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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수허고성, 리장고성
BOF  2014-09-05 16:51:30, 조회 : 1,669, 추천 : 48

아들과 함께한 차마고도 트레킹-수허고성, 리장고성





어느덧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네요.
오늘은 등반 계획이 없으므로 조금은 느긋한 아침 시간을 갖습니다.
며칠 머물다 보니 객잔 바깥으로 보이는 나시족 전통 가옥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정들자 이별이라더니 이 풍경도 이제 마지막이네요.



객잔에서는 아침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오전 8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망설봉 등반 가느라 일찍 나선 어제는 이용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아침을 먹어 보기로 합니다.



객잔 바깥의 야외석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수허 고성의 아침을 즐겨 봅니다.



우리나라 중화 요리집에서 자주 접하는 꽃빵 비슷한 빵과 옥수수, 계란, 흰죽으로 구성된 식단인데



특별한 양념이 된 게 아니라서 아침으로는 딱 좋네요. ^^



국화차까지 한잔 하면서



시루오루의 아침을 즐깁니다.
이 객잔의 이름인 시루오루(西若如)는 나시족 언어로서 중국어로는 '回家',
즉 '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시루오루는 옥룡 설산 아래의 야외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이모 감독의 거대한 나시족 가무쇼인 '인상 여강'의 주제곡 이기도 한데
5박 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앞 둔
오늘 아침 이 시각에 딱 어울리는 단어네요.



리장 고성으로 떠나기 전 수허 고성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설산의 맑은 물이 흘러 내려 연못을 이룬 곳.
그냥 떠서 마셔도 될 만큼 맑은 물입니다.



그 물들이 수로를 따라 흐르는 곳에는 부지런한 나시족들이 일찍부터 과일전을 펴고 있군요.



아직 인적이 드문 아침 길을 따라 스팡제로 향합니다.
수허 고성은 차마고도의 역참으로 개발된 마을인데
리장 고성보다 200여년 먼저 건설된 마을이라고 하네요.
리장 고성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역사는 더 유구한 셈입니다.



나시족 비파인가요?



이곳은 은공예가 발달한 고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스팡제 근처에도 은 공예품점들이 무척 많습니다.
리장 고성에도 은 세공품 판매점들이 많지만
대개의 점포가 판매만 하고 있는 작은 규모인데 반해
이곳의 은 공예점들은 직접 제작을 하는 듯 규모도 크고
가게 한 켠에서 직접 세공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격도 리장 고성에 비해 훨씬 쌌습니다.
때마침 광장 한 켠에서는 은 세공품을 만드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네요.
사진 속의 장면은 굵은 은 줄을 롤러 사이로 통과 시켜 가늘고 얇게 다듬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은 세공과 더불어 또 유명한 것은 나시족 전통 방식으로 물들인 천과
그 천을 이용한 나시족 전통 의상이라고 하는데
큰 녀석은 이곳에서 치마인 듯 바지인 듯 구분이 잘 안가는 독특한 바지와
사진에서 보이는 흰 티셔츠와 비슷한 티셔츠를 하나 샀네요.
학교에 돌아가면 숙소에서 편하게 지낼때 입을 거라는데
그 모습을 보면 모두들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되네요. ^^



나중에 리장 고성에 가서 가격을 알아보니 은제품 뿐만 아니고
이곳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들의 가격이
리장 고성보다 훨씬 쌌습니다.
쇼핑할 계획이라면 일단 수허 고성에서 필요한 걸 다 사고
리장 고성에선 여기에 없는 것만 사면 되겠습니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문득 생각난 것이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상형문자인 동파 문자가 새겨진 도장을 하나 갖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저곳 돌아 다니다 보니 도장을 새겨 주는 곳을 찾았는데
안내문에는 아침 9시부터 문을 연다고 되어 있었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네요.
아쉽지만 할 수 없습니다.
리장 고성에서 다시 찾아 봐야 되겠네요.



기념품 상가들을 돌아보다 보니 차마고도 박물관이란 표지석이 보여



한번 들어가 봅니다.



차마고도 박물관은 규모가 작지는 않은데 넓은 전시 공간을 가진 큰 건물이 아니고
전통 가옥 형태로 된 넓지 않은 전시 공간이 여러개 이어진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전시관 내부도 소박하다 못해 방치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고
조명도 부실한데(어떤 방은 조명이 아예 없어 캄캄한 곳도 있음)
전혀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도 사진 촬영을 금한다는 표지가 곳곳에 붙어 있어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이 지방엔 가죽 공예도 매우 발달해 있는데
그것은 명나라 초대 황제인 주원장의 황실 가죽장이었던 사람이 무슨 이유에선지 추방을 당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곳은 가죽 공예가 크게 발달했다고 합니다.
박물관 내부엔 이곳의 가죽 공예 발달의 역사를 보여 주는 전시물들이 있는데
박물관 뒷 뜰엔 그를 기념하는 조각물이 있군요.
세계 어디를 가나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학생의 손은 뒷통수로 가나 봅니다.
자기는 몰라 꾸중을 듣는데 저렇게 잘 알고 있다고 손을 번쩍 드는 친구가 있으면 무척 얄밉죠? ^^



박물관 벽에 그려진 수허 지방의 백가지 직업의 장인들의 모습입니다.
방금 소개한 '피장(皮匠)'의 모습이 제일 먼저 나오네요.



아주 멋있는 동상이 있어서 설명을 읽어 봤더니
이 분은 손자 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의 후손인 '손빈(孫膑)'으로서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아 제나라의 유명한 병법가가 되었는데
그 전까지 짚신을 신던 군사들에게 최초로 가죽신을 신겼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가죽신을 신어 발이 편해진 손빈의 병사들은 전쟁에서 연전연승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분을 가죽 공예, 신발 공예의 시조로 받들고 있다고 하네요.
예전엔 남경에서 매년 이분을 기리는 제사도 지냈을 정도라고 하고,
가죽 공예가 발달한 이곳 수허에서는 이분을 세 사람의 성인 중 하나로 모신 삼성궁(三聖宮)이 있다고 하네요.



차마고도 박물관은 지금까지 제가 본 박물관 중에



가장 자연 친화적인 박물관이었습니다. ^^



리장 고성 방문 계획이 있으니 여기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고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 옵니다.



이 물이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인 듯(상수원이라는 말입니다) 물속에 있는 저 돌 위엔
여기서 빨래를 하지 말라고 적혀 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무엇을 씻고 있는 듯 보여서
자세히 봤더니 식수를 뜨고 있군요. ^^



다시 숙소에 돌아와 짐을 챙겨 이제 리장 고성으로 향합니다.



차를 내린 베이룽(白龙) 광장 근처에서부터 리장 고성 관광을 시작합니다.



이곳은 삼안정(三眼井)입니다.
이곳도 어제의 옥호촌 처럼 3개의 샘으로 되어 있는데
'삼안정'이란 곳이 수허 고성에도 있고 리장 고성의 딴 곳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형태의 샘물들을 모두 '삼안정'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팻말을 읽어 보니
이 샘물은 벽돌로 쌓은 담 뒷편에 있는 백마용담(白馬龙潭)이란 연못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데
백마용담은 자연적으로 솟아 나오는 연못이랍니다.
리장 고성의 물길을 형성하고 있는 물은 옥룡 설산에서 내려온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삼안정의 물은 설산이 아닌 백마용담에서 흘러 나온 것인 겁니다.



어제 옥호촌에서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맨 위의 물은 식수로
중간 물은 채소 등 먹거리를 씻는 물로
맨 아랫쪽 물은 빨래나 기타 세척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간 우물에선 채소를 씻고 있고
아랫쪽 우물에선 운동화를 씻고 있군요.



삼안정 한 켠엔 이 우물의 사용 규칙이 적혀 있군요.

상천은 음용수로 쓰이고
중천은 식품을 씻는데 쓰고
하천은 옷이나 물건을 씻는데 씁니다.
이렇게 나눠서 쓰는 건 전통을 따르는 일이니
씻은 후 찌꺼기들은 반드시 치우고
샘 근처엔 오물을 버리지 마시오.
수원을 보호하여야 사람이 건강하니
이는 문명인으로서 꼭 지켜야 할 약속이다.

대충 이런 뜻인 것 같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고성의 외곽이라서 그런지
고성의 골목길은 인적이 많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 보니 동파 문자가 가득 적힌 벽을 만나게 되네요.
동파 문자는 나시족 고유의 문자로서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세계 유일의 상형 문자라고 합니다.

나시족들의 토속 신앙인 동파교의 경전인 동파경이 이 동파 문자로 적혀 있어서
동파교의 사제들과 일부 지식인들만이 이 동파 문자를 안다고 합니다.
중국이 공산화가 된 이후 동파교를 믿는 이가 없어져서
동파 문자도 그 맥이 끊어질 형편이라고 하는데
예전엔 큰 권위를 누렸던 사제들은
지금은 고성 내의 지전에 고용되어 관광객들에게 동파 문자를 써 주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신세로 전락했답니다.
그마저 이제 새로 배우려는 이가 없다고 하니 천년을 내려오던 동파문자의 맥이 풍전등화인 셈입니다.

중국 정부는 맥이 끊어져 가고 있는 동파 문자와 그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동파 문화 연구소를 세워서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 연구소를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으나 일정상 힘들어서 아쉽지만 포기했습니다.



이곳엔 동파 문자를 이용한 관광 상품이 많습니다.
간판도 동파 문자를 함께 적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고
각종 기념품엔 동파 문자가 아름다운 모양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도 동파 문자가 새겨진 목패를 하나 샀는데
나무에 새겨진 이 문자의 뜻이 이렇답니다.
한문으로 '설산야양미(雪山也样美)'라고 하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설산의 모습이 아름답구나' 정도의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화(皮画)라고 되어 있으니 얇은 가죽 위에 그린 그림인 모양인데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의 이발관 그림 풍입니다.
저걸 사는 사람들은 어디다 걸어 둘까 싶습니다.
제법 야한 그림도 있군요. ^^



길거리 음식도 보이는 걸 보니 조금씩 번화한 곳으로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수허 고성과 마찬가지로 리장 고성도 설산에서 내려온 물이
수로를 따라 집집마다 흐르고 있습니다.
동양의 베니스라는 표현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수허 고성의 물처럼 아주 맑아 보이지는 않은데 음용수로 쓰는 물길은 따로 있을까요?



리장 고성의 옛 건물들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음식점이나 객잔, 상품 가게 등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너무 상업화가 되어 안타까운 면도 있으나
그 덕분에 관광객들은 리장의 고택들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제 오늘 우리가 돌아볼 첫 목적지인 '목부(木府)'로 갑니다.

리장은 나시족의 땅입니다.
11세기 쓰촨성을 거쳐 이곳에 정착한 나시족들은 독자적인 나라를 건설했으나
1253년 쿠빌라이 칸에게 정복된 이후 중국으로 편입되게 되는데
중앙 정부의 힘이 미치기 힘든 오지에 위치해 있는지라
이 지역 족장을 토사로 삼고 이 지역을 다스리게 했는데
이 토사가 중앙 정부에 매우 협조적이었으므로
명나라 시대에는 태조 주원장으로부터 황제의 가문이라는 뜻으로
주(朱)씨에서 사람 인(人)자를 뺀 목(木)씨의 성을 하사 받았고
그 이후 그들이 다스리던 이 지역의 지방 관청을 목부(木府)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목부는 청나라 옹정 원년 지방 영주가 해당 지역을 다스리는 제후령을 폐지하고
황실에서 임명한 관료인 유관(流官) 파견 통치하는 개토귀류(改土歸流)를 실시할 때까지
470년간 22대에 걸쳐 이 지역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목부가 다스리던 지역은 전성기인 명조 말에는
윈난성의 서북부와 쓰촨성의 서남부, 티벳의 동남부에 이르렀고
원, 명, 청조를 이어가며 500여년을 다스렸으니
적어도 이 지역에서만큼은 왕과 같은 권세를 누렸고
다스리는 면적으로 따지면 그 당시 중국의 조공국이었던 조선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한때 왕과 같은 권세를 누리던 목부였으나 그 후 전쟁으로 훼손되고
쓰촨 대지진 때 무너졌던 것을 1998년 재건했다고 합니다.



목부의 입구는 네 마리의 사자상이 지키는 패방이 서 있습니다.
이 패방은 명나라 황제가 하사한 패방이라고 하는데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패방은 구조가 장엄하고 그 조각이 정교해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패방으로 꼽힌답니다.

맨 위에 황제의 뜻이라는 의미의 '성지(聖旨)'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 밑에는 '충의(忠義)'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이 글씨는 당시 황제이던 만력제 신종이 하사한 글씨인데
이 글씨 때문에 이 패방을 '충의방(忠義坊)'이라고 부르고
'대리의 삼탑사, 여강의 충의방'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유명한 유적이라고 하네요.

이곳에 적힌 '충의(忠義)'라는 글자를 비롯해서 목부의 여러 전각엔
중앙 정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현판들이 많이 걸려 있는데
강력한 지방 제후들을 관리하는 중앙 정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충의방을 들어 서면 '목부' 정문이 나옵니다.



정문을 들어 서면 넓은 마당이 나오고 저 멀리 목부의 주 전각인 '의사청(議事廳)'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그 들입부엔 장쩌민이 쓴 '세계 문화 유산 여강 고성'이라고 쓴 글씨가 새겨져 있네요.
1999년 리장 고성이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걸 기념해서 쓴 글씨인 것 같은데
이 글씨는 여기 뿐만 아니고 고성 곳곳에 똑 같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장쩌민의 친필 비석 다리 사이로 기어 다니는 아이와
이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아이 엄마가 함께 찍혔네요. ^^



의사청은 자금성의 태화전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크기가 좀 작기도 하지만 황제의 궁이 아니므로 기단도 태화전처럼 3개가 아닌 2개로 되어 있습니다.



議事廳이란 현판은 명태조 주원장이 하사한 것이라 하는데
의사청 현판 아래엔 '성심보국(誠心報國)이란 현판이 3개나 붙어 있네요.
지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토사들을 얼르고 달래는 황제의 눈물겨운 노력의 흔적일까요?



木府 亞中大夫의 당당한 모습을 보시라!!
경복궁엔 경전 앞에 품계석(石)이 있는데
목부의 의사청엔 그 내부에 품계석(席)이 있군요.
아중대부 자리에 한번 서 봤습니다. ^^



이곳에 오니 전통 복장을 한 관광객도 꽤 많이 보이고



단체 여행객들을 안내하는 자원 봉사자도 보이는데
소리는 들리되 그 뜻을 알 수 없는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네요.







의사청 뒷편엔 높은 건물이 한 채 나오는데



목부의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만권루(萬卷樓)' 입니다.







목부에서 보유한 수많은 책과 판각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현재 전시되고 있는 서책의 양은 보잘 것 없습니다.



만권루의 뒷편엔 '호법전(護法殿)'이란 건물이 나오는데 앞쪽에 있는 의사청과 구조가 똑같다고 합니다.



이곳은 내부에 토사의 제단과 조상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목부의 집안 일을 의논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뒷편에서 본 만고루



만고루 뒷편엔 '옥음루(玉音樓)'라는 아름다운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은 황제의 성지를 받는 곳이며 동시에 음주, 가무를 즐기던 곳이라고 합니다.
옥음루라는 이름은 황제의 음성을 '옥음(玉音)'이라고 하는데서 따온 것이겠죠?



옥음루를 지나면 건물은 긴 회랑으로 이어져 목부 뒷편의 작은 산인 사자산으로 연결 됩니다.



회랑을 지나 사자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옥음루와 비슷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나오는데
삼청전(三淸殿)이라고 합니다.
삼청은 도교에서 나오는 말로 하늘 위의 별들의 세계인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을 합쳐서 부르는 말인데
목부의 토사가 도교에 심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해발 2,600m의 고지대임을 실감하게 하는 오르막길을 따라 살짝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사자산 정상에 다다르면 만고루(萬古樓)가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이 건물은 1997년에 새로 지어진 건물로서
꼭대기의 전망대에 서면 리장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6층 건물의 만고루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니 과연 리장 고성이 한 눈에 들어 오네요.
날씨가 맑다면 이 방향에서 만년설을 머리에 인 옥룡 설산이 보일 텐데 하늘이 흐려져 있어 볼수가 없네요.
아쉽습니다.



오른쪽을 보니 방금 지나왔던 목부가 보이는 군요.



리장 고성은 유목민으로 살던 나시족이 강대한 주변 민족에 밀려 간쑤성과 칭하이성 일대에 있던
자신들의 터전을 버리고 쓰촨을 거쳐 11세기경 이곳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도시입니다.
외부 세계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리장을 세계에 알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 밀어 닥친 대지진 이었습니다.
1996년 2월 이곳을 강타한 진도 7의 지진으로 사망 293명, 중상 3700여명의 인명피해와
수많은 건물이 붕괴되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지진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해외에서 온 자원 봉사자들은 리장의 매력에 주목하게 되었고
리장이 중국 본토과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지진 당시 리장의 신도시는 폐허가 되었지만 옛 건물이 밀집한 고성은 피해가 훨씬 적었답니다.
못을 쓰지 않고 기둥과 대들보를 사개 맞춤식으로 짜 맞춘
수백년 된 목조 기와집은 70% 이상이 말짱했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고 설산에서 내려온 물을 세 갈래의 물길에 나누어 마을 구석구석까지 이어 주어
어느 집에서나 문을 열면 수로를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 구조는 중국 고대 도시 중 으뜸이었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 지면서 
1997년 12월, 리장 고성은 고성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제 리장은 연간 1,200만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중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만고루 앞에서 인증샷 한 장씩 찍고



이제 리장 고성 중심가로 내려가 봅니다.



만고루에서 스팡제로 이어지는 경사진 골목길은 정겹기 그지 없는 풍광이 펼쳐집니다.
두세사람만 지나가도 서로 비켜가야 할 만큼 좁은 골목길 양편으로
온갖 민속 잡화들이 손님의 발길을 붙잡고 있습니다.



교토 청수사 앞에 있는 유명한 골목길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연상시키는 정겨운 길을 지나



리장 고성의 중심가 스팡제에 다다릅니다.



여기서는 '모든 길은 스팡제로 통한다'는 말이 통합니다.
리장 고성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들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길을 잃기 일쑤인데
고성의 골목길에서 길을 잃었다면 일단 스팡제로 와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스팡제에 도착하니 갑자기 허기가 밀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 먹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일단 뭐 좀 먹고 봐야 되겠습니다.



원래는 마마푸라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싶었으나
관광 안내서에 표시된 일대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습니다.
지도가 잘못됐든지 음식점이 문을 닫았든지 둘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배가 고파 딴 집을 찾아 헤매기도 힘들어서
바로 앞에 보이는 '프라하 카페'라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내서에는 이름은 유럽풍이지만 일본식 음식을 내 놓는 카페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메뉴에 일본식 요리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인 오므라이스와 파스타를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먹은 비현지 음식이었는데
맛은 괜찮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물의 도시 리장 고성 탐방에 나섭니다.
고성 내의 거의 모든 가옥들은 기념품 가게, 식당, 숙소로 개조된 듯
어떤 형태로든 영업을 하지 않는 일반 가옥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약간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대목입니다.



길거리 음식도 한두가지 맛보고...



길을 걷다 보니 나시고락회(納西古樂會) 연주홀이 나옵니다.
이곳은 나시족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곳인데
여기엔 끊어져 가는 나시족 음악의 맥을 있는 연주자들이 매일 저녁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나시족 음악은 가장 유명한 중국 음악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어서
1885년 이미 유럽 순회 연주를 가졌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화 되고 문화 혁명기를 거치면서 나시족 음악이 금지되고
악보마저 모두 불태워지는 위기를 맞았었는데
다행히도 1980년대 전통 음악을 기억하는 일부 노인 음악가들의 노력으로 다시 복원되었고
그 후 십수차례 외국 순회 공연도 가졌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도 사실은 이번 여행에서 이 음악회를 꼭 한번 보려고 했으나
일정을 아무리 짜 봐도 시간이 나오지 않아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는데
입구에서 현관에 붙은 사진들을 기웃거리며 눈요기로나마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나시고락회 연주홀을 거쳐 한참 올라 오니 또 다른 광장이 나타납니다.



스팡제보다 훨씬 크게 조성된 광장인데 스팡제에 비해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이 듭니다.
피자헛과 KFC, 맥도널드 매장까지 눈에 띄고



최근에 조성된 듯한 조형물도 있군요.
이 작품의 제목은 '발산섭수(跋山涉水)'로서
우리말로 하면 '산넘고 물건너' 쯤 되는데
차마고도의 마방들이 말을 끌고 교역에 나서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 광장의 이름은 '옥하 광장(玉河廣場)인데
옥하는 옥룡 설산에서 내려온 물이 '흑룡담'이라는 큰 연못에 머물렀다가
고성의 수로를 향해 내려오는 물길의 이름입니다.
옥하를 통해 내려온 물길은
이곳 옥하 광장에서 동하, 중하, 서하의 세갈래의 물길로 나뉘어져 고성 곳곳으로 흐르게 됩니다.
사진에 보이는 붉은 성벽은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것 같이 보이는데



아마도 고성이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고 난 뒤
이 장쩌민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이 패방 모양의 벽과 함께 건설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광장의 또다른 명물은 거대한 물레방아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수차이지만 근처엔 마땅히 이 물레방아의 동력을 이용할 만한 시설이 없어서
이것 또한 관광용으로 최근에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소원을 동파 문자로 적은 나무로 만든 종, 즉 목령(木鈴)입니다.



이걸 보고 있으니 일본의 신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의 소원을 적은 패찰을 달아 놓은 장면이 생각납니다.



고성 내의 복잡한 골목길을 발바닥 아프게 탐방한 끝에



드디어 동파 문자로 인장을 새겨주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원래는 제것 하나만 새길 생각이었으나 이왕 새기는 김에 온 가족 모두 하나씩 새기기로 했네요.



도장이 새겨지기까지 1시간여의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다시 골목길 탐방에 나섰는데
이제 골목길은 돌아볼만큼 돌아 봤고 기념품 가게도 비슷한 곳의 연속이라



스팡제 근처를 조금 더 배회하다



조금 전 점심을 먹은 프라하 카페에 가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잠시 후 인장을 찾으러 갔더니



이렇게 예쁜 동파 문자 도장이 만들어 졌습니다. ^^
사진으로 찍은 건 큰 아이 도장입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가 늦어 가고 있고
이제 어디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청두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에 가야 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훠궈(火鍋)'입니다.
훠궈는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쓰찬식 샤브샤브입니다.
우리식과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주로 맑은 국물을 사용하는데 비해 훠궈는 다양한 양념이 된 국물을 쓰는 것이고
익혀 먹는 식재료가 우리보다 다양하며
살짝 데쳐 먹는 우리식과 달리 훠궈는 푹 익혀서 먹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샤브샤브는 주재료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 나오는데
훠궈는 들어가는 재료를 일일이 선택해야 해서 
처음 먹는 사람이나 중국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문하는데 제법 어려움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중국어 이외에는 어떤 나라 글자도 적혀있지 않는 친절한 메뉴 덕분에
주문의 어려움은 가중되었지만 짧은 한문 실력을 총동원하여
고기, 야채, 두부, 버섯들 중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것들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여행 안내서에 나와 있는 대로 매운 맛의 마라궈와
닭뼈 국물을 고은 담백한 맛의 바이궈가 반반씩 섞인 위안양궈를 주문했습니다.



훠궈를 찍어 먹는 양념장도 직접 준비해야 하는데 미리 만들어진 장을 제공하는 우리와는 달리
온갖 양념의 재료가 따로따로 진열되어 있고 직접 모든 걸 섞어서 만들어야 하는데 
현지인이 만드는 장면을 훔쳐 보기도 하고
한문으로 적힌 재료 이름과 재료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연구도 해서
이렇게 세 종류의 양념장을 만들었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



데쳐 먹을 음식 재료들이 나왔는데



처음에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맥주 한 잔 곁들여서



알맞게 익혀진 훠궈를 먹어 보니...



맛있습니다!! ^^
마라궈의 경우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긴 했지만
매운 맛이 재료 본연의 풍미를 가려 버리는 듯해서
바이궈가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리장에서의 마지막 인증샷인데 핀이 나가고 말았군요.

이렇게 4일간의 리장 일정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저녁 비행기 타고 청두로 돌아간 뒤 
첫날 잤던 호텔에서 하룻밤 묵은 다음
내일 오전엔 청두 시내를 잠시 돌아 보고
오후 비행기로 인천으로 돌아오면 이번 여행이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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