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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팔순 기념 태국 여행
관리자  2018-05-19 11:42:09, 조회 : 210, 추천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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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축(丁丑)생인 어머니가 팔순을 맞는 해입니다.
어머니 생신이 음력 7월인데 양력으로는 8월 중순이 되어 마침 여름 휴가 시즌과 맞아들어간 덕분에
온 가족이 여름 휴가를 내서 팔순 기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의 두 아들과 딸, 그리고 그 슬하의 자녀들까지 총 12명의 가족인데
이제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휴가를 낼 수 없는 우리집 큰 아이를 제외한
11명의 가족이 태국을 다녀왔네요.

어머니께서 연로하셔서 장시간의 비행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동남아, 중국, 일본, 대만 정도를 후보로 놓고 의논을 했는데
다른 나라는 우리나 다른 형제들 중 누군가는 가 본 곳이었고
모든 구성원이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이 태국이어서 그곳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동남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태국인데
이제야 가 보게 되었네요.




동남아 여행에선 저가 항공을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이번엔 우리 상황에 맞는 비행 시각을 고르다 보니 이스타 항공을 타게 되었는데
터미널에서 대기 중 찍은 사진은 나중에 보니 진에어군요.





지난 번 키나발루 산 등반을 위해 코타키나발루에 갈 때 탔던 진에어는
간단하지만 기내식을 제공했었는데
이스타는 그것 마저도 없네요.
작년까지는 간단한 도시락이 제공되었다는데 올해부터는 없어졌고
유일하게 무료로 제공되는 건 생수뿐입니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밤에 도착해서 바로 호텔에 들어갔으니 실질적인 첫날 스케쥴은 두 번째 날부터입니다.
이번 여행은 패키지로 갔었는데 우리 가족으로 한 팀이 구성되어 있어서
우리 가족만을 위한 마춤 여행이 되었습니다.
버스 앞 유리창엔 모두 8명인 것처럼 적혀 있지만
김해 공항에서 따로 출발해서 온 동생네까지 합하면 11명입니다.



첫날 스케쥴은 뗏목 투어로 시작합니다.



호텔이 있는 칸차나부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 콰이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서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콰이강의 경치를 구경하는 겁니다.



모터 보트가 뗏목을 매달고 상류로 이동한 다음 보트와 연결을 끊고
장대노로 방향을 잡으면서 물살을 따라 내려오는 것인데
평화롭고 한적한 콰이강의 경치를 보는 맛은 있으나
한국인 가이드가 탑승하지 않고 현지 안내인은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다른 나라의 리버 투어에 비하면 조금 단조롭고 심심합니다.



뗏목 투어를 마치고 나면 코끼리로 유명한 태국답게 코끼리 타기 체험이 이어집니다.



처음엔 약간 무서운 듯했으나 곧 안정을 찾고



무서움 많이 타는 집사람도 재미있다고 합니다.
미얀마에서 돈벌러 이곳으로 왔다는 코끼리 조련사가 우리나라 노래도 많이 불러 주고



코끼리에서 내려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해서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코끼리는 똥도 엄청 대형입니다.



오후에는 콰이강변을 따라 놓여 있는 열차길, 일명 '죽음의 열차'를 탔습니다.











이 철로는 선로나 기차나 모두 무척 낡았습니다.  
그래서 기차에 탑승하면 마치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데
묘한 노스탤지어가 자극되는 느낌이어서
사진들을 흑백으로 바꿔 봤습니다.









철로를 받치고 있는 다리가 나무로 되어 있는 것 보이나요?
이 기차가 지나는 선로 바로 왼편은 절벽입니다.
팔을 길게 뻗으면 손이 바위에 닿을 정도인데
이렇게 험악한 지형에 기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나무 다리를 놓고 철로를 개설했습니다.
이 철길은 콰이강을 따라 올라가 미얀마까지 연결되는데
이 철로가 개설된 것은 2차 대전 때입니다.
2차 대전 때 태국을 점령한 일본군은 미얀마를 거쳐 인도까지 침공할 목적으로
태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철도를 만들었는데
정상적으로는 몇 년이 걸릴 공사를
6만명의 연합군 포로와 20만명의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시아 노동자를 동원하여
단 16개월만에 완공하였다고 합니다.
이 공사에는 특별한 중장비를 투입하지 않았고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진행했는데
전쟁 수행을 위해 다급해진 일본군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무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바람이
무려 1만 5천명의 연합군 포로와 10만명의 노동자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얻든 이 철로의 별명이 '죽음의 철로'입니다.
지금은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아름다운 철로이지만
이 철길 곳곳엔 강제 노역에 시달리며 비참하게 죽어간 이들의 원혼이 서려 있는 것입니다.



죽음의 철로 마지막 부분엔 '콰이강의 다리'가 있습니다.
1957년 데이비드 린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해서 7개 부문에서 아카데미 상을 받았던
유명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오는 바로 그 다리입니다.



죽음의 철로를 놓던 당시 가장 난공사 구간이었던 이 다리를 놓을 때
일본군의 부족한 토목 기술 때문에 다리가 자꾸 부서지자
연합군 포로 중 가장 계급이 높았던 영국군 대령은 어차피 노역은 해야하니
차라리 우리가 기술적 지원을 해서 다리가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하고
그대신 정당한 포로 대접을 받자는 생각을 하고 부하들을 설득해서 다리를 건설합니다.
그러나 다리가 완공된 직후 연합군 특공대가 다리를 폭파하러 왔는데
포로로 잡혀 있던 대령은 자기가 피땀흘려 만든 다리를 폭파하지 못하게 하려고
특공대의 작전을 저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영화 음악의 고전이 된 휘파람 행진곡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영화를 넘어서 전쟁이 빚어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갈등을 잘 그려낸 명작이죠.



애초에 이 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나 전쟁이 끝난 후 철교로 대체되었는데
요즘도 하루 세 차례  완행 열차(조금 전에 우리가 탔던 열차)가 운행되고는 있으나
기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엔 이렇게 사람들이 걸어서 다리를 건널 수 있게 해 놨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무척 위험하겠다 싶지만 기차가 다리에 접근할 때는
아주 느린 속도로 오기 때문에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고
또한 다리 중간중간엔 이렇게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기차가 다니지 않을 때는 포토존으로 쓰이기도 하고요.





학비를 벌기 위해 나온 소녀 악사
연주 실력은 별로입니다.



호텔 로비에서 이 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인 리라와디 꽃이 있길래
모두들 머리에 하나씩 꽂고 꽃 꽂은 여인 포즈를 연출해 보는데,
가장 늙은 꽃입니다.



둘째날은 칸차나부리를 떠나 방콕으로 오는 길목에 있는 '담넌 싸두악' 수상 시장 방문으로 시작합니다.



이 수상 시장의 수로변에는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운하를 향해 출입문과 계단이 있어
이른 아침이면 상인들이 배에 물건을 싣고 각 가정을 방문하여 물건을 판다고 합니다.
그러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낮 시간이 되면 이들의 장사 형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형태가 됩니다.



망고를 썰어 설탕 시럽을 뿌린 뒤 찰밥과 함께 먹는 '마무앙 카우 니아우'.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라고 합니다.
처음엔 망고와 찰밥이 생뚱맞은 조합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참 맛있더군요.



과일의 황제 두리안도 보이고



마음을 혹하게 하는 잡화들이 정말 많더군요.
수상 잡화 백화점이라 할 만합니다.



돈 주고 찍으라고 해도 손사래 칠 것 같은 뱀을 사진 촬영용으로 빌려주는 사람도 있고



이국적인 모자를 단체로 쓴 관광객까지, 전통 시장은 어딜 가나 재미있습니다.



두 대의 배에 나눠 타고 헤어졌던 여동생 가족을 중간에 우연히 만나니 이산 가족 상봉처럼 반갑네요. ^^



오후엔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이라 할 수 있는 '왓 포'를 관람합니다.
태국어로 '왓'은 '사원'을 뜻하니 '왓 포'는 '포 사원'이란 뜻입니다.
이 사원은 방콕이 이 나라의 수도로 건설되기 전인 16세기에 만들어진,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일 뿐만 아니라 방콕에서 가장 큰 사원이기도 합니다.



이 사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와불상입니다.
와불상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 때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이 와불상은 길이가 46m, 높이가 15m에 이르는, 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그래서 왓 포를 '열반 사원'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몸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것은 순금으로 만든 금박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사용된 금의 양이 어머어마할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발바닥은 자개로 만들어졌는데 108 번뇌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왓 포에는 수많은 체디(탑)가 있는데
가장 큰 4개의 프라 마하 체디는 현 왕조인 짜끄리 왕조의 초대 왕들(라마1세~4세)에게 헌정된 것이라는데
탑의 표면은 형형색색의 도지기로 장식되어 있어서 무척 화려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이 탑은 딴 탑과 모양이 좀 다른데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크메르 양식의 탑이라고 하네요.







왓 포는 사원일 뿐만 아니라 타이 맛사지의 총본산이기도 합니다.
타이 맛사지는 오랫동안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행한 스님들의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되었다는데
이곳에 최초의 타이 맛사지 학교가 개설되었고 지금도 이렇게 타이 맛사지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방콕을 가로질러 흐르는 짜오프라야 강에서 보트를 타고 수상 관광을 하던 중 마주친 '새벽 사원'
아유타야 왕조가 버마에 멸망한 후 유신이었던 딱신 장군이 다시 군사를 모아 버마를 물리치고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기 위해 이곳에 도착했을 때 동이 트고 있었다고 해서
'왓 아룬' 즉 '새벽 사원'이란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 사원은 딱신 장군이 연 톤부리 왕조 시대에 왕실 사원의 역할을 해서 크게 번창했는데
이 사원은 힌두교에 바탕을 둔 크메르 양식의 탑, '쁘라 쁘랑'으로 유명합니다.
바깥쪽을 도자기로 장식한 화려한 탑인데 지금은 저렇게 외관 공사를 하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는...



저녁에는 최근 몇 년 사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티크'에 갔습니다.



이곳은 짜오프라야 강변에 새로운 부지를 조성해서 대형 아케이드를 조성한 다음
각종 상가들을 입주시킨 현대식 야시장입니다.



시설 투자비가 있다 보니 재래식 전통 야시장보다는 약간 비싸다고 하는데
그래도 물건값은 상당히 싼 편이고 무엇보다 현대식 시설에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몇가지 물건을 샀는데 아침에 갔던 수상 시장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서 놀랐습니다.
결국은 수상 시장에선 바가지를 쓴 셈.







어머니의 3세들과



2세들, 그 배우자들.



셋째날은 태국의 옛 수도 아유타야를 구경하기로 했는데 방콕에서 아유타야로 가는 중간에
'방파인'이라는 현 왕조의 여름 별궁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현 왕조인 짜끄리 왕조는 1782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태국을 통치하고 있는데
왕들은 자신의 본명이 있지만 왕이 되고 나면 라마란 칭호를 사용하여
라마1세, 라마2세, 이런 식으로 불리우는데 지금의 푸미폰 국왕은 라마9세입니다.
이 별궁은 원래는 아유타야 왕조 시대에 세워졌으나 왕조가 망하면서 폐허가 된 것을
라마4세와 라마5세 때 재건했다고 합니다.

라마4세는 뮤지컬과 영화로 잘 알려진 '왕과 나'의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태국에서는 왕실 모독으로 영구 상영 금지가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라마4세는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태국의 독립을 지켜낸 훌륭한 국왕임에도
작품 속에서는 타국 여성과 사랑이나 나누는 한가한 인물로 묘사된 측면이 있다고 하죠.
어쨌거나 라마4세의 뒤를 이어 라마5세가 왕위에 올랐는데
이분은 왕과 나에서 나오듯이 부왕의 배려로 영국인 가정교사의 지도를 받는 왕자입니다. 
어려서부터 서양식 교육을 접한 라마5세는
쇄국 제도를 풀고 유럽의 문물과 제도를 대거 받아들여
태국을 근대화하면서도 서구 열강의 침략을 막아내어
태국 문자를 만든 수코타이 왕조의 람캄행, 현재 국왕인 라마9세와 함께 '대왕'의 칭호를 받은 현군입니다.

산업 혁명으로 막대한 산업 생산력을 갖춘 유럽 열강들이
늘어난 물산을 소비하고 원료를 공급할 곳을 찾아 식민지를 찾아 나선 와중에
동아시아의 대부분이 이들의 수중에 떨어졌지만
일본과 태국만이 이들의 침략을 막아냈는데
이 두 나라는 다행스럽게도 그 시기가 자기들 나라가 가장 강성한 시절,
가장 현명한 군주가 다스리던 시대였습니다.
덕분에 일본은 세계대전까지 일으키는 강국이 되었고
태국도 모든 나라가 프랑스,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독립을 지켜낸 나라가 된 것이죠.
우리나라와 중국이 불행했던 것은
서구 열강들이 밀려올 시기에 두 나라는 해당 왕조의 쇠퇴기에 있었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별궁에는 라마5세 때 지은 건물이 많은데
그가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근대화 작업을 하면서 유럽풍으로 지은 건물들이 많습니다.
'사바칸 라자프라윤'이라고 하는 위의 건물 역시 유럽풍으로 지어졌는데
왕의 형제들과 수행원들이 거주했던 공간이라고 하네요.



이 건물은 '프라티낭 우타얀 푸미사티안'이란 내궁인데 라마5세가 오래 머물렀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영화 '왕과 나'의 촬영지이기도 하다는데
이 작품이 태국 상영 금지 영화가 되었기 때문인지 아무도, 어디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더군요.




이곳은 화교들이 중국에서 모든 자재를 들여와 건물을 지은 뒤 왕에게 헌납한
중국식 건물인 '프라티낭 참룬'입니다.
안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사진 촬영 금지.





이곳은 '프라티낭 와로팟 피만'으로 왕이 거처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 별궁은 현재는 왕궁으로 사용되지 않고 비어 있으며
외국에서 국빈이 방문하면 영빈관으로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프라타낭 참룬 내의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락된 공간에서 한 컷.



이곳은 왕궁이라 짧은 치마를 입고 들어갈 수 없는데
조카들은 입구엔 치마를 빌려주는 곳이 있어서 이렇게 치마(보라색)를 빌려 입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곳을 나올 때 보안 요원이 와서 우리의 카메라를 보자고 해서 왜그러나 싶었더니
조카들이 치마를 펄럭이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CCTV로 보고
혹시 우리의 카메라에 다리가 드러난 사진이 찍힌게 아닌가 싶어 검사한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그런 사진은 없어서 통과.

이번 여행을 통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태국인들의 왕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입헌 군주국의 왕이 이렇게 존경을 받는 것은 조금 의외다 싶지만
지금 재위 중인 푸미폰(라마9세) 국왕의 행적을 알게되면 이해가 갑니다.
그는 젊은 시절엔 유럽에서 유학을 하면서 서구 문화에 심취했고
스포츠카를 몰다 큰 사고를 당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지만
왕으로 즉위한 후에는 자신의 삶을 국민을 위해서만 살기로 결심하고
즉위 이후 단 한 번도 해외 여행을 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합니다.
마약 재배로 연명하던 국경지대 농민들에게 커피 농장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등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고
태국의 대부분의 병원은 왕실에서 재산을 내서 지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푸미폰 왕은 태국 국민들에게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으며
아직 재위 중임에도 람캄행, 라마5세와 함께 '대왕'의 칭호를 얻었다고 합니다.
태국은 정치가 불안정하여 군부 쿠데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쿠데타가 일어나도 국왕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 쿠데타가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1970년대와 1990년대에 일어난 쿠데타는 왕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쿠데타 주역은 외국으로 망명했다고 하니
입헌 군주국의 국왕으로서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정도 되면 골치아픈 국정은 총리에게 맡겨두고
자신은 국민의 인기와 존경을 받는 일들만 하면되고
국정이 잘못되면 자신이 아닌 총리의 책임으로 간주해서 총리만 교체하면 되니
절대 군주보다 더 낫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왕실 구경을 하다 보니 왕실 근위대의 위병 교대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왕실 근위대와 같이 고도로 훈련되고 절제된 동작을 보이는 것이 아니고
줄도 제대로 안맞추고 걸어갈 때 손과 발도 제대로 안 맞으며
자기들끼리 실실 웃으면서 교대식을 행하는 모습이 당나라 군대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태국은 징병 대상이 된 청년들 중 제비 뽑기를 해서 징집을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요?


방파인 궁전을 나온 뒤엔 아유타야로 향합니다.
'아유타야 왕국'은 최초로 통일 왕조를 이룬 '수코타이 왕국'에 이은 두 번째 왕국으로서
1351년~1767년까지 400여년 간 번성한 왕국입니다.
한때는 지금의 캄보디아 영토인 크메르 제국을 지배하기도 하는 등 번성을 누렸으나
가장 큰 경쟁 관계에 있었던 버마의 침공을 받아 1767년 멸망하였습니다.
그 후 아유타야의 유신이었던 딱신 장군이 다시 세력을 모아 버마를 몰아냈으나
딱신 장군은 이곳이 버마를 방어하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라고 판단해서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는 바람에
아유타야는 400년의 영화를 뒤로하고 폐허처럼 버려진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아유타야의 대표적 유적지인 '왓 야이차이몽콘'입니다.
이 사원은 1357년 우통 왕이 스리랑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승려들의 수도를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체디입니다.
이 체디는 1592년 나레수앙 왕이 버마와의 전투에서
코끼리를 타고 맨손으로 버마의 왕자를 죽이고 승리한 기념으로 지은 탑인데
버마의 체디인 푸카오통보다 높게 지으려고 했으나 실제로는 약간 낮다고 합니다.
거대한 중앙탑 주변으로는 여러개의 불상들이 탑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데
사연을 알고 불상들을 보니 부처님의 '항마촉지인'이 마치 '항버마촉지인'처럼 느껴집니다.









중앙 불탑의 계단 앞에서 가족 사진을 한 장 찍어 봅니다.
이 불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높기도 하지만 일반 계단에 비해 훨씬 가팔라서
젊은이도 오르내리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에게 올라가지 마시라고 했으나
어머니는 일단 한번 시도해 보고 힘들면 중간에 그만두겠다고 하셨는데



너무나 씩씩하게 정상부까지 올라가셔서 모두들 깜놀했다는...









이 사원은 와불도 유명한데
금박을 올린 왓 포와는 달리 부처님이 금빛 가사를 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사가 한 겹이 아니고 몇 겹이나 되길래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와불상 앞에 있는 접수처에 돈을 내면 개인의 기원을 담은 가사를 하루동안 둘러 준다고 하네요.



와불상의 발바닥에 동전을 붙이며 소원을 비는 사람이 많은데
바닥이 맨들맨들하지만 신심이 깊으면 동전이 붙는답니다. ^^



이곳은 '왓 마하탓'입니다.
왓 마하탓은 '위대한 유물을 모신 사원'이란 뜻이라는데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사원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 사원은 먼저 봤던 왓 야이차이몽콘보다 더 황폐화된 상태였는데




버마군에 의해 아유타야 왕국이 멸망한 후 철저하게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당시 모든 불상엔 금박이 입혀져 있었는데



침략군들은 이 금을 벗겨내기 위해 불상에 불을 질렀고



금박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불상들이 이렇게 크게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애초엔 흙으로 빚은 불상들이었는데 금박이 벗겨진 후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면서
이젠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고



훼손되어 방치된 불두(佛頭) 주변으로 나무가 감싸고 자랐는데
이리저리 얽힌 나뭇가지 사이에서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는 부처님의 얼굴이 비감을 더합니다.





이곳은 아유타야 왕국의 왕실 사원이었던 '왓 프라시산펫'입니다.



원래 이곳에는 황금을 입힌 16m 높이의 입불상으로 유명하였으나
버마군이 황금을 손에 넣기 위해 불지르고 파괴하여 흔적만 남았고
지금은 이 사원이 세워질 무렵 재위했던 세명의 왕의 유골을 모신 거대한 체디 3개만 남아 있습니다.



아유타야 유적지를 돌아보면
이곳이 불과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부귀와 영화를 누리던 궁궐이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훼손의 정도가 심합니다.



점령군에 의해 대대적으로 파괴와 약탈이 자행되었고
그 후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오랜 세월 방치되었기 때문이겠죠.



황성 옛터가 따로 없네요.
옛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큰 의미도 없을 테지만
지금 이 상태로만이라도 보존을 잘 했으면 좋겠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부서지고 허물어지는 것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가이드에게 물어 보니 복원과 보존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워낙 유적이 방대하고 예산은 적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체디 상단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둘째가 올라가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둘째는 저기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했는데
사진을 찍고 보니 유명한 게임 '테트리스'의 한 스테이지가 끝나면 등장하는
러시아 무용수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왓 프라시산펫의 폐허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 하나 남겨 봅니다.



모자(母子)와



모녀(母女)



장여사의 DNA를 받은



순수 혈통과




갱물들...



이날 저녁엔 방콕의 바이욕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때마침 3인조 악사들이 여흥을 돋구고 있어서
한 곡 청했더니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우리 가요 '사랑해'와
어머니 팔순을 축하하는 생일 축하 노래까지 불러 줬습니다.
이들은 나이 지긋한 실버 삼중주단이었는데
어머니보고는 자기보다 젊어 보인다고, 40대처럼 보인다고 하면서
어머니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이 건물 전망대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이 건물은 88층으로서 방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데



스카이 타워에 올라가면 바닥이 천천히 회전하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어도 사방의 경치를 다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방콕의 야경과 함께 어머니의 팔순 여행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네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감상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것은 어머니의 튼튼한 체력을 확인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한 곳에 머물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휴양 여행이 아니고
제법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패키지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과연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하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마침 우리 가족만으로 패키지가 구성되었으므로
어머니의 기색을 잘 살피다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일부 일정을 과감히 생략하려고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에 저절로 기록되는 앱으로 확인해 본 결과
매일 16,000보~18,000보 정도의 걸음(11~13km 정도)을 걸었음에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으셨고 계단도 씩씩하게 잘 올라가시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몸살나지 않고 생생하셨습니다.
자식으로서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필로그

여행을 갔다온 2주 쯤 뒤 어머니 생신 모임이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한 도시에 사는 게 아니다보니
생신이 가까워 오면 한 주쯤 일찍 주말에 날을 잡아 모임을 갖는데
이번엔 하늘도 어머니의 팔순을 축하하는지 생신 당일이 딱 토요일이었습니다.
이미 팔순 여행을 다녀왔으므로 생신에는 따로 행사를 하지 않고
우리 가족만 조촐하게 식사를 한 끼 했습니다.



그날은 또 한 달 여 전 찍었던 가족 사진이 나온 날이기도 해서
품평회도 하고 어머니 댁에 걸어드리기도해서 더욱 의미가 있기도 했네요.



이번 여행에 큰 아이가 같이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6월 초 큰 아이와 할머니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걸로 아쉬움을 달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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