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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BOF   2005-05-06 12:33:36, 조회 : 2,000, 추천 : 313

아래의 글은 대구의 모 고등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글로서,

이 동창회의 등산 동호회에서 지난 연초에 일년간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릴 때 낭독된 축시라고 합니다.

이 시를 지은 이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만 글을 읽고 있으니 가슴이 뜨듯해지는 것 같아서 옮겨 왔습니다.

한 번 읽어 보세요.

참고로 이 시를 지은 분은 올해 58세이시랍니다.







좋겠다 !

우리, 이래 해 봤으면 좋겠다 !



산에 피어, 산이 되고

바람에 씻기어, 숨결이 되는.. 우리들은..


가는 길, 굽이마다 함께 갔으면 좋겠다.

어깨도 나란이 걸었으면 좋겠다.


이 풍진 세상의 고단한 등짐을 지고,

끝 모를 삶의 고갯마루를, 꺼이꺼이 넘어갈때

산마다, 능선에 일렁이는, 그 실낫같은 바람에도

우리들의 서러운 이마, 다 씻었으면 좋겠다.


봄날,

남들의 봄이 너무도 화려하여,

내 안방이 어두워 질 때는, 앞산공원에 나가리라...

공원 주차장에 난리를 치며, 오글박작 피어있는

노오란 개나리 꽃길을 따라, 걸어가는 아내의 등뒤에서

개나리보다 더 노오란, 꽃 편지 한 장 써 봤으면 좋겠다...


니코틴, 알콜이, 혈관벽에 더덕 더덕 붙은

내 몸뚱이를 보고, 담당의사가 콜타르 도배 잘 됐다고

선언하던 다음날.. 미친듯이 산에 기어 올라가서..

이걸 전부다 몽땅, 한방에 확 토해 봤으면 좋겠다..

동남아시아 쓰나미 해일처럼, 거대하게 토해봤으면 좋겠다.


소내기 줄줄... 하늘에서 오줌 새듯이, 청승맞게 쏟아지는 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썰렁한 산에, 줄줄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한잔 쏘주에, 허연 입김 내 뿜으면...

우리끼리 낄낄거리면서, 물이 철철 넘치는 산길을

물장구 치면서.. 꾸역꾸역 올라가 봤으면 좋겠다.

스무살 때 처럼 그래봤으면 좋겠다.


다 늙은 쭈구렁 할마이와 둘이서, 똑같이 빨간 스카프 매고,

빨간 커플 티-쌰쓰 마챠 입고, 오르락 내리락 비탈길에서

서로 꺼땡기 주면서,

갑신 갑신 숨차하면서... 산에 오르고 싶다...

영감은, 재미도 없는 이바구를, 지껄이 대 쌓고,

할마이는, 시냇물같이 웃으면서...

밤 새워 그렇게, 길을 걸어봤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햇살 따스한.. 바람 부는 억새밭에서,

이름도 가물가물... 아우들과 형님들이 마주 앉아

아득히...유정천리.. 꽃이 피고... 유정천리 눈이 온다..

이름 몰라도 정드나니.. 이름 없어도 기억하나니...

형님들 ! 우째 살았능교 ? 아우들 ! 우째 살아 왔노 ?

툭- 터놓고 물어 봤으면 좋겠다.

취한 척, 한번 물어 봤으면 좋겠다.


가을 단풍, 무지개처럼... 꽃비 내리는 하산 길,

산모퉁이를 방금 돌아 나오는.. 우리들, 아내의 얼굴이

문득 진달래꽃보다 더 화사해 보일때,

우리, 가던 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면서

신성일처럼 윙크하면서, 손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먼먼 산, 깊은 골을 거닐다가,

시간의 강 너머 저편에서, 서걱거리는 옥수수 밭에서...

고요히 흐르는... 가을 저녁에 서서...

그 옛날, 내게서 사라진... 나의 영혼을 한번 불러 봤으면...

삶의 뗏국물, 시커먼 흙탕물에 다 휩쓸려...

어딘가.. 세월의 강물에 떠내려가고... 지금은 없는...

내 육신을 까마득히 떠나버린 내 영혼.

밤새, 그 강물 어딘가에, 아직도 떠내려가고 있을

내 영혼을.. 목놓아 불러봤으면 좋겠다.

한번만이라도 불러봤으면...


우리는 낮에, 산 타고 저녁에, 학교마당에서 버어진다.

보통 말짱한 정신을 헤어지니.. 우리 산행길에는 밤이 없다.

고로하여, 우리, 일부러 이래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어느 날 밤, 깊은 산중... 어느 푹신한 느티나무 아래에서

낙엽을 헤치고, ... 눈밭에 구덩이를 파서

우리들 몸뚱이를 소복이... 김장무우처럼 땅에 묻어두고...

나란히 누워서... 하늘에서 총총 쏟아지는 별을 보았으면..

휘영청, 달 빛 아래에서... 푸르게, 푸르게 헤엄쳐 봤으면...


산행 후, 하산길 주막에서.. 막걸리 툭수바리에

몸도 녹고, 마음도 녹고, ... 형님, 아우들이 한테 어우러져,

시간이 가는지,

케세라- 케세라, 내 마음 별과 같이... 석탄백탄 다 타는데....

정길이는 우리보고... 빨리 뻐스 타라하고...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데...

우짜고? .... 우리는...

형님들이여 ! 아우들이여 ! 그리븐 친구들이여 !

우리, 이래 봤으마. 좋겠다

맨날 반가븐 사람 , 만났으마 좋겠다,

그리븐 사람 만나면, 땡깡도 지기 봤으면 좋겠다.

버스 앞에 들누버 봤으마 좋겠다.


형님, 아우들,

우리들이 함께 걸은 골은 깊었고... 정은 강물처럼 길었나니...

이제 우리들은 서로가...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아도, 보아도... 또 보고 싶은... 명화, 한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겠습니다.


2005년 신년 벽두에 54회 여승동이가

형님, 아우, 친구 여러분들의 마음을 담아서 삼가 지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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