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휴가를 나왔습니다.
말년이 되니 휴가도 자주 나옵니다. ^^

이번엔 제대 후 복학을 위한 준비를 위해 나왔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 입국을 위한 비자 신청과 8월 복학 후 들을 과목에 대한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답니다.
이 모든 작업이 인터넷을 통해 진행되는데
부대에선 컴퓨터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니
수강 신청 기간에 맞춰 휴가를 받은 것입니다.

아이가 휴가 나온 김에 오랜만에 소백산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로 주말 등산을 못하다가 3주만에 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비로사 - 비로봉 - 능선길따라 연화봉 - 희방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계획했습니다.

이번 산행은 집사람과 함께 하다 보니 그녀의 운동 능력에 맞춰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저는 아무래도 운동량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산인데 제대로 운동을 해야 되겠다 싶은 욕심도 있고
산행을 마친 뒤 차량 회수 문제도 있고 해서
저 혼자 아침 일찍 희방사에서 출발해서 연화봉, 비로봉을 거쳐 비로사로 내려간 다음
택시를 이용해서 비로사로 온 아내와 아이를 만나
왔던 코스를 다시 한 번 되짚어 오는 코스로 산행 계획을 잡았습니다.


일요일 새벽에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7:20쯤부터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 전날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희방사 입구에 도착하니 눈이 쌓여 있습니다.



시작 지점에선 숲속에만 눈이 약간 쌓여 있을 뿐이었지만
조금만 올라가니 길에도 소복히 쌓여 있습니다.



고도가 높아 질수록 눈은 점점 많아지더니



정상 부근은 설국입니다.



연화봉 정상엔 눈바람으로 인해 상고대까지 잔뜩 끼어 있네요.



정상부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전망은 아무 것도 볼 것이 없지만



눈을 인 나무들이 구름 속에서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때아닌 설경을 감상하며 능선길을 따라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아! 이게 정녕 4월 하순의 풍경이란 말인가요?



비로봉에 가까워 지니 칼바람까지 불어 한겨울을 방불케 합니다.




아랫쪽에선 얼마 안 있으면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릴 텐데 비로봉의 철쭉은 아직 이 모양입니다.







비로봉 정상에 오르니 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바람도 더 거세져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습니다.
인증샷만 찍고 바로 비로사로 하산합니다.



비로사에 도착하니 위쪽과는 딴 판!
연초록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화창한 봄날이네요.



여기서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온 아내와 아이를 만나



다시 등산을 시작합니다.



다시 도착한 비로봉은 조금 전과는 딴 판입니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지만 그 단새 구름은 온데간데 없고 화창하게 개었습니다.



조금 전엔 한치 앞도 잘 보기 힘들었는데 이젠 시야가 확 좋아졌습니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이 거세서



서둘러 인증샷 한 장씩 찍고



연화봉으로 향합니다.









비로봉 아랫쪽에 있는 대피소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오후 시간인데도 아직 이렇게 상고대가 남아 있네요.
소백산 겨울(?) 칼바람이 세긴 센 모양입니다.



때아닌 4월의 설경을 만끽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연화봉!



우리나라 천문학의 메카 소백산 천문대도 정겨운 모습으로 반겨주네요.



역시 인증샷 한 장 찍고!





오늘 지나온 능선길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슬슬 하산합니다.



우렁찬 희방 폭포의 물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다 내려온 모양입니다.



2월 한라산 등반 이후 처음 산을 찾은 아내는 조금 힘들어 했고
평소에 행군으로 단련된 군바리는 씩씩했습니다. ^^

산을 내려오니 주변은 다시 온통 봄기운 가득한데
하루종일의 눈길 산행이 마치 딴 세계에 다녀온 듯, 백일몽을 꾼 듯합니다.

오늘의 총 산행 거리는 21.8km, 시간은 9:40 쯤 걸렸는데
전반 산행에 3:30 쯤 걸렸고 돌아오는 산행은 아내의 보조에 맞춰
쉬엄쉬엄 걷고 중간에 점심도 먹고 중간중간 휴식도 취하고 했더니 6:10쯤 걸렸습니다.
가족과 함께 산행하면서도 운동도 충분히 한 일석이조 산행이 되어 기분 좋습니다.
한번 올라갔다 내려온 길을 다시 돌아오는 데칼코마니(?) 산행은
앞으로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자주 써 봐야 되겠습니다. ^^


아침에 세워둔 차를 타고 인근의 소백산 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생맥주 한잔 하면서 저녁을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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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의 군생활도 끝나 갑니다.
이번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4주 정도 남는데
그 중 1주는 말년 휴가여서
2주 후에 휴가 1주
그리고 그 휴가 끝나고 1주면 제대입니다.

맨머리로 훈련소 입소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최근 아이가 군에서 찍은 몇장의 사진을 보내 왔는데
짤방용으로 한번 올려 봅니다.



아이가 만난 현역 미군 중 최고위 인사라 할 수 있는 '마틴 뎀프시(Martin Dempsey)' 미 합참 의장(★★★★)입니다.
특히 이분의 부인(사진 맨 우측)은 자신 뿐만 아니고 자신의 가족 친척들이
온통 ND 출신이어서 ND를 소재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이 분은 주한 미군 사령관인 셔먼(Thurman) 장군입니다.
이분 역시 4성 장군이지만 이곳을 워낙 자주 방문하고
그때마다 대대장님 수행하면서 만나기 때문에 이젠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이 녀석이 모셨던 JSA 대대장님입니다.
대대장님이 이곳에 부임하자마자 이등병 시절부터 17개월을 모셨으니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육사를 2등으로 졸업한 인재이며 인품도 훌륭하고 지도력도 뛰어난 분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이 분이 장성이 된다면 이 분과 함께한 시절이 아이에겐 더욱 큰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