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한라산 등반을 다녀 왔습니다.

 

이번 한라산 산행을 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경 친구가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2월 둘째 주말에 한라산 산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2월의 한라산은 겨울 내내 쌓은 눈으로 해서 경치가 그렇게 좋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저도 이번 기회에 한라산에 꼭 한 번 가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 일행과 함께 동행할까 생각도 했지만 딴 친구들을 모르기 때문에 좀 어색할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가기는 거시기 해서

주변의 몇몇 사람에게 연락을 해 봤더니

두 친구가 동행 의사를 표시하더군요.

 

그래서 세 사람의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두 달을 기다려 지난 주말 다녀온 것입니다.

※ 스크롤의 압박이 좀 있을 겁니다. 사진 위주이니 쓱쓱 넘기면서 보세요. ^^

 

 

요일 오후 근무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있더군요.

저녁 식사는 제주도에 사는 지인이 안내해 준 '돈사돈'이란 곳을 찾았는데

줄을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떨어가며 기다릴 가치가 있는 집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식당 안에 바글바글한 손님들을 보니 기다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0분 쯤 기다리니 드디어 자리가 났습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1박2일' 촬영한 집이란 안내가 붙어 있네요.

1박2일의 홍보 효과를 봤을 수도 있겠지만

지인의 말을 들으면 그 전부터 제주도 토박이들에게 소문 난 곳이라고 합니다.

예감이 좋습니다. ^^

 

 

이집 고기는 나오는 품새부터 여느 집과는 포스가 다릅니다.

우선 일반적인 고깃집 보다 고개의 두께가 틀립니다.

무지 두껍죠?

그리고 고기도 한 가지 부위가 아니고 두가지 부위가 나오는데

가운데 올려진 것은 목살이고 양 가에 올려진 고기는 삼겹살입니다.

 

 

처음엔 너무 두껍지 않나 싶었는데

서빙하는 직원이 먹기 좋은 두께로 썰어서

 

 

적당하게 익었을 때 먹어 봤더니

와!! 정말 맛있습니다.

보통 돼지고기 구이는 조금 얇게 썰어서 바싹 익혀서 먹는데

이렇게 두껍게 썰어서 너무 바싹 익히지 않고 먹으니

정말 부드럽고 맛있네요.

 

거기다 소주 한 잔까지 걸치니 캬...

제주도의 첫날 저녁이 즐겁습니다.

 

 

이집에서 또하나 특이한 것은 고기와 함께 찍어 먹는 양념장입니다.

멸치 젓갈과 된장, 풋고추, 마늘 등을 섞어서 불판에 끓인 것인데

제법 특별한 맛이 있더군요.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양념인 것 같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맥주 한 잔 더 하고 다음날을 위해 취침...

 

 

다음날 새벽 성판악 휴게소에서 국수와

 

 

어묵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 식사 용으로 김밥 몇 줄 사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을 시작한 시각은 오전 7시.

이젠 해가 제법 길어져서 7시가 되니 주위는 훤해지기 시작합니다.

한라산은 험한 산은 아니지만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라산 등반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성판악-백록담-관음사 코스인데

천천히 여유있게 올라갔다 오려면 9-10시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30여분쯤 올라가니 등 뒤로 아침 햇살이 비칩니다.

 

 

한라산엔 일 주일 전 2미터가 넘는 큰 눈이 왔고 이번 주중에도 대설 경보가 내렸기 때문에

시작부터 온통 눈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눈온 바로 다음날이 아니라서 땅바닥엔 눈이 많겠지만

나뭇가지의 눈꽃은 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참 온 것 같은데 아직 얼마 못왔군요.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총 9.6km의 길입니다.

 

 

잡목 지대를 지나 한참 올라가니 삼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선 지역을 지나게 됩니다.

 

 

삼나무의 무성한 잎새 위로 눈이 탐스럽게 쌓였습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4.1km 지점에 속밭 대피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따뜻한 물도 한 잔 마시고 장비도 점검하고...

 

 

다시 출발!

 

 

 

고도가 올라갈수록 눈은 점점 더 많이 쌓여 있습니다.

 

 

 

 

 

속밭 대피소에서 1.7km 정도 올라가면 '사라 오름'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바로 올라가야 하겠지만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이곳을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10여분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앞이 탁 트이면서 사라오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라오름의 모습을 파노라마 뷰로 잡아 봤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좀 더 큰 사이즈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평소같으면 물로 채워져 있을 사라오름의 분화구를 걸어서 가로질러 봅니다.

 

 

분화구를 가로질러 반대편 언덕에 서니 앞이 탁 트이면서 제주의 남쪽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네요.

 

 

날씨가 워낙 맑아 제주의 남쪽 바닷가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오늘 우리가 올라가야할 백록담이 보이구요.

 

 

세 남자가 함께 포즈를 취해 봅니다.

 

 

 

다시 본 등산로로 돌아와 꾸준히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하늘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사방이 확 트이는 이곳은 진달래밭입니다.

 

 

지금은 눈밭이지만 봄이 되면 이곳은 진달래밭으로 바뀌겠죠?

 

 

진달래밭에서부터는 백록담을 볼 수 있습니다.

진달래밭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한 번 보시죠.

 

 

 

 

이 사진은 클릭하시면 좀 더 큰 사이즈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진달래밭 대피소는 성판악 코스의 마지막 대피소이고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여기서 점심 식사를 합니다.

휴게소 입구가 너무 복잡해서

 

 

근처의 눈밭에서 식사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도 눈밭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을 끓입니다.

 

 

 

비록 김밥은 차가웠고, 라면은 불었지만

백록담 아래에서 먹는 이 라면과 김밥만큼 맛있는 점심은 없으리...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2.3km인데

쉬지 않고 부지런히 가면 1시간, 쉬엄쉬엄 가면 1시간 30분 쯤 걸립니다.

안전한 하산을 위하여 이 지점을 12시 이전에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 지점을 통과한 시각은 11시 40분이었습니다.

 

 

이 지점부터는 경사가 제법 가팔라집니다.

가장 힘든 코스라고는 하지만 경사가 아주 급하지는 않지만

이미 3시간 정도 산을 오르며 체력이 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만만한 코스는 아닙니다.

 

 

 

 

눈을 잔뜩 이고 서 있는 관목지대를 통과하니

 

 

뒤쪽으로 한라산의 동쪽 사면이 펼쳐지네요.

 

 

 

 

 

 

 

 

 

 

이제 백록담까지는 0.8km.

백록담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는 곳입니다.

 

 

모두들 주변 풍광을 즐기며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힘을 비축하고...

 

 

 

 

 

다시 출발!!

 

 

 

 

 

 

정상을 향하여!!

 

 

 

뒤를 돌아 보니 한라산의 동쪽 능선, 그리고 동쪽 바닷가까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중간에 우리가 올라갔던 사라 오름의 모습도 보이구요.

 

 

 

 

 

 

드디어 정상을 앞 둔 마지막 언덕을 넘고 있습니다.

 

 

다왔다!!!

 

 

1935m 한라산 동봉 정상에 섰습니다.

한라산의 높이는 1950m인데 이것은 여기가 아닌 백록담의 서봉의 높이입니다.

그러나 백록담 서봉 쪽은 입산 금지 구역이므로

여기가 현재 남한에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인 것입니다!!

 

 

동봉에 올라서니 뒤쪽으로 눈으로 뒤덮힌 백록담의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지네요.

 

 

카메라를 돌려가며 파노라마 뷰를 찍었습니다.

위의 두 사진은 클릭하시면 좀 더 큰 사이즈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백록담 사진 몇 장 더 보시죠.

 

 

 

 

 

 

정상에서 인증 사진도 몇 장 찍고...

 

 

세남자의 단체 사진도! ^^

 

 

백록담에서 한라산 동쪽 능선을 바라 보니 중간쯤에 구름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저 구름 위쪽에 와 있는 겁니다. 와!!

 

 

오늘따라 날씨가 무척이나 맑아서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 보면

제주도의 모든 해안선을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도 일년을 통털어 기슭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 안된다고 하는데,

오늘이 아마 바로 그 며칠 안되는 날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오늘은 바람마저 거의 불지 않아서 정상에 서 있어도 추운줄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상 부근에 있는 작은 관리소 건물의 스피커에 가득 핀 상고대를 보니

춥고 바람 많이 부는 날 여기에 온다면 단 몇 분도 정상에 머물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일 전 연이어 내린 폭설로 인한 환상적인 눈꽃,

그리고 쾌청하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의 삼박자가 두루 갖추어진

오늘 같은 날은 정말 만나기 힘든 날일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한참 머물다 보니 아랫쪽에서 구름이 점점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비 예보가 있었는데 차츰 흐려질 것 같습니다.

 

 

백록담에서는 모든 등산객이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1시 30분이면 모두 하산을 해야 합니다.

 

 

하산 길은 한라산의 북쪽 사면을 타고 내려 오는 '관음사'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온통 눈천지입니다.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다 보면 병풍 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마치 병풍처럼 둘러 선 눈내린 병풍 바위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더군요.

 

 

 

 

 

 

백록담에서 병풍 바위를 바라보며 왕관릉까지 내려오는 코스는 정말 절경이었습니다.

성판악 코스에 비해 경사가 훨씬 가팔랐는데

이 코스로 올라온다면 힘은 들겠지만 경치는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 한 번 이 코스를 도전해 봐야 되겠습니다.

 

 

왕관릉에서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경사가 더욱 급해졌습니다.

눈마저 아이젠이 제대로 박히지 않을 정도로 많이 쌓여 있었으므로

모두들 엉금엉금 기어 내려 와야 했네요.

 

 

왕관릉에서 계곡으로 내려와 구름 다리를 건너니

 

 

삼각봉을 돌아가는 자그마한 언덕을 넘어야 하고

 

 

드디어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백록담에서 왕관릉을 거쳐 삼각봉 대피소까지 오는 길은 무척 가파릅니다.

특히 왕관릉에서 내려오는 코스는 여름에는 크게 힘들지 않겠으나

눈이 많이 쌓인 겨울철엔 무척 조심해야 할 코스입니다.

 

 

삼각봉 대피소를 니나면 길은 이제 평탄해 져서 크게 힘들 것 없습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하산길이 계속되는데,

주차장까지 내려 오니 4시 40분이었고

무릎이 아파 천천히 내려온 최후미까지 등산을 완료한 시각은 5시 30분이었습니다.

 

오전 7시부터 등산을 시작했으니 총 10시간 30분 쯤 걸린 셈입니다.

중간에 사라 오름을 올라가면서 40-50분 쯤 썼으니

한라산 등반에만은 9시간 40분 쯤 걸린 셈인데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온 평균 시간쯤 되리라 생각돕니다.

 

 

원래 계획은 4시쯤 산행을 마치고 사우나로 지친 몸을 좀 푼 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것이었으나

예상보다 산행이 좀 늦어진 관계로 사우나는 포기하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제주도의 토속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도라지 식당을 찾았네요.

 

 

한치 회 한 접시와

 

 

참 이슬 한 병에 하루의 피로가 풀립니다.

 

 

갈치 조림에 밥 한 그릇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 치우고...

 

 

육지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니 삭신이 지끈, 온몸이 노골노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