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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테너 로마 공연
BOF   2001-12-12 00:04:01, 조회 : 1,853, 추천 : 272

3 테너 로마 공연

 

지난 주말 아마존으로부터 오리지날 3테너 로마 칼라칼라 공연실황 DVD가 도착했습니다.
이미 절판 상태여서 구하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에, 또 신품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서 used item란을 통해 구입했기에 품질에 대한 의구심도 갖고 있던 터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했습니다.

불안안 마음을 가지고 박스를 열어 포장을 푸는 순간 너무나 기뻤습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서 중고품을 사기는 처음이라 품질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반면에 used item을 파는 사람이 개인이 아니고 이런 물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site이고, 제품 소개에서도 nearly new라고 적어놓아 혹시 신품재고가 아닐까하는 기대도 했었는데, 포장을 풀어보니 과연 새것이었습니다.
캐이스 윗쪽에 테이프(개봉할 때 찢게되어있는)까지 붙어 있는 새것인 것이었습니다. 가격도 29.97달러이면 너무나 싸게 구입한 것이고. (오늘 아마존에 확인해보니 이 제품의 경우 69.99달러에 내놓은 물건 하나뿐이었습니다.또 VHS 비디오도 31.95달러나 합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DVD를 걸었습니다. 나는 이미 이 레파토리를 VHS 비디오로 8년전부터 종종 시청해 왔던 터라 DVD로서의 음질과 화질이 궁금했고, 또 그 후의 몇번의 3 테너 공연실황 DVD, 또 일련의 파바로티와 친구들에서 보여준 파바로티의 소리와도 비교해 보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주 금요일 서울 잠실에서 있었던 3테너 공연과도 말이죠.

공연은 카레라스부터 시작되었고, 도밍고, 파바로티의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후는 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독창을 하였고 마지막에는 3테너가 같이 메들리 공연을 가지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카레라스

백혈병에서 회복되어 컴백한 직후의 이 테너는 확실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상하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색을 들려 주었습니다.
흡사 비단결과 같은, 벨벳과 같은 소리라고 할까. 더군다나 1990년 공연당시 이 테너는 40대 중반의 나이로서 테너로서는 절정기의 기량과 완숙미, 충분한 힘까지 있어서 도밍고나 파바로티에 전혀 밀리지않는 공연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카레라스는 백혈병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게된 테너였고, 그 전에는 파바로티와 도밍고와 같은 최절정 테너보다는 한 급 아래로 평가 받고 있었잖습니까? 백혈병의 약물 치료로 목소리의 힘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켜준, 백혈병을 이겨낸 테너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인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준 화려한 재기의 무대가 된 셈이죠.

플라시도 도밍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깔끔한 소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충분한 힘이 뒤받침된 힘차고 깨끗한 고음, 비브라토가 거의없는 크리스탈과 같은 음색을 보여 주었습니다.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환한 성악가 답게 중 저음 또한 힘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고른 음색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수려한 용모와 풍부한 표정은 이 테너의 또 다른 매력 중의 하나이죠.
도밍고의 나이 또한 공연당시 50세 정도이니 모든 면에서 아직 절정기를 유지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바로티

누가 뭐래도 금세기 들어 가장 성공한 테너.
카루소 이래 일세를 풍미한 수많은 테너들이 있었지만 파바로티만큼 오랜 기간 테너의 제왕 자리를 유지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테너는 없을 것입니다.
비록 너무나 비대해진 몸매때문에 중년 이후에는 오페라보다는 콘서트 위주의 음악활동을 하고 있지만,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올해가 서양나이로 66세라고 하더군요) 여전히 현역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그를 능가하는 테너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날 공연에서는 하이C의 제왕이라는 명성답게 흡사 벗꽃이 활짝 피는 것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하고 밝고 힘찬 그 특유의 고음을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55세의 이 테너는 아직도 쇠퇴기에 접어들지 않은 일세를 풍미한 예의 그 목소리를 뽐내고 있더군요. 마치 '아직도 나는 황제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왜 파바로티인가' 하는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이.
이로 부터 4년뒤 있었던 LA 월드컵 기념 공연 때는 이미 쇠퇴하고 있는 소리를 보여주기 시작하니 이 테너의 그 귀에 쟁쟁한 소리를 보고 들을 마지막 음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앨범의 백미는 역시 후반부에 있는 3테너의 합동 공연입니다.

세 사람이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Maria', 'Tonight'를 비롯하여 ''O paese d', 'o sole', "Cielito lindo Memory', Ochi tchorniye Caminito', La Vie en rose', 'Amapola', 'O sole mio'등 주옥같은 대중 클래식 곡들을 매들리로 들려주는데, 각자 한소절씩 주거니 받거니, 또는 화음을 맞추어서 들려주는 노래는 주빈 메타의 열정적인 지휘와 어우러져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을 줍니다.
이 합동 공연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밋밋한 음악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앵콜 공연의 'O sole mio'에서는 카레라스와 도밍고가 파바로티의 트릴을 그대로 흉내내어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습니다.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환호가 끊이지를 않자 파바로티의 트래이드 마크가 된 푸치니의 'Nessun dorma'를 세사람이 다시 한 번 불러 주는데 마지막 부분을 세사람의 유니슨으로 처리해 이 음악회를 극적인 앤딩으로 몰고 갑니다.

화질, 음질 모두 흡족할 만합니다.
또한 주빈 메타의 훌륭한 지휘와 무대 연출은 이 앨범을 한층 빛내주는 요소가 되고 있구요.
또한 칼라칼라라는 이전에 누구도 생각 못했던 공연장의 선택은 이 공연이 아직도 3 테너 공연중 가장 훌륭한 공연으로 평가받는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공연이 너무나 성공했기에 이 테너들은 3테너라는 공연 아이템으로 world tour하듯 공연을 하게 되어 너무 상업적인 이용이라는 비판도 받게 되죠.

문득 지난 금요일 잠실 운동장에서 있었던 3테너의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집에서 TV 중계로 중간 부분부터 봤었는데, 물론 DVD의 음질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너무나 많은 면에서 수준 차이가 있더군요.

첫째 이미 이 3테너는 그동안의 명성에 기대어 공연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일 정도로 기량들이 쇠퇴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직까지 3테너를 대신할 대형 테너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66, 60, 55세를 맞는 이들 테너의 소리들이 11년전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쇠퇴했다는 것입니다. 경로당 분위가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파바로티의 경우, 오리지날 3테너 공연에서는 마이크에서 비교적 멀찍이 떨어져서 노래했는데 이날은 마이크가 거의 입술에 닿을 지경이더군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Nessun Dorma'(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못이루고')만해도 호흡이 끊어지는 간격이 짧아졌고, 고음의 유지 시간과, 힘과 윤기는 눈에 띄게 나빠졌더군요.

카레라스 역시 예전의 그 부드럽고 고운 음색이 이젠 푸석푸석하게 변한 듯하고 포르테 역시 힘이 딸리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도밍고는 조금 덜한 듯 하나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더군요. 3테너가 진정한 전설로 남으려면 이제는 더이상 3테너로서는 공연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또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MBC 중계의 미숙함입니다.
독창자의 얼굴만 계속 비춰대는 카메라의 미숙함이 돗보이더군요. 관객들의 표정이나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연주 모습 등은 너무나 적게 보여주었고 50억이나 들인 공연에 비해 너무나 단조로운 카메라 워킹이었습니다.

또한 음악에 대한 이해도 보다는 대중에 대한 인지도나 인기에 치중한 듯한 아나운서(백지연)의 기용도 부적절했던 듯하고, 아나운서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듯이 자기가 준비한 내용만 이야기하는 모 일간지의 음악 전문 기자의 기용도 옳지 않았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허접한 해설을 하느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채로 중계하지 않은 것은 이 연주회를 음악회로 취급하지 않고 3테너를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로 취급하는 몰상식한 MBC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처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대 장식을 우리 고유의 문양들을 이용해서 한 것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되는데 끝나고 난뒤 무슨 자동차 신차 발표회나 엣스포 전시장에서나 어울릴 듯한 똑같은 미니 스커트 복장의 도우미들이 뻣뻣하게 굳은 얼굴과 포즈로 행진하듯이 줄맞춰 걸어나와서 구령에 맞춘듯 도열해서 꽃다발을 정정하는 모습이 너무 어색했지 않았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주회는 연주회로서 끝내면 되지 주최측에서 도우미들을 동원해서 까지 시상식하듯이 꽃다발을 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또한 정 꽃다발을 주려면 무대 장식 처럼 우리 고유의 의상이나 아니면 한복이 아니더라도 그냥 자연스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주는 것이 훨씬 더 보기에 나을 것 같더군요.
또 연주자와 포옹하려면 제대로 연습해서 제대로 해야지, 엉덩이 빼고 엉거주춤하게 포옹하는 모습은 너무나 어색하더군요. 그렇게 하려면 아예 꽃다발을 주지 않으니만 못할 뿐일 겁니다. 관료주의의 소산인 것 같아 쓴 웃음이 났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 연주회끝에 불꽃 놀이까지 하는 것은 너무 오버한 것 아닌가요? 연주회가 끝나고 앵콜까지 하면 연주자는 퇴장하고 연주회는 끝이나는 것인데, 이날은 꽃다발까지 주더니 불꽃 놀이까지 하니 연주자들이 퇴장을 하지 못하고 멀거니 하늘을 처다보고 있더군요. 언제쯤 퇴장했는지 중계가 끊겨서 모르겠지만요.
이 공연이 월드컵 개막 축하 공연과 같이 더 큰 딴 행사를 축하하기 위한 공연이라면 모를까 엄연히 음악회 단독 행사인데 불꽃 놀이가 웬일입니까? 관객들이 음악회에서 받은 감동을 되새기며 흐뭇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뺏는 행위 아닙니까?
자고로 클래식 음악과 팝 또는 락 음악은 즐기는 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팝음악회나 락 음악회라면 불꽃놀이로 피날래를 장식하는 것도 괜찮다고 볼 수 있겠으나 클래식 음악회라면 끝나고 난 뒤 그 여운을 되새기도록 내버려 둬야지 불꽃놀이로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대중음악에 딴지 거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이들이 서울서 공연한 것이 그저 황송할 따름이라는 식의 문화 사대주의의 일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처음을 보지 않았는데 혹시 행사 준비위원장이나 서울 시장, 또는 문화부 장관의 인사말이 들어 간 것은 아니겠지요? 대규모 공연도 정도껏 해야지 대형 스타디움에 5만명이나 모아놓고 했다는 것도 불만 스럽고.

이야기가 딴데로 흘렀네요. 어쨌든 3테너의 오리지날 로마 칼라칼라 공연은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특히 3테너중 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소장을 권하고 싶은 음반입니다.

또 사족 하나, 음악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LA공연과 파리 공연은 나오고 있는데, 왜 이 음반은 절판 된 상태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제작되어서 국내에 수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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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소감: 눈 내린 아침(동시)    권진기 2002/01/02 110 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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