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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할머니 이야기
BOF   (Homepage) 2005-12-29 19:13:13, 조회 : 2,341, 추천 : 211

제목 없음
40년봉사후 떠난 수녀 "눈뜨면 한국 생각 잠들면 소록도 꿈"


마리안 수녀가 22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집에서 기자와 만나 “아직도 소록도 꿈을 꾼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스브루크(오스트리아)=금동근 특파원

 

《‘천사같이 오셨다가 천사같이 떠나신 할머니, 보고 싶어요.’ 소록도에서 온 한글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푸른 눈의 수녀가 눈가를 훔쳤다. 편지에 묻어 온 소록도의 쪽빛 물결이 떠오른 것일까. 주름진 그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가득 번졌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40년이 넘도록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마리안(71) 수녀. 그는 지난달 21일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소록도를 떠났다. 함께 소록도에서 봉사한 마가레트(70) 수녀와 함께 남긴 편지에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할 수 없다.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수녀들은 고향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 꼭꼭 숨었다. 》

지난주 초 두 수녀를 찾아 인스브루크로 향했다. 마리안 수녀가 사는 곳은 인스브루크 시내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인 마트라이라는 작은 마을.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물어물어 집을 찾았다. 마리안 수녀는 다행히 집에 있었다.

한국에서 전달받은 소록도 주민들의 편지를 전했다.

“큰 할매, 작은 할매, 감사드립니다.”

 

“그토록 곱던 젊음을…, 소록도 사람들의 손발이 되어 평생을 보내신 할머니 두 분께 충심으로 감사합니다.”

마리안 수녀는 편지를 읽으면서 “눈을 뜨면 한국 생각이 나고 소록도 꿈을 아직도 꾼다”고 한국말로 말했다.

두 수녀는 송별식을 요란하게 하는 것이 싫어 광주대교구 주교에게만 자신들의 뜻을 알렸다. 그러고는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짐 20kg만 들고,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소리 없이 소록도를 떠났다.

두 수녀가 돌아오자 가족들은 반색을 했다. 마리안 수녀의 여동생은 집 3층에 언니를 위한 보금자리를 꾸몄다. 마가레트 수녀의 형제들도 작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줬다.

두 수녀는 소록도를 떠나던 날 멀어지는 섬과 쪽빛 물결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대 후반부터 40년을 넘게 산 소록도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

이젠 오히려 오스트리아가 ‘낯선 땅’이다. 마리안 수녀는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 신고도 새로 하고, 친지와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얼굴을 익히고 있단다. 아직도 저녁 식사는 한식으로 한다.

3평 남짓한 방 안은 한국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장식품으로 가득했다. 방문에는 붓글씨로 쓴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는 문구도 붙어 있었다. “평생 마음에 담아 두고 사는 말”이라고 마리안 수녀는 설명했다.

그의 삶은 이 좌우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소록도를 찾은 것은 1962년. 처음부터 평생 소록도에서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처음 갔을 때 환자가 6000명이었어요. 아이들도 200명쯤 됐고. 약도 없고, 돌봐 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치료해 주려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수녀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환자들을 직접 치료했다. 약이 부족하면 오스트리아의 지인들에게 호소해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서 실어 날랐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영양제며 분유도 부지런히 구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록도에선 계속 아이들이 태어났다. 한센병 환자인 부모들과 함께 지낼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두 수녀는 보육원을 세웠다. 가난한 살림살이라 옷은 직접 해서 입혔다. 아이들이 여섯 살이 돼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육지의 보육원으로 보냈다.

43년간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본 마리안 수녀(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마가레트 수녀(왼쪽)가 한국을 떠나기 앞서 지난달 21일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왼쪽에서 두 번째), 윤공희(가운데) 김희중 주교를 만나 드물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할 일이 지천이고, 돌봐야 할 사람은 끝이 없었다. 두 수녀는 가족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다. 마가레트 수녀의 언니 트라우데 미코스키(73) 씨는 “소록도에선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한다고 들었다”면서 “마가레트가 언젠가 재로 변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련도 있었다. 3년 전에는 마리안 수녀가 대장암 진단을 받아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3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많이 아팠어요. 그래도 소록도 사람들이 기도해 준 덕분에 나았지요.”

그렇게 정성을 쏟은 소록도는 이제 많이 좋아졌다. 환자도 600명 정도로 크게 줄었다.

“더는 우리 도움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요. 40년 동안 함께 일한 한국인 간호원장이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가레트와 함께 이제는 한국을 떠나도 되겠다고 결심했답니다.”

마리안 수녀를 만난 뒤 마가레트 수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수녀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마가레트 수녀의 아파트뿐 아니라 남동생, 언니의 집을 계속 찾아갔지만 결국 언니를 만나 근황을 듣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마리안 수녀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의 손에 알사탕 몇 개를 꼭 쥐여주었다. 밥을 못 차려 줘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고는 소록도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지금도 우리 집, 우리 병원 다 생각나요. 바다는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

인스브루크(오스트리아)=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소록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소록도는 제가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공중 보건의로 첫 1년을 근무했던 곳입니다.

비록 처음부터 그곳 근무를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나환자촌에 근무해야한다는 것이 약간 께림직했지만 막상 그곳에 가서 보니 막연한 불안감은 모두 사라졌고, 진실로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을 돌보는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 보다는 그들로 인해 제가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갈 삶의 지표에도 많은 도움을 얻었더랬습니다. 소록도를 떠나올 때 마지막 송별 파티에서 '제가 여러분께 해 준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여러분께 배우고 간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소록도 생활을 돌이켜 보면 많은 추억이 생각나지만 그 중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마리안, 마가렛 두분의 벽안의 수녀님들이십니다. 30년을 한결같이(12년 전의 일이니 그때는 그분들이 소록도에서 생활한지 30년 쯤 되었을 때입니다.) 환자들을 돌보며 뜨거운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계신 두분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다는 말 밖에는.....

소록도 사람들은 두분 수녀님을 모두 수녀님이라 부르지 않고 '할머니'라고 불렀습니다. 두 분은 모두 간호사 출신이라서 기본적인 의학 지식도 있어서 병원 내에서는 그분들의 치료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나환자들은 손발에 상처가 많은데 심한 경우는 저에게 와서 치료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수녀 님들께 가서 치료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론 수녀님들은 자신들이 치료하시다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환자를 저에게 보내셨죠. 형섭이는 수녀 님들께 과자도 많이 얻어 먹었습니다. 수녀님들은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 기독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에는 맛있는쿠키를 구워서 주위에 나누어 주셨는데 형섭이는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그곳에서의 공보의 생활을 마친 후 5년 쯤 지난 지난 1999년 여름 휴가 때 하루 시간을 내서 소록도를 다시 방문했을 때도 수녀님들을 다시 만나 뵙고 반가운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 후 다시 6년이 흘렀네요. 까맣게 있고 있었는데 오늘 이 신문 기사를 보니 그분들이 오스트리아로 돌아 가셨군요. 소록도는 꼭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아 그렇게 본국으로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그 전에 한 번 찾아가 뵐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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