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가족들이 쓴 글들을 모아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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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섭이와 함께한 주말
BOF  2009-02-16 14:17:56, 조회 : 2,450, 추천 : 291

어제는 3월이면 집을 떠나는 윤섭이를 위해서 하루를 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백암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영주에서 백암 온천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백암 온천은 예전엔 수질이 좋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던 온천이었는데, 대도시에 고급 사우나, 찜질방이 들어서고 크고 작은 온천 개발이 많아진 요즘은 외진 곳에 위치한 관계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대도시에선 멀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는 비교적 가까운지라 저희 가족은 이곳을 자주 찾습니다.

늘 이용하는 한화 콘도의 온천 사우나로 갔는데,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더군요.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준...
백암 온천은 원수의 온도가 54도이므로 원수를 데우기는 커녕 오히려 식혀야 될 판입니다. 원수의 온도가 낮아서 덥혀서 쓰는 대도시 주변의 많은 온천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물이죠.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온몸이 노골노골해집니다. 온천욕. 사우나와, 냉탕, 온탕을 오가는 온천욕을 제대로 했습니다.
윤섭이도 이전까지는 제대로 못 느끼던 사우나, 냉, 온탕의 신비한 매력을 비로소 느꼈나 봅니다.
전에는 마지못해 하더니 이번에는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사우나와 냉, 온탕을 3사이클 정도 돌고 나니 온 몸이 개운해 집니다.


온천을 마치고는 바닷가로 차를 몰았습니다. 백암 온천은 동해 바닷가 근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20분 정도만 차를 타고 나가면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백암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는 후포항입니다. 후포 항구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바닷바람이 시원합니다.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고 했지만 춥다기 보다는 시원하게 느껴지더군요.

이 무렵의 울진, 후포, 영덕은 대게의 계절입니다. 대게가 11월 부터 잡힌다고는 하나 11, 12, 1월의 대게는 살이 제대로 차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즈음의 게는 '물게'라고 이야기 할 정도죠. 2월이 되면 게 껍질 속의 살이 제대로 여물기 시작하는데 3,4월이 절정이랍니다. 요즘의 대게는 아직 살이 100% 차지는 않았지만 제법 실하게 찼기 때문에 먹을 만하다고 합니다.

대게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으로 갔습니다. 대게는 크면 살도 꽉 차고 먹기도 좋기는 하지만 크기가 커짐에 따라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기 때문에 착한 가격의 적당한 크기를 여러마리 사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잔 놈은 살도 부실하게 차 있는 경우가 많고 까먹기도 번잡스러우므로 중간 크기를 사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도 중간 크기의 게를 5마리 샀습니다.

게를 쪄서 인근에 자리와 밑반찬만 제공하는 집에서 까 먹는데, 와! 속도 꽉 차고 맛또한 꿀맛입니다. 모두들 말도 없이 게 까먹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주문한 게의 양이 넉넉했는지 세명이 게만 먹어도 배가 부르더군요. 싫컷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장에 밥까지 비벼먹고 나니, 아! 왕후장상이 안부럽습니다.


소화도 시킬겸 대게를 먹으면서 반주로 마신 술기운도 깨울 겸해서 후포 항을 조금 거닐었습니다. 항구에 정박된 배에 살짝 올라가 보기도 하면서 낙조 속을 날으는 갈매기를 벗삼아 한 30분 산책을 했습니다. 해가 떨어기지 시작하니 한기가 약간 느껴지더군요. 슬슬 돌아가가 봐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영덕을 거처 안동으로 가서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영주에는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영화관이 없답니다. ㅠㅠ...).
영화 제목은 요즘 화재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더군요. 관절염, 백내장을 앓는 80대 노인으로 태어난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진다는 내용인데,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의 역할을 브레드 피트가 맡아서 80대 노인부터 20대 청년까지의 역할을 물흐르는 듯한 연기로 멋지게 해 내더군요.

노인으로 태어나서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는 황당한 이야기가 전혀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아마도 브레드 피트와 상대역인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특수효과, 분장술등이 탄탄하게 받쳐 주었고, 특히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시대가 바뀔 때마다 그 시대에 맞게 충실하게 재현된 배경, 의상, 소품 등이 우화같은 내용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았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상 11개 부분 노미네이트라는데 아마 여러개 탈 것 같습니다. 적어도 분장상과 특수 효과상은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1시 쯤 되었더군요.

이제 3월이면 이미 기숙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에 이어서 둘째도 기숙 학교(외고)에 입학합니다.
오늘의 짧은 외출이 함께 살면서 늘 살을 부비고 지내는 동안 가는 마지막 외출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심숭생숭합니다.
첫 아이 떼 놓고 난 뒤의 허전함을 이미 겪어 봤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아이 다 떼놓으면 오히려 더 허전하고 견디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아이들과 예전처럼 살을 부비고 살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아이들과 떨어져서 두 부부만 지내는 일에 익숙해 져야 하겠죠?

저희 부부는 그래서 얼마 전부터 댄스 스포츠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자이브 20번 배우고 있습니다. ^^
그런데 영 몸이 안 따라주네요.
계속 배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웅섭네
오랜만에 홈피에 들렀습니다.
윤섭이와 보낸 하루.... ^^
아이의 엄마로써 저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아주버님!!! 댄스 스포츠 !!!!
쇼킹!!! 쇼킹!!!
이번 가족모임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원 투 쓰리 >.<
2009-05-02
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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