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에서의 둘째 날은 처남과 함께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 원래는 출근하는 날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동생 부부를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답니다.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나섰습니다. 아침은 근처에 있는 '와와(Wawa)'라는 패스트 푸드점(통일교에서 운영한다는데 이름이 참 독특하죠?)에서 산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히 해결하고 부킹된 골프장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럿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 내에 있는 골프장입니다. 럿거스 대학의 정식 명칭은 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로서 뉴저지 주립 대학인데 처남이 학위를 한 대학이기도 합니다. 이 대학은 미국 내에서 8번째로 오래된 대학일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인데 아이비 리그 제의를 두 차례나 받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주립 대학이라 아이비 리그의 명성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많는 전공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대학이라고 합니다. 매우 넓은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는 이 대학은 학교 안에 상당히 훌륭한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여기서 라운딩 하기로 했습니다.

며칠째 빡빡한 여정을 소화한 터라 몸 컨디션이 크게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남과 함께 운동을 나오니 기분은 좋습니다. 스윙이 제대로 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내와 저는 전동 카트를 빌렸고 처남은 손으로 끌고 갑니다. 사실은 이렇게 해야 진짜 운동이 되는데... 국내에서는 저도 카트를 거의 타지 않고 늘 걷는 편인데 지금은 여행 중이라 체력을 아끼기 위해 카트를 빌렸습니다.

처남의 티샷 모습입니다. 파 3 홀이라 아이언을 잡았군요. 왼팔이 조금 꺾이고 백스윙 탑이 약간 오버되는 느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스윙 좋습니다. 마른 체형인데도 상당한 장타자이기도 하구요.

이 골프장은 전형적인 평지, 파크랜드형 골프장인 것 같습니다. 페어웨이는 오르막 내리막이 없고 평평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대체로 앞으로 쭉쭉 뻗은 형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핸디캡은 거리로 만들어 내는 것 같아서 전체적인 코스의 길이는 제법 긴 편입니다. 좌우로 OB는 없으나 큰 나무들이 있어서 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우리와 동반 플레이한 현지인에게 부탁해서 세명이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골프장에서는 긴 바지 착용이 불문율인 우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긴바지 입은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더군요. 미국 골프장도 격식을 따지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짧은 바지, 청바지, 라운드 티 등을 금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골프장은 복장에 특별한 규제가 없답니다. 심지어 골프 샵에 가 보면 슬리퍼형 골프화까지 있더군요. 겉으로 보면 슬리퍼인데 바닥은 징이 밖혀 있는...

처남과 간단한 내기를 했었는데 전반엔 그런대로 버텼으나 후반 되면서 갑자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몸살기까지 생기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90타 이상 치고 말았는데, 뭐 스코어 보다 처남과 함께 운동을 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죠?

운동을 마친 뒤 오후에는 처남 가족과 함께 놀러 나갔습니다. 처남댁도 오늘은 휴가를 냈고, 형섭이와 동갑내기인 조카 또한 요즘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집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다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럿거스 대학 인근의 뉴 브룬스윅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중국 음식점인데 인테리어는 허름하지만 맛은 매우 좋은, 이 곳의 숨은 맛집이라고 합니다.

이 집의 이름은 '香港 麵家'이군요. 우리말로 하면 '홍콩 면가'가 될 텐데 현지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간판을 봐도 영어로 된 이름은 안보이는 군요. 사진 속의 香港 麵家라는 한자 이름 위에 'Noodle', 'Gourmet'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Gourmet(미식가)가 이 집의 영어 이름은 아니겠죠?

저야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몰라서 처남에게 일임을 했는데 세 종류 정도의 음식을 시켰습니다. 각각의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우리가 잘 아는 요리 이름이 아닌 것 확실합니다. ^^), 맨 앞에 보이는 건 양념 치킨 비슷한 맛이 나는 닭고기 요리이고,

왼쪽의 요리는 양장피 비슷한 녹말 피와 소고기로 요리한 것이며, 뒤쪽 왼쪽은 버섯, 야채 요리였습니다. 모두 처음 먹어 보는 맛이었는데 중국 본토 맛은 아닌 것 같고 미국 사람들 입맛에 맞춰 조금 변형된 요리인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맛은 아주 좋더군요.

점심 식사 후에는 인근에 있는 도시 '프린스턴(Princeton)'을 들렀습니다. 이곳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가 있는 바로 그 도시입니다. 프린스턴 시는 뉴저지에서 가장 부자들이 모여사는 도시 중 하나로서 프린스턴 시민들은 자신이 이곳에 거주한다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프린스턴 대학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이 곳의 지명이 프린스턴 대학에서 유래하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고 프린스턴 대학의 원래 이름은 '뉴저지 대학(The College of New Jersey)'였는데 대학 설립 150주년이 되던 1896년, 이 대학이 위치해 있는 프린스턴 시를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프린스턴 대학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한 바퀴 돌아보니 과연 도시 곳곳이 깨끗하고 기품있게 정리되어 있어서 다른 곳과는 좀 다르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까지 왔으니 프린스턴 대학을 안 둘러볼 수 없죠? 프린스턴 대학교는 사실 너무 유명한 대학이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기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1746년에 설립된 이 대학교는 아이비 리그로 통칭되는 미국 동부 명문 8개 대학 중 하나인데, 그 중에서도 하버드, 예일과 더불어 미국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특히 학부 교육과 학문 연구에 중심을 두고 있는 대학으로 알려 져 있는데, 대표적인 실용 학문 교육 기관이자 미국 전문 대학원의 대명사인 의대(Medical School), 법대(Law School), 경영 대학원(Business School, MBA)이 없다는 사실에서 이 대학의 학부 중심 교육과 순수 학문 연구 중심의 교풍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대학을 거쳐간 인재는 수없이 많지만(이 학교 출신 또는 이 학교에서 근무하며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31명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겐 독일에서 귀화한 현대 물리학의 태두 아인슈타인이 근무한 곳으로서 유명하며 연전에 나온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쉬가 수학한 곳도 바로 이곳이죠.

미국 대학들은 기독교 정신에 의해 세워진 것들이 많습니다. 이 대학 또한 장로교도에 의해 세워졌다고 하는데, 설립 당시의 목적은 목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 내에는 이렇게 크고 웅장한 교회(University Chapel)도 자리잡고 있군요.

기념 사진 한 컷!

교회 내부의 모습인데 상당히 웅장하고 화려하군요.

이 대학의 6대 총장이었던 John Witherspoon이란 분인데, 목사였고, 독립 선언문 작성 당시 성직자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했던 인물로서 독립 선언서에 기독교 정신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대학 도서관인 'Firestone Library'입니다.

조카에게 부탁하여 다 같이 한 컷!

Clio Hall인데 입학 사무국인 듯합니다.

역사가 오랜 학교 답게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교정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본 노틀담 대학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노틀담 대학의 건물들이 단순하고 절제된 검박한 풍이었다면 이 대학 건물들은 Princeto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더군요. 건물 양식도 저마다 달라서 한 자리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의 건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대학 역시 제대로 돌아 보려면 적어도 한 나절은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우리의 다음 일정 때문에 입구에 있는 몇몇 건물만 휭하니 돌아 보고 나와야 했습니다. 워낙 바쁘게 돌아 보는 바람에 건물들의 이름이나 용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겠네요.

프린스턴 대학을 살짝 돌아본 뒤 우리는 '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뉴저지 주 동남부 끝에 있는 휴양 도시입니다. 예전부터 휴양도시로 유명했으나 2차 대전 이후 도시가 쇠퇴하면서 실업과 범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이어지자 이 지역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1978년 처음 카지노가 문을 열었고 그후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라스베가스에 다음 가는, 동부에서 가장 큰 카지노 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도시의 개발 스토리가 우리나라의 강원 랜드와 비슷하죠?

프린스턴을 떠나 한 시간 여 차를 몰고 가자 드디어 차창 밖으로 애틀랜틱 시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섬으로서 육지와는 이런 습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언뜻보면 섬이 아닌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

도시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카지노 호텔들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시저스 호텔에 차를 세우고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호텔 뒷편으로 조금만 걸어 가면 바로 해변이 나옵니다. 바닷가엔 관광객들을 위한 여러 가지 시설들이 잘 꾸며져 있군요.

위락 시설 지구를 따라 조금 더 걸어 내려 가면 이렇게 해변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드디어 생애 최초로 대서양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개무량? ^^ 그런데 태평양이나 대서양이나 바다는 큰 차이가 없더군요. ^^

이제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기 시작하고 서쪽 하늘은 서서히 노을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해변에는 대규모 쇼핑몰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별달리 살 건 없었지만 한 번 둘러 보았습니다.

이제 주변은 서서히 어두워 져 가고 배도 출출해 집니다. 딱히 맛집을 아는 곳이 없어서 어딜갈까 망설이다가 조카가 뷔페를 먹고 싶다고 하길래 시저스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시저스 호텔은 그 이름 답게 외관과 내부를 온통 로마 풍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한 켠엔 시저의 동상도 놓여 있더군요. 하긴 시저스 호텔에 시저가 없어선 안되겠죠?

뷔페 식당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의 카지노는 신분증 제시하고 입장권 끊어서 들어가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렇게 오픈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까지 지나다니는 곳에 슬롯 머신이 놓여 있는 장면이 썩 바람직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처럼 카지노를 음침하고 비밀스런 도박장으로 만들지 않고 가족끼리 와서 가볍게 즐기는 문화로 만드는 측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곳이 메인은 아닌 것 같은데 꾼들이 모이는 본격적인 도박장은 따로 있는 걸까요? 우리는 게임을 하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못 알아 봤습니다.

이 호텔 뷔페는 저렴하긴 했으나 우리나라 호텔 뷔페처럼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나라 뷔페의 경우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의 유명한 요리는 기본으로 나오지만 이들의 경우엔 양식은 몰라도 동양계 음식까지 완벽하게 갖추긴 힘들겠죠? 동양계 요리로 거의 유일한 것은 딤섬 정도였습니다.

요리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못했으나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더군요. 가격 대비 그만하면 괜찮은 편인 것 같습니다. 뷔페의 단점은 과식 위험이 크다는 것인데 오늘도 그 유혹에 굴복하여 달짝지근한 디저트까지 풀 코스로 먹고 말았네요. 배가 산 만해 졌습니다.

시저스 호텔은 밤에 보니 더욱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답고 화려한 카지노 호텔의 이면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카지노 호텔들은 애틀랜틱 시티의 주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강원랜드가 열린 이후 사북 주민들은 생활이 나아진 경우도 있지만 도박으로 인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을 깡그리 날린 이들도 많다고 하던데 이들은 어떨까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은 아닐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를 타고 오는데 그 동안의 여독이 밀려 오면서 눈꺼풀이 한 없이 무거워집니다. 바로 옆에서 운전을 하는 처남에게 무척 미안했지만 어쩔수 없이 꾸벅꾸벅 졸면서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네요. 토요일입니다. 이날마저 너무 무리한 일정을 잡으면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이날은 늦은 시간까지 푹 자고 오전 느즈막히 집을 나섰습니다. 아내와 처남댁, 조카는 따로 근처의 몰로 쇼핑을 나가고 처남과 저는 골프를 한 게임 더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처남 집 근처에 있는 '타마락(Tamarack) 골프 클럽'으로 갔습니다. 타마락은 아메리카 낙엽송이라고 하는데 이 골프 코스에 그 나무가 많은 모양입니다. 이 골프 클럽은 18홀 코스를 2개 가지고 있는데 오늘 우리가 프레이 할 코스는 웨스트 코스입니다.

첫 홀부터 공이 좌 우로 날아다니는 등 초반부는 샷이 영 갈피를 못 잡더니 중반 쯤 가니 서서히 안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어제는 전반이 잘되고 후반에 무너지더니 골프는 역시 자기 핸디를 찾아 가는 모양입니다.

13번인가 14번 홀이었을 겁니다. 파 5 홀인데 비교적 짧은 홀입니다. 오른쪽으로 살짝 굽은 홀인데 티샷만 잘 하면 투온도 가능한 홀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드라이버가 잘 맞아서 공이 떨어진 자리에 가 보니 홀까지 200여 미터밖에 안 남았습니다. 두 번 째 샷까지 잘 맞아 주면 투온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앞 조가 플레이 마치기를 기다린 후 3번 우드를 잡고 쳤는데 맞는 감이 아주 좋습니다. 공이 날아가는 모양을 보니 방향, 거리 둘 다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린 앞에 작은 둔덕이 있어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투온이 된 것 같습니다.

카트를 몰고 그린에 도착해서 확인 해 보니, 세상에!! 제가 친 공이 핀에서 1.2 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진 곳에 멈춰 있는 것 아닙니까?!! 옆에서 처남이 말로서 압박을 좀 주긴 했지만 침착하게 퍼팅해서 집어 넣었습니다.

아! 뭔가요?

네!... 바로 이글(Eagle)입니다. 이글!!

이 머나먼 땅에 와서 이글이라니요? ^^

파 4홀에서 한 샷 이글(Shot Eagle)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글이 어디 쉽게 나오는 겁니까? 저는 지금까지 샷이글, 어프로치 이글 등 이글을 몇 번 하긴 했지만 퍼팅 이글, 그것도 이렇게 홀에 가까이 붙여 쉬운 퍼팅으로 한 이글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기쁨이 더 컸습니다.

비록 게임에서는 처남에게 졌지만 전체적인 스코어도 괜찮고 이글까지 했으니 이게 어딥니까? 처남에게 물어 봤더니 자신은 이 코스에서 아직 한 번도 이글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구요. 에햄!!

골프를 마치고 나서는 할인몰에 들렀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처남 집 앞 마당에서 바비큐를 먹기로 했는데 고기의 질이 가장 좋다는 코스트코를 찾았습니다. 매장 형태가 한국과 비슷하네요.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 쯤 되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각이긴 했지만 저녁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바비큐 그릴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올려 놓습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되겠네요.

맥주 한 잔 하면서 스테이크가 굽히기를 기다립니다. 이제 미국에서의 일정이 슬슬 마무리 되어 가는군요

고기가 굽히는 동안 셀러드와 빵을 준비하고

완성된 스테이크를 올려 놓으니 한 상 잘 차려졌습니다. ^^

고기 질이 좋은데다가 굽기까지 적당히 잘 구워져서 일류 레스토랑에서 먹는 그 맛 저리 가라입니다.

와인을 곁들여 느긋하게 만찬을 즐기며 미국 여행을 마무리 합니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자정을 넘겨 12시 30분에 출발합니다. 디저트로 시나봉 케익까지 느긋하게 즐긴 후 9시 쯤 집을 나섰습니다. JFK 공항 까지는 천천히 가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니 비행시간 2시간 전에는 도착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JFK 공항에 가기 위해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의 고달 브릿지(Goethal Bridge)를 건너기 위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던 중 갑자기 교통 체증을 만났습니다. 차가 꼼짝을 하지 않더군요. 잘못하면 비행기 시간에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는 순간 처남이 차를 갓길로 빼서 후진하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100여 미터 후진한 끝에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설 수 있었고 처남은 차를 돌려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 우회 도로로 진입하였습니다. 다시 들어간 도로도 약간의 체증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차가 멈춰서는 정도는 아니어서 가까스로 11시 조금 넘은 시각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체증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판단을 잘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까지 한바탕 소동을 피운 끝에 가까스로 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해서 서둘러 출국 절차를 마치고 탑승구까지 이동해서 근처의 의자에 앉으니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가 몰려 오네요.

이번 여행은 정말 여러 가지로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입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거의 겪지 못했던 비행기 여행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문제들을 모두 다 겪은 것 같고, 형섭이 컴퓨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이를 고치기 위해 한국으로 긴급 공수 계획까지 짜는 문제까지 생각했다가 시카고 선배님의 도움으로 겨우 해결 했으며, 사우스 밴드에 삼각대를 놓고 오는 바람에 택배로 긴급 공수하는 일까지 있었으니 정말 사연이 많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시차 문제에다 아이의 기숙사 물품 챙기는 일 등 순수 여행 이외의 일정까지 같이 해결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가장 피곤한 여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지만 큰 탈 없이 예정했던 모든 일정을 대부분 차질없이 수행하고 이렇게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워낙 바쁜 일정 속에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아이를 이역 만리에 두고 오면서도 슬픈 감정을 느낄 틈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덤덤 하네요.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서 며칠 지나고 나면 그때서야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미국에 유학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도 많이 하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태어나서 지금까지 영어만 쓰고 살아온 토박이들과 함께 경쟁하면 여러 가지로 힘들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걱정은 되지만 어차피 우리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자기가 선택한 길이니 알아서 잘 극복해 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형섭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