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게임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을 무렵,

전날엔 축구 한일전이 열려 통쾌한 승리와 함께 동메달을 획득했고,

당일 밤엔 배구에서 한일간 동메달 결정전이 예정된 시기.

거기다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어수선해 진

민감한 시기에

홋카이도로 여름 휴가를 다녀 왔습니다.

 

일본과 우리는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역사적 구원이 얽혀 있는 관계인지라

평소에도 여행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고

여행기를 쓸 때도 어떻게 쓸 것인가 망설여 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물며 요즘같이 한일 관계가 급랭한 시기엔 더욱 그런 면이 많아지네요.

 

 

어쨌거나 일 년에 한 번 뿐인 휴가이고

이미 오래 전에 모든 예약을 해 둔 터라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고

여행 자체만 생각하며 즐겁게 다녀 오기로 마음 먹어 봅니다.

 

 

큰 녀석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고

둘째는 수험생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므로

올해는 아내와 함께 하는 둘만의 여행이네요.

 

 

공항에 가니 관광객을 위한 자그마한 이벤트를 하네요.

이른바 '왕의 산책'이라고 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나름 신기해 보일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을 넘기고 있으므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쇼핑가 잠시 둘러 보다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륙 후 하늘을 보니 오늘 따라 하늘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구름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산봉우리도 아름답고...

 

 

석양에 물든 구름 색깔도 환상적이네요.

 

 

 

홋카이도는 규슈나 혼슈의 도시들보다 훨씬 멀어서 비행 시간이 2시간 이상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내식도 한 번 제공이 되네요.

비행기 타면 배가 빨리 고파지는지 조금 전에 햄버거 하나 먹었는데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3시간 여만에 삿포로로 들어가는 관문인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자유 여행에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으므로 모든 걸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일단 삿포로까지 가는 기차표를 끊어야 하는데 자동 발매기를 이용해 봅니다.

아내나 저나 일본어는 완전 까막눈인데 다행히 한자로 적힌 부분이 많아서 대충 눈치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삿포로를 왕복하는 할인 티켓인 S티켓을 끊고 싶었으나 해당 구간엔 S티켓이 없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할인 티켓은 짧은 구간엔 판매가 되지 않더군요.

좌석이 지정되지 않는 자유석을 끊었는데도 일인당 1,040엔입니다.

신치토세에서 삿포로까지 40km 정도 되는데 우리 돈으로 15,000원 정도이니 무지 비쌉니다!!!

일본의 교통비가 비싸다는걸 처음부터 실감합니다. ㅠㅠ

 

 

처음 보는 표기계 앞에서 표를 끊느라 시간이 지체돼 차 놓칠 걸 걱정했는데

다행히 출발 직전의 기차를 겨우 탈 수 있었습니다.

무척 조용하고 승객도 별로 없군요.

 

 

그런데 좌석에 앉아서 자세히 살펴 봤더니 '지정석', 'Reserved'라고 되어 있네요.

어쩐지 조용하고 쾌적하다 싶었습니다.

지정석은 자유석에 비해 3배쯤 비싸다고 하던데 아쉽지만 자리를 옮깁니다.

 

 

여기가 자유석인데 분위기 확 다르죠? ^^

신치토세 공항역이 시발역이므로 열차가 도착한 직후 탔으면 자리가 많았을텐데

뒤늦게 자유석으로 왔더니 빈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딴 사람이 가방 놓아 둔 자리에 가방 치워 달라고 하고 겨우 앉았습니다.

그런데 3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이 사람,

자신의 옆좌석에 가방을 떡하니 올려 놓고도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저를 모른척 하더군요.

일본말도 안돼고 해서 왠만하면 자리 좀 치워 달라고 눈치를 보내도 꼼짝 않다가

제가 가방 좀 치워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마지 못한 듯 가방을 치우네요.

친절하고 예의바르기로 소문난 일본인들인데 좀 의외다 싶습니다.

 

 

신치토세에서 삿포로까지는 40분 쯤 걸리더군요.

삿포로 역에 도착한 시각은 10:30

 

 

삿포로 역 남문으로 나오니

 

 

삿포로 역을 재개발하면서 들어선 JR 타워와 삿포로 에스타 건물이 보이네요.

여기서 호텔 까지는 400-500미터 정도이므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밤길을 걷다 보니 조그만 라멘 가게가 나옵니다.

밤 11시가 다 된 시각인데도 가게 안은 초만원입니다.

일본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 않게 야행성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몬트레 에델호프 사포로란 곳인데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인테리어도 독일풍으로 꾸며 놨네요.

 

 

엘리베이터도 고풍스럽고,

 

 

방 이름도 '바그너'네요.

 

일본 사람들은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를 할 당시 유럽을 개발 모델로 삼았고,

메이지 유신이 성공하여 '탈아론'을 외치며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되면서

자신들은 인종적으로는 아시안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유럽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있다고 하던데,

메이지 유신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홋카이도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강해서

도시 곳곳에서 이런 유럽풍의 분위기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객실 내부는 늘 보던 도심 속의 오밀조밀한 공간의 평범한 일본식 호텔이더군요.

3일을 머문 이 호텔은 어차피 잠자는 시간 이외엔 거의 머물지 않았는데,

잠자는데는 특별히 불편함이 없었고

인터넷을 통해 40-5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예약했으므로

가격 대비로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합니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일단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일본의 상점들은 간판이 대개 소박한 경우가 많은데 이집은 꽤 요란하네요.

가라오케 집인가요?

일본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어는 까막눈인데다

일본 사람들 영어 병기에도 아주 인색해서 답답한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그래도 일본 사람들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이곳이 관광 도시라 영어로 이야기 하면 대충 통하는 경우가 많았고

영어가 안통하더라도 우리는 관광객이라 '갑'의 지위에 있으므로

자기네들이 미안해 하면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려는 상황이어서

큰 불편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제 보았던 조그만 라멘집을 지나...

 

 

삿포로 역에 도착했습니다.

 

 

여행 안내 센터가 열릴 때까지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뭘 먹을까 둘러봤으나 빵집 말고는 마땅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아

도시락을 한 번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도시락이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연어알이 올라간 덮밥과 초밥을 샀는데 2,000엔 이상 지불한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대합실을 나와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 도시락을 먹었는데

맛이 기대이상으로 좋았습니다.

도시락은 싼 음식이라는 생각과

도시락의 맛은 그냥그냥이라는 두 가지 고정 관념이 깨 지는 순간입니다.

 

이번에 일본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일본 음식들은 밥이 맛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락이든 허름한 밥집이든 고급 요리집이든

모두 밥이 맛있었습니다.

사실 일본이나 우리나 밥이 주식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밥이 제공되는 음식에서 밥맛이 없으면

나머지 요리나 반찬이 아무리 맛있어도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데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반찬엔 신경을 많이 쓰면서도 의외로 밥에 충실한 집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홋카이도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그 기본에 충실하여서

대부분 기본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도시락까지도...

 

 

홋카이도에서의 첫 식사를 야외에서 우아(?)하게 마친 뒤

역 구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작고 깔끔한 커피집이 눈에 뜨입니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아침 식사도 팔고 있었는데 

도시락보다 훨씬 싼 가격이더군요.

아깝다...

 

 

커피 향이 맛있게 나고 있어서 커피를 시켰더니 아! 글쎄 이렇게 큰 사발에 담아 주네요.

마치 일본의 말차를 마시는 자세로 마셨는데

제가 먹어본 커피 중 가장 요상한 형태로 제공되는 커피였습니다.

맛은 좋더군요. 양도 많고... ^^

 

 

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돌아볼까요?

 

 

오늘은 하루종일 삿포로 시내를 돌아보기로 하였는데

외곽지까지 다 돌아보기는 힘들고

삿포로 시내 중심가 위주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삿포로는 위도가 만주 지역과 비슷한지라 여름에도 한낮의 기온이 25-26도 정도에 머물고

밤이면 18도 정도로 내려가서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합니다.

한낮에 거리를 돌아다녀도 땀이 거의 나지 않았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서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올여름 유난히 더웠던 날씨에 지친 우리로서는 최적의 피서지인 것 같습니다. ^^

 

 

첫 목적지는 홋카이도 대학입니다.

 

홋카이도는 메이지 유신 전에는 원주민인 아이누족만 거주하는 조용한 땅이었는데

메이지 유신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홋카이도를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1869년)

비로소 일본의 역사 속으로 들어온 땅입니다.

 

홋카이도 대학은 1876년 삿포로 농학교로 시작한 학교인데

홋카이도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하였고

학교 내에는 여러 가지 유서 깊은 건물들과 잘 보존된 자연 환경으로 인해

삿포로 관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소박한 교문을 들어 서면 왼쪽으로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습니다.

일단 이곳에 들어가서 각종 브로셔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 뿐만 아니고 시내 곳곳의 인포메이션 센터엔 한국어로 된 설명서를 구할 수 있더군요.

여기서는 홋카이도 대학에 대한 안내도와 설명서를 챙겼습니다.

 

 

설명서를 챙기면서 보니 왠 할아버지 사진이 실물 크기로 세워져 있길래

'이 학교 총장 쯤 되나?' 싶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학교 출신으로 201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즈키 아키라' 교수더군요.

그 후에도 대학 곳곳에서 스즈키 교수에 관한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홋카이도 대학이 배출한 가장 자랑스러운 동문인 것 같았습니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나와 도서관을 지나니

 

 

중앙 잔디밭이 나옵니다.

이 대학에서 가장 넓은 휴식 공간인데

지금은 방학 중이라 한적하지만

학기 중이면 많은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 잔디밭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은 예전에는 연어가 올라왔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중앙 잔디밭을 지나면 한 서양인의 흉상이 나타납니다.

이 흉상의 주인공은 '클라크' 박사입니다.

클라크 박사는 미국 메사츄세츠 농과 대학 학장으로 재직하다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메이지 9년인 1876년 삿포로 농학교의 초대 교감으로 부임했는데

비록 10개월의 짧은 기간밖에 재임하지 않았지만 삿포로 농학교의 기초를 튼튼히 세우고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클라크 박사는 짧은 재임 기간을 마치고 귀국하는 환송식에서

학생들에게 인상적인 연설을 하는데

이 연설에서 클라크 박사는 그 유명한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많이 들어본 문구죠?

이 문구는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진 명언이고

홋카이도 대학의 이념이기도 하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말을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일제의 잔재일까요?

 

 

삿포로는 홋카이도 대학 뿐만 아니고 도시 곳곳에 클라크 박사를 기념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히쓰지가오카 전망대에는 거대한 클라크 박사의 동상도 있고

그의 이름을 딴 커피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관광객이 보면 마치 클라크 박사가 삿포로란 도시를 건설한 사람처럼 되어 있는데

막상 그가 이곳에 재직한 기간은 10개월 정도 되지 않았음을 생각한다면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뚱 할 정도입니다.

일본인들의 기질이 살짝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삿포로 시민들이 그렇게 존경하는 이 클라크 박사도 2차 대전은 피해갈 수가 없어서

2차 대전 중에는 미국을 증오하는 일본인들에 의해 수난을 겪기도 했고

급기야는 정부의 전쟁 물자 조달 정책 때문에 녹여지는 운명을 맞았다고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세워져 있는 흉상은 1948년에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흉상 앞쪽에 있는 이 건물은 학생드이 차를 마시면서 토론을 할 수 있는 학생 회관인데

일본 국립 대학 최초의 대규모 학생 회관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회관의 이름이 '클라크 회관'이고 구내 식당의 이름도 '클라크 식당'이랍니다.

이들의 크라크 박사 사랑이 대단하죠?

 

 

클라크 상이 있는 곳에서 맞은 편 농과 대학 건물 쪽으로 가다 보면

푸른색 지붕의 오래된 건물이 나오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구 곤충학, 양잠학 교실' 이라고 되어 있네요.

1901년에 지어진 건물이랍니다.

 

 

그 옆에 있는 이 건물은 '구 도서관' 건물이네요. 1902년에 지어 졌답니다.

 

 

홋카이도 대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농학부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후루카와 기념 강당인데

1909년 홋카이도 최초로 지어진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이라네요.

후루카와는 이 지역에서 구리 광산업으로 재벌이 된 인물인데

자신의 광산 제련소에서 구리를 제련하는 도중 발생한 독에 주민들이 중독되어 큰 피해를 입게 되자

이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100만엔을 대학에 기탁하였고

이 건물은 그 때 지어진 8동의 건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구 농학부 곤충학 표본실' 이랍니다.

 

 

몇 개의 오래된 건물들을 돌아보면서 길을 걷다 보니 주황색의 벽돌 건물이 나타나는데

'홋카이도 대학 박물관' 입니다.

 

 

이 건물은 홋카이도 최초의 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하는데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문이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박물관 내부는 오래되긴 했지만 잘 정돈되어 있었으나

 

 

대단한 유물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들어와서 입구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던 할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이 대학 출신으로 201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즈키 아키라' 교수였습니다.

박물관 내부엔 그를 위한 특별관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진품인지 모조품인지는 몰라도 그가 수상한 노벨상 메달이 전시되어 있었고,

 

 

아마 부상으로 준 듯한 금장 식기 세트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왕 주려면 두 세트 이상 줘야지 한 세트만 줘서야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최소한 두 세트는 돼야 아내와 식사라도 할 것 아닙니까?

쓰지는 말고 보관만 하라는 건지... ^^

 

 

스즈키 교수가 이곳을 방문하여 기념 휘호를 남긴 것 같네요.

'精進努力'

우리라면 '努力精進'이라고 할 것 같은데...

암튼 짧은 휘호 속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이루려면 재능을 뛰어넘는 바보스러운 노력정진이 필요하다는

평범하지만 변치않는 진리의 말씀이 느껴집니다.

 

 

스즈키 교수는 탄소 화합물의 합성에 관한 연구로 상을 받았는데

탄소는 원래 매우 안정적인 원소여서 탄소 원소끼리의 결합을 유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스즈키 교수는 이런 탄소 화합물의 합성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정을 개발했고

그 업적이 인정을 받아 노벨상을 타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탄소 화합물의 합성 기술은 특히 제약 분야에 폭넓게 응용되어서

신약 개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라고 합니다.

 

 

그의 연구실을 여기에 옮겨 놨네요.

 

 

스즈키 교수의 업적에 관한 내용이 페널로 제작되어 게시되어 있습니다.

 

 

스즈키 교수와 함께 공동 수상한 리처드 헥, 에이치 네기시 교수도 소개되어 있네요.

세 사람의 연구는 내용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 유사하다고 합니다.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오래 살아야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연구는 획기적인 연구를 하여

연구 성과가 나온 후 몇 년 안돼서 수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오랜 세월 검증을 거친 후에야 연구의 위대함이 증명되는데,

이미 사망한 사람에겐 상을 주지 않으니

장수가 노벨상 수상의 조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 것이죠.

201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즈키 교수의 연구만 해도

1970년대 중 후반에 이룩한 연구 성과인데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 성과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 존 네쉬의 1994년 노벨 경제학상도

자신의 40여 년 전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었죠.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우리나라가 아직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함을 한탄하고

우리의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와 투자의 빈약함을 탓하지만

지금부터 30-40여년 전인 1970-80년대의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의 연구 수준은 형편없었음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요즘과 같이 활발한 연구가 계속 이루어 진다면 앞으로는 수상자도 나올테니

너무 조급증을 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전시실에서는 해조류 일러스트레이션에 일생을 바친 분의 전시도 있었고

 

 

남극 대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사진 작업을 한 분의 전시회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이 대학의 연구 산물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들을 두루 둘러 봤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이 늘 그렇듯 찬찬히 둘러 보려면 한정 없을 것 같아서

흥미를 끄는 것만 찬찬히 보고 나머지는 대충 돌아 봤네요.

 

 

도서관 건물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포플러 가로수 길'이 나옵니다.

포플러 나무는 클라크 박사가 홋카이도에 처음 들여 왔다는데

이곳에는 300미터에 걸친 길 양쪽에 100년 이상 된 포플러가 도열해 있어서

이 대학의 명물 중 하나라고 하네요.

 

 

포플러 가로수 길은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옆쪽으로 돌아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그쪽으로 돌아가니 왠 흉상이 또 하나 나옵니다.

 

 

니또베 이나조란 인물인데 나중에 찾아 봤더니 이 대학 출신으로서

메이지 유신 시절 유명한 교육자이자 외교관이라고 하고

구 5,000엔 화폐에 새겨져 있기도 한 인물이라네요.

동상 아랫쪽엔 'I wish to be a bridge across the Pacific'이라는 문구가 씌여 있습니다.

외교관 다운 말이군요.

 

 

니또베 이나조 흉상의 옆길로 돌아 가니

 

 

포플러 가로수길이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가로수길은 원래 일반인들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산책길이었으나

2004년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그 후 어느 정도 복구는 되었으나 완전 복구는 되지 않아서

모든 길이 개방되지는 않고 입구의 80m 정도만 개방되고 있습니다.

 

 

개방된 부분까지 둘러 본 뒤 인증샷 한 컷 찍었습니다. ^^

 

 

다시 중앙 도로로 나와 길을 걷다 보니 왼편으로 중앙 식당이 나옵니다.

이 식당은 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인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많은 여행기에서 이곳에서의 식사를 권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아침 먹은 지 얼마 안되는 시각인지라 패스!

 

 

이곳은 이 대학의 유명한 길 중의 하나인 은행나무 가로수길입니다.

가을이 되면 400여미터의 이 길이 온통 노란 색깔의 은행나무로 뒤덮히는 장관을 연출한다는데

지금은 계절이 여름인지라 특별한 감흥은 없네요.

인증샷만 한 장.

 

 

중앙 도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의학부 건물도 나오네요.

직업적 친밀도 때문에 한 컷 찍었습니다. ^^

 

 

중앙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홋카이도 대학 방문의 마지막 목적지인 '모델반(Model Barn)'이 있습니다.

 

 

모델반은 홋카이도 농업학교 제2농장 입구에 있는 건물들로서

'농업의 성공 여부는 혹독한 겨울철에 가축을 지킬 수 있는 넓은 축사 설치에 달려 있다'라는

클라크 박사의 신념에 따라 1877년에 세워진 건물로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농업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클라크 박사의 본토인 메사츄세츠도 그렇지만

홋카이도는 특히 겨울이 혹독하게 추우니 이런 겨울철 축사의 중요도는 더욱 클 것 같습니다.

 

 

포토 포인트로 생각하는 곳에 어떤 분이 앉아 계셨는데

오랜 시간 꼼짝도 하지 않으셔서 인물 사진 찍는데 약간의 방해를 초래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면 찍으려고 기다리다 포기하고 피사체(우리 부부의 몸)로 대충 이분을 가린 뒤 인증샷을 찍고

 

 

건물 쪽으로 접근하면서 뭘 하시나 슬쩍 봤더니 이렇게 수채화를 그리고 계시네요.

아름답습니다!

대가의 손길이 아니더라도

손으로 그린 그림엔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서 손으로 스케치를 하는 분들을 보면 그런 재능을 갖고 있는 것도 큰 축복이다 싶습니다.

 

 

모델반은 사일로, 우사, 착유용 건물, 도구 보관고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몇 개의 건물로 되어 있는데

전형적인 19세기 미국 축사 스타일입니다.

 

 

내부엔 관광객을 위한 젖소 인형도 설치해 놨네요.

 

 

대학 곳곳에 배여 있는 클라크 박사의 흔적들을 보면서

10개월 남짓 재직한 학교에서 이렇게 큰 족적을 남긴 그의 능력이 놀랍고

그의 뜻을 잘 유지 발전시킨 후학들 또한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에게 보범이 될 만한 것들을 모방하고 그것을 개선 발전 시키는

일본인 특유의 능력을 여기서도 확인하게 되네요.

 

 

홋카이도 대학을 돌아보면 메이지 유신으로 시작되는 일본 근대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쇄국 정책으로 일관하던 일본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단지 20여년 먼저 개항을 함으로써 일본과 우리의 운명은 극적으로 갈라집니다.

우리가 척화비를 세우며 서양 세력과 싸우고 있을 때

일본은 유럽으로 견문단을 보내며 근대화를 완성하고

우리가 뒤늦게 개항을 하자 20여년 동안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침략의 발톱을 드러낸 것입니다.

 

 

역사에 있어 가정이란 없지만

메이지 유신보다 5년 먼저 집권한 대원군이

쇄국 대신 개항을 선택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홋카이도 대학을 돌아 본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오다 찍은 사진입니다.

도심 한복판에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으로 꾸며진 집들이 눈에 띄네요.

 

 

일본에서 처음으로 지하철 타기를 시도해 봅니다.

표기계 앞에 섰으나 같은 구간에 요금이 여러 가지로 표시되어 있네요.

시작부터 헷갈리는데 이럴 땐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최고다 싶어 역무원에게 물어 봤더니

지하철 단독 요금과 지하철+버스 등 다른 교통 수단이 합쳐진 요금의 차이라고 하네요.

우리는 네 정거장만 이동하는 짧은 거리여서 기본 요금만 내면 됐는데 일인당 200엔입니다.

우리 돈으로 거의 3,000원 가까운 요금이니 역시 비싸죠?

 

 

지하철 난보쿠센(南北線) 기타18조역에서 스스키노 역까지 이동한 후 삿포로의 중심가 스스키노로 나왔습니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다 돼서 식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점심 식사로 계획한 곳은 스프 카레로 유명한 집 중의 하나인 'Shorin'이란 곳입니다.

그런데 구글 지도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겨우 찾아간 이곳의 영업 시간은 17:00-04:00이라고 되이 있네요.

인터넷과 안내 책자상엔 11:30-15:00 시간대에 런치 타임을 운영한다고 되어 있는데

잘못된 정보였던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이 메뉴를 바꿔 마지막 날 먹기로 했던 라멘을 오늘 먹기로 했습니다.

 

 

삿포로엔 단독으로 영업하는 유명한 라면집도 많지만

맛있는 라멘집들이 모여있는 거리인 '라멘 요코초'란 거리가 매우 유명하답니다.

마침 스프 카레집 바로 옆에 있어서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라멘 요코초는 아주 좁은 골목 양쪽에 작은 라멘집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는데

각각 독특한 라멘맛들을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12시가 넘었지만 아직 비교적 이른 시간인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고

 

 

벌써 이렇게 손님이 빼곡한 곳도 있네요.

그러고 보니 일본의 음식점들은 우리 음식점에 늦게 열고 늦게 닫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11시는 넘어야 열고 새벽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네요.

 

 

우리가 목표로 한 라멘집은 라멘 요코초에서 한 골목 떨어진 곳에 있는 '게야키'란 곳입니다.

'깔끔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삿포로의 라멘계를 제패한 미소 라멘 전문점'

이라고 여행 소개서에 나와 있는 집입니다.

 

 

흔히들 일본의 3대라면이라고 하면

미소 된장으로 맛을 낸 '미소 라멘', 간장으로 맛을 낸 '쇼유 라멘', 돼지 등뼈로 맛을 낸 '돈고츠 라멘'을

꼽는다고 하는데

삿포로는 미소 라멘이 시작된 곳이고

게야키는 미소 라멘으로 삿포로 라멘계를 제패(과장일 망정)했다고 하니

삿포로에 왔으면 이 집 라멘은 꼭 먹어 봐야 되겠다 싶어 점 찍어 둔 집입니다.

 

 

이 집 옆 골목엔 줄을 서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는 걸 보니 유명한 집이긴 한 모양입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 수요가 많지 않아서 좀 한적한 게 아닌가 싶네요.

 

 

여느 일본 라멘집처럼 내부는 매우 좁습니다.

조금만 손님이 몰려도 줄을 설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자판기의 천국답게 입구엔 주문용 자판기가 놓여 있습니다.

돈을 넣고 원하는 메뉴를 누르면 메당 메뉴 이름이 적힌 식권이 나오는데 이걸 종업원에게 건내 주면 됩니다.

옆에는 한국어 안내문도 있어서 주문하는데 크게 어렵진 않더군요.

 

 

메뉴는 볼 것도 없이 '미소 라멘'

850엔이네요.

아내는 계란을 저는 옥수수를 추가했는데 각각 50엔씩 추가.

 

 

주요 메뉴들을 잔뜩 멋을 부려 써 놨는데 까막군이라 읽을 수가 없네요.

맨 오른쪽 위쪽의 메뉴는 미소 라멘 같군요. ^^

 

 

보통의 일본인과는 달리 손님에게 미소도 없이 진지하기만 표정의 총각이 열심히 면을 삶고 있네요.

모두들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데 왜 쓰는지 알 것 같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불을 많이 피워서 그런지 내부가 무지 더운데

땀이 많이 흐를 때는 두건보다 더 좋은 게 없죠.

요리사 뿐만 아니고 손님쪽으로도 열기는 전달되었고

거기다 라멘이 뜨거운 음식이어서

서늘한 홋카이도 날씨 속에서 유일하게 땀을 많이 흘린 곳이 이 라멘집이었습니다. ^^

 

 

드디어 주문한 라멘이 나왔습니다.

이건 계란을 추가한 아내 것.

 

 

이건 옥수수를 추가한 제 것입니다.

 

맛을 봤더니 듣던 대로 정말 면발이 예술입니다.

겉은 약간 퍼진 듯 폭신한 식감을 주지만

속은 탱글탱글하게 익혀져 있는데

이 두가지의 이질적인 맛의 조화가 환상이네요.

거기다 미소 된장에 돼지뼈, 닭뼈, 대파를 넣어 12-15시간 끓여 냈다는 국물은

처음 먹으면 기름기가 많은 듯 하지만 계속 먹으면 느끼한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냅니다.

라멘을 먹으면서도 '나중에 또 먹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사실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하면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즐거움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일본이란 나라,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란 곳은

천혜의 자연 환경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자재를 이용한

먹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이번 여행의 모토는 '잘먹자'인데

그 첫단추를 잘 끼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 많아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한 번 자르고 가겠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