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에서의 일정은 끝나고 오늘부터는 몇군데 관광을 하는 일정입니다.
오늘부터
이틀은 골드코스트에서 보내고 그다음은 시드니 근처의 블루 마운틴과
시드니 시내를 둘러볼 작정입니다.
골드코스트는 퀸즈랜드 주의 주도 브리스번의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는 호주 제일의 휴양 도시입니다. 길고 그림같은 해변, 맑고 온화한 날씨, 잘 갖추어진 위락시설, 쇼핑상가 등으로 일년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왼쪽의 지도에서 보듯 뉴캐슬은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160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골드코스트는 여기서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자동차로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시간이 넉넉지 않은 저로서는 비행기를 타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행기도 뉴캐슬에서 바로가는 것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시드니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11시 10분인데 시드니까지 두시간 이상 걸리므로 7시 경에는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드니에서 뉴캐슬로 올 때 이용했던 코치를 다시 이용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차가 왔는데 운전수는 딴 사람입니다. 이 이는 무슨 볼일이 있는지 운전석 옆에 자기 아내를 대동하고 왔습니다. 우리를 태운 뒤 딴 데로 조금 차를 몰아 한사람의 승객을 더 태웁니다. 30-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여행용 가방과 검은 포장을 덮힌 길쭉한 짐을 가지고 타는 군요.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스키타러 간답니다. 이곳은 여름인데 어디로 가느냐고 했더니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로 간다고 하네요. 2년 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지요? 휴가 기간을 물어 보았더니 5주랍니다. 허걱?
제가 한국에서 환자들에게 휴가 계획을 이야기 할 때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이야기가 '왜 그렇게 오래 쉬세요?' 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주에 와서는 저의 휴가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두들 '가족들 만나러 오는데 왜 그렇게 휴가가 짧냐?'고 이야기 합니다. 무척이나 차이가 많죠? 호주 사람들은 명목상으로는 주 5일 근무이지만 실제로는 3일이나 4일 정도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평일에 업무를 위해 전화해서 특정 담당자를 찾으면 '오늘은 근무하지 않는 날이다'라는 대답을 듣는 경우가 많다는 군요. 옆집의 피터 할아버지도 주 3일 만 출근한답니다. 만일 주 5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에는 일년에 2달의 휴가를 더 얻을 수 있답니다. 2년을 그렇게 근무하면 4달의 휴가를...... 대단하죠? 이런 사람들이니 겨우 일주일 휴가 얻어온 저를 보고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요.
도착하던 날 보던 풍경을 거꾸로 보며 2시간여를 달리니 시드니 공항에 도착합니다. 항공권을 끊고 검색대를 통과한 뒤 아침 식사할 곳을 찾아 보았습니다. 마침 버거킹 가게가 있어 온 식구가 와퍼 하나씩 먹었습니다. 둘째 녀석은 주니어 와퍼를 먹었는데, 모자랐던지 자기도 이젠 많이 컷으니 어른용 와퍼를 먹겠다고 기염(?)을 토합니다. 버거킹의 맛은 한국과 똑같더군요. 아니 미국과 같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겠지요?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쇼핑가를 둘러 보았습니다. 마침 눈에 띄는 모자가 하나 있어서 하나 구입했습니다. 캥거루 가죽으로 만든 카우보이형 모자인데 평소에 갖고 싶었던 모자입니다. 아래에 나오는 사진을 보시면 어떻게 생긴 모자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이용할 비행기는 콴타스 항공(QANTAS : Queensland and Northern Territory Aerial Services Limited) 입니다. 콴타스 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비행기로 널리 알려져 있는 호주의 대표적 항공사입니다. 호주는 광활한 국토에 인구 밀도가 아주 낮은 곳이어서 일찍부터 항공 산업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또한 호주에서는 항공기를 이용한 특이한 의료 체계가 있습니다. 아웃백(Out back)이라고 부르는 대륙 중심부는 어떤 집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의 인가까지 가는데 차로 하루종일 가야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다 보니 이러한 지역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까지 후송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항공기가 민간인을 실어나르는데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이 아웃백 지역에서 응급 환자가 생길 경우 의사가 탑승한 비행기로 진료를 하고 심할 경우 이 비행기를 이용해서 병원으로 실어나르는 환자 후송 시스템이 이 지역의 중요한 의료 서비스(Royal Flying Doctor Service)로 자리잡게 되는데, 콴타스 항공은 초창기의 이 의료 서비스의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답니다.
우리가 탄 비행기의 승무원 중 남자 승무원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짧은 스포츠형의 머리에 아주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악당역 하면 딱 맞을 것 같은 인상입니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말을 붙이기가 겁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험상궂은 인상과는 달리 손님을 대할 때는 활짝 웃으며 친절하게 응대하긴 하는데, 웃을 때와 평상시의 인상이 너무 차이가 나서 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까지는 1시간 15분 걸립니다. 그러나 골드 코스트가 있는 퀸즈랜드 주는 써머 타임을 실시하지 않고 있어서 11시 10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11시 25분 도착, 시간상으로는 15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 대신 돌아올 때는 2시간 이상 걸리죠. 퀸즈랜드는 농부들이 많아서 해가 뜨고 지는 것과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써머 타임은 싫어 한다는 군요. 써머 타임 실시를 주장하는 주지사는 다음 선거때 떨어진답니다.
골드코스트 공항은 거의 시외버스 터미널 수준의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수화물 찾는 곳도 한 곳 뿐입니다. 큰 공항에 비해 모든 절차가 간편하고 빨라서 좋습니다. 짐을 찾아서 우리의 목적지 '파크 로얄' 호텔로 향했습니다. 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집사람이 80-90% 이야기함) 우리는 호텔에 체크인만 하고 '씨 월드(Sea World)'로 가야 한다고 하였더니 자기가 대기해 주겠답니다. 대기료가 좀 나올 것 같았지만 택시를 두 번 부르는 것보다는 나을 듯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호주에 와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이 사람들의 발음이 처음에는 좀 알아듣기 힘듭니다. 이사람들의 발음은 영국식 영어에 가까운데, 미국식 억양에 익숙해 져 있는 저에게는 약간씩 차이나는 억양이 이렇게 안들릴 줄 몰랐습니다. 물론 미국식 영어도 잘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거기다가 호주인들 특유의 발음이 약간씩 더해져 있기 때문에 더욱 알아듣기 힘듭니다. 이런 현상은 나이든 사람일수록 더 심한 편입니다. 우리 가족들이 사는 옆집의 피터, 조이 할아버지 부부나, 앞집의 프랭크, 몰리 할아버지 부부에게서도 느꼈지만, 나이많은 할아버지가 대부분인 골드 코스트의 택시 기사들의 발음도 상당히 알아듣기 힘들더군요. 이네들은 전체적으로 발음을 깊고 둥글게 하는 편이고 미국인들에 비해서 덜굴리는 편입니다. 또한 'r'발음을 잘 안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어떤 단어들은 아주 독특하게 발음해서 처음 들으면 알아듣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호주
억양이 아주 강한 사람들 말 중 처음 들으면 정말 알아 듣기 힘든 것 몇가지를
소개해 볼까요?
'day'를 '다이'라고 발음합니다. 'today', 'sunday'는
'투다이', '썬다이'로 발음합니다.
'paper'를 '파이퍼'라고 이야기
합니다. 'newspaper'는 '뉴스파이퍼'로 발음합니다.
'play'를 '플라이'라고
발음합니다. 저는 처음에 'fly'라고 하는줄 알았습니다.
'there'를
'데이'라고 발음합니다. 'there are'는 'they are'처럼 들립니다.
'hour'를
'에어'라고 발음합니다. 'air'라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여튼 위와 같은 식이기 때문에 호주 억양이 강한 노인을 만나면 의사 소통에 제법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호주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TV 프로그램도 미국의 것을 방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젊은 사람들의 발음은 비교적 알아듣기 쉽습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벨데스크에 맡겨 두고 다시 택시를 탔습니다. 골드 코스트에는 해변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대형 놀이 공원들입니다. 'See World', 'Movie world', 'Wet'n Wild'등이 그것인데, 이들은 모두 같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See World'를, 내일은 'Movie World'를 가기로 했습니다. 씨월드는 바다를 주제로한 호주 최대의 테마 공원이라고 하는데(이네들의 선전 문구에 있는말), 수상 스키 쇼, 물개 쇼, 돌고래 쇼, 수족관 관람, 북극곰 관람 등의 이벤트와 볼거리가 있고, 공원 내에 롤러코스터를 비롯하여 모노레일, 곤돌라, 바이킹 등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헬리콥터로 골드코스트를 둘러볼 수 있는 상품들도 있더군요. 호주 최대라고 해서 무지 큰 줄 알았더니 실제로 들어가 보니 에버랜드보다 훨씬 작습니다. 최대라는 말, 뻥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수족관부터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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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월드를 들어서면 입구 가까운 곳에 수족관이 있습니다. 수족관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애들의 배가 상당히 두드러져 보이는 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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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등의 큰 물고기는 없지만 아름다운 산호와 다양한 열대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상어가 없는 것에 대해 애들은 불만을 표시합니다. |
날씨가 매우 덥습니다. 제가 호주에 오던 첫 날 만큼이나 더운 것 같습니다. 배가 고프니 더 덥고 지치는 것 같군요. 우선 미국식 핫도그(긴 빵 속에 소시지와 야채 등을 넣은 음식)로 시장기를 때우고 리필 할 수 있는 커다란 코카콜라를 한 병 사서 온 식구가 같이 빨아먹으면서 놀이 공원 내를 슬슬 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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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의 곤돌라와 비슷한 탈 것이 씨월드를 가로 질러 설치되어 있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모자가 오늘 아침 공항에서 구입한 모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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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에는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에 처음으로 상륙할 때 타고왔던 배의 2/3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축소 모형임을 감안해도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닌 것 같습니다. |
롤러코스트와 바이킹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놀이 기구들이 있지만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우리 애들은 영 관심이 없습니다. 집사람도 마찬가지구요. 할 수 없이 저만 롤러 코스트를 한 번 탔습니다. 롤러 코스트는 놀이 공원마다 설계가 약간씩 달라서 저는 처음가는 곳은 꼭 한 번씩 타 봅니다. 이곳의 롤러 코스트는 좀 짧고 평범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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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사자와 북극곰입니다. 특히 북극곰은 상당히 정성을 다해 우리를 만들었더군요.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사진 아랫쪽에는 북극곰이 수영을 할 수 있는 연못이 있습니다. 이 연못을 수족관의 형태로 만들어 관람객이 북극곰이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북극곰은 씨월드의 상징과 같은 동물인 모양입니다. 씨월드를 선전하는 광고에는 항상 등장하고 우리가 탔던 택시 기사도 북극곰이 가장 볼 만하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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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쇼입니다. 물개는 상당히 똑똑한 동물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물개쇼는 여러번 봤지만 볼 때마다 참 영리한 녀석이다 싶네요. 조련사와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
북극곰이 있는 곳은 지하에 북극곰의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수족관 형태의 관람실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냉방이 아주 잘 되어 있어 오늘같이 더운 날에는 더위에 지친 몸을 쉬기에는 딱 알맞은 곳입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퍼질고 앉아서 더위를 식히고 있더군요. 우리도 여기서 좀 쉬었습니다. 오늘은 북극곰이 수영할 생각이 별로 없는 모양입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연못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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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월드에서
가장 볼 만한 쇼 중 하나, 돌고래 쇼입니다. 돌고래
쇼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쇼라서 더욱 재미있더군요.
이놈들 수영 실력, 점프 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
이 곳의 3대 쇼는 물개 쇼, 돌고래 쇼, 수상 스키 쇼입니다. 물개 쇼는 한국에서도 자주 봤지만 돌고래 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돌고래란 동물, 참 매력적인 동물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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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월드의 주위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천천히 씨 월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
이제 어느덧 폐장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수상스키 쇼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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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월드의
또다른 볼거리 수상 스키 쇼입니다. 여러명의 수상스키어들의
스키 점프 묘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선수들이 인간 탑을 쌓고 퍼레이드를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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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쇼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이 두 팀으로 편을 나누어서 수상 스키 점프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팀 대항 식으로 쇼를 진행합니다. 관중들도 앉은 좌석에 따라 둘로 나누어 쭉쭉빵빵한 몸매의 치어 리더가 응원을 유도합니다. 저는 수상 스키 묘기를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쇼가 끝나니 거의 5시가 되었습니다. 이런 놀이 시설들도 오후 5시가 되니 칼같이 문을 닫습니다. 여름이라서 해도 긴데 좀 더 하면 좋으련만(오후에 들어와서 많이 놀지 못했거든요), 할 수 없지요.
아직 날이 저물려면 시간이 좀 있어서 써퍼스 파라다이스 (Surfers Paradise)로 갔습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입니다. 무려 6km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써퍼들의 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써핑을 즐길 수 있는 높은 파도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또한 해변에 인접해 있는 카빌 에비뉴는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가, 식당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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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퍼스 파라다이스 해변 앞에 위치한 카빌 에비뉴입니다. 이곳은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보행자 전용 도로로 지정되어 있어 쇼핑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왼쪽의 쇼핑몰은 '랩티스 프라자'라고 하는 가장 큰 쇼핑몰 중의 하나입니다. 카빌 에비뉴에는 벤치가 곳곳에 놓여있어 관광객들의 피곤한 다리를 쉴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
카빌 에비뉴에서 차를 내린 우리들은 슬슬 걸으면서 주변 구경을 했습니다. 이곳의 상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 중의 하나인 '랩티스 프라자'란 곳으로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중앙에 서 있는 '다비드' 조각상(물론 모조품입니다)이 인상적인 이 곳에서 뜻밖에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헤어샾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닫혀 있는 창 너머로 한국의 여성 잡지들도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기는 많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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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은 그 길이가 무려 6km에 이르는 긴 해변입니다. 워낙 해변이 길어서 수영객이 많아도 붐비는 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카빌 에비뉴의 길이는 그다지 길지는 않습니다. 쇼핑가를 어슬렁거리며 잠시 걸어나가자 드디어 써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끝없는 해변! 그 길이가 무려 6km에 달한답니다. 끝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데, 바다에는 써핑을 즐기는 사람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너무나 고운 모래때문입니다. 한국의 모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가늘더군요. 손으로 한 번 잡아 보았는데 손등을 하늘로 하고 주먹을 쥐니 아무리 힘껏 쥐어도 손가락사이로 모래가 모두 빠져나가 버립니다. 맨발로 걸어도 발이 전혀 따갑지 않고 폭신폭신합니다. 골드 코스트가, 또 써퍼스 파라다이스가 왜 호주에서 제일가는 해변이라고 하는지 이 자리에 서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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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모래 장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느긋하게 앉아서 씨 월드에서 혹사시켰던 다리를 쉬게 했습니다. 어둑어둑할 무렵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호텔에 돌아오니 이미 날이 저물었습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저녁을 먹을까도 했지만 오늘 아침에 탔던 택시의 기사가 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가족이 숙박하고 있는 호텔의 스카이 라운지는 해산물을 위주로 한 뷔페가 아주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특히 스카이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매우 아름답고 음식도 아주 좋으므로 꼭 한 번 가보라고 했습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도 관광객의 입맛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지만 내일 맛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 한 번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8:30부터 시작되는 2부 시간을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스카이 라운지는 원형으로 되어 있었고 모든 벽면이 유리창으로 처리되어 있어 전경이 참 좋았습니다. 단지 밤이라 도시의 전경을 다 볼 수는 없었고 야경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뷔페라고 하지만 음식만 뷔페식일 뿐 분위기나 자리 배치는 고급 레스토랑 처럼 해 놓았습니다. 빼곡한 좌석 배치로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일반 뷔페와는 좀 다르게 해 놓았더군요.
요리는 들었던 대로 해산물을 위주로 한 것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조리 방법이 모두 동양식입니다. 호주에서 동양식 음식이라고 하면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누는 것 같았는데, 중국 음식, 일본 음식, 그리고 타이(태국)음식이 그것입니다. 아쉽게도 한국 음식은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김밥이 있긴 했는데, 일본식 김초밥인지 한국식 김밥인지 구분할 수 없었고, 김치도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맛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식 음식이 별로 없어서 약간 섭섭하긴 했지만 음식들의 맛은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타이 음식은 처음 먹어 보았는데 별 부담없이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에 와인까지 곁들여서 마음껏 먹었습니다. 애들도 잘 먹습니다.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음식을 먹다보니 형섭이가 저에게 식당이 돌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로 식당의 바닥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습니다. 벽면은 고정되어 있고 바닥만 돌아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직원에게 물어 보았더니 1시간 10분마다 한 바퀴씩 돈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는 창밖으로 도시의 야경이 보였는데 지금은 캄캄한 바다가 내려다 보입니다.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또다른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멋진 음식과 멋진 전경, 멋진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