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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이야기
BOF  2009-01-13 14:12:13, 조회 : 1,987, 추천 : 143

제목 없음

아내와 아이들이 1년 여 동안 호주에 있을 때 사귄 친구 중 제임스라는 이가 있습니다. 제임스는 저와 비슷한 연배의 호주인인데 아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내가 봉사하던 한인 학교의 학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아내는 잘 아는 사람의 권유로 자기가 살던 도시의 한인 학교 선생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한인 학교는 거기에 살고 있는 한인은 물론이고 한국인과 결혼한 호주인, 한국인을 입양한 호주인 부모들도 다녔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을 입양한 부모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 조금 독특했는데 호주 정부에서는 외국인을 입양한 부모들이 아이의 모국어와 모국 문화를 배우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흔하다고 합니다.


이 사진은 아내가 호주 있을 때인 2003년, 휘진이 돌 때 찍은 사진입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도령복도 입혔네요.

제임스는 그 당시 그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아내에게 수시로 질문을 하였을 뿐만 아니고 입양한 아이인 휘진이를 위한 한국어 책을 원하여 제가 몇 권 구입하여 보내 준 적도 있었습니다. 제임스에게는 이미 벤과 세라라는 자녀가 있었는데 그 당시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자식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입양하였던 것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제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또 한명의 한국 아이를 입양하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한국 아이는 이름이 성우인데 이 아이를 입양할 때 이들 가족이 한국에 나오면서 우리 집을 방문하여 1박 2일간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이때 제임스 가족 방문기를 써 둔 것이 있는데 읽어 보실 분은 1편은 요기, 2편은 요기를 클릭하심 됩니다.).


이 사진은 2005년 전 성우의 입양을 위하여 제임스 가족이 한국에 왔을 당시 저희 가족을 방문했을 때, 
다같이 부석사를 구경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 뒤 두 번 더 호주로 가족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두 번 다 이 집을 방문하여 잘 크고 있는 두 아이들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더랬죠(그때의 방문기는 2005년 요기, 2007년 요기). 그런데 아이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의 인물이 별로 없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봤더니 놀랍게도 제임스 부부는 아이들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녀의 성별은 물론이고 아이의 용모까지 전혀 선택하지 않고 입양 기관에서 배정해 주는 대로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본인들에게 내려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본인들의 품으로 온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서 키운다는 겁니다. 존경스럽지 않습니까?

 


이 사진은 2005년 제임스 가족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왼쪽 아기가 이집 넷째 성우, 그 옆이 다섯째 휘진이입니다.



이 사진은 2007년 제임스 가족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위쪽 사진이 큰애인 휘진이, 아랫쪽 사진이 작은 애 성우입니다.

이들이 아이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은 대단해서 옆에서 보면 친자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국을 항상 기억할 수 있도록 간단하나마 한국어를 동시에 가르치고 있었고, 한복도 몇 벌 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이 가족에게 주는 선물은 그들의 요청에 의해서 항상 한국말로 된 그림책 들입니다. 그리고 둘째를 입양한 뒤에는 아이들의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서 방을 5개나 늘이기도 했답니다(이쯤되면 재건축 수준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인류애를 실천하는 이들 부부를 보면서 늘 존경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어제는 아내가 오랜만에 제임스와 통화를 했는데 몇 주 후에 한국에 들어 온다고 하네요.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어봤더니 놀랍게도 세 번째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와!... 자기들 아이와 합하면 모두 5명입니다! 이번에는 아들이 아니고 딸이라는데, 딸을 입양하겠다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고 이번에도 역시 입양 기관에서 배정하는대로 받았는데, 딸을 입양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한 것이 받아들여진 모양이라고 하더랍니다. 참 대단한 사람이죠?

그런데 더 대단한 일은 다음 순간에 일어났습니다. 그 집 아이들의 소식을 물었더니 큰 아들 벤이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어디에 취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도미노 피자'의 배달원을 한다고 하더랍니다. 대학을 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녀석은 별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모양이라고, 그래서 학교 가지 않고 일찍부터 커리어를 쌓고 싶은 모양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더랍니다.


2007년 제임스를 방문했을 때 형섭이와 함께 밴드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

제임스가 사는 뉴캐슬은 제철업으로 아주 유명한 도시입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철광석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가 호주인데 그 철광석의 대부분을 이 뉴캐슬 철광소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포항제철과 같은 곳이죠. 제임스는 이 제철소에서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엘리트 직업인에 속합니다. 그런데도 아들이 공부에 별 관심이 없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도미노 피자 배달원을 시킵니다. 저의 가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일단은 아이가 공부를 하도록 족쳤을 것이고, 아무리 싫어하더라도 허름한 대학이라도 보냈을 겁니다. 그리고 남의 아이 입양시키고 그 애 한글 가르치는 것 보다는 내 자식 글 한 줄 더 가르치려고 애 썼을 겁니다.


2007년 방문 때 식사를 하면서...

그러나 이들은 다르더군요. 우리와는 참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싶었습니다. 이들의 가치관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또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피자 배달원을 시켜도 자기 인생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 나라의 풍요로움이 부럽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이 존경스러운 제임스 부부가 이번에 한국에 나오면 꼭 우리집에 들르라고 이야기 했지만 이번에는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저도 제임스를 보면서 인격 수양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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