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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섭이와 기타
BOF  2007-01-05 12:34:46, 조회 : 2,052, 추천 : 157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저와는 달리 형섭이는 어느 순간부터인지(아마도 중학교 입학할 무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락 음악을 좋아하더군요. 처음에는 제가 즐겨 듣는 스콜피언스, 브라이언 아담스 등의 음악을 좋아하더니 언젠가부터 본격적인 락 음악을 자기 MP3 플레이어에 잔뜩 넣어 다니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그룹은 링킨 파크이고 그들의 노래는 랩까지 외우고 있을 정도이며, 입시 준비하느라 놓친 지난 8월 15일 메탈리카의 한국 공연을 지금도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고등학교 합격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하고 싶다고 한 것이 기타 학원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겨울 방학 때까지 기타 연습 열심히 해서 내년 봄에 입학하고 나면 그룹 사운드 동아리에 가입하겠다는 겁니다. 락음악을 즐기는 정도를 넘어서 밴드 활동까지 하겠다고 하니 약간 의외이긴 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니 일단 집 근처의 기타 학원에 등록을 시켜 줬고 요즘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기 전에 기본기를 배우고 있는데 기본기를 익히고 전자 기타를 익히기 전에 통기타를 먼저 좀 쳐 놓는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형섭이 기타 익히는 문제에 대해 후배와 상의를 했습니다. 이 후배는 인터넷 AV 감상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는 친구인데 고등학교 때 기타로 밴드 생활을 했고 그동안 생업 때문에 잠시 활동을 접었다가 최근에 와서 다시 본격적인 밴드 연습을 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연습실도 임대하고 상당히 고가의 악기도 새로 사서 새로이 기타 삼매경에 빠져 있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 펄쩍 뛰는 겁니다. 절대 시키지 말라고 말입니다.
자기가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곧잘 했었는데 밴드 생활하면서 망했다는 겁니다.
밴드는 단순한 취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대중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이 일정한 수준 이상을 만들어야 하니 연습을 혹독하게 해야 하며, 특히 기타의 경우 밴드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악기이므로 더욱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고, 또 혼자서 하는 음악이 아니므로 단체 생활을 해야 해서 한층 공부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연습 시간 이외에도 개인 연습이나 이미지 트레이닝 등으로 공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대학 다닐 때 그룹 사운드 멤버들 학점 제대로 나온 애들 있느냐? 대부분 all F 아니더냐? 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all F는 아니더라도 성적이 바닥권이었던 건 맞는 것 같더군요.

단순하고 생각하고 허락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 쉽게 허락할 문제가 아니더군요. 동아리 활동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 여가 선용, 취미 활동 정도로 끝나고 그 활동이 끝나고 나면 공부에 다시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해야지 공부 시간에도 집중이 안되는 것이라면 문제는 문제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예전에 밴드 활동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사람의 말이니...... 동호회의 딴 멤버들도 대게는 말리는 분위기더군요.

그러나 본인이 저렇게 원하는 것인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이해가 갈까 생각을 하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모두 인터넷 상에서 글로서 오고 간 내용이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 모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서 해당 동호회에 접속을 한 뒤 그 동안 자신의 기타 연습, 밴드 활동과 관계된 내용들을 모두 읽어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죠.

그랬더니 의외로 자신도 밴드 활동이 단순히 재미있고 멋있게만 보였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공부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고 합니다. 의외로 순순히 인정을 하데요. 아직까지 밴드 맛을 못봤기 때문에 그나마 이해가 쉽게 된 듯 합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동안 형섭이와 다시 기타에 대해 의논을 한 뒤 내린 결론은,
"일단 전자 기타는 포기하고 클래식 기타로 방향을 전환한다." 입니다.
일단 클래식 기타를 열심히 익힌 뒤 그게 좋으면 계속 클래식 기타를 익히고, 그래도 밴드에 미련이 남으면 1학년 생활을 한 뒤 상황을 봐 가면서(밴드부 학생들이 공부와 얼마나 병행을 잘 하는지) 2학년 쯤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클래식 기타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하고 보니 이 클래식 기타라는 놈이 상당히 매력적인 악기인 것 같습니다.
피아노나 바이얼린 같은 악기는 워낙 많이 접하는 악기이므로 어린 시절부터 웬만큼 잘하지 않고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섭이의 경우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어디가서 피아노 잘 친다고 말하긴 어림도 없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기타는 일단 취미로 삼는 이가 적으니 희소 가치가 있을 것 같고, 조금만 실력을 갖춰 놓아도 그럴 듯하게 보이고, 악기 휴대가 간편하므로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한 곡 연주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친목 모임을 갖을 때는 약간의 연습만 따로 하면 포크송 반주도 할 수 있으며,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이웃에 방해될 염려도 적고, 공부하는 틈틈이 스트레스 해소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러모로 좋은 취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기타 쪽으로 적극 밀기로 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는데 지금은 형섭이도 클래식 기타쪽으로 마음을 완전히 돌린 것 같고 클래식 기타 연습이 무척 재미있다고 하면서 열심히 학원에 다닙니다. 어제는 그런대로 괜찮은 중고 수제 기타가 하나 나온게 있다고 해서 악기까지 하나 사 줬습니다. 자기 학원의 연습용 기타보다 소리가 훨씬 좋다고 만족해 하네요. 내년에 입학할 때까지는 아주 간단한 소품이라도 한 곡 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너무 성급한 바람인가?).

조그만 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클래식 기타를 평생의 소박한 취미로 가지고 있고 밴드 쪽으로는 눈을 안 돌렸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 BOF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25 10:07)


제니
제 아들은...
지금 고3에 올라갑니다..

지금 생각하면 민사고엘 보냈어야 했는 데..하는 후회도 듭니다.
아주 잘 하는 녀석이었는 데 민사고 과학고등 갈만한 여건이 되어도 부모뜻에 따라 일반고에 보냈는 데..
이곳은 비평준화지역이라..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답니다..ㅠㅠ

각설하고요..
하고 싶다는 것은 접하게 해주심, 잘 하셨습니다..
악기도...다 잘 하면 참 좋겠지만.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귀착되더군요..

중학교때 어느날 부터...락을 좋아한 것..
또 중3말에 기타를 배우고 싶단 것..비슷하네요..
일단은 접해보고..전자기타도 하나 사달래서 사주어보고..했는 데..
해보더니만..공부하기에 바쁘다보니.
요즘은 취미 생활로 피아노만 칩니다..

시험공부하다가도..
가끔씩 피아노를 친다든지..농구를 한다는 지..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더라구요..

아이들 마다 다르겠지만...
현명한 형섭이...기회될때 접해보게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지요^^

부모의 노력과 정성에 따라
아이들이 많은 기회를 얻는 걸 걸보면..
형섭이형제,,참 좋은 부모를 만났지요..

계속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
기대됩니다..

자식키우는 마음이 비슷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답글 달고 갑니다..
좋은 날 되세요~~

p.s/ 다시 올리시게 해서 죄송^^

제니드림..
2007-01-05
13:17:46



BOF
그렇죠 정말?
힘든 공부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공부 자체를 즐기면서 할 수 있으려면
쌓이는 스트레스를 단시간에 풀 수 있는 취미를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음악은 그런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형섭이가 부디 싫증 내지 않고 기타를 꾸준히 연마해서
평생의 좋은 취미로 삼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7-01-05
19: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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