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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방문기(형섭이 면회기)
BOF  2011-11-02 13:41:23, 조회 : 4,468, 추천 : 134

JSA 방문기

지난 주말 형섭이 면회 다녀 왔습니다.

 

지난 8월 22일 입대하여 논산 훈련소에서 6주간 기본 훈련 받고

JSA에 배치를 받아 자대에서 일주일간 추가 훈련 받은 뒤 지난 주부터 정식으로 근무를 시작했답니다.

근무처는 JSA 경비 대대 대대 본부 작전과 행정 분대.

 

JSA(Joint Security Area)는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해서 대충은 알고 계실텐데 아시는 바와 같이 JSA 대대는 판문점 지역의 경비를 맡는 부대입니다.

예전에는 유엔사 소속의 미군이 관할하는 구역이었으나 2004년부터 작전권이 한국군으로 이양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경비는 한국군이 맡고 있고 미군은 지원 업무만 맡고 있다고 합니다.

JSA의 주된 임무는 판문점과 인근 DMZ 경비, 그리고 DMZ 안에 있는 평화의 마을 경비입니다.

판문점은 남북한 군인이 아무런 장벽없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이므로 군사적 긴장이 매우 높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경비하는 병력의 훈련 강도는 매우 높다고 합니다.

형섭이는 일종의 행정병인 어학병으로 복무하게 되었으니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별로 없지만 근무 지역 전체가 긴장감 높은 곳이라 분위기는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아침 7시 쯤 출발하여 서울을 지나 자유로로 들어 섰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이 길을 다닌 적이 있고 통일 전망대, 임진각도 방문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기분이 많이 다르더군요. 자유로 서쪽편의 한강변에 둘러쳐진 철책과 초소들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간에 아이가 먹고싶다는 피자를 사기 위해 문산읍을 들렀는데 마침 피자집이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인데 곳곳에 버스를 기다리는 병사들이 보입니다. 휴가나 외박을 나온 병사들이겠죠? 어깨에 달린 표식을 보니 1사단입니다. 형섭이도 나중에 휴가 나올 때는 저런 모습으로 이 근처를 서성이고 있겠죠? 자식이 입대를 하고 나니 군인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그 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피자를 싣고 통일대교 남단까지 가니 바리케이트가 쳐저 있고 위병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 이름을 대고 면회왔다고 하니 에스코트 차량이 나와 부대까지 안내해 줍니다.

중간에 개성공단 가는 길인 도라산 역도 보이고, 개성이 여기서 멀지 않음을 알리는 이정표도 보입니다. 그리고 곳곳에 군사 시설들... 예전에 노대통령도 이 길을 지나 북한을 방문했겠죠? 남북 분단의 실체가 온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두 번 째 초소에 도착하여 신분증을 제시하니 간단한 절차를 마친 뒤 곧바로 아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줍니다.

 

 

2달 동안 나라에 맡겨 놨더니 이렇게 반듯하게 각을 잡아 줬네요!!

이 녀석이 JSA에 지원할 때 고등학교 단짝 친구와 함께 지원했는데 다행히 그 친구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친한 친구와 함께 군생활을 하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점심 식사를 하기엔 좀 이른 시각인 것 같아서 부대 내의 이곳저곳을 돌아 보았습니다.

군사 시설들이라 내부엔 들어가 볼 수 없지만 겉에서 돌아보는 것은 허락되는 모양입니다.

 

 

다만 사진 촬영시에는 각종 시설물이 찍혀서는 안된다고 해서 PX 근처의 벤치에서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곳은 외부 방문객이 많은 곳이므로 안보 견학관이 있더군요. 판문점에 관한 여러 가지 안내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판문점에서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지만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1976년에 있었던 '도끼 만행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나던 1976년까지만 해도 판문점은 북한군, 한국군, 미군이 경계 없이 섞여서 근무하던 공간이었습니다.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은 유엔사측 초소의 시야를 가리던 미루나무의 가지를 자르는 작업(미리 통보되었던)을 하던 유엔사 경비 대원들 공격하여 경비대대 중대장이었던 보니파스 대위와 소대장 베럿 중위를 공격해 무참히 살해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3일 후인 8월 21일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미루나무 제거 작전이 펼쳐집니다.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미루나무를 제거하는 동안 또다시 충돌이 생긴다면 전쟁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작전을 수행하였는데,

그 당시 한반도 주변엔 항공모함이 배치 되었으며 전투기들이 발진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때가 6.25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가장 높았던 시기였다고 하는데 결국 북한의 김일성은 유엔군과 한국군의 무력 시위에 굴복하여 작전 당일 유엔사에 유감을 표명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그가 우리측에 표명한 유일무이한 사과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JSA에 지금과 같은 남과 북을 경계 짓는 군사 분계선이 생겼다고 하지요?

 

 

이 나무가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던 문제의 그 미루나무입니다.

 

 

이 모자는 그때 희생되었던 보니파스 대위와 베럿 중위의 모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JSA는 미군이 운영하던 부대였습니다.

그들은 군 부대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전통이 있는데 JSA 경비대대의 이름이 'Camp Bonifas'입니다.

이 뿐만 아니고 JSA 곳곳에는 각종 사건들로 희생된 군인들의 이름을 딴 건물들이 이 지역의 역사를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1984년 11월 23일엔 판문점을 방문한 소련 기자 한 명이 '도와달라'고 하며 군사 분계선을 넘어 우리측으로 망명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이 때 소련 기자의 망명을 저지하려는 북한군과 우리측 사이에 교전이 일어났는데 북한군 3명이 사살되고 우리측도 장명기 일병이 전사하였습니다.

이 모자는 그 당시 획득한 북한군 모자라고 하네요.

 

그 뒤 그 소련 기자는 미국으로 망명하였는데 그 사건이 일어난 뒤 한동안 북한군은 자기들 쪽에서 남측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하여 우리측 경비병과 마주보고 서는 대신 자기들 쪽을 바라보고 경비를 하였다는 웃지 못할 일이 있기도 했었다지요?

 

아이와 부내 내의 시설을 둘러 보고 안보 교육관을 견학하고 나니 어느덧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강당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군대갈 시절엔 군인들 휴가 나오면 가장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이 자장면, 짬뽕 등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음식이 그리운 모양입니다. ^^

형섭이가 미국에 있을 때는 너무 많이 먹어서 꼴도 보기 싫다고 했던 음식이 피자인데 군대 가니 그 단새 그게 그리운 모양입니다.

 

 

빼 놓지 않고 등장하는 영주산 특제 안심 스테이크...

 

 

처음 만났을 때는 바짝 긴장한 이등병의 모습을 벗지 못하던 녀석이 우리와의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고 음식이 들어가니 좀 풀어집니다.

 

 

 

맨 오른쪽의 청년은 제대를 4개월 정도 앞 둔 수송대 소속 고참인데 영주에서 운동 파트너로서 일주일이 멀다하고 만나는 동료 의사의 아들입니다.

세상 참 좁죠?

잘 아는 동네 형아가 고참이고 절친이 동기로 근무하고 있으니 그것도 이 녀석에겐 큰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JSA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모두 MP 즉 헌병 완장을 차는데,

그것은 공동 경비 구역이 원칙적으로 군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공동 경비 구역은 원칙적으로 군인이 근무할 수 없는 구역이므로 이들에게 '민정 경찰'의 직책을 부여해서 군인이 아닌 '경찰'의 자격으로 그곳을 경비하게 한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 근무하는 모든 병사들은 이같은 헌병 완장을 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진짜 헌병과는 달라서 이 부대를 벗어나면 이 완장은 벗어야 한다는군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또다시 산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눕니다.

 

 

JSA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감이 높은 지역입니다. 그러므로 이 지역을 지키는 병사들의 훈련 강도는 무척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훈련 강도나 근무 강도는 높지만 모든 자원들이 엄격한 기준 하에서 선발된 정예 요원이고 육군 최고의 부대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 훈련을 기꺼이 감내하며 훈련은 힘들어도 내무 생활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합니다. 부당하게 상급자가 하급자를 갈구는 행위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하긴 이곳은 한 내무반에 3-4명, 많아야 5-6명 정도가 생활한다고 하는데 이런 소규모 내무반에서는 그런 행위가 원천적으로 일어나기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거기다 형섭이는 통역병이니 힘든 훈련 별로 안 받고...

남들은 JSA라 하면 엄청 고생하는줄 아는데 이녀석 근무 하는 이야기 들어보니 뭐... ^^

 

 

이곳은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군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는 곳이었고 한국군도 모두 카투사의 신분으로 근무했던 곳이기 때문에 모든 시설들이 그 기준에 맞춰져 있습니다.

3-4명이 쓰는 내무반엔 침대가 놓여져 있고 냉,난방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으며 TV는 물론이고 냉장고, 전자 레인지가 비치되어 있고 방마다 샤워실이 딸려있으니 정말 시설이 좋죠?

아이는 자기가 다니던 학교의 기숙사와 비교할 때 최근에 지어진 기숙사보다는 못하지만 오래된 기숙사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라고 하고, 지난 7월에 입대해서 용산에서 카투사로 근무하는 아이 친구와 통화하고 난 뒤엔 '용투사보다 시설이 더 좋다'고 결론 지었다니 한국군 중에서 이보다 좋은 시설에서 근무하는 병사는 없을 듯합니다.

 

 

이 녀석이 근무하는 행정 분대는 모두 5명이 근무하는데 3명은 일반 행정병이고 자기를 포함하여 2명은 통역병의 일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와 같이 통역병 업무를 볼 선임은 용인외고를 졸업하고 조지 타운 대학교를 다니다 왔는데 알고 봤더니 디베이트 활동을 많이 해서 아이 학교 선배들과도 잘 알고 있으며 입대하기 전에 아이에게 페북 친구까지 신청해 놓은 사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3명의 선임들도 University of Washington에 재학하다 온 친구, RISD를 거쳐 서울대 미대 다니다 온 친구, 서울대 재학 중에 온 친구이며 통역병들을 통솔하는 통역 장교도 Emory 대학을 졸업하는 등, 모두들 학업적 배경이 통하는 구석이 많아서 근무 분위기나 내무반 분위기(같은 분대원들끼리 같은 내무반을 씀)가 너무 좋다고 하고 지휘관들도 매우 잘 대해 준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날 면회를 하는 동안 이 녀석의 고참이나 지휘관들을 여러 명 만났는데 모두들 제 아이가 너무 열심히 잘 한다고 칭찬을 하더군요. 이제 갓 배치를 받은 이등병이 알면 얼마나 알고 잘하면 얼마나 잘 하겠습니까? 모든 것이 서툴고 미숙하기 짝이 없을 것이 분명한데 모두들 이렇게 칭찬 일색으로 부모들을 안심시켜 주는 모습에서 요즘 군이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후임병이나 부하들을 정말 많이 배려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로 부터도 면회하는 시간 내내 자기 부대가 얼마나 시설이 좋고 고참이나 지휘관들이 얼마나 자기에게 잘 해 주는지에 대한 자랑을 잔뜩 들었으니 이 녀석 군 생활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 고참 중에 한 명이 아이가 처음 왔을 때 두손으로 아이의 눈을 가린 뒤

'형섭아 어떠니? 깜깜하지?' 하길래

'네 깜깜합니다.' 했더니

'그래 니 앞날이 참 깜깜하다! ㅎㅎㅎ' 라고 놀렸다는데...

 

이 외로운 하나의 줄이 2개 3개 네 개로 늘어날 때면 까마득하기만 한 아이의 군생활도 그 끝이 보이겠죠?

 

 

이건 아이가 엄마의 생일(면회 전 날이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을 맞아 마련한 선물입니다. 자기가 차고 있는 완장의 미니어쳐인데 아랫편엔 '형섭 엄마'라고 적혀 있군요.

아내는 이 선물을 고이 간직했다가 나중에 손자 보면 그 팔에 채워 주겠다고 하네요. ^^



crystal
모두가 어찌 이리 늠름하고 의젓한지... 내자식, 남의 자식할 것없이 모두 가슴뭉클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다시한번 그리워질 수 있는 군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1-11-07
08: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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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소감: 후훗 ^^;    노윤섭 2005/10/04 118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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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거제도 춘신    BOF 2011/03/18 116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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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얼굴 큰 가족    BOF 2007/07/06 113 1576
217  이와...왔으니..시..몇개 올리고 가겠습니다..^^짝사랑^^    첫손님 2002/02/04 113 1056
216  아들과 함께 한 한라산 등반기    BOF 2013/06/18 111 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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