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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발루 산 등반기, day1
관리자  2016-02-18 15:41:44, 조회 : 393, 추천 : 8

Mt. Kinabalu Trekking day1



몇 년 전부터 신정을 쇠는지라 구정엔 며칠 간의 휴가가 생기는데
올해는 '키나발루 산'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키나발루 산'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산인데
최고붕인 'Low's Peak'의 높이가 4,095.2미터로서
동남아 최고봉이라고 합니다.
코타키나발루란 도시 이름도 말레이어로 '키나발루 산의 도시'란 뜻이라고 하니
키나발루 산 등반은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가장 큰 의미가 될 것인데
전 이미 코타키나발루를 두 번이나 찾았으나 그때는 모두 해양 스포츠 위주의 휴양 여행이었고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일행들도 있어서 키나발루 산 등정의 뜻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그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혼자서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을 걱정했으나
나라에서 지정하는 산악 가이드가 함께 하므로 안전은 염려할 것이 없고
산을 오르는 진정한 즐거움은 혼자서 오를 때 느끼는 것이니
이번 산행은 자못 기대가 되는 등반입니다.



구정 연휴라서 교통이 많이 복잡할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는데
공항가는 길이 역귀성 경로인 탓에 도로가 전혀 막히지 않았고
공항 또한 - 구정 연휴 첫날인 어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출국을 했는지 - 특별히 붐비지 않아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 구역으로 나오니 비행기 출발 시각까지 무려 세 시간이나 남습니다.



면세점에선 특별히 살 게 없어서 와인만 한 병 사고
피아노 5중주 공연 잠시 보다
라운지에서 시간을 떼우기로 합니다.
인천 공항은 최근 보안 문제가 불거졌고
허브 공항으로서 항공사 서비스엔 문제가 좀 있다고 하지만
탑승객 서비스만큼은 최상인 것 같습니다.
딴 공항에선 이런 문화 공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이번엔 비행기 도착 시간 문제로 저가 항공인 진에어를 타고 가는데
진에어의 기내식 서비스가 좀 부실하기 때문에
라운지에서 저녁 식사를 좀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좀 챙겨 먹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조금 거시기하네요.
컵라면에 와인이라니...



라운지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왔음에도



탑승구에 도착하니 비행기가 지연 출발한다고 해서
또다시 30여분 기다린 끝에



어둠이 내려앉는 시각이 되어서야



비행기는 출발합니다.



진에어의 기내식입니다.
저렴하죠?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합니다. ^^



5시간여의 비행 끝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로 이동합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는 이렇게 택시표를 끊는 부스가 있는데
목적지를 말하고 돈을 내면 목적지가 적힌 쪽지를 줍니다.
그 쪽지를 공항 앞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 운전사에게 주면 목적지로 데려다 주는데
약간 불편한 듯하지만 택시 운전사와 직접 가격을 흥정하지 않아도 되고
목적지를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으니 편한 면도 있습니다.



12시가 넘은 시각에 호텔에 도착하여 서둘러 잠을 청한 뒤
아침 6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나옵니다.
가격이 무척 저렴한 호텔이지만 명색이 호텔이라 뷔페식 아침이 제공되는데
음식도 그럭저럭 먹을 만 합니다.
말레이시아에 왔으니 나시고랭과 미고랭을 먹어야 되겠지요.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베란다에 나와 남중국해의 아침을 느껴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구정이네요.



7시에 등반을 예약한 에이전시에서 보내 준 차를 타고 키나발루 산으로 이동합니다.
키나발루 등반 시작점까지는 약 2시간 쯤 차를 타야 한답니다.



코타키나발루 시내를 벗어나서 한참 차를 달리니 드디어 키나발루 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키나발루 산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이곳은 키나발루 산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 중 하나인데
모두들 여기서 차를 세우고 키나발루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키나발루 산은 무척 특이한 산입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과 같이 여러개의 봉우리가 능선으로 연결된 형태가 아니고
한라산처럼 하나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형태인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산의 하부는 울창한 숲으로 되어 있지만
정상부는 어마어마하게 큰 화강암 덩어리 하나가 딱 올라가 있는 형태입니다.
정상부의 다른 면은 모두 깎아지른 절벽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남쪽 사면에만 유일하게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오른쪽의 비스듬한 사면을 걸어 올라가서 정상부 왼쪽 1/3 쯤에 있는 Low's Peak까지 가야 하는데
사진에서 보듯이 정상부 주변에는 여러 형태의 peak들이 있어 그 경관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모두들 키나발루 산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한 컷 찍어 봅니다.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키나발루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릅니다.
이곳에서 국립공원 입장 수속을 하고
지금부터 산을 내려올 때까지 1박2일 동안 저를 안내해 줄 산악 가이드를 만나서 인사를 나눕니다.



지금부터 올라갈 키나발루 산이 구름에 살짝 가려져 있네요.

키나발루 산은 말레이시아 최초로 세계 자연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서
정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키나발루 산을 오르려면 상당히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고
중간에 있는 산장에서 반드시 하룻밤을 묵어야 하며
나라에서 지정하는 자격증 있는 가이드를 반드시 써야 합니다.
이에 따라 자연히 하루에 입산할 수 있는 인원은 산장의 숙박 수용 인원만큼인데
그게 250명 쯤 된답니다.
이 룰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국민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이니
특별한 입장료가 없고 가이드를 대동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나라에 비해
키나발루 산 등반은 상당히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그대신 하루 등반 인원이 250명으로 제한이 되니
수많은 등산객으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 비해
이 산의 생태 환경은 잘 보존될 것 같습니다.



입산 수속을 마치고 국립공원 전용 차량으로 옮겨 타고 다시 4km 쯤 올라가니
드디어 등반 출발점인 Timpohon Gate가 나옵니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드디어 출발!!

Timpohon Gate, 현지 시간으로 9:50, 해발 1,866미터입니다.



키나발루 산은 꽤 비싼 입장료를 받는 만큼 군데군데 안내판은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정상을 알리는 지시 이외에도 매 500미터 마다 해발 고도가 함께 표시된 표지목이 있어
현재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위치를 알려 줍니다.



등반을 시작하는 팀폰 게이트가 해발 1,866미터이므로
열대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식생은
하부 산지림(Lower Montane Forest)의 형태를 띠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열대 식물이 아니고
온대 지방의 그것들처럼 생겼습니다.



한참동안 경사로와 씨름하니 잠시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옵니다.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하고,



오늘 저녁엔 저 화강암 암괴 기슭 어디 쯤에 있는 산장에서 하룻밤 묵을 겁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랫쪽으로 아득하게 저지대가 보이네요.



키나발루 산에는 무거운 배낭을 대신 져 주는 포터들이 있습니다.
배낭을 매고 오를 자신이 없는 이들은 이 포터에게 짐을 맡기기도 하는데
1kg당 13링깃의 비용을 받는다고 하네요.
보통 배낭의 무게가 6kg 내외가 될 것이므로 
80링깃, 우리돈으로 25,000원 내외의 비용이 들겠네요.
이들에게 이 정도 돈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1박 2일간 짐을 져 주는 비용으로는 결코 비싼 돈은 아닙니다.
사진 속의 포터는 자그마치 3개의 배낭을 지고 오르고 있는데,
이들의 삶의 무게가 저 배낭처럼 무거워 보입니다.
키나발루 산에 기대어 사는 저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 주려면
자신의 배낭을 지고 가는 것보다는 저들에게 맡겨야 할 것 같지만
전 자신의 짐을 직접 지고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직접 매고 가네요.



Timpohon Gate에서 등반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여,
출발점에서 3.2km 지점에 있는 Mempening Shelter(해발 2,515m)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숙박을 할 산장이 출발점에서 6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므로 반쯤 온 셈입니다.
이곳엔 대략 1km마다 이런 대피소가 하나씩 있는데
휴식을 취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오두막이 있고
화장실과 식수대가 딸려있습니다.
키나발루 산은 식사와 잠자리가 제공되는 산장이 있고
등로 곳곳에 식수가 나오는 대피소가 있으므로
짐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쉬는 김이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공원 측에서 준비해 준 점심 도시락은 무척 간단합니다.
치즈 한 장 들어간 샌드위치 두 개와 치킨 한 쪽, 삶은 계란 한 개, 그리고 작은 사과 한 알입니다.
그래도 산에 오면 뭐든지 맛있습니다.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쓱싹 해 치웁니다.



1박 2일동안 저를 도와준 가이드 Wilson입니다.
제가 준비해 간 한국 사과를 반쪽 나눠 줬더니
자기들 먹는 사과보다 훨씬 맛있다고 엄지를 세워 보입니다.

이 친구는 나이가 27살이라는데 제 큰아이보다 2살 많습니다.
산악 가이드 경력을 물어 보니
12살 때부터 포터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18살부터는 지금까지 가이드로 활동 하고 있다고 하네요.
키나발루 산의 산악 가이드들은 처음엔 모두 포터 생활을 해야 하고
키나발루 산의 등로를 완전히 숙지하고 키나발루 산의 식생에 대한 지식을 갖추면
일정한 테스트를 거쳐 가이드가 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도 필수라고 하니
직업을 갖는데 잉글리쉬 파워는 여기서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 산을 오르느냐고 물어 보니 3번 쯤 오른답니다.
한번 일을 나가면 길이 8.7km, 상승 고도 2,230m의 험한 길을 1박2일에 걸쳐 왕복해야 하니
7일 중 6일을 일하는 셈인데,
hard working입니다.
아들같은 아이의 고단한 삶에 짠한 마음이 배여나옵니다.



식사하면서 인증샷도 한 장 찍어 봅니다.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올라갑니다.
이미 해발 2,500m를 넘어선 지점인데다 체력도 어느정도 소진됐고, 경사도도 심해져서
갈수록 힘이 많이 듭니다.



언제부터인지 구름도 끼어서 주변 풍광이 더욱 운치있게 변합니다.



주변의 나무들도 눈에 띄게 키가 작아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 보니 출발지는 하부 산지림(Lower Montane Forest) 지대이고
해발 2,200m-3,300m 사이는 상부 산지림(Upper Montane Forest) 지대이며
그 윗부분은 아고산 지대(Subalpine Zone)라고 합니다.
그 분류에 따른다면 이 근처는 상부 산지림일 텐데
주변의 나무들이 출발 지점보다는 확실히 키가 작아지고 덩치가 작아졌고,
고사목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Mempening Shelter를 떠난 지 1시간 여,
산장에 도착하기 1km 쯤 전에 있는 Villosa Shelter(해발 2,960m)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대피소에서 제공되는 물은 정수되지 않은 물이라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높은, 오염원 없는 산의 물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마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아무 탈 없었습니다.

일삼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올라가는 길목에 피어난 꽃들을 눈에 띄는 대로 찍어 봤습니다.
키나발루 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꽃인 라플레시아나 식충 식물인 네펜데스는 보지 못했지만
이름 모를 야생꽃들은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이름을 못 물어 봤는데...



이건 민들레 비슷하게 생겼고,



이건 키나발루 산에서 자라는 야생 딸기라고 하고요,



이 꽃은 '시마'라고 하는 꽃이랍니다.



Villosa Shelter에서 산장까지의 1.1km 구간은 오늘 등반에서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해발 고도도 고산병이 생길 수 있다는 3,000m를 넘었고 몸은 지친데다가
경사도도 가장 급한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느릿느릿 마지막 언덕길을 올라서니



와!
갑자기 조망이 터지면서 정상부의 바위군이 손에 잡힐 듯 다가 옵니다.
아, 장관입니다.
바로 이런 맛에 산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같은 차를 타고와서 저보다 약간 먼저 도착한 미국인 친구 Vince가 보이길래 한 마디 했습니다.
"This is why we climb the mountain!"



이 지점에서는 키나발루 산의 모든 봉우리가 보이지는 않지만
키나발루 산의 명물 바위인 Donkey'S Ears Peak(4,054m)가 왼쪽으로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Tunku Abdul Rahman Peak(3,948m)가 보입니다.
Tunku Abdul Rahman Peak는 말레이시아의 초대 총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고,
Donkey's Ears Peak는 당나귀 귀를 닮은 바위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안타깝게도 작년 6월 키나발루 산에 큰 지진이 나면서
왼쪽 귀가 부러져 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그 모양을 잃었습니다.
아래의 지진 이전의 사진을 보면 이 바위의 이름이 왜 '당나귀 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확실하죠?



Tunku Abdul Rahman Peak의 오른쪽에 있는 바위들은
각각 하키마루 Peak, 레널 Peak라고 가이드가 일러 주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자료상에서는 정확한 이름은 나오지 않네요.



파노라마 뷰를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의 사진이 새창에 뜹니다.
내일은 지금 사람들이 서 있는 오른쪽 2/3 지점의 수풀에서 수직으로 화강암괴까지 올라간 후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직선으로 난 사면을 따라 올라가서 가장 높은 부분의 뒤쪽으로 진행하면
키나발루 산의 정상인 Low's Peak에 다다르게 됩니다.



갑자기 드러난 정상부를 넋놓고 바라보다 조금 더 진행하니
키나발루 산 정상부 밑에 있는 산장들 중 가장 규모가 큰 
Laban Rata Rest House가 정상부 암석군을 병풍처럼 두르고 그림같이 앉아 있습니다.





제가 오늘 머무를 Pendant Hut는 Raban Ratan에서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앉아 있습니다.
절벽 위에 Pendant처럼 붙어 있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Pendant Hut로 오르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정상부 바위들이 더 손에 잡힐 듯합니다.



오후 1:50 쯤 오늘의 산행을 마칩니다.
9:50에 출발하여 1:50에 도착했으니 딱 4시간 걸렸네요.
Timpohon Gate에서 Raban Rata Rest House까지 거리는 6.0km이고 상승 고도는 1,406m인데,
키나발루 산 안내서에는 보통 4-6시간 쯤 걸리는 걸로 나와 있으니 준수한 기록입니다.
저와 같은 차를 타고 온 Vince는 3시간 쯤 걸렸다는데 정말 괴물같은 친구입니다.
이 친구 알고 봤더니 암벽 등반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하는 산악 전문가더군요.
나중에 명부를 확인해 보니 오늘 이 산 전체에서 가장 빨리 올라간 사람인 것 같습니다.
Timpohon gate(1,866m, 9:51) - 3.2km, 1:22 - Mempening shelter(2,515m, 11:13-11:53, 0:40점심식사) - 1.7km, 1:01 - Villosa shelter(2,960m, 12:54-13:00, 0:06휴식) - 1.1km, 0:51 - Laban Rata Rest house(3,272m, 13:51)


Pendant Hut는 키나발루 정상을 올라간 뒤 내려올 때 암벽 등반 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입니다.
키나발루 산은 정상부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암벽 등반을 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벽 등반을 위해서 이 산을 찾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바위에 쇠 구조물을 미리 박아 두고
그 구조물을 이용해서 암벽 등반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암벽 등반 체험을 할 수 있게 한
이른바 'Via Ferrata'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Via Ferrata'는 이태리어인데 이 시스템을 처음 창안한 사람이 이태리인이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Through Iron' 정도로 번역이 되는데
바위에 미리 박아둔 쇠 구조물을 통해서 암벽 등반 체험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Pendant Hut가 Via Fearrata 프로그램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이다 보니
숙소 내부엔 이와 관련한 사진들로 빼곡하고



정상부의 바위 피크들의 모습과 등로를 표시한 지도도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암벽 등반 장비들도 보이네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곳엔 쓰레기통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립 공원 대피소에는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발생시킨 모든 쓰레기는 자신이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곳엔 이렇게 쓰레기통이 있는데
처음엔 누군가 저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싶어서 제가 만든 쓰레기는 미리 준비해 간 쓰레기 봉지에 넣었으나
저 쓰레기들을 수거해 가는 사람들은 나중에 산 아래에 내려갔을 때
자기가 운반해 간 쓰레기의 무게를 달아서 보수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는
제가 버린 쓰레기가 누군가에겐 생계 수단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편한 마음으로 버렸습니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잠시 쉬고 있으니
내일 있을 Via Ferrata를 위한 안내 강습이 시작됩니다.



아무리 안전 장치가 잘 되어 있다고는 하나 장비의 사용법을 잘 모르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암벽 장비에 대한 강습을 미리 하는 것입니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사진 오른쪽의 파란 선을 따라서 정상까지 간 다음
일반 등반을 할 사람들은 다시 그 파란 선을 따라 내려오면 되고
Via Ferrata를 할 사람들은 빨간선 또는 연두색 선을 따라 내려오면 되는데
빨간선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Low's Peak Circuit를 하는 사람들의 루트이고
연두색 선은 조금 쉽고 짧은 코스인 TORQ 코스를 하는 사람들의 루트입니다.
저는 물론 빨간선의 Low's Peak Circuit입니다.
Low's Peak Circuit는 해발 3,776m에서 시작하는데
이 코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Via Ferrata라고 하는군요.



이곳엔 하네스를 비롯한 Via Ferrata에 쓰이는 모형 장비들이 있어서
그 사용법을 미리 익혀볼 수 있습니다.



Via Ferrata 교습을 마치고 식당이 있는 Raban Rata Rest House로 내려갑니다.



정상부는 구름이 오락가락해서 구름이 자욱하다가도 한순간에 이렇게 맑은 시야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키나발루 산에는 이렇게 0.5km마다 출발점에서의 거리와 그 지점의 해발 고도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사진 말고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고,
추억 말고는 아무 것도 간직하지 말고,
발자국 말고는 아무 것도 남겨두지 말라고 하네요.
키나발루 산에 어울리는 문구입니다.



라반라타 산장은 이곳에서 가장 큰 숙소인데



숙소 이외에도 이렇게 큰 식당이 있어서 인근의 모든 산장에 있는 등산객들이
식사 시간이 되면 여기에 모이게 됩니다.



산장 베란다에 서니 산 아랫쪽은 온통 구름으로 가득하네요.
국내에선 노고단 운해가 유명한데 이곳의 운해도 장관입니다.



이런 멋진 경치를 앞에 두고 술 한잔 안 할 수 없습니다.
비록 작은 캔 하나에 26링깃(8,000원 정도)이나 하는 비싼 맥주이지만
가격이 문제가 아닙니다.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견과류를 안주 삼아 3캔을 뚝딱 들이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간단한 뷔페식 식사가 차려집니다.
모두들 내일 새벽에 정상을 향해 출발해야 하므로 저녁을 일찍 먹습니다.



간단한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함께 자리를 한 외국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국내든 외국이든 높은 산을 올라오면 함께 고생하며 이곳에 왔다는 생각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묘한 동료 의식을 느끼게 되어 쉽게 친구가 됩니다.
만약 한국인들끼리 팀을 만들어서 왔다면 우리끼리 떠들고 놀았을 테지만
혼자 오다 보니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들의 출신이 정말 다양합니다.
저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서 대화했던 이들의 면면을 보면,
먼저 오늘 아침 코타키나발루에서 저와 함께 차를 타고와서 이미 안면이 있는 Vince.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이 친구는 내일 저의 Via Ferrata 파트너이기도 한데,
일본 여성과 결혼해서 일본에 몇 년 살다가 지금은 타이페이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영국 출신으로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독일 출신으로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들 둘,
아일랜드에서 온 커플,
일본인으로서 싱가포르에 근무하는 - 9세의 아들을 데리고 온 - 40대 초반의 남성,
일본 고베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 제일동포 3세로서 한국말도 아주 조금 할 수 있는 - 아가씨까지...
그야말로 그로벌 지구촌 가족아닙니까?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사위가 컴컴해 집니다.
내일 새벽엔 2시에 일어나서 정상 등반을 해야 하므로 오늘은 좀 일찍 자 둬야 합니다.



다시 펜던트 산장으로 돌아와서 이층 침대로 올라가 슬리핑 백에 몸을 밀어 넣습니다.
어제도 5시간 정도밖에 못 잔 데다가 오늘은 힘겨운 등반까지 해서 몸은 피곤한데 잠은 빨리 오지 않네요.
조급한 마음이 들어 수면제 한 알을 먹고서야 겨우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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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군산 기행 - 근대 문화 유산을 찾아서...    BOF 2014/08/07 53 1322
297  소백산 철쭉제    BOF 2014/08/07 47 757
296  올해 첫 지리산 무박 종주    BOF 2014/05/29 49 867
295  삼부자 산행    BOF 2014/01/07 52 1203
294  북한산 등반    BOF 2013/11/21 59 938
293  뱀사골-피아골 단풍 산행    BOF 2013/11/16 53 1275
292  지리산 무박 종주기    BOF 2013/07/04 59 1159
291  아들과 함께 한 한라산 등반기    BOF 2013/06/18 70 1374
290  이 한 장의 사진    BOF 2013/05/21 58 794
289  4월 하순에 설경이라니?  [1]  BOF 2013/04/24 62 883
288  한라산 가족 등반(2)  [1]  BOF 2013/02/19 50 1234
287  한라산 가족 등반(1)  [1]  BOF 2013/02/19 52 1299
286  소백산의 겨울 풍경    BOF 2013/01/31 52 832
285  소백산 가족 등반    BOF 2012/12/12 54 962
284  초가을의 소백산 단풍 능선길  [1]  BOF 2012/10/05 67 978
283  홋카이도 여름 휴가 - 마지막 날    BOF 2012/09/11 53 956
282  홋카이도 여름 휴가 - 오타루    BOF 2012/09/10 62 1398
281  홋카이도 여름 휴가 - 노보리베츠    BOF 2012/08/31 71 1220
280  홋카이도 여름 휴가 - 삿포로(2)    BOF 2012/08/24 43 1165
279  홋카이도 여름 휴가 - 삿포로(1)    BOF 2012/08/24 71 1232
278  설악산 무박 종주 산행기    BOF 2012/07/18 50 864
277  소백산에서 만난 야생화    BOF 2012/07/04 68 1451
276  소백산 철쭉제    BOF 2012/05/31 69 1068
275  군바리의 관심은?  [1]  BOF 2012/05/04 71 1441
274  이 한 장의 사진!!  [1]  BOF 2012/04/17 69 1369
273  안구 경기?    BOF 2012/03/27 75 1397
272  춘분과 부활절    BOF 2012/03/20 102 2994
271  늦겨울 소백의 눈 꽃    BOF 2012/03/08 54 1092
270  소백의 능선길    BOF 2012/03/08 39 884
269  한라산 등반기    BOF 2012/02/23 60 1098
268  앙코르 유적군 여행기(3) -- 그들이 사는 모습  [1]  BOF 2012/02/15 78 1107
267  앙코르 유적군 여행기(2) -- 타프롬, 바이욘, 반테스레이  [1]  BOF 2012/02/11 51 1592
266  앙코르 유적군 여행기(1) -- 앙코르 와트  [1]  BOF 2012/02/11 56 1061
265  눈이 제법 왔네요.    BOF 2012/02/01 49 1036
264  이것이 진짜 눈꽃!! ^^    BOF 2011/12/07 46 825
263  소백산의 눈꽃    BOF 2011/11/23 51 855
262  JSA 방문기(형섭이 면회기)  [1]  BOF 2011/11/02 90 3734
261  형섭이 면회 다녀 왔습니다.    BOF 2011/09/29 101 3849
260  화장실 들어갈 때 맘과 나올 때 맘이 다르다? ^^    BOF 2011/09/29 60 1212
259  형섭이 군대 갔습니다.    BOF 2011/09/29 66 1551
258  2011 오궁 가족의 여름 휴가기 (4)    BOF 2011/09/09 51 1030
257  2011 오궁 가족의 여름 휴가기 (3)    BOF 2011/09/07 50 1113
256  2011 오궁 가족의 여름 휴가기 (2)    BOF 2011/09/07 44 915
255  2011 오궁 가족의 여름 휴가기 (1)    BOF 2011/09/07 70 960
254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6)    BOF 2011/07/20 69 1274
253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5)    BOF 2011/07/20 77 1174
252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4)    BOF 2011/07/20 72 1440
251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3)    BOF 2011/07/20 76 1252
250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2)    BOF 2011/07/20 71 1071
249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1)    BOF 2011/07/20 85 1746
248  아들 군대 보내기 -- 3편 어학병    BOF 2011/07/18 167 10731
247  아들 군대 보내기 -- 2편 카투사    BOF 2011/07/18 128 3127
246  아들 군대 보내기 -- 1편 군 입대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    BOF 2011/07/18 99 11625
245  오궁 패밀리의 양동 마을 답사기    BOF 2011/06/09 75 1130
244  마지막 ND 통신    BOF 2011/05/04 77 1152
243  형섭이가 보낸 '손글씨 부모님 전상서'    BOF 2011/04/29 93 1360
242  보성 나들이    BOF 2011/04/26 97 1043
241  겨울같은 초봄의 부석사    BOF 2011/04/26 80 1014
240  형섭이의 봄방학    BOF 2011/03/21 107 1558
239  거제도 춘신    BOF 2011/03/18 98 1199
238  Images of Notre Dame  [2]  BOF 2011/02/10 96 1430
237  형섭이의 겨울방학... 출국    BOF 2011/01/18 94 1161
236  형섭이의 귀국    BOF 2011/01/18 111 1602
235  Yankee Stadium에서 Football을?    BOF 2010/11/22 120 1641
234  형섭이 근황    BOF 2010/10/18 139 1969
233  형섭이 학교 풋볼 개막전 사진    BOF 2010/09/15 112 1873
232  오궁 패밀리의 미국 여행기-4    BOF 2010/09/11 124 2485
231  오궁 패밀리의 미국 여행기-3    BOF 2010/09/09 114 1907
230  오궁 패밀리의 미국 여행기-2  [1]  BOF 2010/09/03 131 2367
229  오궁 패밀리의 미국 여행기-1  [1]  BOF 2010/09/01 127 2440
228  고생 많이 한 미국 여행  [1]  BOF 2010/09/01 153 1878
227  윤섭이의 짧은 방학  [1]  BOF 2010/08/12 145 1907
226  존댓말 유감    BOF 2010/07/08 169 1784
225  형섭이가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었습니다.    BOF 2010/04/23 194 6881
224  집에서 만드는 스콘 레시피  [2]  BOF 2010/02/10 177 2301
223  주왕산과 주산지의 끝물 단풍    BOF 2009/11/12 139 1924
222  할머니와 나    BOF 2009/10/07 304 1905
221  코타키나발루 여행기(2)  [2]  BOF 2009/09/02 185 4325
220  코타키나발루 여행기(1)    BOF 2009/09/01 160 2739
219  오궁 가족의 1박 2일  [1]  BOF 2009/08/04 190 1976
218  형섭이의 성년식  [1]  BOF 2009/05/20 178 3643
217  윤섭이와 함께한 주말  [1]  BOF 2009/02/16 262 2137
216  아내의 생일 선물  [2]  BOF 2009/01/15 218 2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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