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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궁 부부의 일본 여행기(1)
BOF  2008-09-11 01:08:33, 조회 : 1,770, 추천 : 130

오궁 부부의 일본 여행기(1)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일본을 다녀 왔습니다.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뱃길로 200km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서 역사적, 경제적으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의 나라입니다. 빙하기에는 두 땅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니 한 나라처럼 살았을 것이고, 선사 시대에도 교류는 있었겠죠. 그리고 역사 시대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왕인 박사로부터 일제 시대까지, 그야야말로 은원이 얽히고 섥힌, 애증(愛란 단어를 쓸 수 있을까...)이 교차하는 나라입니다. 독도 문제, 역사 왜곡 문제 등이 불거질 때면 세상에 다시 없는 원수의 나라처럼 온 나라가 들끓지만 각 가정마다 일본 제품 하나 둘 쯤은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아무리 욕을 해도 그 나라가 선진국이고 그 나라 사람들이 선진국민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두 나라의 경제는 예나 지금이나 상호 의존도가 너무 커서 미워만 할 수 없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이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2년 전 한 번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 때는 오카야마라는 아주 조그만 도시를 다녀왔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장 일본적인 맛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는 교토와 일본 최대의 상업도시인 오사카를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이들과 같이 가지 못했습니다. 형섭이는 방학동안 증권 거래소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어서 시간을 낼 수 없었고, 둘째 윤섭이는 중학교 3학년이라 고입 준비로 많이 바빴습니다. 둘째의 경우 3일 정도의 시간이야 굳이 못 낼 것도 없었겠지만 여행 전, 후로 마음이 흔들릴까 염려도 되고, 형섭이가 못가는데 윤섭이만 데리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려서 두 녀석 다 떼 놓고 오랜만에 부부만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부부끼리만 휴가 여행을 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애들이 아주 어릴 때는 어른들께 아이들을 맡겨놓고 놀러간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좀 크고 난 뒤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점점 늘어나겠죠... 두 부부만 여행을 떠나면 아무래도 심심할 것 같아서 친한 친구 부부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 부부와 같이 가는 여행은 가족 여행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겠죠?

일본가는 항공편은 부산에서도 자주 있는데, 집에서 가기에 인천 공항보다 좀 더 가깝고 항공료도 싸기 때문에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예약했습니다. 투어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거라 너무 일정이 좀 빡빡하긴 하겠지만 그 대신 더 많은 곳을 돌아볼 수는 있겠죠.

새벽같이 출발했더니 공항에 도착한 뒤 시간이 좀 남습니다. 일행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공항내의 식당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였습니다. 메뉴를 고르다 보니 출발하기 전부터 일식이네요.

예전의 김해 공항엔 아주 작은 면세점이 하나 있을 뿐이었는데 확장 공사를 한 뒤로는 면세점이 꽤 커졌습니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것 저것 구경하다 보면 탑승 시간까지 시간이 금방 갑니다. 주류 코너를 둘러보다 오늘 저녁에 마실 요량으로 아이스 와인을 한 병 샀습니다. 아이스 와인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산이네요.

 

여행은 떠나기 전이 가장 설레이는 것 같습니다. 터미널 차창 너머로 보이는 비행기 날개에 가슴이 서늘해 집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기내식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나니 금방 도착입니다.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은 바다를 메워서 만든 인공섬에 건설되었다더니 하늘에서 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공항에 필요한 공간만 매립을 해서 섬의 모습이 아주 특이합니다.

 

 

우리의 첫 번 째 목적지는 고배입니다. 고배는 1995년 일어난 대규모 지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대도시를 강타한 최초의 지진이라고 하는데, 진도 7.2의 이 지진으로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6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를 입었지만 그 후 완벽하게 재건된 덕분에 고배는 일본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깔끔한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차창 밖으로 이색적인 모습의 거리가 보여 사진을 찍었는데 가이드 설명을 들어보니 차이나 타운이랍니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차이나 타운을 볼 때마다 중국인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일본 사람들도 중국 물건을 사기 위해 이곳을 자주 왔었지만 이제는 일본 내 어디서나 중국 물건 없는 곳이 없기 때문에 요즘의 차이나 타운 경기는 시들하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점심 식사를 할 곳입니다. 주인장의 케리커쳐인가요? 이색적입니다.

평범하고 조그만 음식점이지만 일본인 특유의 깔끔함이 돗보이는 곳이더군요. 일층은 홀로 꾸며져 있고,

이층은 룸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이 서빙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메뉴는 소박한 생선 초밥과 우동입니다. 그런데 반찬은 딸랑 절인 생강이 전부입니다. 단무지가 일본 음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일본에 오니 단무지를 반찬으로 내 놓는 곳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습니다. 절인 생강이 입에 맞지 않았지만 밑반찬을 주문하면 추가로 돈이 드는데다가 말도 안 통하니 주는 대로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도중 만난 건물들입니다. 고배에는 이런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많더군요.

점심 식사 후 고배 항구와 인근의 메리켄 파크와 지진 메모리얼 파크를 둘러 보았습니다.

대지진 이후 고배는 완전히 재건되었지만 지진의 참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지진 당시 부서지고 갈라진 항구의 일부를 지진 메모리럴 파크란 이름으로 보존하고 있더군요.

그 옆에는 이렇게 지진 발생 당시의 처참한 모습들을 사진 자료로 보존 전시해 놓기도 하였더군요.
고배 지진을 계기로 그후 일본의 모든 건축물의 내진 설계 기준이 상향 조정되었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얼마전 이와테, 미야기 현에서 진도 7.2의 강진이 있었지만 사망자가 10여명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의 이런 철저한 재난 대비 정신과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철두철미함은 정말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오쿠라 호텔입니다. 고배 지진 당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았던 고층 빌딩이라고 합니다.

 

고배 항을 뒤로 하고 오사카로 향합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나라, 고베 이렇게 4개의 도시는 수십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는 않습니다만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 그것도 실질적으로는 이틀 간의 - 마지막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공항으로 이동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이니 - 짧은 시간에 고베, 오사카, 교토, 나라 이렇게 4개의 도시를 구겨넣듯이 집어 넣은 일정은 좀 무리해 보입니다. 차라리 하루에 한 도시 정도만 조금 더 상세하게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패키지 여행을 선택한 이상 가이드가 안내하는데로 가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습니다.

 

 

오사카 성은 구마모토 성, 히메지 성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성으로 꼽히는 성으로 오사카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오사카 성은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 민족에게 큰 아픔을 준 인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서 건설된 성입니다.

일본의 전국 시대의 통일 과정에는 세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 세 사람의 삶을 묘사한 유명한 글이 있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다가 쌀을 찧어
하시바(하시바는 도요토미의 옛 성(姓))가 반죽한 천하라는 떡,
힘 안들이고 먹은 것은 도쿠가와

라는 뜻이라고 하죠?

도요토미는 원래 오다 노부나가를 섬겼던 자로서, 오다가 일본 통일을 거의 완수한 시점에서 혼요지라는 절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죽게 되자, 오다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켜 배신자를 처단한 뒤 오다 오부나가의 모든 권력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았고, 마침내 일본 통일을 달성한 인물입니다. 그 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가 무모한 욕심으로 조선을 침략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되자, 그동안 도요토미에게 복종하면서 조용히 때를 기다려온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비교적 손쉽게 통일 일본의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위의 글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어쨌거나, 오다 노부나가의 권력을 물려받은 도요토미는 자신의 본거지인 오사카 성을 거대하게 쌓으면서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합니다. 그는 성의 건축 비용을 지방의 여러 다이묘들에게 분담을 시키는데, 다이묘들은 도요토미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려고 경쟁적으로 거대한 돌들을 갖다 바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사카 성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초석들을 보면 정말 놀랄 정도로 큽니다.

오사카 성의 외벽과 그를 감싸는 해자입니다. 오사카 성은 성 전체를 감싸는 외벽과 성의 심장부인 천수각을 감싸는 내벽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고, 각각의 성벽 바깥쪽에는 해자를 파 놓아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실제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도요토미의 아들이 물려받은 오사카 성을 여러차례 공격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고, 거짓 화평을 제의하여 해자의 일부를 메우게 한 뒤에야 기습 공격 끝에 이 성을 함락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사카 성의 내벽과 그를 감싼 해자입니다. 이런 이중 해자 구조가 오사카 성을 난공불락의 요소로 만들었습니다.

오사카 성벽을 이루고 있는 돌을 보면 그 크기가 놀랄 정도로 크고 정교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그리고 성벽의 각도 또한 깍아 지른 듯해서 공격하는 쪽으로 보면 정말 괴로운 장애물일 듯합니다.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17년이나 소요된 이 거대한 공사에서 얼마나 많은 민초들의 희생이 있었을까요? 도요토미는 축성 공사가가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자 일꾼들을 3개 조로 나누어 가장 빠른 조에 포상을 내리는 방법으로 경쟁을 시켰다고 하는데 17년 동안이나 이런 식으로 시달렸던 오사카 성 백성들의 고초는 엄청났을 겁니다. 

장대한 건축물들의 이면에 서려 있는 민초들의 한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 보는 사람의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장대한 건축물이 없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임진왜란 때 불탔던 경복궁을 250년도 더 지난 고종 시절에 와서야 재건한 것도 대궐을 화려하게 짓기 위해서 백성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위민의식의 발로라고 해석하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어떻게 보면 왕권이 그만큼 약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의 백성들은 지배 계층으로부터의 착취를 덜 당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크고 웅장하고 정교한 성을 쌓았을까요? 우리나라의 성을 보면 도시나 고개의 경계를 둘러친 정도이지 이렇게까지 철옹성을 구축하지는 않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아마도 이 성들이 일본의 전국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그 해답이 있을 듯합니다. 이 성들이 건축되던 당시의 일본은 일종의 봉건 제후국과 비슷한 상태여서 각 지방마다 다이묘들이 자신의 성을 쌓고 하나의 나라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을 잃게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니 성이란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지켜주는,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었습니다. 적이 쳐들어 올 때 최선을 다해 방어하다 안되면 뒤로 물러서서 다음 방어진을 구축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이 나라는 성이 가지는 의미가 많이 다른 것 같고 그러한 것이 축조 양식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일본은 언제부터 이렇게 정교하고 칼날같은 성을 쌓았을까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쌓았을까요?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이 이런 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임진왜란 이후였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전만 해도 일본인들은 지금과 같이 깍아지른 듯한 성을 쌓을 기술이 없었다고 합니다. 성의 모서리를 쌓는 기술이 부족해서 지금처럼 깍아지른 듯이 쌓으면 자꾸 무너졌기 때문이라는데 이 모서리를 쌓는 결정적인 기술을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서 배워 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각지에 쌓여 있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성들을 보고 자기들과 모서리 쌓는 기술이 다름을 발견하고 이를 배워서 자기 나라의 성을 쌓는데 활용한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에게 배워갔지만 나중에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정교한 성을 쌓은 일본인.
창조성은 떨어지지만 남의 것을 모방해서 자기의 것으로 소화해서 결국에는 오리지널보다 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야 마는 일본인들의 기질은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사카 성의 외벽을 따라 한참 걸은 후 또다시 내벽을 따라 상당한 거리를 걸으니 드디어 성문이 나옵니다.

오사카 성의 중심부, 천수각이 멀리 보입니다.

천수각은 1600년대 초반에 완성된 이후 몇차례에 걸쳐 소실과 복원을 거듭하였는데 1997년 대대적인 수리를 통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천수각은 옛날 모습임은 틀림없으나 문화재적 가치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성 내에는 박물관도 있더군요. 시간 관계상 패스...

천수각을 배경으로 한 컷!!

 

 

천수각의 꼭대기에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어서 오사카 시내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긴키 지방의 중심지, 오사카는 인구가 260만에 이르는 일본 제 2의 도시인데, 예로부터 상업이 특히 발달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질은 남성적이어서 급하고 화끈하다고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의 기질과 닮은 점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제일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이곳 오사카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길이 아무리 막혀도 자동차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데 일본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경적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 곳이 이곳 오사카라고 하네요.  이런 설명을 들으니 왠지 오사카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천수각 내부에는 오사카 성을 둘러싼 여러 전투를 묘사한 그림과 인형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물들을 보니 오사카 성만큼 많은 전투를 치른 성도 없을 것 같습니다. 

천수각에는 그밖에도 여러 가지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이 사진 촬영 금지라서 카메라에 담지 못했는데, 대부분의 유물은 전쟁 관련 유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적지 박물관에 가 보면 전시물들의 가장 많은 부분이 서책인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역시 일본은 칼의 나라인 모양입니다. 서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편지, 교지 등 몇 가지 전시되어 있긴 한데 그 필체를 보니 우리나라의 그것에 비하면 조잡하기 짝이 없어서 안목이 별로 없는 저같은 사람이 봐도 우리나라의 그것과 수준 차이가 확연합니다.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에서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통신사를 파견하였는데, 처음에는 이들도 통신사를 맞을 때 일본 내에서 글께나 한다는 사람들을 불러다 은근히 우리나라의 통신사 일행과 글빨 대결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번 판판이 깨지게 되자 나중에는 결국 글로써 우리나라와 대적하려는 일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통신사를 초청할 때마다 늘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되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리 없겠죠? 우리나라의 통신사 방문이 초창기엔 활발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흐지부지 되는 데는 '괜히 우리가 잘 못하는 시문을 흉내내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나 열심히 하자.'라는 여론이 확산된 탓도 있다고 합니다.

오사카 성을 돌아본 우리는 오사카의 대표적인 번화가, 쇼핑가인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 구경에 나섰습니다.

신사이바시는 거리 양쪽에 아케이드가 쭉 늘어선 구조로 되어 있는데, 투명한 지붕이 덮혀 있습니다. 지붕이 있으니 뜨거운 햇빛도 가려지고, 비가 올 때도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겠더군요.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가 합류하는 지점인데 화려한 입간판들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방문한 날은 8월 15일인데, 우리로 보면 광복절이지만 일본인들로 보면 이들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오봉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사람에게 밀려다닐 정도였습니다. 위의 사진은 신호등이 끊어진 뒤에 찍은 사진이라 그나마 좀 한산해 보입니다.

그 중에는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우리도 명절 때면 한복을 입긴 하지만 실제로 길거리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는데 일본 사람들의 기모노 입기는 우리의 한복 입기보다는 더 일상적인 것 같았습니다.

 

 

도톰보리는 특히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오사카가 상업 도시여서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사카 사람들은 식도락의 최고의 가치로 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교토 사람들은 의상을 아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래서 '오사카 사람들은 먹어서 조지고, 교토 사람들은 입어서 조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도톰보리를 지나다가 옛날 가게를 재현해 놓은 곳을 들어가 봤습니다. 이곳은 1900년대 초, 중반의 거리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음식점과 기념품 상회, 사진관, 점집, 극장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니 조금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인사동의 '토토의 오래된 물건'이라는 가게가 생각났습니다. 그 곳은 오래된 물건들을 모아 놓은 곳이지만 이곳은 마치 일제시대 영화의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200엔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우리가 어릴 때 먹었던 '말표 사이다'와 흡사한 맛이 나는 사이다입니다. 잘록한 병 목 속에 구슬이 들어가 있어서 기울여 먹으면 한 모금 정도의 사이다만 나오고 더 이상 안나오게 되어 있는, 재미있는 음료수더군요. 그런데 저같이 양이 많은 사람은 감질나서 못 마시겠다는...

 

 

 

 

그 중의 한 식당에 들어가서 이름모를 요리를 시켰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버무려서 부침개같이 구운 건데 맛이 좀 닝닝했습니다.

점 집도 보이고...

사진관도 있네요.

일인극 공연도 하더군요. 이 아가씨 얼굴은 곱상한데 목소리는 완전 바리톤입니다. 걸쭉합니다.

 

 

 

신사이바시와 도톰보리 구경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우리가 묵어야할 호텔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저녁 메뉴는 샤브샤브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먹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스도 비슷하구요. 다만 우리나라는 육수를 주는데 비해 이곳은 맹물입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깊은 맛은 좀 덜하겠죠?

얇게 썬 쇠고기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일식이 양이 적다고 하지만 샤브샤브는 제법 푸짐하게 나와서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많이 부릅니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겸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이 나라는 도박이 합법화 되어 있는지 이렇게 파친코가 시내 한 복판에 휘황찬란한 간판을 걸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건물 전체가 도박장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수퍼에 들러 과일과 안주거리를 좀 사서 호텔 방에서 친구 부부와 와인 한 잔 했습니다. 아침에 출발할 때 공항 면세점에서 산 나이아가라산 아이스 와인이었는데 아주 좋더군요. 원래는 샴페인을 사고 싶었으나 면세점에서 샴페인을 팔지 않아서 대신 산 것인데 잘 산 것 같습니다. 아내와 친구 부인도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습니다. 비행기 시간 맞추느라 새벽에 일어나서 더운 데 하루 종일 걸어 다녔더니 제법 피곤합니다. 게다가 술까지 한 잔 했으니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교토를, 오후에는 나라를 둘러볼 예정인데 우리는 오전에 교토 일정이 끝나면 투어 일행과 헤어져서 오후에는 우리끼리 교토 시내를 좀 더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여행은 새로운 풍물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서민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한데,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곳 저곳 가짓수를 늘이는 것보다 오후의 나라 프로그램을 포기하더라도 교토의 정취를 좀 더 느낄 수 있는 곳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가이드가 크게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안된다고는 하지 않더군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crystal
언제 일본 역사는 또 이리 열심히 공부했는감...
역시 여행기를 읽어야 여행맛이 곱절이 되는 것 같네요. 오궁... 수고많았삼
2008-09-11
11:18:06



노형섭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당
여행기보다도 사진공부를 더 많이한듯...Cheers!
2008-09-16
00: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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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집에서 만드는 스콘 레시피  [2]  BOF 2010/02/10 207 2569
289  늦겨울 소백의 눈 꽃    BOF 2012/03/08 71 2526
288  윤섭이의 2006 GLPS 여름 캠프    BOF 2006/12/15 105 2459
287  윤섭이와 함께한 주말  [1]  BOF 2009/02/16 291 2452
286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4) - 헌터벨리  [1]  BOF 2008/02/15 171 2407
285  오궁 패밀리의 미국 여행기-3    BOF 2010/09/09 130 2397
284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수허고성, 리장고성    BOF 2014/09/05 83 2393
283  오궁 부부의 일본 여행기(2)  [2]  BOF 2008/09/12 135 2294
282  오궁 가족의 1박 2일  [1]  BOF 2009/08/04 215 2270
281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1)    BOF 2011/07/20 104 2245
280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BOF 2003/05/24 121 2239
279  형섭이 근황    BOF 2010/10/18 160 2217
278  할머니와 나    BOF 2009/10/07 342 2211
277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호도협 둘째날    BOF 2014/08/30 89 2193
276  주왕산과 주산지의 끝물 단풍    BOF 2009/11/12 160 2168
275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6) - 시드니 관광  [2]  BOF 2008/02/16 170 2148
274  윤섭이의 짧은 방학  [1]  BOF 2010/08/12 168 2145
273  최고의 뮤직 에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    BOF 2002/07/02 84 2145
272  존댓말 유감    BOF 2010/07/08 207 2136
271  고생 많이 한 미국 여행  [1]  BOF 2010/09/01 186 2130
270  형섭이 학교 풋볼 개막전 사진    BOF 2010/09/15 131 2122
269  글로리아 에스테판 - Live in Atlantis    BOF 2003/05/24 72 2109
268  골프 핸디캡 산정 방법 (1)    BOF 2002/05/20 100 2070
267  DTS demontration DVD #7    BOF 2003/05/24 79 2057
266  4자성어로 풀어본 17기 동기모임    BOF 2005/09/07 90 2037
265  부석사의 소국(小菊)    BOF 2008/11/17 172 2007
264  크로스 오버의 모범 - 파바로티와 친구들    BOF 2002/07/16 75 1957
263  앙코르 유적군 여행기(2) -- 타프롬, 바이욘, 반테스레이  [1]  BOF 2012/02/11 68 1947
262  제임스 이야기    BOF 2009/01/13 141 1947
261  형섭이와 기타  [2]  BOF 2007/01/05 153 1922
260  Yankee Stadium에서 Football을?    BOF 2010/11/22 151 1905
259  골프 핸디캡 산정 방법 (4)    BOF 2002/05/20 99 1883
258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5) - 헌터벨리,뉴카슬  [1]  BOF 2008/02/16 146 1867
257  홋카이도 여름 휴가 - 오타루    BOF 2012/09/10 89 1862
256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3) - 포트 스티븐스    BOF 2008/02/15 124 1857
255  3테너 로마 공연    BOF 2001/12/12 272 1855
254  형섭이 군대 갔습니다.    BOF 2011/09/29 93 1854
253  형섭이의 귀국    BOF 2011/01/18 135 1846
252  바하 - 미사 b 단조    BOF 2003/09/05 140 1840
251  하늘로 올라간 천상의 목소리    BOF 2007/09/07 199 1832
250    전국 골프장 course rating 현황    BOF 2003/03/07 76 1801
249  형섭이의 봄방학    BOF 2011/03/21 129 1799
248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1) - 출발  [1]  BOF 2008/02/12 127 1782
247  눈이 왔네요 - 요즘 오궁 가족 소식    BOF 2006/11/07 165 1779
 오궁 부부의 일본 여행기(1)  [2]  BOF 2008/09/11 130 1770
245  Pavarotti 절정기의 목소리 - Gala Concert    BOF 2002/07/27 89 1761
244  군산 기행 - 근대 문화 유산을 찾아서...    BOF 2014/08/07 73 1753
243  군바리의 관심은?  [1]  BOF 2012/05/04 94 1736
242  한라산 가족 등반(1)  [1]  BOF 2013/02/19 83 1735
241  오궁 패밀리의 홍콩 여행기 (3)  [1]  BOF 2007/01/05 106 1735
240  영주의 벚꽃    BOF 2008/04/21 146 1735
239  오궁 가족 답사기 - 하회 마을    BOF 2004/05/03 89 1735
238  초보자를 위한 사진 촬영 팁 (4)    BOF 2011/07/20 106 1734
237  소백산에서 만난 야생화    BOF 2012/07/04 98 1724
236  Images of Notre Dame  [2]  BOF 2011/02/10 122 1720
235  오궁 가족 답사기 -- 소수 서원  [1]  BOF 2004/03/31 115 1718
234  엘튼 존(Elton John)-One Night Only-The Greatest Hit    BOF 2003/05/24 182 1708
233  첨성대 야경    BOF 2007/04/24 99 1699
232  늦게 올리는 여름 휴가 사진 여행기(2) - 뉴카슬 주변 배회하기  [2]  BOF 2008/02/13 133 1685
231  태그 강좌(8) - 테이블 태그    BOF 2005/01/17 129 1681
230  안구 경기?    BOF 2012/03/27 96 1672
229  이 한 장의 사진!!  [1]  BOF 2012/04/17 91 1658
228  피묻은 다이아몬드    BOF 2002/04/04 55 1647
227  뱀사골-피아골 단풍 산행    BOF 2013/11/16 75 1646
226  형섭이가 보낸 '손글씨 부모님 전상서'    BOF 2011/04/29 122 1634
225  가을 사진 몇 장 더...    BOF 2007/11/27 114 1627
224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호도협 첫째날    BOF 2014/08/30 85 1620
223  DIVA라 불리어 손색없는 女子들!!    BOF 2002/03/19 319 1606
222  가을이 깊어가는 부석사    BOF 2007/11/26 125 1604
221  John's Tasmania Tour (3)    노형섭 2003/12/05 78 1600
220  화장실 들어갈 때 맘과 나올 때 맘이 다르다? ^^    BOF 2011/09/29 84 1599
219  여름 부석사, 그 넉넉함으로...    BOF 2007/06/25 101 1599
218  아들과 함께 한 차마고도 트레킹 - 마지막 날 무후사, 마무으리!    BOF 2014/09/05 83 1592
217  태그 강좌(7) - HTML 문서와 기본 태그    BOF 2005/01/17 76 1574
216  필리핀 휴가기    BOF 2002/08/27 103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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