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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궁 가족 답사기 - 하회 마을
BOF   2004-05-03 09:50:54, 조회 : 1,734, 추천 : 89

오궁 가족 답사기 - 하회마을

지금의 하회 마을은 풍산 류씨들의 집성촌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조선 시대 양반 향촌의 모양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마을입니다. 낙동강이 태극 모양으로 굽이쳐 흘러 산태극, 수태극의 길지에 건설된 마을은 그래서 이름도 '물도리동(물이 마을을 감돌아 나간다는 뜻)' 또는 하회(河回) 마을입니다.

지금은 풍산 류씨들의 세거지가 되었지만 이곳에는 원래 허씨와 안씨가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고려 말 무렵 정승을 지낸 김해 허씨 한 분이 관직에서 물러나 팔도를 유람하던 중 이 곳에 이르러 웃골 거먹실에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로부터 100여년 쯤 후에 경상 감사로 부임하여 이 고을을 순시한 광주 안씨의 안성이란 분이 이 곳 산수에 매료되어 화산 기슭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류씨들이 이 마을에 터를 잡은 것은 안씨들이 정착한 것과 비슷한 무렵이라고 전해지는데, 공조 전서를 지낸 류정혜 선생이 그 시조입니다. 그 후 조선 중기 퇴계의 문하에서 공부를 한 류성룡 선생이 명 재상으로서, 또 형인 류운용 선생은 큰 학자로서 이름을 떨치면서 하회 마을은 류씨들이 주도하는 마을이 되었고 허씨와 안씨들은 점차로 마을을 떠나게 되면서 지금은 류씨들의 세거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에는 '허씨(許氏) 터전이며 안씨(安氏) 문전(門前)에 류씨(柳氏) 배반(胚盤)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허씨들이 기반을 닦았고 안씨에 의해 마을이 열렸으며, 류씨에 의해 마을이 중흥했다는 말이겠습니다.

요즘들어 하회 마을은 마을이 열린 이래 가장 중흥기를 맞은 듯합니다.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정취가 잘 보전되어 있는 마을로 이 마을을 방문하였고, 그 후 하회 탈춤을 중심으로한 국제 탈춤 페스티벌이 성공을 거두면서 하회 마을은 일약 한국의 명소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하회 마을을 다녀간 관광객이 자그마치 100만명에 이른다니 대단한 숫자가 아닙니까?

그러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이 관광의 명소가 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찮게 관찰됩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정취를 잃어 버린지는 오래되었고 많은 수의 주택들이 민박, 식당, 기념품 가게 등으로 바뀌면서 마을 전체가 마치 거대한 상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10여년 전 이 마을을 찾을 때도 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더욱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에 하회 마을 옆에 식당과 민박, 기념품 점을 위한 상가 지구를 새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니 그때가 되면 그나마 좀 나아지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회 마을의 상업화된 모습이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외국인에게 우리 조상들이 살던 모습을 보여줄 만한 곳으로 이곳 만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 때문에 마가렛과의 답사 여행에서 하회 마을을 빼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병산 서원을 벗어나 하회 마을로 향했습니다. 저는 이번 만남부터는 애써서 부실한 영어로 마가렛과 대화하려고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통역을 해 줄 이들이 3명이나 되니 이들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애들의 영어 통역 훈련을 위해 주로 애들에게 통역을 시켰습니다. 제가 보기엔 곧잘 하더군요. 이런 일들을 계속하면 애들의 영어 실력 유지, 발전에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요. 사실 마가렛과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목적 중 하나입니다.

하회 마을의 입구, 매표소 옆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을 기념하는 기념관이 세워져 있습니다. 작년에 이곳을 들렀을 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영연방 국가 출신인 마가렛과 함께 왔으니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기념관 안에는 5년 전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과 당시 사용했던 물건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예상대로 마가렛은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전시물들을 살펴봅니다. 우리 같으면 쓱 한 번 지나칠 정도인데 마가렛은 상당히 꼼꼼하게 영문으로 씌어진 안내문들을 읽어 봅니다. 아무래도 자기네들 여왕의 방문 기념관이니 관심이 가는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영국은 입헌 군주국이라 국왕은 실질적인 권력은 없고 상징적 의미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국왕제를 폐지하자는 여론도 많고 영연방에서 호주를 독립시키자는 여론도 많지만 본국은 물론 호주와 같은 영연방에서도 여왕은 이들에게 본능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하회 마을의 가옥들은 다른 곳의 우리나라 가옥과는 좀 다른 배치를 보여 줍니다. 대게 우리나라의 가옥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남향으로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하회 마을의 집들은 그 방향이 모두 일정치 않습니다. 그것은 이 마을의 지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마을의 지형이 강물이 마을을 감고 한 바퀴 도는 형상인데, 집들은 어느 일정한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강을 바라보도록 지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집들의 방향도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양반들의 가옥이 자리하고 있고 그 주변부에는 평민들의 가옥이 자리하고 있어서 가운데는 기와집이, 가장자리에는 초가집이 많습니다.

마을을 들어서니 어느덧 시각이 12시에 가깝습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식사를 해도 되겠으나 그때 쯤이면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식당이 무척 붐빌 것 같아 식사부터 먼저 하고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예전에 마을을 먼저 돌아보고 식사하려다 30분 이상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는 말을 듣고 포기한 적이 있거든요). 역시 마을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청기와 식당이란 곳을 들어갔습니다.

메뉴는 안동 지방의 별미인 '헛 제사밥'입니다. 헛 제사밥은 제사밥과 같은 메뉴로 구성된 음식입니다. 제사밥과 음식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제사를 실제로 지낸 음식은 아니니 헛 제사밥인 것입니다. 제사 음식에는 예로부터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특별한 풍미를 가진 양념을 쓰지 않으니 마가렛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아서 이것으로 주문했습니다. 헛 제삿밥은 큰 대접에 제사식으로 조리된 나물을 미리 담아서 비벼먹게 되어 있는데 역시 마가렛은 맛있다면서 잘 먹습니다. 하긴 이것보다 훨씬 토속적인 향이 강한 음식도 잘 먹었으니......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먼저 마을 가운데 있는 삼신당 나무를 보러 갔습니다. 좁은 골목을 돌아들어간 곳에 서 있는 삼신당 나무는 600년 이상된 느티 나무로서 이 마을의 수호목입니다. 이곳은 매년 정월 보름이면 동제가 지내지는 곳이고, 하회 별신굿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기독교적인 서구 생활에만 익숙한 마가렛은 우리나라의 이러한 토템 사상이 신기한지 나무를 관심있게 둘러 봅니다.

 

이 삼신당 나무 주위에는 수개월 전만 해도 없던 것들이 생겼습니다. 나무 주변을 빙 돌아가면서 새끼줄을 쳐 놓았고, 그 옆에는 조그만 장승까지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또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장소까지 마련해 놓았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차라리 그냥 두었던 것이 나을 뻔 했습니다.

 

삼신당을 둘러보고 다시 큰 길로 나섭니다. 하회 마을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양진당'과 '충효당'이(이들은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합니다.

양진당은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서 풍산 류씨의 대종택이자 겸암 류운용 선생의 종택입니다. 겸암 류운용 선생은 임진 왜란을 극복한 류성룡 선생의 친형으로서 조선 중기의 대표적 유학자 중 한 분입니다. 양진당이라는 당호는 겸암 선생의 6대손의 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은 원래는 99칸의 대 저택이었으나 오른쪽의 별당채 등이 없어지고 지금은 53칸만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통 가옥처럼 안채와 사랑채 구성된 양진당은 안채는 종손이 살고 있는 관계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사랑채만 공개되고 있습니다.

사랑채에는 '입암 고택'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입암'은 류운용, 류성룡 형제의 부친인 유중영 선생의 호에서 따온 말입니다.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 간다면 이곳은 명문의 대종가로서 항상 내방객이 끊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랑채를 자세히 보면 사랑채가 안채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대었던 사랑채로 안채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한 상을 쉽게 내어 올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손님 접대가 많았으면 가옥의 구조를 이렇게 해 놓았을까요?

양진당 사랑채의 앞 마당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한켠에는 조그만 정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원을 다듬은 솜씨가 요즘의 정원 다듬는 기법이어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깁니다.

양진당을 나오면 앞쪽, 왼쪽편에 충효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충효당은 류성룡 선생의 종택입니다. 충효당은 차남이었던 류성룡 선생께서 불천위를 받게된 후 지어진 종택입니다. 불천위는 나라에 큰 공이 있는 분들에게 나라에서 내리는 것으로서, 4대만 모시는 일반 제사와는 달리 불천위는 자손들이 영원히 제사를 모십니다. 불천위를 가지게 되면 그 가문은 비로소 종가로 불리게 되고 종택을 가질 수 있으니 그 시절에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류중영 선생과 그의 두 아들인 류운룡 선생, 류성룡 선생 모두 불천위를 받았습니다. 이 하회 마을에는 모두 5위의 불천위가 있는데, 그 중 3위가 류성룡 선생의 3부자에서 나왔으니 대단한 집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건물은 원래 선생의 생전에는 이렇게 당당한 건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선생은 일생을 청빈하게 지내시다 삼간 누옥에서 돌아가셨는데, 손자대에 이르러 후학들의 주선으로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충효당이란 당호는 임진왜란 극복에 큰 공을 세우신 선생의 행적에 걸맞는 이름이라 하겠는데, 현판은 조선 중기의 명필이자 우의정을 지냈던 미수 허목의 친필이라고 합니다. 강건한 골격을 드러낸 전서체의 글씨가 선생의 충직한 성품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충효당 편액 아래에는 마침 열어둔 문 너머로 4월의 연초록 풍경이 하나 가득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충효당 앞마당에 들어서서 마가렛과 돌아보고 있으려니 마루에 걸터앉은 이가 저에게 말을 겁니다.

'사진 너무 찍지 마세요. 필름 아깝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어 무심결에 '아 고맙습니다만 제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라 필름이 필요 없습니다.' 했더니 이 분은 씩 웃더니만 말을 이어갑니다. '이곳에는 수많은 답사객이 오고 그 중에는 아마추어, 프로 사진 작가들도 많이 오지만 잘못 찍으면 정말 필름 아깝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그 분은 알고 봤더니 이 마을의 종손 중 한 분이시랍니다. 파산파의 종손이시라는데, 파산파의 중시조는 류성룡 선생의 당숙이 되시니 류성룡 선생의 부친인 류중영 선생과는 사촌지간인 셈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답사객의 한 사람으로 생각했다가 이 마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임을 알 게 되자 저의 태도가 싹 바뀝니다. 당장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설 밖에요.

류선생님(이분을 류선생이라 하겠습니다)과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다음에 또 쓸 기회가 있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분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하회 마을이 유명해지면서 마을의 모습이 점점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생업을 위해 자행되는 건물들의 상업적인 용도 변경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복원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파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담장이 무너지면 원래의 담장을 그대로 두고 무너짐 부분만 복원하는 것이 아니고 담장을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 식의 복원아닌 파괴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하회 마을과 하회 탈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길어집니다. 마가렛과 식구들에게 마을의 나머지 부분을 둘러보고 하회 탈춤 공연장으로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이분은 저에게 양진당의 안채를 보여 주겠다고 하십니다. 너무나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늘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닫혀져 있는 안채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는데, 류선생님의 배려로 안채를 살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채를 들어서니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처마 밑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수많은 상들입니다. 이는 모두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의 접대를 위한 상들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손님 맞이 예법에는 겸상이란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10명이 오면 10개, 100명이 오면 100개의 상을 따로 따로 차려서 내었다고 하니 이렇게 많은 상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나마 요즘은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하네요.

종가는 제사 또한 많아서 하회 마을의 종가들은 대게 일년에 12-14회 정도의 제사가 있다고 합니다. 명절 차례까지 합하면 한달에 평균 1회 이상의 제사가 있는 셈입니다. 이 곳은 아직도 새벽 1시에 지내는 전통적인 제사법을 지키고 있고, 제관들 또한 많다고 하니 종부의 지난한 삶이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양진당의 안채는 ㄷ자 구조를 가진 가옥으로 수백년의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기와에는 100년 이상된 기와에서만 자란다는 와송이 자라나고 있어 양진당의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안채의 안방에는 이 집의 안주인께서 점심을 드시게 계십니다. 허락을 받은 방문이지만 미안한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열려진 문으로 일단의 답사객이 들이닥칩니다. 입구에 일반인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있지만 잠겨지지 않은 문으로 들어온 모양입니다. 정중한 거절의 말을 듣고 아쉬운 듯 발길을 돌립니다.

안채를 구경하고 나오니 일단의 학생들이 눈에 띕니다. 자세히 보니 우리 나라 학생들이 아니고 일본 학생들입니다. 수학 여행을 온 모양입니다. 이 학생들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치는데 큰 역할을 한 류성룡 선생의 종택과 선생의 유물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400여년 후에 다시 그들의 식민지로 36년의 세월을 보내고, 아직까지 그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많은 대화를 나눈 류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미처 둘러 보지 못했던 충효당을 다시 둘러 보았습니다. 충효당 앞 마당에는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을 때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여러 가지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는데, 그 정원의 조성 방식이 우리 나라의 전통 정원과는 거리가 많은 듯하여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심었던 나무도 사실은 말라 죽었는데, 야밤에 아무도 모르게 같은 수종, 크기의 나무로 다시 심었다는 이야기를 류선생님으로부터 듣고 보니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충효당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류성용 선생의 유품들을 전시해 둔 기념관이 있습니다. 선생이 임진왜란을 맞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유물들 중 매우 중요한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징비록'입니다. 이 책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선생이 벼슬에서 물러나서 지은 것으로, 임진왜란의 원인, 전황 등을 분석, 기록한 책입니다. '징비'란 시경(詩經)의 소비편(小毖篇)에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役患)'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임진왜란을 철저히 분석하여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쓴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선생의 아들인 류진 선생이 '서애집'을 낼 때 수록한 것으로 후일 일본에서도 간행되었다고 하는데, 숙종은 이 징비록의 일본 수출을 엄금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하니 이 책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징비록은 임진왜란 전후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아주 중요한 자료로 평가,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충효당을 둘러보고 하회 탈춤을 보기 위해 하회 마을 입구로 다시 슬슬 걸어 나왔습니다. 하회 마을에는 최근에 고쳐진 건물들이 제법 많이 있고, 지금도 하회 마을의 곳곳에서는 많은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건물들이 모두 정확한 고증이 없이 마구잡이로 훼손, 복원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건물의 담장들은 우리 고유의 담장보다 훨씬 높게 건축되고 있었으며, 새로 지어지는 초가집들도 원래 우리 전통적인 아담하고 낮은 초가집이 아니고 기와집과 같은 크기의 집에다 지붕만 초가를 얹은 형태였습니다. 이런 류의 복원 공사가 앞으로 계속 행해진다면 하회 마을이 민속촌을 닮아갈지 모를 일입니다.

하회 마을이 이렇게 되는데는 정부의 푸짐한 지원이 한 몫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하회 마을의 보존을 위해 상당한 액수의 나라 예산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지자체마다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 블록을 교체하느라 난리를 피우듯 이곳도 배정된 예산을 모두 소비하기 위해 무리한 복원 공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산을 모두 쓰지 않으면 다음 해에 예산이 깍일 터이고 억지 공사라도 벌인다면 그 와중에 주민들은 집을 말끔하게 고치는 것 뿐 아니라 얼마간의 금전적인 이득까지 생길 터이니 마다할 까닭이 없습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는 차원을 넘어 잘못된 복원, 심지어 문화재 파괴에 쓰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류선생님은 이러한 하회 마을의 한심한 작태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언론이나 관청에 이야기 해 봤지만 모두들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식으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한탄하십니다.

또한 하회 마을에는 최근에 지어진 몇 채의 대규모 한옥들이 있습니다. 주로 하회 마을 출신으로 성공을 거둔 이들이 고향 마을에 별장 겸으로 지은 집들인데, 그야말로 고래등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기존의 유서 깊은 고택들 보다 규모가 크고, 높고 당당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정원도 멋지고 깔끔하게 잘 정돈되고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보존 지구로 지정이 되어 있어 신축 건물을 지을 수 없는데도 용케 허가를 얻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들 집들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그 중 제일 안타까운 것은 이 집들의 정원이 대게 일본식으로 꾸며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좀전에 만난 종손의 이야기를 빌자면 한옥 건물도 우리나라 전통의 양식대로 지어졌다기 보다는 일본풍이 약간씩 가미되었다는 것입니다. 보존 지구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거니와 혹여 짓는다면 기존의 보존 가옥들과 잘 조화를 이루는 집이 되도록 주의를 했어야 할 일입니다.

하회 마을은 많이 상업화 되고, 원형이 훼손되기도 했지만 조선 시대 양반가의 모양이 그나마 잘 보존되고 있는 곳입니다. 민속촌같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닌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만한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마가렛을 이곳으로 안내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만큼 이러한 곳을 제대로 잘 보존하는 일은 지금 하회 마을이 당면하고 있는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복원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파괴가 더 이상 행해지지 않고, 정확한 고증을 거친 제대로 된 복원과 보존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새로 조성하기로 했다는 상가, 식당, 숙박촌에 완성되고 나면 하회 마을의 모양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에서 소개한 집들 이외에도 하회 마을과 그 인근에는 눈여겨 볼 만한 고택, 정자, 누대, 서원 등이 많이 있는데, 이들은 따로 떨어져 있었다면 하나하나가 모두 훌륭한 답사지가 될 만합니다. 시간이 허락치 않아 일일이 돌아보지는 못했는데 아래에 소개해 볼까 합니다. 아래의 제목들을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소개한 건물들 중 일부는 제가 돌아 보았던 곳이고 일부는 돌아보지 못했던 곳인데,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자료를 옮겨 실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과 중복되는 것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그대로 두겠습니다. 아래의 내용과 사진은 대부분 http://anu.andong.ac.kr/~shryu/에서 빌어온 것들입니다. 주인의 허락을 얻고자 했으나 해당 웹 문서의 메인 페이지가 이미 폐쇄되고 없어서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양해를 구합니다.

하회마을의 고택들

하회마을의 서원(書院)과 정사(精舍), 누대(樓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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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수허고성, 리장고성    BOF 2014/09/05 83 2393
283  오궁 부부의 일본 여행기(2)  [2]  BOF 2008/09/12 135 2294
282  오궁 가족의 1박 2일  [1]  BOF 2009/08/04 215 2270
281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1)    BOF 2011/07/20 104 2244
280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BOF 2003/05/24 121 2238
279  형섭이 근황    BOF 2010/10/18 160 2217
278  할머니와 나    BOF 2009/10/07 342 2211
277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호도협 둘째날    BOF 2014/08/30 89 2193
276  주왕산과 주산지의 끝물 단풍    BOF 2009/11/12 160 2167
275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6) - 시드니 관광  [2]  BOF 2008/02/16 170 2148
274  윤섭이의 짧은 방학  [1]  BOF 2010/08/12 168 2145
273  최고의 뮤직 에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    BOF 2002/07/02 84 2145
272  존댓말 유감    BOF 2010/07/08 207 2136
271  고생 많이 한 미국 여행  [1]  BOF 2010/09/01 186 2130
270  형섭이 학교 풋볼 개막전 사진    BOF 2010/09/15 131 2121
269  글로리아 에스테판 - Live in Atlantis    BOF 2003/05/24 72 2109
268  골프 핸디캡 산정 방법 (1)    BOF 2002/05/20 100 2070
267  DTS demontration DVD #7    BOF 2003/05/24 79 2057
266  4자성어로 풀어본 17기 동기모임    BOF 2005/09/07 90 2037
265  부석사의 소국(小菊)    BOF 2008/11/17 172 2006
264  크로스 오버의 모범 - 파바로티와 친구들    BOF 2002/07/16 75 1957
263  앙코르 유적군 여행기(2) -- 타프롬, 바이욘, 반테스레이  [1]  BOF 2012/02/11 68 1947
262  제임스 이야기    BOF 2009/01/13 141 1946
261  형섭이와 기타  [2]  BOF 2007/01/05 153 1922
260  Yankee Stadium에서 Football을?    BOF 2010/11/22 151 1904
259  골프 핸디캡 산정 방법 (4)    BOF 2002/05/20 99 1883
258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5) - 헌터벨리,뉴카슬  [1]  BOF 2008/02/16 146 1867
257  홋카이도 여름 휴가 - 오타루    BOF 2012/09/10 89 1861
256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3) - 포트 스티븐스    BOF 2008/02/15 124 1857
255  형섭이 군대 갔습니다.    BOF 2011/09/29 93 1854
254  3테너 로마 공연    BOF 2001/12/12 272 1854
253  형섭이의 귀국    BOF 2011/01/18 135 1845
252  바하 - 미사 b 단조    BOF 2003/09/05 14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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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안구 경기?    BOF 2012/03/27 96 1672
229  이 한 장의 사진!!  [1]  BOF 2012/04/17 91 1658
228  피묻은 다이아몬드    BOF 2002/04/04 55 1647
227  뱀사골-피아골 단풍 산행    BOF 2013/11/16 75 1645
226  형섭이가 보낸 '손글씨 부모님 전상서'    BOF 2011/04/29 122 1634
225  가을 사진 몇 장 더...    BOF 2007/11/27 114 1627
224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호도협 첫째날    BOF 2014/08/30 85 1619
223  DIVA라 불리어 손색없는 女子들!!    BOF 2002/03/19 319 1605
222  가을이 깊어가는 부석사    BOF 2007/11/26 125 1603
221  John's Tasmania Tour (3)    노형섭 2003/12/05 78 1600
220  여름 부석사, 그 넉넉함으로...    BOF 2007/06/25 101 1599
219  화장실 들어갈 때 맘과 나올 때 맘이 다르다? ^^    BOF 2011/09/29 84 1598
218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마지막 날 무후사, 마무으리!    BOF 2014/09/05 83 1592
217  태그 강좌(7) - HTML 문서와 기본 태그    BOF 2005/01/17 76 1574
216  필리핀 휴가기    BOF 2002/08/27 103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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