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든 못나든, 배운 넘이나 못 배운 넘이나

군바리들이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딱 세가지라고 합니다.

 

여자

먹을 것

휴가 나가서 뭐할까?

 

지난 3월 초 첫 휴가 나와서 급체를 만나

휴가 기간 내내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도 그림의 떡이었던 큰 녀석.

이번엔 부대의 '가족 초청의 날' 행사가 돌아왔습니다.

 

가족 초청의 날이란 일종의 면회로서

아이 얼굴도 보고 아이가 근무하는 공동 경비 구역 견학도 하는 행사인데,

처음에는 이녀석, 이젠 음식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번 행사 때는 지난 번처럼 번거롭게 고기 굽고 하지 말고

초밥이나 보쌈 같이 간단하게 사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부대 인근의 문산 읍내에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초밥집도 알아보고 피자집도 알아보고 했는데...

 

면회일이 가까워 질수록 점점 마음이 변하여

'고기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하더니

 

면회를 일주일 앞두고는

'아무래도 고기가 좋을 것 같아요'

라는 고백을...

 

역시 군바리의 세 가지 관심사 이론을 절대 못 벗어 나는 울 아들.

 

급기야는 면회 가기 하루 전 날엔

페북에 이런 이야기까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문산읍에 도착하니 9시 경.

준비해 간 고기가 혹시 모자랄지 몰라서

초밥과 피자를 추가로 구입해서 아이 부대로 가니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이미 도착했고 우리가 거의 마지막입니다.

이날 부모님들이 오기로 예정됐던 병사들이 행사장에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하기 전엔 짝을 찾지 못한 병사가 자기 말고는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어이쿠 축하합니다. 꼴찌로 오셨군요!'

하면서 박수치는 모습을 보니 꽤나 기다린 눈치...

 

 

행사가 시작되려면 아직 20여분이나 남았으니 그렇게 늦게 온건 아닌데도 거의 꼴찌 수준이니

자식 보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이 모두 이런 모양입니다.

 

 

안보 견학관 2층 계단 앞 양쪽에는 이렇게 JSA를 지키는 경비병의 실물 모형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실제 장병의 얼굴에 본을 떠서 만든 모형이라는데

이 장병은 얼마 전에 제대 했다고 하네요.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2층의 안보 견학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면회엔 아이의 두 분 할머니도 동행했습니다.

 

 

입구엔 판문점을 현재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니터가 이곳의 긴장도를 보여줍니다.

 

 

그 유명한 도끼 만행 사건을 묘사한 모형입니다.

이때 희생된 보니파스 대위의 넋을 기려 JSA 부대의 별칭이 'Camp Bonifas'입니다.

 

 

도끼 만행 사건 3일 후엔 미루나무 절단 작전이 실시되었는데 그 때 절단한 나무의 실물을 전시해 두었네요.

이 때가 6.25 이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았던 때라고 합니다.

이 작전 중 또다시 충돌이 있으면 전면전을 불사할 작정으로

미군은 항공모함을 배치했으며 전투기들이 출격한 상태였다고 하죠.

결국 우리의 기세에 눌려 김일성은 유감 성명을 발표하는데

이는 그가 남긴 유일무이한 대남 사과성 발언이었다고 하네요.

 

 

이곳을 다녀간 유명 인사들을 소개하는 모니터도 있었는데

레리 킹의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모니터엔 이곳을 다녀간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슬라이드 영상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제 아이가 대대장 당번병이다 보니 유명 인사 한 켠에 찍혀 있는 사진이 있더군요.

비록 뒷모습이긴 하지만 제법 크게 나온 사진도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쳐 넘어가 버리고

이 사진 하나 건졌는데 왼쪽 끝 부분에 미군 경비병 너머 머리통만 간신히 나온게 큰 아이입니다.

손가락 표시 해 두었습니다. ^^

 

 

옆 방엔 6.25와 그 당시 참전국 들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DMZ에도 어김없이 봄은 옵니다.

 

 

시간이 되어 기념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본부 중대 중대장이 장병들을 돌보고 있는 간부 군인들을 소개하고...

 

 

우리 아이들이 JSA에서 지내는 모습들을 찍은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줍니다.

가족 초청 행사는 3주에 걸쳐서 이루어지는데

매주 방문하는 부모님들의 자녀 장병들의 사진을 따로 찍어서 이렇게 보여 준다고 합니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장병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한 켠이 따뜻해져 옵니다.

 

각 소속별 장병들의 사진이 지나가고 후반부가 되니 제 아이가 근무하는 지휘부가...

 

지휘부는 JSA의 책임자인 대대장님을 보필하는 병사들인데

 

 

대대장을 수행하다 보면

 

 

북한군과 이렇게 근접한 상황들도 자주 겪게 된답니다.

 

 

영상물을 보고 있으니

 

 

얼굴엔 솜털이 보송보송하여,

 

 

부모 눈에는 아직 핏덩이 같은 이들의 헌신으로

 

 

우리가 편히 잠을 자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약간 먹먹해 집니다.

 

 

아이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나서는 연병장으로 이동해서 태권도 시범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국군의 날 행사 중계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장면입니다.

 

 

물론 규모나 숙련도에 있어선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부모의 명찰을 달고 보니 더 늠름하고 씩씩해 보입니다.

요즘 군대에서 익히는 태권도 품새는 예전에 우리 어릴 때와는 좀 다르더군요.

저런 동작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약속 대련에 이어...

 

 

격파까지...

가운데서 머리로 기왓장을 격파하고 있는 아이는 제 아이의 고교 동창, 절친입니다.

격파는 다 깨져야 덜 아픈데 모두 깨지 못해서 이마가 좀 아팠을 것 같습니다.

아파라... ㅠㅠ

 

 

 

 

이날 행사를 지휘한 중대장님도 격파에 나섰는데

특전사 출신답게 맥주병 목을 따는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칼 끝에 꽂힌 사과를 격파하는 묘기까지...

 

 

역시 특전사 출신 소대장님은 장애물을 돌파하여

 

 

미사일처럼 머리로 기왓장을 깨는 폭발적인 격파술로 박수를 받았습니다.

 

 

삼단차기로 환영 프래카드가 들어 있는 박 터뜨리기로 깔끔하게 마무리...

 

 

참 잘했어요!! ㅉㅉㅉ

 

 

시범을 마친 친구와 한 컷 했습니다.

수고는 친구가 했는데 폼은 지가 다 잡네요.

 

 

드디어 그렇게 원하던 고기를 먹을 시간이...

 

 

 

등심, 안심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흡입하고,

초밥과 피자까지 깨끗하게 마무리...

 

 

먹기 전과 표정이 확 다르죠? ^^

 

 

식사를 마치고는 본격적인 JSA 견학을 위한 안보 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많은 내용을 브리핑 받았지만 군사 보안 관계로 나머지는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안보 교육을 받고 난 다음 우리가 출발할 순서를 기다리며 잠시 담소를...

 

 

 

 

 

JSA 영내엔 교회를 비롯한 종교 시설들도 있더군요.

교회는 최근에 세워진 듯 건물도 깨끗하고 설계도 깔끔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이곳은 군사 지역이라 사진 촬영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안보 견학관 주변을 빼고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고,

판문점으로 이동하면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지정된 장소에서 사진병에게 카메라를 건내주고 촬영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것이 유일하게 판문점에서 남긴 사진입니다.

 

뒷편에 보이는 흰 건물은 북한측 건물인 판문각이고

오른쪽 뒷편의 하늘색 건물이 최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건물인데

 

건물안을 직접 둘러보니

건물 안에도 남북을 가르는 군사 분계선은 있었지만

그 안에서만큼은 어디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서

우리도 북한땅을 밟아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피를 나눈 동포이면서도

이 좁은 공간 만이 함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분단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더군요.

 

 

이 사진은 판문점 견학을 마친 후 차를 타고 한바퀴 둘러보는 과정에서

차창 밖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허락해 줘서 찍은 사진입니다.

위에 보이는 흰 건물은 북한측에서 관리하는 건물인데

공동으로 사용하는 5동의 건물 중 좌,우 양 쪽으로 2개가 있더군요.

 

 

하늘색으로 칠해진 가운데 3개의 건물은 우리가 관리하는 건물인데,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최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곳입니다.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리는 뉴스는 모두 이 건물에서 취재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두 건물 사이의 공간 중간쯤에 보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턱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남과 북의 경계를 표시하는 군사 분계선입니다.

철책도 바리케이트도 없이 이 야트막한 턱이 유일한 양측의 경계인 것입니다.

 

지금은 이 군사 분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나뉘어져 있지만

도끼 만행 사건 이전의 이곳은 남과 북의 군사들이 자유롭게 섞여서 생활하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의 '공동 경비 구역'이었습니다.

 

그러나 도끼 만행 사건 이후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군사 분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따로 근무를 서게 되었다고 하는데

따로 근무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저곳에 가 보면

위와 같이 야트막한 턱 이외에는 그 어떤 장벽도 존재하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반대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 통로의 길이는 50미터 남짓이니 한쪽에서 반대쪽까지는 25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건이 생기기도 했는데,

1984년 11월 23일 판문점을 방문한 소련 기자 한 명이 갑자기 '도와달라'고 하면서

군사 분계선을 넘어 우리측으로 넘어오는 사건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때 소련 기자의 망명을 저지하려는 북한군과 우리측 사이에 교전이 일어나

북한군 3명이 사살되고 우리측도 한 명이 전사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이 일어난 뒤 북한군은 자기들 쪽에서 남측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하여

경비병들이 우리측을 바라보는 대신 자기들 쪽을 바라보고 경비한다고 하네요.

 

우리 경비병들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측을 바라보면서

북측에서 우리쪽의 방문객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감시를 하고 있죠.

 

이곳의 경비병들은 늘 경비를 서는 것이 아니고 이곳에 방문객이 있어서

그들의 경호 업무를 수행해야 할 때만 근무를 하는데

사진에서 북한쪽의 경비병들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측에 중요한 인물이 방문했을 때나

그쪽에 방문객이 있을 경우엔 북측에도 경비원들이 배치된다고 하죠.

그러고 보면 우리들은 그들이 봤을 때 별로 관심 거리가 되지 않는

조무래기 방문단인 셈입니다. ^^

 

방송을 통해 판문점을 여러번 봤지만

실제로 이 공간에 서서

아무 장벽 없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북한 측 건물과 경비병들을 보니

(사진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판문점 뒤쪽 북측 건물인 판문각 문앞엔 북한군이 서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겠지요...

 

 

우리가 탄 차는 JSA 주변을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1976년 8월 18일 도끼만행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바로 그 미루나무가 있던 곳을 지납니다.

남북이 군사 분계선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진 지금은 우리측 구역 깊숙한 곳에 위치하게 되었지만

그 사건이 있었을 당시만 해도 이 나무는 우리측 초소와 북한측 초소의 가운데 있어서

양측 군인들이 이 근처를 빈번하게 오고갔을 것입니다.

 

 

이 지점은 1976년 8월 18일 나뭇가지 치기 작업 감독중

북한 경비병들의 공격으로 2명의 유엔군 사령부 장교(아더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바렛 중위)가 살해된

도끼 만행 사건의 발단이 된 황색 포플러 나무가 서 있던 지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렇듯 이름없이 스러져간 많은 이들의 위국헌신의 바탕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여기는 그 유명한 '돌아오지 않는 다리'입니다.

1953년 휴전 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곳에서 양국간의 포로 교환이 이루어 졌는데

이 다리 양 끝단에 양측의 포로를 세워 놓고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건너가게 했다고 하죠.

이 때 건너가는 것은 자신의 자유 의지이지만

일단 한 번 건너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다리는 영화 '공동 경비 구역'의 주 무대가 되기도 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사진 왼쪽편에 있는 우리측 초소에서 이병헌과 송강호가 대화를 나눴다고 하죠?

전 사실 그 영화를 보지 못해서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만

그날 우리를 안내한 견학 경호병이 들려준 이야기를 옮겨 보면

영화 공동 경비 구역과 실제 이곳의 상황은 다른 것이 몇가지 있는데

 

첫째 현재의 공동 경비 구역은 군사 분계선이 엄격히 나뉘어져 있어서

우리 군인과 북한 군인이 절대 대화를 나눌 수 없답니다.

 

둘째 JSA를 지원하는 병사는 몇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중 신장이 최소한 175cm는 되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영화 배우 이병헌씨는 신장이 170cm로서 신체 조건상 JSA에 근무할 수 없는 사람이랍니다.

 

셋째 JSA에는 절대 이영애와 같은 아름다운 북한 여군은 근무한 적이 없다고 하네요. ^^

 

영화는 영화일 뿐! ^^

 

 

견학을 모두 마치고 헤어지기 직전에 온 가족이 한 컷 찍고...

 

다음 휴가를 기약하며 돌아왔습니다.

5월 말에 또 보자꾸나... ^^

 

 

JSA에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