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가족들이 쓴 글들을 모아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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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1) - 출발
BOF  2008-02-12 22:16:54, 조회 : 1,847, 추천 : 130

2007여름 휴가-추억 따라가기(1)

.

 

지난 여름 휴가다녀온 뒤 '여행기 작성해야하는데...'하면서도
그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가
아내로부터 몇차례의 핀잔을 듣고서 이제야 쓰게 되었습니다.
거의 6개월이나 지난 뒤에 쓰는 썰렁한 여름 휴가기이지만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래도 우리와는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로 간 덕분에
여러가지 풍경이 낯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

 

다시 찾은 호주 - 추억 따라가기

다시 여름 휴가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휴가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습니다.
형섭이가 이제 고등학교 1학년.
아마 내년부터 상당한 기간은 지금과 같은 비교적 긴 시간의 가족 여행은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원래는 딴 곳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형섭이가 갑자기 호주에 다시 한 번 가고 싶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상당한 기간 호주를 다시 찾기 힘들 것 같아서 꼭 한 번 더 가고 싶다네요.
1년 3개월 정도 생활했던 호주에 대한 추억이 큰 모양입니다.
다들 형섭이와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반대하는 사람은 없고...
자연스럽게 여름 휴가지는 호주로 결정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공항에 가면 항상 버거킹을 먹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가끔씩 짜증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형섭이의 다양한 표정 때문에 사진이 살아납니다.

요즘 아이들은 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습관처럼 컴퓨터를 켭니다.

비행기가 뜨기 전에는 항상 설레입니다. 시드니 공항까지는 앞으로 10시간.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아 내일 아침에 도착하면 바로 일정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비행기 속에서 가능하면 많이 자 두어야 합니다.
저는 보기보다 예민해서 비행기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데 오늘은 얼마나 잘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귀여운 표정을 짓는 윤섭이에 비해...

이 놈은 그로테스크한 표정이 특기입니다.

정말 그렇죠?

휴가를 마치면 바로 개학인지라 윤섭이는 다 못한 방학 숙제를 들고 왔습니다.
답지 보고 그냥 베껴도 된다고 해도 꼼꼼히 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도저해 다 못하겠는지 그냥 베끼더군요. ^^

집사람은 우아하게 독서를...

비행기를 타면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기내식을 먹는 겁니다.
외국 여행을 하게 되면 가는 비행기 속에서는 양식을 먹는 경우가 많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비빔밥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됩니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나니 어느덧 도착지가 가까워 옵니다.
이번에도 역시 1-2시간밖에 못잤습니다. 아이들과 아내는 잘 자더군요.
저는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일 잠을 많이 자야 하는데,
첫 날부터 피곤하게 생겼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 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호주는 높은 산이 없이 끝없는 평원이 펼쳐지는데
가끔은 이렇게 야트막한 산들도 보입니다.
낮게 비춰지는 햇빛이 독특한 패턴을 만들고 있네요.

시드니 근처로 오니 오밀조밀하게 늘어선 집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드니 항의 모습입니다. 시드니의 아이콘인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네요.

드디어 도착.
캥거루 그림이 그려진 콴타스 비행기들이 가득한 계류장이 이곳이 호주임을 알려줍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추억 더듬기입니다.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다니기 보다는 예전에 우리 가족이 살았던 곳을 다시 방문해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
추억 어린 장소들을 다시 한 번 가 보는 것이 주된 활동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계획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의 그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찍기'입니다.
예전에 호주에 살면서, 또는 그 후 여행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와서
같은 장소 같은 포즈로 비교샷을 찍기로 한 것이죠.
저의 이런 계획에 가족들은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

'귀찮음은 순간이고 추억은 영원하다'
는 논리로 밀어 부쳤습니다.

첫 번 째 시도입니다.
이 사진은 2003년 6월, 제가 두 번 째 호주를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부터 4년 전인데, 형섭이는 초등학교 6학년, 윤섭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입니다.

4년 후의 모습입니다. 많이 컸죠?

이 사진은 가족들이 호주에서 귀국한 다음 해인 2005년 여름, 호주를 다시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2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그런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죠?

이 사진은 2003년 1월 말 제가 처음 가족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ㅎㅎㅎ...

공항에서 예약해 둔 렌터카를 받아서 가족들이 살았던 뉴카슬로 향했습니다.
뉴카슬은 시드니에서 북쪽 해안을 따라 170여 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도시인데,
인구가 46만명 정도로 호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작은 도시이지만 호주의 기준으로 보면 제법 큰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미 여러 번 왔다갔다 했던 길이라서 방심을 했는지
시드니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두 차례나 길을 잘못 들었고(이건 저의 실수),
뉴카슬 시내에 들어와서도 또 한 번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이건 아내의 실수)
예정보다 상당히 늦은 시각에 목적지인 프랭크 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습니다.

프랭크 할아버지는 예전에 우리가 살 던 집 바로 맞은 편에 사시는 분이신데,
우리 가족을 당신의 딸, 손자처럼 돌봐 주셨던 분이십니다.
기러기 가족인 아내와 아이들을 위하여 집안에서 남자의 손이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도와 주셨고,
학교에서 아버지가 참석해야할 일이 있을 때는 아버지 대신으로 가 주셨으니
이 노 부부는 친부모에 버금가는 애정과 도움을 주셨던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아내를 보고 'You are my Korean daughter'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뉴카슬에 오면 우리들의 숙소는 항상 할아버지 집입니다.
안그러면 섭섭해 하십니다.

2년 만에 뵈었는데 오히려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특히 피부가 매끈해 지신 것 같습니다. 검버섯도 많이 없어진 것 같고...
피부과에서 박피라도 하셨나? ^^

모린 할머니도 여전하시고...
여전히 건강하신 두 분을 뵈니 기분이 좋습니다.

중간에 몇 번이나 길을 잃는 바람에 제법 늦게 도착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다리다 지쳐 먼저 식사를 하셨고 우리들만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여기서 먹는 음식은 모두 가정식 웰빙 양식입니다.
우리 식구는 모두 프랭크 할아버지 댁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지라 언제, 무엇을 먹어도 맛있습니다.

다정한 모녀같죠?

프랭크 할아버지 댁의 모습들은 마치 며칠 전에 왔던 것처럼,
2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프랭크 할아버지 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오후 한나절을 보낸 우리는
어둑어둑할 무렵 교수님 댁으로 갔습니다.

아내가 석사 과정을 공부했던 뉴카슬 대학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 부부인 이 분들은
우리 가족이 호주 생활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들 중 하나이십니다.
오늘은 이 댁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남반구라 계절이 반대입니다. 
겨울이라 해가 짧은지라 크게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이미 주위는 어두컴컴합니다.

교수님은 이미 마당에서 바비큐에 한창이십니다.

사모님께서 직접 만드신 퓨전 장승이 조명을 받고 있네요.
요즘 사모님께선 미술학도로서 만학의 꿈을 이루어가고 계시는데,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는 학문에의 정열이 대단하다 싶습니다.

한국식과 호주식이 적당히 섞여진 퓨전 디너입니다.
너무 푸짐하게 차려져서 첫 날부터 과식했습니다.

우리가 온다고 따로 사는 두 아들 부부까지, 온 가족이 다 모였습니다.
맨 왼쪽부터 이댁의 큰 며느리인 조(호주인입니다.), 서울에서 어학 연수차 온 조카, 작은 며느리 은주씨

디저트에 와인까지, 완벽한 만찬을 다 끝내고 나니 배가 산 만합니다.
호주 이야기, 한국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습니다.
비행기 내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잔 지라 피로가 몰려 옵니다.

아쉽지만 내일을 위하여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 BOF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25 10:09)


crystal
프랭크 와 모린 그리고 교수님가족분 모두 한없이 그립고 콧등이 짠해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추억할 수 있게 해준 오궁의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2008-02-21
12: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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