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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장이 뭘까?
BOF   2001-12-12 00:21:44, 조회 : 2,582, 추천 : 160

어제 남동생에게 전화를 받았다.

웅섭이가 탈장이 있는 것 같단다. 몇가지 물어본 결과 탈장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웅섭이 엄마, 아빠, 할머니에게는 또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긴 셈이다.

탈장은 말그대로 장, 즉 창자가 뱃 속이 아닌 다른 어디로 빠져 나온다는 말이다. 탈장의 종류는 매우 많다. 그러나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탈장은 고환 주위로 장이 빠져나오는 서혜부 탈장이 가장 많다. 물론 웅섭이도 서혜부 탈장인 것 같이 보여진다.

내가 당장 가서 한 번 보면 좋으련만 멀리 있어서 여의치 않으니 이렇게 글로서나마 탈장에 대한 정보를 몇가지 들려줄까 한다. 내가 진찰을 해보아야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으나 일단 탈장이 맞다는 가정하에 몇가지 의학적인 지식들을 전해 줄까 한다.

고환은 정자를 생산하는 기관이다. 고환은 태생기에 각 기관들이 만들어질 때 뱃 속에서 만들어 진다. 사람의 뱃 속에는 창자를 비롯하여 간, 비장, 위 등 여러 기관이 있는데 이런 기관들이 제대로 잘 들어 있게 하기 위해 복막이라는 큰 주머니가 이러한 장기들을 둘러싸고 있다. 흡사 고무 풍선 속에 물건을 넣어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고환은 잘 알다시피 정자를 만드는 기관인데, 이 기관은 온도가 좀 서늘한 곳에 있어야 정자 생산 기능이 제대로 유지가 된다. 그래서 고환이 생성될 때는 뱃속에 있지만 서늘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서서히 아래로 내려와서 사타구니 근처에서 복막을 비집고 배 바깥으로 나온다. 그리고 더 밑으로 내려가 드디어는 음낭(불알)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환이 복막을 비집고 나올 때 복막에 구멍을 내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고환이 복막을 밀면 복막이 작은 주머니처럼 늘어지면서 고환과 함께 밑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복막이 늘어지면서 생긴 작은 주머니를 초막 돌기라고 한다(아래 그림 참조).

태아가 더욱 자라면서 태어날 때가 가까워지면 이 주머니(초막 돌기)는 점점 좁아지면서 드디어는 오른쪽의 그림처럼 서로 들어 붙어 막혀 버리고 흔적만 남게 된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태어날 당시 이러한 초막 돌기가 완전히 막히지 않고 전체 또는 일부가 열려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탈장인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초막 돌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막히지 않고 있으면 음낭 탈장인데 이런 경우 이 막히지 않은 초막돌기 속으로 복수가 고이기도 하고 창자가 들락날락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쪽 불알이 아주 불룩하게 보이게 된다.

초막 돌기의 아래쪽은 어느 정도는 막혔으나 위쪽에서 아직 덜 막히는 경우, 음낭은 불룩하지 않으나 불두덩의 오른쪽이나 왼쪽이 불룩하게 되는 서혜부 탈장이 된다. 웅섭이가 바로 이러한 경우라 생각된다.

초막 돌기가 시작되는 부위만 막혀 있던지 또는 아주 좁아져 있고 그 아래는 막히지 않고 있으면 창자가 빠져나오지는 않으나 막히지 않은 초막 돌기 속에 물이 고이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음낭 수종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경우가 서혜부 탈장의 여러 형태이다. 그중 가장 많은 형태가 웅섭이와 같은 경우이다.

그럼 이것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먼저 이 질환은 약으로는 절대 치료할 수가 없다.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이다.

서혜부은 발견하는 즉시 수술하라는 것이 교과서적인 치료의 원칙이다.

왜 그런고하니 첫째 서혜부 탈장의 경우 애기가 성장을 하더라도 저절로 막히는 법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어차피 수술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술을 하지 않고 기다릴 경우 잘못하면 감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탈장의 경우 막히지 않은 초막 돌기 속으로 항상 창자나 장간막 등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어느 순간 한 번 빠져나온 장기가 들어가지를 않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경우 빠져나온 장기가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점점 붓게 되어 잘못하면 괴사(세포가 죽는다는 소리)사 생겨 창자가 터진다든지 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응급 수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술도 훨씬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술로 인한 위험성도 증가하게 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서혜부 탈장이 발견되었을 때 바로 수술하라는 지침은 이런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내가 대학 병원에서 수련할 때 1개월 남짓한 애기의 탈장을 수술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나는 사실 약간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탈장이 한 번 생기면 수술하기 전에는 낫지 않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1개월 미만의 신생아들도 얼마든지 마취하고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핏덩이나 다름없는 아이를 수술시킨다는 것은 여간 애처러운 일이 아니다. 탈장을 그대로 두었을 때 감돈의 위험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 또한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부모들이 충분히 주의깊게 관찰만 하면 미연에 방지또는 조기에 대처할 수가 있다.

수술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어린 아이들은 조직이 워낙 약해서 수술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꿰매야 할 조직들이 너무 약해서 꿰매놓으면 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경우 부모들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애기를 잘 키워서 돌이 지나고 나면 적당한 시기를 잡아서 수술하라고 권하고 있다.

웅섭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다음에 내가 웅섭이 집에 한 번 가서 보겠지만 일단은 그대로 두고 보면서 좀 큰 뒤, 돌이나 좀 지나고 나서 수술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단, 그동안 엄마, 아빠가 항상 주의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 탈장 부위를 수시로 체크하고 불룩하게 밀려나와 있는 부위가 있으면 안으로 밀어 넣어 주어야 한다. 또한 심하게 운다든지 하여 복압이 증가하면 탈장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탈장된 장기가 쉽게 들어가지 않고 애기가 심하게 운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별일 없이 좀 큰 뒤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덧붙혀서 이 질환에 대한 수술은 매우 간단한 수술이라 할 수 있다. 수술 상처도 아주 적게 남기고 할 수 있으며 수술후 통증도 별로 없다. 입원도 한 2-3일 정도만 하면 충분히 퇴원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간단한 수술로 치는 급성 충수염(맹장염)보다도 훨씬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적다. 당연히 마취나 수술로 인한 위험성도 아주 낮아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웅섭이 엄마, 아빠는 당장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고 잘 키운후 나중에 간단하게 수술로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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