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다녀 왔습니다.

아니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앙코르 유적군과 그 유적이 있는 시엠립 인근을 돌아 보고 왔습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앙코르 와트(Angkor Wat).

한때 1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할 정도로 번성했던 크메르 제국의 수도 앙코르 톰.

그러나 그 후 제국의 몰락으로 열대 정글 속에서 수백년간 잠들어 있었던,

앙리 무어에 의해 재발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존재조차 제대로 몰랐던

그 위대한 크메르 문화의 정수를 보고 왔습니다.

 

 

언제나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비록 항공사 직원이 좌석 배정에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하면서 기다리라고 한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되어서 여행 시작부터 기분이 좀 안좋긴 했지만...

 

 

 

구정 연휴의 극심한 인파 속에서도 인천 공항의 놀라울 정도로 빠른 출국 수속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예정된 볼일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인천 공항이 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항인지 알 수 있겠더군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첫 인상이 좋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늦은 오후 비행기인지라 이륙 후 창밖을 보니

운평선(? 수평선도 지평선도 아니고 구름이니... ^^) 너머 해는 뉘엇뉘엇...

 

 

5시간 여의 배행 끝에 시엠립 국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비행기를 탈 때 좌우로 3열 좌석인 작은 비행기여서

'국제선 비행기가 왜 이렇게 작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항공사의 문제가 아니고

시엠립 공항의 규모가 작아 큰 비행기는 취항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트랩을 이용해 봤습니다.

 

 

지금 시엠립은 밀려드는 관광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 공항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새로운 공항이 건설되면 이런 소박한 정취는 맛볼 수 없겠죠?

 

 

 

공항을 나오니 열대 지방 특유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우리를 맞아주는데

공항 출구엔 가이드 투어의 익숙한 풍경이 펼쳐 집니다.

우리도 지정된 가이드 뒤에서 일행이 다 모이길 기다리고...

 

 

우리가 묵을 호텔은 Sokhalay Angkor Resort라는 곳이데

최근에 문을 연 호텔로서 시엠립에선 최고급에 속한다고 합니다.

외국 자본이 건설한 많은 호텔과 달리 이 호텔은 이나라 자본으로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규모나 시설은 웅장하고 고급스러웠지만 곳곳에 보이는 꼼꼼하지 못한 마무리는

이 나라 건설 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호텔 로비는 이 나라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계 관광객을 위하여 온통 춘절 분위기로 꾸며 놨습니다.

 

 

 

방이 매우 넓습니다. 거의 운동장 수준입니다.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욕실도 엄청 큽니다.

인구에 비해 국토가 넓은 지역이라 가능한 구조 같은데

제가 가 본 호텔 중 가장 큰 객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남아식과 서양식이 혼합된 스타일의 뷔페식 아침을 먹고

 

 

첫날 앙코르 와트 관광에 나서 봅니다.

앙코르 유적지 입구에서 관광객들은 20달러짜리 일일 관람권이나 40달러짜리 3일 관람권을 끊어야 하는데

유적지를 방문할 때마다 입구에서 관람권 검사를 합니다.

앙코르 유적지의 입장료 수입이 이 나라의 꽤 큰 재정 수입원이므로 입장권 관리를 매우 철저히 하더군요.

(이 나라의 일인당 국민 소득이 700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0달러는 매우 비싼 입장료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티켓을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티켓에 컴퓨터를 이용한 즉석 사진까지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입장권을 끊어서 들어가면 사진 뒤쪽에 보이는 직원들이 관광객의 입장권을 일일이 검사하고

각각의 개별 유적지에서 다시 한 번 검사합니다.

 

 

앙코르 와트 입구의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니 이곳의 명물 툭툭이들 천지입니다.

이곳은 택시나 버스 등의 대중 교통 수단이 별로 없어서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이를 주로 타고 다닙니다.

 

 

드디어 그 유명한 앙코르 와트 앞에 왔군요!!

앙코르 와트 주변엔 폭이 200m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 해자가 있는데

이 해자는 신들의 공간인 사원과 인간 세상을 구분 짓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 세상은 네 개의 우주로 이루어 졌다는 힌두교의 우주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 하나, 앙코르 와트 건축물이 천여년의 세월을 견디게 해주는 결정적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이곳의 기후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건기로 나누는데

이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그냥 지어 놓으면 건기와 우기 때 물이 들어가고 나옴에 따라

건축물이 조금씩 틀어지게 되고 결국엔 무너지게 되는데

이렇게 해자를 만들어 늘 물을 채워 놓으면 그러한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앙코르 와트를 들어서는 입구엔 수호신이라 할 거대한 사자상과 뱀모양의 신, 나가(Naga)상이 버티고 있는데...

 

 

이러한 사자상, 특히 나가상은 사원 곳곳에서, 또 수많은 다른 앙코르 유적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누구나 이 길을 통해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지만

옛날의 이 길은 왕이나 귀족들만 다닐 수 있었고 일반인들은 배를 타고 해자를 건너야 했다지요?

 

 

드디어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정문이 나옵니다.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입구엔 3개의 문이 있다고 합니다.

가장 중앙에 있는 이 문은 왕과 귀족이 드나드는 문이고

또 하나는 평민을 위한 문,

나머지 하나는 코끼리가 드나드는 문이었다고 합니다.

 

 

앙코르 유적지 곳곳엔 머리가 7개나 달린 긴 뱀의 형상을 한 나가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각각의 머리에 아주 정교한 장식이 조각되어 있는 이 나가(Naga)는

적을 한 방에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과

어떤 상처를 입더라도 금새 아물어 버리는 회복력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삶과 죽음을 다스리는 신으로 숭배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나가는 인도의 천지창조 신화인 바가바타-푸라나에 등장하는데

선한 신과 악한 신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던 중

비슈누 신이 이 전쟁을 중지하기 위하여 모두 힘을 합해 우유의 바다를 저어서

불로 장생의 약인 암리타를 찾자고 제안했고

이에 두 신들은 나가를 양쪽에서 붙잡고 천년동안 우유의 바다를 젓습니다.

이렇게 우유의 바다를 천년동안 젓는 과정에서 물의 정령인 압살라를 비롯하여 천지 만물이 탄생했다는 것인데

이 천지 창조의 신화에도 나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앙코르 유적지를 살펴 보면 어디서나 난간이 있는 곳은 대부분

이 나가의 형상으로 조각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앙코르 와트 곳곳에는 이렇게 불상을 모셔두고

신앙심 깊은 이들은 이 앞에 향을 바칩니다.

이 사원은 힌두교 사원이지만 그 이후 크메르 제국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그 내부엔 이렇게 불상이 많이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앙코르 와트를 살펴 보면서 단일 석조 건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그 규모에도 놀라게 되지만

그 거대한 건축물의 벽면이나 기둥면이 모두 이렇게 정교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 건축물은 현대의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설계에 5년, 건설에 100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현대적인 기계 하나 없었을 천 여 년 전에 단지 37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 거대한 건축물을 완성했다고 하니

그들의 뛰어난 건축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이곳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중앙문을 들어서니 드디어 저 멀리 앙코르 와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앙코르 와트 본 건물 앞엔 2개의 인공 연못이 있는데

 

 

그 연못들 앞에 서면 아름다운 앙코르 와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동쪽 연못은 앙코르 와트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연못에 비쳐 보이는 반영으로 인해 두 개의 앙코르 와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앙코르 와트 전체를 통털어서 가장 유명한 포토 포인트입니다.

 

 

우리도 기념 사진 한 장 남겨야 되겠죠? ^^

워낙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라 배경이 깨끗한 사진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 제법 기다려서 겨우 찍은 사진입니다.

 

 

동쪽 호수를 지나 이제 앙코르 와트의 본관 건물로 들어갑니다.

 

 

앙코르 와트는 크메르 제국의 기초를 닦은 수리야바르만 2세(재위 1113-1150)가 세운 사원입니다.

그의 재위 시절 37년간 하루에 25,000명의 인원이 동원된 대단한 역사로서

딴 사원들이 주로 창조와 파괴의 신인 '시바'신을 모셨던 것에 반해

앙코르 와트는 '비슈누'신을 모신 사원이라고 합니다.

수리야바르만 2세는 자신을 비슈누 신의 화신이라고 생각했으며

딴 사원의 입구는 대개 동쪽인데 반해

이 사원은 사후 세계를 의미하는 서쪽이 입구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의 무덤인 격이라고 합니다.

 

 

앙코르 와트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석조 건물이라고 하는데,

중앙탑에서 선대칭으로 동서 1.5km, 남북 1.3km, 둘레 5.6km의 직사각형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총 3개의 층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신의 영역을 상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1층 회랑 벽면엔 아름다운 부조로 가득합니다.

 

 

크메르인들은 산스크리트어를 변형시킨 크메르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문자는 배우기도 무척 어렵거니와 지배 계층의 전유물인 문자를 일반 백성들에게 가르쳐 주지도 않아서

대부분의 백성들은 글자를 몰랐답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역사를 책으로로 남기지도 않아서

고대 크메르 제국의 역사는 드문드문 남아 있는 비문의 단편적인 내용을 끼워 맞춰서 짐작할 뿐이라고 하고,

그래서 크메르 제국의 수도가 이곳 앙코르 톰에서 프놈펜으로 옮겨 간 이후

이곳이 철저하게 버려지고 잊혀진 이유도 자세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하죠.

어찌됐건, 이런 몽매한 백성들을 위하여 앙코르 사원의 벽면엔

백성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부조로 새겨 놓고 있습니다.

글로 된 역사서가 없는 덕분(?)에 후세인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거죠.

 

 

앙코르 와트 1층엔 동,서,남,북 네 개의 벽면에 빼곡히 부조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쪽의 벽면엔 가운데를 중심으로 또다시 양쪽으로 나눠서 각각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모두 8개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는 것이죠.

 

 

우리는 서쪽면의 북쪽 방향에서 시작하여 남쪽 방향으로 나아 갔는데 

이곳은 인도의 설화 라마야나에 나오는 랑카 전투를 묘사한 장면입니다.

 

 

설화에 보면 고대 인도의 왕이자 영웅인 '라마'에겐 아름다운 부인 '시타'가 있었는데

그녀를 랑카(오늘날의 스리랑카라고 합니다)의 악마의 왕 라바나가 납치하는 바람에 대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때 라마를 도운 수많은 원숭이와 사람처럼 생긴 랑카왕국의 악마들이 전투를 벌여 시타를 구출하게 되고

그 후 6천년간 라마가 선정을 베풀었다는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악은 결국 정의 앞에 무너지게 되어 있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가르쳐 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의 정령인 압살라 부조인데 속살이 비치는 시스루 치마의 질감이 잘 표현된 걸작입니다.

 

 

서쪽 벽면의 두 번째 부조는 인도의 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쿠루 평원의 전투'를 묘사한 것입니다.

 

 

왕위를 두고 형제간에 벌이는 치열한 골육상쟁의 전투를 묘사한 장면인데

 

 

전투 장면이 리얼하게 묘사되었죠?

 

 

 

이 설화가 주는 교훈은 무었일까요?

이 전투에서 '아르주나'라는 왕자 중 한 사람의 말을 모는 마부로 화한 비슈누 신은

삶과 죽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르마(법, 도리, 정의)가 중요한 것이니

그 다르마를 실천하기 위해 부덕한 사촌들은 사정없이 죽이라고 독려했다고 합니다.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말고 대의를 실천하라는 말이겠죠.

 

 

아름다운 부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 많은 부조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나 복색들이 각기 다르고,

그러면서도 모든 부조들의 표현 양식에 통일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37년의 세월동안 건설되면서 수많은 석공들이 각기 다른 파트를 조각했을 터인데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작품을 완성하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서쪽 벽면 회랑의 부조를 감상한 후 그 끝에서 왼쪽으로 돌면 남쪽 벽면이 나옵니다.

 

 

남쪽 벽면은 이 사원을 건설한 수리야바르만 2세가 전쟁에서 승리한 후 돌아오는

개선 행렬을 묘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리야바르만 2세가 행렬의 맨 앞 쪽에서 자신을 따르는 행렬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앙코르 와트는 조그만 기둥 하나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이렇게 세밀한 조각으로 장식했습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회랑의 부조를 겨우 한 면 반을 보는데도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1층 회랑의 네 벽면을 모두 구경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선 모든 부조를 다 살펴 보고 싶으나 이제 이쯤에서 복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가이드 투어의 단점입니다.

 

 

 

2층 복도를 통과하면 다시 마당이 나오는데 2층, 인간 세계의 마당에 서면

이 사원의 마지막 영역, 신들의 영역인 3층이 눈 앞에 있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너무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유적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한 군데 지정된 곳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서만 오르내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신과 만나는 곳이므로

민소매 티셔츠나 무릎이 드러나는 바지, 치마를 입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3층에 올라서니 앙코르 와트 주변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신과의 교감이 저절로 이루어 질 듯합니다. ^^

 

 

 

 

이런 영적인 공간에도 못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어김없이 있군요.

한글과 한국을 더럽힌 인간도...

 

 

좀더 느긋하게 앙코르 와트를 둘러 보고 싶었으나 가이드 투어의 일정이 있는지라

아쉽지만 서둘러 내려와야 했습니다.

앙코르 와트를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2-3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다음날 새벽 앙코르 와트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 전날 제대로 둘러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앙코르 와트의 일출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앙코르 와트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앙코르 와트 정문에서 바라보면 사원 뒤쪽으로 해가 떠 오르면서 매우 아름다운 일출 풍경이 펼쳐 진다고 합니다.

앙코르 와트에 와서 일출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앙코르 와트를 제대로 봤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는데...

 

그래서 호텔  프론트에 이야기 해서 새벽 5시에 툭툭이를 예약했습니다.

 

 

시원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어제 왔던 길을 되짚어 동쪽 연못 앞으로 갔습니다.

이미 그곳은 일출 광경을 보기 위한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저도 어찌어찌 비집고 들어가서 맨 앞줄에 삼각대를 설치했습니다.

겨우 비집고 들어간 자리라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꼼짝을 할 수 없습니다.

무릎이 아파 다리를 펴려고 잠시 일어서니 뒤쪽에서 사진 찍는데 방해 된다고 앉아 달라고 하네요. ㅠㅠ

 

불편한 자세로 조금 기다리니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여명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그 중 볼 만 한 것 몇 장 올려 봅니다.

 

 

 

 

 

 

일출 모습을 보기 위해,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온갖 나라의 말들이 들려 옵니다.

중국어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고,

그 밖에도 한국어, 영어, 불어, 그리고 해독 불가능한 동남아 쪽 언어들...

이곳이 예전에 프랑스 식민지여서 그런지 프랑스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해가 떠올 시각이 지나가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동쪽 하늘에 구름이 많아 주변만 서서히 밝아올 뿐

떠오르는 해의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ㅠㅠ

 

 

날 샜습니다. ^^

 

 

 

완전히 밝아졌죠?

 

 

아쉽지만 이제 기념 사진이나 한 장 찍고 연못에서 물러나야 할 때입니다.

 

 

연못 한 켠을 자세히 보니 수련이 예쁘게 피었더군요.

 

 

앙코르 와트엔 원숭이가 매우 많습니다.

사람을 크게 두려워 하지 않는 이들은 관광객 바로 주변에서 놀기도 하는데

 

 

앙코르 와트가 재발견되기 전, 이곳이 밀림 속에 버려져 있을 때는

이들이 이곳의 주인이었을 겁니다.

얘네들은 그런 사실을 알리 없겠죠? ^^

 

 

1층 회랑 벽면을 따라 가면서 어제 보지 못했던 부조들을 감상했습니다.

이것은 선신과 악신이 우유의 바다에서 천년동안 나가를 돌리는 천지창조 장면인 것 같습니다.

맨 오른쪽에는 팔이 네 개 달린 비슈누 신이 이 작업을 조율하고 있군요.

 

이밖에도 많은 부조들을 봤지만 가이드 없이 우리끼리만 돌아 보려니 까막눈이 따로 없습니다.

위의 천지창조 부조는 어제 설명 들은 내용이라 알 수 있었고,

영어로 안내하는 가이드의 말을 귀동냥해서 천국의 지옥과 천당을 묘사한 부조는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나머지 부조들은 인물들의 재미있는 모습이나 감상하며 지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전 공부가 부족했음을 크게 후회했습니다. ㅠㅠ

 

 

1층 회랑에서 1층 마당으로 나가는 복도엔 아침부터 점쟁이가 전을 폈습니다.

 

 

통역 가이드가 알려주는 자신의 운세를 흥미롭게 듣고 있군요.

 

 

 

신선한 아침 바람 맞으며 1층 마당을 거닐어 봅니다.

 

 

 

 

2층 마당입니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Early Bird들이 꽤 많습니다.

 

 

 

 

 

3층 쪽을 올려다 보니 어제 관광객들이 오르내리지 못하도록 한 유적지 계단에 사람이 많습니다.

 

 

이른 시간엔 개방하는가 싶어 다가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뒤늦게 출근한 관리인이 출입을 통제하네요.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한 번 올라가 볼 수 있었는데...

 

 

비록 새벽잠은 좀 설쳤지만 일찍 서두른 덕분에

가이드 투어가 시작되기 전 한 번 더 앙코르 와트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날씨가 받쳐 주지 않아서 일출은 볼수 없었지만

여명 속의 앙코르 와트를 본 것 하나만으로도

새벽에 이곳을 찾을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앙코르 와트 입구까지 나오니 일단의 관광객들이 한 모녀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몇 사람은 사진을 찍고 있고 나머지 분들은 아이를 웃기느라 아이에게 재미있는 말을 걸고 있네요.

 

앙코르 와트는 정말 대단한 유적지입니다.

천여 년 전에 저렇게 광대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생각할 때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기도 합니다.

나라가 강대하고 제왕의 힘이 막강하여 인류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위대한 건축물을 지었지만,

그 덕분에 후손들은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지만,

37년동안의 대 공사에 매일같이 동원되었던 수많은 백성들의 삶은 어땠을까요?

외국의 대단한 건축 유산들을 둘러보다 우리나라의 궁성을 돌아보면 초라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지만

우리나라 임금들이야말로 필요 이상의 역사를 일으켜 백성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려는

애민 사상에 투철했던 것 아닐까요?

 

크메르 제국이 외세의 침략에 밀려 수도를 프놈펜으로 옮겼을 때

이 지역에 사는 백성들은 그것을 슬퍼하기 보다는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나라가 위태로워졌다는 걱정보다는 이제야 힘든 노역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위대한 건축물을 지었던 조상을 가진 캄보디아인들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남아 있는 것에서 

위정자들이 자신의 권세를 드러내는 일보다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에 힘을 써야 태평성대가 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이날 보지 못한 일출 광경은 다음날 아침 호텔 화장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조금 일찍 잠이 깨어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화장실 창문으로 이제 막 떠오르는 붉은 빛 태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 창문이 정동향이었던 모양입니다. ^^

 

어제 저녁 앙코르 유적지 3일 패스를 끊었기 때문에 오늘 새벽에 다시 가 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아내와 아이가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보여 주네요.

오늘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것일까요?

아니면 화장실에서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보게 되었으니 다행인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