivace
( Gil Shaham, Adele Anthony, GHO Leipzig, Christian Gansch)

 5. Toccata and Fugue in Dminor, BWV 565
(Germans Brass)

 6. Orchestra Suite No.3 in D-,ajor, BWV 1068, Air
(Bobby McFerrin, GHO Leipzig)

 7. Concerto in D major, BWV 972, 3rd movement, Allegro
(German Brass)

 8. Fudge Fugue in G minor
(Quintessence Saxophone Quintet)

 9. Concerto for 2 violins in D minor, BWV 1043, Allegro
(Gil Shaham, Adele Anthony, GHO Leipzig, Christian Gansch)

10. “Bach’s Lunch”, Variations on Themes by J.S.Bach
(Turtle Island String Quartet)

11. “Snow what”
(Turtle Island String Quartet)

12. “Deconstructing Johann”
(King’s Singers)

13. Improvisation on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Bobby McFerrin, Jacques Loussier Trio)

14. Orchestra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 Gavotte
(Jacques Loussier Trio)

15. Toccata & Funk & Choral
(Quintessence Saxophone Quintet)

16. “Seven Steps To Bach”
(Turtle Island String Quartet)

17. Orchestra Suite No.2 in B minor, BWV 1067, Menuet/Badinerie
(Kiri Stivin, GHO Leipzig, Christian Gansch)

18. Jazz Medley part A
(Jiri Stivin & Collegium Quodlibet)

19. Jazz Medley part B
(Jiri Stivin & Collegium Quodlibet)

20. Improvisation
(Bobby McFerrin)

21. Brandenburg Concerto No.3, BWV 1048
(German Brass)

22. Concerto for piano in D major
(Jacques Loussier Trio)

23. Orchestra Suite No.3 in D major, BWV 1068, Gigue
(Bobby McFerrin, Gil Shaham, Adele Anthony, Jiri Stivin, GHO Leipzig, Christian Gans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