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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의 미국 유학기
BOF   2005-07-12 11:09:18, 조회 : 1,859, 추천 : 353

사춘기소년의 미국행


스물다섯 해 남짓 살아온 나는 10년이란 짧고도 긴 시간을 미국이란 이국 땅에서 보냈다. 무엇 하나 특별히 이룬 것 없고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젊음이지만, 이런 나에게도 자그마한 믿음이 있다면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도전정신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이 글을 통해 내가 미국에서 겪었던 경험과, 그 속에서 주관적으로 느꼈던 많은 것들을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많은 해외 유학생 후배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또한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사춘기 시절인 중3때 미국조기유학을 떠났다. 내가 처음으로 미국에 발을 디딘 곳은 미국 동부에 위치한 필라델피아였고, 나는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한 체로 미국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내 인생에 있어 마라톤의 출발선을 끊는 미국에서의 고등학교 학창시절은 내게 참으로 빨리 지나간 듯 하다. 말문이 조금씩 트이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무렵 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폭넓게 사귀게 되었고, 학교 교내활동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의 교육체계는 한국의 교육체계와 많이 달라서 공부 외에도 과외활동(Extracurricular Activity)에 많은 비중을 둔다. 미국에서는 공부만 잘 한다고 해서 쉽게 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즈음, 나는 내 능력한도 내에서 최대한 다재 다능한(well-rounded) 학생이 되려고 어지간히 애를 썼던 것 같다. 음악, 스포츠, 봉사활동 및 각종 클럽 등에서 활동함으로써 나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런 나의 활동적인 모습이 좋게 비춰졌는지는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나는 한국인으로써 인정 받으며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고, 학생회장 및 클럽회장이 되는 등 리더십 또한 발휘하게 되었다. 다양한 과외활동 등으로 나는 항상 바빴지만, 공부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기에 난 매일 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수많은 책과 씨름을 했다. 방학 때는 어김없이 가족이 있는 한국에 머물며 아침부터 SAT, 토플학원을 다녔고, 밤에는 집 근처에 있는 독서실에서 독서실 문이 닫히는 새벽 1시까지 매일같이 한국 입시생들과 공부를 했다. 이즈음 나는 한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성적은 내가 투자한 시간의 절대량에 비례하고, 그 노력의 대가는 이유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 그리고 대학


공부는 결코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의 전부도 아닌 공부 하나도 정복하지 못한다면 과연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현실에 충실 하는 것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란 당연한 이론 아래, 학생신분인 나에게 있어 현실은 바로 공부라고 확신했다. 때론 공부를 하면서도 내 자신을 너무 압박하는 내가 가엽고 서러워 공부하다 혼자 운 적도 있다. 그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뭉클한 것이 치밀어 오르고, 통제할 수 없는 슬픔이 순식간 나의 몸을 에워싸는 듯 했다. 나는 끝내 눈을 감아버림으로써 그 짧은 고통의 순간을 모면하려 애썼다. 다행히 나에게는 힘들 때마다 성경책이 큰 힘이 되어주곤 했다. (나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 항상 성경 한 구절을 읽고 지혜를 위해 기도하는 습관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이 모든 고된 노력이 대학으로 보상될 것만 같았다.


대학시절은 삶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대학생들은 쉽게 영감을 받으며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고 독립적 개인으로 서려 한다. 그렇기에 어느 대학을 선택하느냐 또한 삶의 중요한 결정인 것이다. 어느덧 나에게도 대학에 지원할 시기가 왔고, 나는 미국 전 지역에 걸쳐 12곳의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솔직히 그 당시 나는 미국 대학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내가 아는 대학은 모두 지원하기 바빴다.


도미 후 줄곧 앞만 보며 달려왔던 일종의 노력상이라고나 할까? 그런 나의 노력이 높이 평가 되어서 인지 다행히 나는 지원한 대부분의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는 쾌거를 누릴 수 있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합격한 학교 하나하나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검토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 나는 끝내 동부의 명문 하버드를 비롯 다른 몇 학교와, 서부의 스탠포드로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었다.

꿈의 대학 스탠포드(1)


내가 동부에서 고등학교를 다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 한번도 밟아 보지 못한 서부 땅은 나에게 미지의 세계와도 같았고, 그래서 그런지 왠지 서부에 위치한 스탠포드가 자꾸 맘에 들었다. 내가 어린 나이에 미국에 유학을 온 이유도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투철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모든지 현재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것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큰 매력을 느꼈다. 사람이 안전하게 살아가려는 의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삶이 안전할 수록 꿈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즈음 난 스탠포드에 대해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당시 나는 어린 나이에 소규모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운영하던 중이었고, 전 세계에 인터넷 벤처 붐을 일으키고 세상을 바꿔버린 정보화 혁명의 장본인, 서부의 실리콘 밸리를 항상 동경하고 있었는데, 스탠포드란 대학이 그런 실리콘 밸리의 번영에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 이론적 토대, 우수한 인적 자원을 전적으로 공급해 주고 있던 것이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난 더 이상 다른 학교를 고려할 필요성을 잃게 되었고, 스탠포드 입학을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된다. (헐리우드,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 경영의 3대 산실이라 손꼽히는 실리콘 밸리는 스탠포드 졸업생인 휴렛과 페커드가 H/P프린터 회사를 세움으로써 형성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구글, 야후 등과 같은 무수한 세계적 벤처기업 및 인터넷 회사를 탄생시키고 있다. 얼마 전 기업공개(IPO)로 세계최고인 마이크로 소프트를 제치고 회사 가치 1위로 등급 한 구글(google.com) 또한 스탠포드 동문이 세운 회사이다)


1989년 냉전체제 종식 이후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 질적으로 달라졌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인터넷과 정보화 혁명을 길게 나열할 필요는 없지만, 그 변화를 주도 하고 있는 실리콘 밸리와 스탠포드 대학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 양자는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두 몸을 가진 하나의 유기체와 같았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 등지에서 스탠포드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 졸업생의 5%는 졸업과 동시에 백만장자가 되며, 25%는 5년 내에 백만장자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가히 스탠포드가 21세기 IT산업을 실리콘 밸리에서 이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이다. 학교주변에는 세계의 벤처 캐피털들이 진을 치고 있고, 최첨단 정보통신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는 스탠포드야말로 내가 꿈꿔왔던 ‘아메리칸 드림’ 이였다!


꿈의 대학 스탠포드(2)


서부에 처음 발을 디디던 나는 동부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삶이 시작됨을 느꼈다. 스탠포드에 도착 후 먼저 스탠포드의 어마어마한 캠퍼스 규모와,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고 조화를 이룬 건물들에 매료되어 한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More than meets the eye!” 사진으로만 보았던 캠퍼스와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린 듯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캠퍼스 면적은 약 1000만 평으로, 여의도의 10배에 달하는 넓이였으며, 캠퍼스 설계자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프레드릭 올름스 테드 였던 것이다. 학교 뒷산 한 켠에는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스탠포드 골프장은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를 탄생시켰고, 캠퍼스 전반에는 로뎅을 위시하여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실험실과 연구실들이 학내에 위치하는 등 뛰어난 학습환경으로 인해 스탠포드는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리더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첫 학기가 시작하고 학교에 적응해 갈 즈음, 나는 무엇보다도 스탠포드의 실용주의와 개방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스탠포드 교수들은 서부의 개척정신에 걸맞게 정통적인 학문영역에 힘을 기울이기 보단, 어떻게 하면 돈이 될까 하는 현대인의 원초적 관심사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실용주의와 개방성, 이것이 바로 스탠포드 전통의 학풍인 것이었다. 실제로 존헤네시 스탠포드대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부 개척자 정신과 과감한 기업가 정신을 배우라”고 역설했다고 한다.

추억의 대학생활


시간이 흐를수록 스탠포드는 예상했던 대로 나의 적성에 잘 맞았다. 나는 매일같이 내게 허락된 대학생만의 자유를 만끽하기에 바빴으며, 서부의 온화하고 따스한 날씨는 나를 언제나 흥분시켰다.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 아침을 때운 후 오후까지 있는 빽빽한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땀으로 샤워를 할 만큼 운동을 즐겼다. 때론 캠퍼스 그룹사운드밴드에 들어가 나의 특기인 베이스 기타실력을 콘서트 장에서 맘껏 발휘하며 젊은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이렇게 공부와 여가생활을 병행하며 자유로이 보낸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도 몇 가지 있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스탠포드 잡지에 내 기사가 실려 친구들 사이에서 잠시 유명세(?)를 탔으며, 꿈에만 그리던 아리따운 금발의 동급생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는 행운을 얻었는가 하면, 전액장학금을 타 부모님께 뜻밖의 효도를 한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외에도 나는 어떠한 계기로 한 미국 TV방송 프로에 한동한 출연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나에 대한 소문은 학교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고, 나를 모르던 어떤 외국 친구들은 내가 연예인인줄로 착각하곤 나를 보려 내 기숙사 방까지 찾아오는 해프닝을 겪었는가 하면, 밥을 먹으려 식당에 가는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여학생들이 다가와 나보고 제임스가 아니냐고 다짜고짜 물어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적도 있다. 그때의 내 당황스러움은 이루 표현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들이 내 가슴 저편에 오랫동안 한편의 추억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세계적 경쟁자 대열에 서서


내가 스탠포드에서 즐겨 듣던 강의는 MBA(경영대학원)스쿨의 경영학 수업들이다. 최근 유에스뉴스紙(USNews)의 대학원 평가에서 MBA 부문 공동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수업은 최소 3년 이상의 직장경력을 갖춘 석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다. 물론 수업의 빠른 진행과 높은 난이도는 학부과목들과 엄연히 차이가 났다. 어쨌든 나는 학부생으로는 드물게 MBA과정 수업을 들었고, 세계각국의 비즈니스 엘리트들과 머리를 맞대며 경쟁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스탠포드 MBA의 가장 큰 특징은 벤처창업(entrepreneurship)을 지향하는 학생들이 다른 MBA스쿨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리낌 없이 억만장자의 꿈을 이야기하고, 스탠포드 졸업생인 YAHOO의 제리 양 또는 SUN의 스콧 맥닐리를 주제로 삼는 등, 벤처창업에 무한한 관심을 보인다. 커리큘럼 자체도 창업에 관련된 과목들이 많으며, 이런 과목들의 수강신청은 늘 정원을 초과하곤 한다. MBA수업 수강의 장점이 하나 있다면, 학교 밖에서는 말 한번 붙여보기 힘든 각국의 성공의 대열에 서있는 비즈니스맨 및 세계적인 기업들의 간부들과 아무런 벽 없이 대화하며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적으로 MBA스쿨에는 수많은 사교성 친교 모임 등이 있고, 이러한 사교적인 모임들은 레저 활동으로서의 즐거움과 아울러 장차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유용성의 이중적 목적을 갖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 또한 경영학 수업에서 얻는 지식 외에도, MBA인맥을 유용하게 이용한 셈이다. MBA스쿨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로 나는 대학에 들어온 후 두 여름방학에 걸쳐 미국 톱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와 Monitor Company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며 내가 배운 지식을 직접 활용하는 기회를 가졌다.

미국의 차별된 교육체계


경영이라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식과 창조성을 각종 기업 활동에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영학 과정에서 수업참여(class participation)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나의 제 2외국어인 영어이고, 더구나 논리적 언어 구사를 아기 때부터 체득해 온 그네들과 특정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의 심도 있는 토론형식의 수업에서 가끔은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낀다. 그들은 대부분 나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할 뿐더러, 더욱 논리적이고 비평적이다. 이유는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하다. 일단 갓난아기 때부터 한국과 미국의 교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잘못을 저지를 경우, 부모가 감정적으로 때로는 분에 못 이겨 매를 드는 반면, 미국 부모들은 모든 것을 논리 정연하게 말로 설명한다. 아이가 왜 안되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이렇고 저래서 그렇다고 꼬치꼬치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투정을 부리면 온갖 기발한 계략으로 아이의 관심을 돌린다. 또한 부모가 항상 아이에게 말을 시키려 하고 자기 자신들이 그들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지혜를 전해주려 노력한다. 상대적으로 대화가 적은 일반 한국의 가정들과 꽤나 대조적이다.


그들이 학교에 가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암기력과 사고력, 이해력의 개발에 중점을 두는 동안, 미국학생들은 창의력, 상상력, 사회성 등을 키워나간다. 바로 이런 것들이 밑거름이 되어 토론 형식의 수업이 잦은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남들이 만들어놓은 포장된 지식을 주입 받는 동안, 미국 학생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자발적 참여 및 토론에 의한 학습,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 작문력, 발표력, 논리적 사고가 중요시 되는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이들은 인생에서 창의력이 극대화되는 20대가 되면 어렸을 때 생각하는 법을 배웠기에 스폰지처럼 지식을 습득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간다. 어쨌든 한국유학생인 나는 미국대학생들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현실을 한탄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차이를 극복하고 그들을 앞지를 수 있는가에 더욱 초점을 뒀다. 그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 시키고, 철저한 자기개발과 노력을 통해 한국인 고유의 기지(?)를 발휘하면, 제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Made in Korea”의 매운 고추 맛을 못 당해 내리라.


세계속의 한국인


나는 단 한 순간도 내가 한국인이란 자부심을 져버린 적이 없다. 한국이 IMF란 경제 대위기를 맞아 모든 한국 유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도 오히려 난 한국인이란 자부심 때문에 그 극한 현실에 동요되기 보단, 더욱 열심히 뛰려 노력했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절대 잃지 않았다. 실제로 난 도미 이후로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더욱 자라난 듯 하다. 한국에 머물 당시 알지 못했던 한국의 뼈아픈 과거와 좋지 못한 경제 사정들로 인해 한국사람들이 외국에서 무시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나의 애국심을 불태우는 계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한국 초 중고학생들의 다수는 아직까지도 한국이 이웃나라 중국 및 일본과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대등한 위치에 있으며 전혀 뒤지지 않는 나라로 착각을 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제3국인 미국에 와서 내가 바라본 한국은 너무나도 작고 약해 보였기에 그 충격은 실로 컸다.


대개의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통로는 텔레비전 뉴스나 시사뉴스를 통해서 이다. 한동안 데모하는 장면, 북한 관련 뉴스가 많아 아직도 많은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도대체 북한이 민주주의국가인지 남한이 공산주의 국가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이 무지하기 보다는 아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는 판단이 옳을 듯 싶다. 20세기 아시아의 냉전체제에 대해 알리 만무한 소수 일반인들 중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직도 북한과 접전 중이고, 도시에서는 늘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는 안전하지 못한 나라라고 오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나마 삼성, 현대와 같은 국산브랜드가 알려진 덕택에 한국을 일본처럼 물건 좀 만들 줄 아는 나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삼성, 현대라는 브랜드가 일본이나 대만 기업인 줄로 착각하는 답답한 사람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속의 한국인


한국에 대한 이런 잘못된 인식은 일반인 뿐만이 아닌, 조금 배웠다는 미국 정치가들에게도 나타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그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등한시 여긴다. 탁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론하는 시시콜콜한 잡담을 곧바로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정책으로 써먹어도 되는 만만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이 역사수업시간에 배웠던 한국이란 나라는 분단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힘없는 나라이며, 미국의 전적인 도움 없이 살아남을 수 없는 약소국이다. 최근 들어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단순히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 뿌리박았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내가 만약 한국을 벗어나 도미하지 않았다면 위에 거론한 답답한 사실들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을까?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한국인들이 평가하는 한국 역시 절대 밝지 못하다. 아시아위크(AsiaWeek)로부터 아시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7인중 한 명으로 선정된 김성주씨가 쓴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라는 책과, 한국인으론 드물게 세계적인 톱 컨설팅기업의 글로벌 디렉터(CEO)인 이성용씨가 쓴 “한국을 버려라” 란 책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들은 책을 통해 매우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가슴 뜨거운 직언을 한다. 두 저자 모두 한국인으로써 고국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그들이 바라본 한국과 한국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책을 통해 다루고 있는 것이다.


멈추지 않은 내 인생의 도전


나는 수많은 한국유학생 중 한 명으로써 고국이 잘사는 나라가 되길 누구보다 갈망한다. 그 길만이 전세계에 퍼져있는 한국학생들이 인정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길이란 걸 내 스스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망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한국학생들은 공부에 충실하고, 한국인이란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하는 사람과 움직이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다. 나는 항상 후배들에게 모가 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사람이 아닌, 성게처럼 가시를 세운 둥근 모습으로 적극 행동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꿈이 있어도 실천하지 않는 꿈은 죽은 꿈이나 다름없고, 이왕 칼을 뽑았다면 자기 소신껏 마음대로 휘두를 줄 아는 용기만이 진정한 호걸의 승리를 맛볼 수 있다고 나 역시 배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한국인만의 지칠 줄 모르는 억척 같은 근성이 곧 우리 모두를 이끄는 원동력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유학생들은 외국에서 어느 학벌을 땄느냐에 심취되지 말고, 그 학벌을 가지고 10년 후 고국의 발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하며, “Big Picture”를 볼 줄 아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때다.


한국유학생들은 21세기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서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주역들이다. 이들은 젊은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자립심을 키웠으며, 다양한 인종과 어깨를 맞대며 경쟁함으로써 글로벌한 경쟁력을 길렀을 뿐더러, 한국사회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줄 아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그들이 남의 나라에서 얻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장차 한국의 이상을 드높이는 인물이 되는 것이, 우리가 교육목적으로 해외에 투자한 ‘무리수’와도 같은 달러를 배로 되돌려 받는 “ONLY”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1세기 주역인 이들로 인해 이제 한국의 미래는 더없이 밝아질 것이라 난 확신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난 자전거를 타고 따사로운 햇살을 누비며 강의실로 향한다. 지적 열기로 가득 찬 캠퍼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그렇듯 나의 감수성을 한없이 자극한다. 추억으로 가득한 나의 대학시절도 이젠 막바지에 이르렀다. 졸업을 코앞에 둔 나는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려 한다. 최근 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들을 찾아가 오랜만에 내 소식을 전하려 한다. 졸업 후 정든 캠퍼스를 떠나면 한동안은 못 돌아오겠지만, 졸업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 하지 않았던가. 또 다른 새로운 세상에 입문해야 하는 이때 훗날 후회가 없도록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바로 이 현실을 최대한 만끽하며, 항상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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