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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억수로 좋은날
BOF   2005-03-07 15:11:12, 조회 : 2,191, 추천 : 250





제목 없음




어제는 오크벨리 C.C.에서 골프를 쳤습니다.


전날 눈이 좀 왔었지만 봄 햇살에 대부분 녹아 버리고 응달진 곳에만 잔설이 약간씩
쌓인 정도라 플레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연습도 안하고 라운딩도 별로 자주 못하던 터이고 코스도 낯설어서(4년 쯤 전에
딱 한 번 와 본 곳) 그저 창피한 수준으로만 치지 않으면 다행이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라운딩에 들어갔습니다.


파인 코스에서 출발하여 체리 코스로 넘어오는 홀 구성이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런 출발이었습니다. 아니 첫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였고, 5번 홀에서는 워터 헤저드
두 번 벙커 한 번 들락거리는 바람에 파 5홀에서 4오버를 쳤고, 6번 홀에서는 티샷
난조와 어프로치 난조로 트리플을 하였으니, 그래서 7번 홀을 마쳤을 때 9오버파를
치고 있었으니 스코어가 안 좋다고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저의 골프 인생 최대의 행운의 샷들은 8번 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 드리죠.


8번 홀은 내리막 파 4홀로서 드라이버가 떨어지는 지점까지는 약간의 내리막으로
되어 있으나 이후에는 왼쪽으로 약간 휘면서 급격한 내리막 코스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티샷을 했을 경우 세컨 샷 지점에서 홀까지는 140-150미터 쯤 남게 되는데
거리도 만만치 않지만 세컨샷 지점과 그린 사이의 표고차가 무지 큽니다. 세컨샷
지점은 산 위이고 그린은 산 아래 계곡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랫쪽으로 까마득하게
보입니다. 게다가 그린 바로 앞에는 개울이 가로지르고 있어서 샷이 조금이라도 짧으면
워터 헤저드 처리가 됩니다. 심리적인 위압감이 대단한 곳이죠.


어려운 홀일수록 긴장이 더 되고, 그래서 제대로 된 티샷을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게
아마추어들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입니다. 저도 아직 이를 극복할 만한 급수는
못되나 봅니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휘두른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면서 페어웨이
좌측의 나무들을 향해 갑니다. 이 곳에는 오비 라인까지 있어서(오크벨리는 오비라인이
많지 않은데 이곳은 있더군요) 거의 오비날 것이 뻔합니다. 포기하고 있는데 캐디
아가씨가 '볼이 살았어요!!' 합니다. 이 곳은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하기
어려워서 세컨 샷 도달 지점 쯤에서 경기 진행 요원이 공의 방향을 체크해 주는데
그가 캐디 아가씨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세컨샷 지점으로 가 봤더니 이게 왠일입니까? 페어웨이 왼쪽의 나무를 맞고 앞쪽으로
크게 튀긴 공이 그린에서 110 미터 지점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 홀은 급경사를
이루는 페어웨이 가운데에 계단처럼 지형을 깎아 놓은 곳이 있는데, 이 곳에 공이
위치하고 있어서 라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드라이버 제대로 잘 친 동료들은
50미터 쯤 뒤쪽에서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샷을 하는데 저는 편안하게
피칭 웨지로 쳐서 온그린 시키고 파 세이브를 하였습니다. 조짐이 좋습니다.


아! 그러나 이 일은 앞으로 있을 이날의 행운의 전주곡에 불과했습니다.


다음 홀인 9번 홀은 파 5 홀로서 티샷 지점에서 세컨 샷 지점까지 왼쪽은 개울이
있고 오른쪽은 연못이 길게 놓여 있어 양쪽 다 워터 헤저드가 있는 까다로운 홀이더군요.
좁은 페어웨이에 공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1벌타를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최고의 관건이겠더군요. 그렇다고 페어웨이 우드로 공략할 수도 없는 것이
파 5홀이라 거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여기서 롱기스트를 재는 홀이니 드라이버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조준을 하고 드라이버를 휘둘렀습니다. 임팩트 순간에 손에
닿는 느낌은 무척 좋습니다. 쨍하게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의 탄도를 확인해 본 결과, 아뿔싸 맞기는 잘 맞았는데 스윙 폼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푸쉬볼이 되면서 페어웨이 오른쪽의 연못을 향해 공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롱기스트의 자격 상실과 한 타 손해본다는 생각에 실망을 하고 있는데, 연못을
향해 날아가던 제 공이 연못 한가운데의 얼음을 맞히면서 앞쪽으로 크게 바운드
되더니 연못을 벗어나서 연못 앞쪽의 러프 지역으로 가는게 아닙니까? 따뜻한 날씨
때문에 연못 물이 제법 많이 녹아서 가장자리는 이미 얼음이 없는데, 아직 얼음이
남아 있는 가운데를 맞힌 덕분에, 또 바운드가 좋아서 앞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세컨샷 지점에 가 보니 바운드 덕분에 딴 사람들보다 거의 50여미터나 앞으로
나간 지점에 공이 놓여 있습니다. 러프지만 라이도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행운이.....


여기서 부터는 오르막이 형성되어 있고 100여 미터 앞에서 오른쪽으로 ㄱ자 모양으로
크게 휘어지는 도그레그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지점에는
제법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여기로 들어가면 공을 찾을 길이 없겠습니다.
페어웨이 왼쪽으로는 벙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가면 벙커에 공이 빠질
수도 있지만 도그레그 홀이므로 홀에서멀어지니 거리 손해를 많이 볼 것 같습니다.
왼쪽편의 벙커와 오른쪽 산 사이로 공을 보내야 합니다. 5번 아이언을 호쾌하게
휘둘렀습니다.


아뿔싸 그러나 마음만 호쾌했지 채를 떠난 공은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나면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거의 로스트볼이 될 것 같습니다. 오른쪽 산은 가팔라서
올라가 볼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잠정구를 쳐야 합니다. 이번엔 안전하게 왼쪽
벙커쪽으로 벙커를 넘겨 쳤습니다.


씩씩대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처음 쳤던 제 공이 어디에
맞았는지 오른쪽 산을 넘어 핀에서 80미터 지점에 얌전하게 올라가 있는게 아닙니까?
저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동반자의 공은 흔적을 찾을 길이 없고......


결국 이 홀은 어프로치 실패와 3퍼팅 때문에 더블 보기를 하기는 했지만 두 번에
걸친 행운을 또다시 맞볼 수 있었습니다.


전반 9이 끝나고 후반 9이 시작됩니다. 후반은 체리 코스인데 1번 홀은 내리막
파 4홀입니다. 약간 왼쪽으로 휘는 홀인데 페어웨이 폭이 좁아서 만만치 않습니다.
오른쪽은 개울(워터 헤저드)이 버티고 있고 왼쪽은 숲이 울창한 언덕인데 들어가면
OB입니다.


처음 라운딩 할 때부터 난조를 보이던 드라이버가 계속 난조를 보입니다. 이번
홀에서도 좌측으로 훅이 나면서 왼쪽 숲 쪽으로 날아갑니다. 살아 있을 확률이 많지
않습니다. 오비 티에서 네 번째 샷을 할 각오를 하고 세컨샷 지점으로 가 보니 역시
공은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싶어서 이곳저곳 둘러 보았더니 저쪽 앞에 흰 물체가
보입니다. 맞습니다 제 공이더군요. 왼쪽 언덕을 맞고 내리막 타고 많이 내려간 모양입니다.
보통 세컨 샷 하는 위치보다 50여 미터나 앞쪽으로 가 있습니다. 라이도 좋구요.
핀까지는 90미터 쯤 남았더군요. 가볍게 투온 해서 파 세이브를 했습니다.


2번째 홀은 파 3 아일랜드 홀입니다. 크게 어렵지는 않더군요. 파 세이브


3번째 홀에 섰습니다. 이제까지 몇 번의 홀에서 훅이 나서 난조를 보이던 드라이버가
이번에는 슬라이스가 많이 납니다. 이런..... 똑바로 맞는 것이 없구먼...... 오른쪽으로
날아가던 공이 페어웨이 오른쪽에 있는 몇 그루의 소나무 아래로 떨어집니다. 나무에
걸려서 샷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아서 레이 아웃할 채와 혹시 몰라서 거리에 맞춘
채를 같이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제 공이 떨어진 자리에 가 봤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주위에 나무가 제법 많아서 틀림없이 샷에 지장을 받을 줄 알았는데 제 공이 떨어진
위치에서 그린까지는 똑바로 열려 있고, 라이도 페어웨이 한복판과 다름없이 좋습니다.
5번 아이언으로 마음껏 휘둘렀더니 그린 한가운데 보기좋게 딱 올라갑니다. 파 세이브.


4번째 홀은 아주 긴 파 4홀입니다. 제일 어려운 홀이라고 하더군요. 이 홀에서
드라이버는 또 훅이 나면서 왼쪽의 숲을 향해 갑니다만 오늘의 운이 좋아서 크게
걱정 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공은 왼쪽 페어웨이 끝을 맞추고 바운스가
안쪽으로 되면서 좋은 위치에 갔습니다. 세컨 샷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더군요.
이 홀에서는 세컨샷이 슬라이스 나고 써드 샷이 워터 헤저드에 들어가는 불운이 겹치긴
했으나 5번째 샷이 핀에 붙으면서 1퍼트로 마무리 더블 보기로 막을 수 있었습니다.


5번째 홀은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으나 140여미터의 페어웨이 벙커 샷을
성공적으로 해서 파 세이브.


6번째 홀은 파 3홀인데 티샷한 공이 더프가 되면서 슬라이스가 나서 오른쪽의
언덕 숲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공이 있는 곳으로 가 보니 나무 둥치 바로 옆에
있어서 팔로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위치입니다. 게다가 그린 바로 앞에는 벙커가
버티고 있고, 언덕 위에서 하는 샷이라 거리 측정이 쉽지가 않습니다. 팔로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임팩트만 하고 샷을 끝냈는데 운좋게도 벙커에도 안 들어가고
그린 엣지까지 공이 가서 보기로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7번홀은 평범한 파 5홀입니다. 그러나 오늘 제 드라이버가 난조는 난조인 모양입니다.
티샷한 공이 완전이 탑볼이 되면서 쪼르르 굴러서 왼쪽 언덕으로 가 버렸습니다.
30-40미터 정도밖에 안 나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곳은 자갈이 많은 곳이고 경사가
아주 가파른 언덕이어서 스탠스를 취하기가 아주 어렵고, 스윙을 하기는 더더군다나
어렸습니다. 게다가 어렵사리 스탠스를 취하고 스윙을 하려고 보니 백스윙시 뒤쪽의
나무에 채가 걸립니다. 이런...... 큰일 났네요. 저의 운도 이제 다하는 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 있던 캐디 아가씨가 드롭이 가능하다고 소리칩니다.
왜냐고 물어 봤더니 뒤를 보라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다. 제 뒷 쪽에 있는 나무를 봤더니 그냥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인접한 나무 두그루 사이에 조그만 프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이 아닙니까?


"산. 불. 조.
심"


ㅎㅎㅎㅎ 그렇습니다. 나무는 자연물이므로 채가 걸려도 그대로 샷을 해야 하지만
프래카드는 인공 장애물이므로 드롭이 가능합니다. 프래카드를 피할 수 있는 위치에
공을 드롭했더니 이번에는 카트 길에 발이 걸립니다. 다시 카트길을 피해서 재 드롭해서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위치에서 세컨 샷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샷이
다시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가긴 했지만 보기로 그 홀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8번 홀입니다. 이 홀은 거리가 긴 파 4홀입니다. 오랜만에 드라이버가 아주
잘 맞았습니다. 그러나 150미터 지점에서 친 세컨 샷이 좀 당겨지면서 그린
왼쪽의 벙커에 들어갔는데 핀과 거의 30미터 쯤 떨어져 있습니다. 벙커도 커서 잘못하면
빠져나가기도 힘든 위치입니다. 거리를 재고 신중하게 벙커샷을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신중했나봅니다. 너무 크게 맞았습니다. 그린 뒤쪽으로 넘어갈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게 왠일입니까? 벙커를 떠난 공이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더니 핀을
맞추고 핀 바로 옆에 떨어집니다. 1퍼트를 하지 못해서 보기를 하긴 했지만 핀을
맞춘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그 홀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말 여러 가지 행운이 겹친 것 아닌가요?


이밖에도 이날은 제가 공을 그린에 올리면 동반자들이 바로 뒤쪽에 온그린을 해서
저에게 라인을 보여준 것도 몇 번이나 되었답니다.


골프 한 라운드에 한 두 번 나올까 말까한 일들이 어제 저에게는 연속으로 9-10번
정도나 연거푸 일어났습니다. 동반자들은 혀를 내두르더군요.


어제 저의 네트 스코어는 89타이지만 만약 이런 행운이 겹치지 않았다면 스코어는
90대 중반을 훌쩍 넘어갈 수 있었을 겁니다. 정말 이제까지 골프 치면서 이렇게 운때기가
좋은 날은 처음이더군요. 저 뿐만 아니고 동반자들도 모두들 처음 봤다고 합니다.
이렇게 운 좋은 경우는......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다가 문득 어제 골프 출발하기 전 아침에 있었던일이
떠오르더군요. 큰 아들 녀석을 깨우는데 이놈이 일어나더니 하는 말이 "아빠!!
너무 아쉬워요. 잠 깨기 직전에 꿈에서 10억짜리 복권 당첨되는 꿈을 꿨는데......"
하더군요. 이때는 그냥 무심코 넘겼는데 오늘 이렇게 행운이 겹치다 보니 갑자기
예사로운 날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저도 '로또' 한 번 사 봤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로또는 한 번도 안 사 봤었는데 어제는 정말 예사로운 날이 아닌
것 같아서 로또 한 번 사 봤습니다.


다음 주부터 제게 연락이 안되면 '로또 당첨'
줄 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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