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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섭이 군대 갔습니다.
BOF  2011-09-29 13:57:50, 조회 : 1,853, 추천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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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아이가 입대했습니다. 저는 근무하고 아내가 논산까지 따라갔다 왔었는데 아이는 씩씩하게 잘 들어갔지만 엄마는 눈물 바람 좀 한 모양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저와 저녁 먹으면서도 훌쩍이더니, 다음날 '3일'이라는 다큐 프로에서 논산 훈련소 훈련병들 모습을 소재로 한 달 쯤 전 방송한 것 다운 받아서 같이 보면서 또 눈물 흘리고... 며칠 가더군요.

제 아이는 시력이 좀 안좋습니다. 그것도 한 쪽만 안좋은, 소위 말하는 '짝눈'인데 제대로 신검을 받으면 3급 쯤 나올 겁니다. 어차피 면제는 될 수준은 아니니 신체 등급이라도 좋게 받자고 신검할 때는 평소 착용하던 드림 렌즈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정상 시력으로 측정되어 1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훈련소에 입소하면 신체 검사를 다시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거기서 심각한 하자가 있으면 퇴소 조치 되고 재 신검을 받아 재 입대해야 하는 일도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나중에 복학하는 문제 등에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휴대 금지 물품에 속하는 드림 렌즈까지 챙겨 보냈고 처음 며칠은 혹시 '빠꾸 오라이' 되지는 않을까 조금 신경 쓰였습니다. 다행히 지난 금요일 쯤까지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서 주말부터는 그 문제는 한시름 놨습니다. 아이 군대 보내 놓고 나니 별의별 것들이 다 신경쓰이더군요.

그저께 월요일엔 아이가 소속된 부대에 대한 정보가 휴대폰 문자로 들어와서 편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손글씨 편지도 보내지만 요즘은 훈련소 홈페이지에 편지쓰기 란이 개설되어 있어서 해당 부대의 게시판에 편지를 쓰면 관리자가 매일 일괄 인쇄해서 훈련병에게 전달해 준다고 합니다. 훈련병들에게는 매일 저녁 편지 읽는 것이 고된 훈련동안 유일한 낙이고 옆의 친구들은 편지를 많이 받는데 자기만 못 받으면 소외감 느낀다고 해서 그날 당장 편지 하나 올리고 손편지도 하나 썼습니다. 제 아이는 자신을 챙겨줄 곰신(남친 군대보낸 여친을 곰신이라고 한답니다)도 없는데 부모라도 잘 챙겨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아들 녀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기에 낯선 번호가 떠서 또 무슨 텔레마케팅 전화인가 하고 받았더니 아들 녀석이 건 콜렉트 콜이었습니다!! 왠일이래요? 어떻게 전화를 했느냐고 했더니 원래 지금은 전화를 할 수 없는데 지난 주 금요일 소총 교육, 총기 분해 결합에서 소대 1등을 한 덕분에 포상 전화 5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경사가... ^^ 전혀 예상치 않았는데 아이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더군요. 잘 지내고 있고, 음식 맛있고, 잠자리 불편하지 않고, 동료들과 잘 지낸다고 합니다. 아직 훈련이 힘들지 않아서 그런지 마치 캠핑온 기분이라고 합니다. 부모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인지 몰라도 일단 크게 안심이 됩니다.

특히 음식이 사회에서 먹는 것 이상으로 맛이 좋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실 저희들 세대 때만 해도 군대밥과 반찬은 정말 맛이 없었거든요. 전 장교 훈련을 받아서 그나마 음식 맛이 좀 나았지만 맛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특히 학교 다닐 때 병영 체험 갔을 때 보면 정말 음식이 맛 없었는데 요즘은 외부에서 요리 인력을 초빙하기도 한다더니 음식 맛이 좋아지긴 한 것 같습니다.

아이는 5분 밖에 통화할 시간이 없는데 엄마한테도 걸어야 한다면서 일찍 전화를 끊었는데 퇴근해서 아내에게 '*섭이 전화 받았지?' 하니 '무슨 전화?' 하면서 깜짝 놀랍니다. 제가 전화 받은 이야기하니 자기가 전화기 진동으로 해 놓고 딴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못 받았다고 하면서 그날 저녁 내내 아쉬워서 꽁꽁 앓더군요. 지금 상점 10점 받아 놨다는데 15점 되면 포상 전화 또 할 수 있다고 하니 며칠 있으면 전화 또 할지 모른다고 그때나 잘 받으라고 했습니다. ^^

어제 오후엔 훈련소에서 찍은 단체 사진이 훈련소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요즘 훈련소 홈페이지를 보면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고 아이들 사진도 2번 쯤 올라오고 매주 월요일이면 연대장님이 지난 일주일간 아이들이 훈련 받은 내용과 특이 사항들을 글로 올려 주는 등 정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군대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29연대 3중대 2소대원들의 단체 사진입니다. 제 아이 얼굴 찾을 수 있겠어요? 씩씩하게 보이나요? ^^

어제 저녁에는 또 다른 선물이 하나 배달 되었습니다.

네. 짐작하시겠지만 아이가 입대하면서 입고 갔던 옷과 신고 갔던 신발이었습니다. 편지도 하나 동봉되어 있었는데 아이 엄마는 그것 보면서 또 한 번 울고...

편지를 읽어 보니 바로 옆의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편지를 적는데 자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눈물 전혀 안나고, 음식은 서울서 자취할 때보다 더 맛있고, 잠자리는 고시원에 있을 때보다 편하고(고1 겨울 방학 때 서울서 학원다니며 고시원에서 생활 한 적 있음), 배우는 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훨 쉬우니 아무 문제 없다고 썼더군요. 그 전날 전화로도 이야기 들었지만 이걸 읽고 나니 안심도 되고, 이젠 정말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스스로 잘 하고 있구나 하는 대견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젠 부모의 손길이 더 이상 필요 없구나 싶어 약간은 서운한 마음도 들더라는...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 어쩌란 말이여? 하여간 부모 마음이란...

어쨌든 지금까지는 마치 보이스카웃 캠핑 온 기분이라고 하는데 군대 생활 내내 그런 긍정적인 마음 유지 잘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주변의 모든 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지혜를 발휘하였으면 좋겠고 훈련 생활 하는 동안 전우애를 발휘하여 힘든 훈련에 서로 간에 지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훈련은 힘들어도 좋으니 다치는 곳 없었으면 좋겠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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