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 둘째날의 일정은 삿포로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온천 도시 노보리베츠(登別)입니다.

 

 

오늘도 Early Bird 모드로 시작합니다.

아침 식사를 할 '돈부리 차야(どんぶり茶屋)'는 호텔에서 크게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아주 오래된 교회 건물이 보이네요.

일본에서 교회 건물을 보기 쉽지 않아서 한 컷 찍어 봤습니다.

 

 

'일본 기독교단 삿포로 교회'라고 적혀 있네요.

교회가 많지 않은 일본에서 이렇게 오래된 교회는 참 드물 것 같습니다.

 

 

10여분 걸어가니 '니조 시장(二条 市場)'이 나옵니다.

이곳은 메이지 36년, 도로에 늘어선 소매상으로 시작했다는, 역사가 있는 시장인데

홋카이도에서 신선한 농수산물을 취급하고 있어 '시민의 부엌'이라고 불린답니다.

오래된 재래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상가 건물들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내부도 잘 관리되고 있어 지저분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침을 먹을 '돈부리차야(どんぶり茶屋)'는 이 니조 시장 안에 있는

생선덮밥(카이센동, 海鮮丼) 전문점입니다.

수산 회사에서 직영하는 상점이라 모든 재료가 매우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침 7시부터 영업을 한다는 점입니다.

 

 

가게 안엔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사람도 보이네요.

 

 

일단 가게 앞에 놓여 있는 그림 메뉴판을 보고 메뉴를 고른 다음

 

 

종업원을 불러 손짓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말이 안 통해도 친절한 그림 메뉴판 덕분에 대충 해결이 가능합니다. ^^

 

 

한 그릇은 아침 특선 메뉴라고 되어 있는, 몇 가지 해산물이 올라간 덮밥을 시키고

 

 

또 한 그릇은 성게, 연어알이 든 것을 시켰는데

성게, 연어알이 고급 재료이다 보니 이게 훨씬 비싸네요.

조그만 그릇에 양도 별로 많지 않은데 1,880엔!

신선한지는 몰라도 결코 싸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양도 적어서 아침을 너무 배부르게 먹는 것 아니냐는 애초의 걱정은 기우가 되었다는...

맛이 아주 좋아서 그나마 다행!! ^^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다시 한 번 돌아 봤습니다.

 

 

해산물 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 농산물을 파는 가게도 많았는데,

한가지 의외다 싶은 것은

일본의 가게는 손님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 하려고

손님이 특별한 상품에 관심을 보이기 전에는

절대 다가와서 이것저것 권유하지 않는데

이런 재래식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의 상인들은 한국의 재래식 시장과 다름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기 가게의 상품을 사라는 호객 행위를 하더군요.

세계 어디를 가나 재래 시장의 정서는 비슷한가 봅니다. ^^

 

 

우리가 어제 저녁에 먹었던 털게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역시 가격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곳의 해산물이 맛있고 신선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절대 싼 건 아니네요.

재래 시장에 나와 있는 재료의 가격을 보니

어제 먹은 게요리가 비쌀 수밖에 없겠다 싶습니다.

 

 

비싸지만 가벼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제 기차를 타기 위해 역 쪽으로 걸어갑니다.

 

 

아직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별다방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일본은 정말 소형차의 천국인 것 같습니다.

작고 앙증맞게 예쁜 차들이 정말 많더군요.

 

 

이제 삿포로 역에서 수퍼호쿠토(スーパー北斗)를 타고 노보리베츠(登別)로 갑니다.

 

 

첫날 밤과는 달리 이번엔 지정석에 앉아 느긋하게 갑니다.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는데

 

 

노보리베츠역은 간이역 수준을 조금 벗어난 정도의 작은 역이더군요.

 

출발할 당시엔 흐리기만 하던 하늘이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비를 뿌리기 시작하더니

노보리베츠에 내리니 제법 많이 내립니다.

일기 예보상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수중전을 치뤄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합실에서 한국어로 된 노보리베츠 여행 안내서들을 챙기고 밖으로 나오니

 

 

역 대합실 입구에 큰 곰 박제가 있습니다.

노보리베츠엔 대규모 곰 목장도 있다고 하던데 이 지방에 곰이 많은 모양입니다.

인증샷 한 장 찍고...

 

 

첫 목적지는 '노보리베츠 다테지다이무라(登別伊達時代村)'인데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 했으나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택시를 탔습니다.

대기하는 택시가 없어서 역 내의 렌터카 사무소에 가서 부탁을 한 끝에 겨우 택시를 부를 수 있었는데

렌터카 사무소에 들어가 자기들 차는 빌리지 않고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려니 좀 미안했지만

아내가 아줌마 정신으로 밀어 부쳤네요. ^^

 

 

'노보리베츠 다테지다이무라(登別伊達時代村)'는 도호쿠 지방 이북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다테한(伊達藩)의 다테(伊達) 가문과 연관된 건물과 마을을 재현한 일종의 민속촌으로서

일본 에도 시대(江戶時代, 1603-1868)의 정취와 생활상을 맛볼 수 있는 테마 파크입니다.

 

 

입구엔 일본 무사 차림을 한 검표원이 있는데

검표할 할 때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도 전혀 웃지 않고 근엄한 표정을 유지합니다.

일본 무사의 포스를 보여 주겠다는 나름대로의 컨셉인 것 같습니다.

 

 

에도 시대(江戶時代)는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쇼군으로 등극할 때부터

1868년 메이지 정부군에 의해 에도성이 함락될 때까지의 265년을 일컷는 말입니다.

이 시기는 우리의 조선 중,후기에 해당하는 시대인데

이때의 일본은 전국 시대의 오랜 전란을 마무리하고 도쿠가와 막부에 의한 평화의 치세로서

집권 계층이던 무사 계급은 점차 위축되어 가면서 관료 계층으로 변해간 반면

농업 생산이 급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업이 크게 발달하여

상인들이 막강한 부를 축적한 새로운 계층으로 성장해 가는 시대였습니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거리를 재현하고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테마 파크이지만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닌자(忍者)'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닌자는 에도 시대에 다이묘나 호족에 소속된 일종의 첩보 집단으로서

정보 수집, 침투, 변장, 은신, 암살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하는데

무사들이 공적이고 적법한 임무를 수행한다면 닌자들은 사적이고 내밀한 임무를 수행하는

에도판 CIA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는 닌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었는데

 

 

예전에 닌자들이 사용되었던 도구들을 전시해 놓은 닌자 자료관도 있어서

 

 

그들이 사용했던 여러 가지 무기들 볼 수 있더군요.

 

 

그 밖에도 닌자 관련 상품이나 체험관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닌자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는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서민들의 집단 주거 단지를 재현해 놓은 곳인데

 

 

골목 안으로 들어가 각 건물 앞에 서면

 

 

모션 감지식으로 내부의 조명이 켜지면서 인형들이 움직이고 대사도 나와서

 

 

그 시대의 서민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해 놨더군요.

 

 

우물가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대화를 나누며 일하고 있군요.

 

 

이곳은 다양하고 기묘한 장치가 되어 있는 닌자 저택을 탈출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

가짜 통로 등이 많아 미로처럼 꾸며져 있는데다 여러 가지 숨겨둔 장치들도 작동되어서

예상외로 재미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거리를 따라 가면 맨 안쪽에 '닌자 카스미 저택'이란 곳이 나오는데

이곳은 닌자를 소재로 한 공연이 열리는 곳입니다.

 

 

마침 공연 시간이 임박했길래 들어가 봤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네요.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입니다. 입추의 여지가 없네요.

아마도 여기서 열리는 몇 개의 공연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공연인 것 같습니다.

 

 

인기있는 공연 답게 한국어로 된 스토리 안내서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신베에는 다테 마사무네가 지휘하던 닌자 부대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땅파기의 명수인데

그는 자신의 상관인 가타쿠라 코쥬로의 명을 받고 마사무네의

성을 건설하기 위한 황금을 캐기 위해 자오 이와사키산에 들어가 땅을 파고 있습니다.

 

그러나 1년 넘게 땅을 파도 나오는 건 자갈 뿐...

 

 

이때 자신의 상관인 가타쿠라 코쥬로의 서찰을 전하러 온 닌자 키스케.

 

 

신베에느 키스케를 자신의 조수로 고용하는데...

 

 

놀랍게도 그는 땅을 파자마자 커다란 금덩이를 발견합니다.

 

 

 

그때 갑자기 도쿠가와 막부에서 보낸 닌자가 이들을 공격하게 되자

 

 

 

신베에는 황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황금을 맡은 키스케를 피신시키지만

 

 

키스케는 차마 신베에를 홀로 두고 떠날 수 없어

 

 

죽을 힘을 다하여 싸워 적들을 물리치고 신베에와 황금을 모두 지킨다는 훈훈한 스토리의 공연입니다.

비록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략의 스토리를 아는데다

배우들의 코믹 액션 연기가 좋아서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닌자 카스미 저택 바로 옆에는 게이샤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일본 전통 문화 극장'이 있는데

닌자 카스미 저택 공연이 끝난 뒤 곧바로 공연이 시작됩니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유명한 고급 요정 '요시하라'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관광객 중의 한 분을 불러내서 공연에 참여 시킵니다.

여기서 선택된 분은 요시하라를 찾아 온 영주의 역할을 하는데

오늘 선택된 분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관광객입니다.

즉석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만담꾼이 가르쳐 주는대로 몇마디 말만 하면 되는 역할이긴 하지만

근엄한 다이묘의 역할을 제대로 잘 수행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

 

 

 

이 극의 내용은 요시하라를 찾은 다이묘 앞에서 게이샤들이

 

 

 

화려한 춤과 교태로

 

 

다이묘의 혼을 빼서

 

 

 

그에게 바가지를 옴팡 씌운다는

 

 

코믹한 내용인데

 

 

한국 단체 관광객의 가이드가 공개 통역을 해 줘서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둘러 본 오냥코고양이 절입니다.

황금 고양이 상을 모신 절이라는데

뒤쪽은 으스스한 괴물 고양이로 꾸며진 체험 공간입니다.

어른들에겐 조금 싱겁더군요.

 

 

그밖에도 조잡한 티를 풍기는 요괴 깜짝 오두막, 게임 공간, 휴식 공간 등을 돌아보다

오에도 극장에서 열리는 사극을 관람했습니다.

 

 

이 공연은 에도 시대의 서민들의 생활을 주제로 한 사극으로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부부의 집에

 

 

어느날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가 찾아와서 가족들에게 건강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인데 일본말을 몰라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더군요.

 

 

이밖에도 야외에서 벌어지는 '닌자 액션 쇼'와 '게이샤의 산책'과 같은 공연이 있었으나

이날은 비가 많이 온 관계로 모두 취소되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실내에서 본 세 번의 공연은 비록 수준이 아주 높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재미있었고 일본의 전통 문화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움도 된 것 같습니다.

이곳의 입장료가 2,900엔인데 들어갈 때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올 때는 그 값어치는 한다 싶네요. ^^

 

 

이제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는 그칠줄 모르고...

 

 

온천행 버스를 타고 10여분 가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노보리베츠 온천에 도착합니다.

 

 

노보리베츠는 수많은 온천이 있는 홋카이도에서도 특히 유명한 곳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이곳은 각기 다른 수질을 자랑하는 원천이 11 종류나 되어 온천 백화점이라고도 불린다는데

하루에 1만여 톤의 온천수가 나온다고 하니 그 양도 대단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은 온천 도시의 상징이 도깨비라고 하는 것인데,

 

 

도깨비의 도시답게 거리 곳곳엔 각양각색의 도깨비들상들이

'합격기원', '무병식재(無病息災)', '사업번창', '연애성취' 등의 문구를 새기고 서 있습니다.

 

 

시간이 이미 오후 1시를 넘기고 있었으므로 우선 점심 식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노보리베츠의 맛집에 대한 정보는 특별히 조사하지 못하고 왔는데

마침 기차역에서 얻은 한국어판 안내 소책자에 맛집 안내도가 있어 살펴보다

일본식 돈가스를 먹기로 하고 '레스토랑 포플러'란 곳을 찾아 갔습니다.

그곳은 노보리베츠 온천 거리 맨 끝, 온천 계곡 관광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는

'다키모토 인( 滝本イン)'이란 호텔에 딸린 레스토랑이더군요.

다키노모 인은 오늘 우리가 온천을 하기로 예정한 다이이치 다키모토칸의 자매 호텔이네요.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니 두툼한 고기에 튀김옷을 입은 일본식 돈가스가 나오는데

카레밥과 함께 나오네요.

글을 몰라 메뉴에 나와 있는 사진만 보고 시켰는데

원래 이렇게 나오는 것인지 애초에 돈가스+카레밥을 시킨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어쨌거나 돈가스도 카레밥도 모두 맛있었습니다.

한국의 돈가스점도 이런 메뉴 내 놓으면 인기 있겠습니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유황 냄새 가득한 흰 수증기가 분출되는 곳이 보입니다.

 

 

이곳은 간헐천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센겐(泉源) 공원'입니다.

 

 

이곳에선 때마침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과 수증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말로만 듣던 간헐천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의 힘이 무섭다 싶기도 합니다.

 

 

 

이제 이곳의 온천 지열 지대를 살펴보기 위해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잠시 올라가다 보니 파란색, 빨간색의 거대한 도깨비상이 보입니다.

이 도깨비상은 노보리베츠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도깨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가운데에 있는 귀사(鬼祠, おにぼこら)를 지키는 도깨비들입니다.

 

 

귀사 내부엔 금박으로 칠한 조그만 도깨비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 상은 에도 시대 때부터 전해지는 염불귀상(念仏鬼像, ねんぶつきぞう)이라고 합니다.

이 도시의 도깨비상들은 최근에 와서 장삿속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노보리베츠는 온천식 료칸 문화가 최초로 생겨난 곳이라고 하던데

과연 역사가 있는 온천 도시인 것 같습니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 지고 있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전진...

 

 

드디어 지고쿠다니(地獄谷) 입구입니다.

 

 

지고쿠다니(地獄谷)는 노보리베츠 온천에 온천수를 공급하는 원천이 있는 지열지대인데

탐방로를 만들어 놓아 바로 옆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탐방로를 따라 가다 보니 조그만 신당이 하나 나오는데

제목을 보니 '약사여래신당'입니다.

 

 

이 신당의 내부엔 조그마한 약사여래불과 비석이 모셔져 있는데

1861년 유황을 채굴하던 노동자가 이 신당 밑에서 솟아나는 온천물에 눈을 씻고

눈병이 나았는데 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비석을 기부하였다고 하고

그 후 이 신당 밑의 온천은 '목탕(目湯)'이라고 한답니다.

이 약사여래신당은 노보리베츠의 3대 사적이라고 하는데

예상과 달리 그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축소 지향의 일본인인가요?

 

 

탐방길을 따라 지열 지대로 진입하면

 

 

‘뎃센이케(鉄泉池)’라는 팻말이 붙은 길로 이어집니다.

 

 

뎃센이케로 가는 길에 뒤쪽을 보니 큰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저 곳에서 이쪽을 보면 지고쿠다니가 한 눈에 보이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 건물은 우리가 온천욕을 한 호텔이었고

그곳에서 온천을 할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지고쿠다니의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보리베츠엔 11가지 종류의 원천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지고쿠다니 곳곳에서는 각종 온천수가 흘러나와 작은 개천을 이루고 있습니다.

 

 

 

뎃센이케입니다.

간헐천이라 하니 조금 기다리면 분출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센겐 공원에서 간헐천의 분출하는 모습을 봤으니 패쓰!

 

 

지고쿠다니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며

 

 

계곡을 빠져 나옵니다.

 

 

지열지대 중심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지만

온천의 열기가 조금이라도 줄어든 곳엔 어김없이 나무와 풀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확연한 경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자연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노보리베츠의 지열지대를 간단하게 돌아보려면 지고쿠다니만 탐방하고 돌아가지만

조금 더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계곡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칼데라 호수인 '오유누마(大湯沼)'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지만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지요! ^^

 

 

길을 걷다 보니 '推提觀音'이라 적힌 저고리 입은 조그만 불상도 보이고...

 

 

드디어 오유누마(大湯沼)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섰습니다.

오유누마는 히요리 화산의 분화로 생겨난 칼데라 호수로 둘레가 1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망대에서 샛길을 따라 한참 더 내려가니 오유누마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호수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는데,

이 호수의 표면 온도는 40-50도 정도이지만 호수의 심부는 130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것보다 좀 더 아랫쪽엔 마그마가 끓고 있겠죠?

울타리만 없으면 직접 호수물을 만져보고 싶더군요.

 

 

오유누마 바로 옆에는 조금 작은 규모의 또 다른 칼데라 호인 '오쿠노유(奥の湯)'가 있는데

이것 역시 히요리 화산의 분화로 생긴 칼데라 호입니다.

오유누마보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온도는 더 높아서

표면 온도가 75-78도나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수증기도 훨씬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오유누마를 보고 난 뒤 조금 더 걸어서 천연 야외 족탕이 있는 곳까지 가서

족탕을 하고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고 신발은 물론 옷까지 푹 젖어서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나타즈쿠리 관음상'입니다.

이 관음상은 에도 시대에 전국을 수행하던 '엔쿠'라는 고승이

1666년 손도끼 한 자루로 조각한 관음상이라는데

약사여래상과 더불어 노보리베츠의 3대 사적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관음상을 자세히 보니 크기도 작지만 그 모양 또한 요상합니다.

 

 

물이 흥건히 고인 바닥을 건너 뛰어 겨우 다가가 봤으나

아무리 봐도 제대로 된 불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새까만 나무 덩어리만 하나 놓여 있었는데

나중에 자료를 찾아 보니

산불로 인해 일시 행방불명 되었다가 검게 탄 채로 발견된 것을

이곳 지고쿠다니 전망대에 안치해 놨다고 하네요.

우리같으면 그냥 폐기 처분했을 텐데 참 전시할 것이 그리 없나 싶기도 하고

조그만 것이라도 철저하게 보존하는 그들의 의식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네요.

'노보리베츠시 지정 문화재'라는 팻말까지 붙여 놨습니다.

 

 

장대비가 오는 산중을 헤매다 보니 출발한 곳에 다시 돌아 왔을 때는

신발은 물론이고 온몸이 다 젖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온천은 점심 식사를 한 다키모토 인 맞은 편에 있는 '다이이치 다키모토칸(第一滝本館)'인데

노보리베츠에 있는 많은 온천 호텔 중 가장 큰 규모로서

탕 내에 들어가 보니 시설이 크고 넓기도 하지만

각기 다른 수질의 원천이 7개나 있어서 여러 온천을 골라서 즐기는 재미가 컸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이 온천욕장의 창문으로 바라다 보이는 지고쿠다니의 풍광은 절경!!

노보리베츠에서의 온천은 다이이치 다키모토칸 강추입니다. ^^

 

 

온천을 마치고 나오니 몸은 개운해 졌는데 옷과 신발이 젖어 있어 좀 찝찝...

여분의 옷을 챙겨오지 못한 것이 오늘의 실수...

 

 

다시 들른 센겐 공원의 간헐천은 몇 시간 전과는 달리 고요하기만 한데...

그것참 신기합니다.

 

 

이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슬슬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 내려 갑니다.

 

 

온천 료칸이 있는 지역엔 유카타을 걸친 채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저 유카타란 것이 잠옷과 같은 실내복으로도 쓰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의식으로서는 조금 망측한 일입니다.

 

 

10여분 걸어 내려 와 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삿포로로 돌아옵니다.

 

 

삿포로 역과 연결된 다이마루(大丸) 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간식 거리도 좀 샀는데 

 

 

일본 백화점 지하 식품부의 모습은 메뉴만 조금 달랐지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더군요.

하긴 우리가 그들을 본 뜬 거겠죠?

 

이제 저녁 식사를 위해 지하철을 타고 스스키노로 향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 메뉴는 '징기스칸(成吉思汗)' 요리입니다.

징기스칸은 삿포로의 유명한 음식 중의 하나로서 양고기 구이의 일종인데

수많은 징기스칸 집 중에서도 '징기스칸 다루마(成吉思汗だるま)'란 곳이 특히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 갔더니 과연 유명한 집 답게 대기하는 줄이 꽤 깁니다.

 

 

이집은 조총련계 재일교포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름에 포함된 '다루마(だるま)'란 말은 알고 봤더니 '달마 대사'를 일컷는 말이었습니다.

징기스칸 요리와 달마 대사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몰라도

이집 곳곳엔 위와 같은 달마 대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종업원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도 달마 대사가 그려져 있더군요.

심지어는 달마 대사가 그려진 로고티까지 판매하더라는...

 

 

안을 슬쩍 들여다 봤더니 실내 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기둥에 붙여 놓은 안내판을 보니 이곳 말고도 세 군데의 지점이 더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 곳으로 가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곳에 자리가 있다는 보장도 없고

아무래도 본점이 낫겠지 하는 근거 없는 믿음도 들어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우산을 받쳐 쓰고 기다리다 보니 한산한 맞은 편 음식점이 눈에 들어 옵니다.

저집 주인은 좁은 골목길에 늘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 보면 짜증이 좀 나지 않을까요? ^^

 

 

거의 1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는데...

 

 

좁은 실내엔 부지런히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느긋하게 한 잔 하며 노닥거릴 분위기가 아니고 먹을 것 먹었으면 빨리 나가야 할 분위기입니다. ^^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니 자동으로 숯불이 나오고...

 

 

메뉴는 단 한 가지이니 몇 인분인지만 이야기 하면 됩니다.

먼저 야채부터 구워 주고...

 

 

야채가 약간 익을 때 쯤이면 아래로 내리고 고기를 굽습니다.

징기스칸은 생소한 요리인데다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구울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한글 안내판에 고기 굽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큰 문제 없이 진행 되었습니다.

주인이 재일 교포라서 그런지

어제 저녁 게요리점의 엉터리 한글 안내판(해독 불가)과는 달리

알기 쉽게 설명이 잘 돼 있더군요.

 

 

너무 바싹 익히면 딱딱해 진다고 해서

살짝 익혀 한 입 먹어 보니...

 

오! 맛있습니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식감도 매우 부드럽고 좋습니다.

마치 쇠고기 같네요.

 

이 집이 징기스칸 요리로 특히 유명한 이유는

고기를 잴 때 쓰는 양념이 양고기 특유의 노린내를 완벽하게 잡아주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그 명성답게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맛이 아주 좋습니다.

 

사실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육식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랍니다.

서기 675년에 육식을 금지하는 칙령이 내린 이래 무려 1,200년 동안 육식을 하지 않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 자기들도 육식을 해야 유럽인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고기를 먹기 시작했으니

일본의 고기 요리는 모두 메이지 유신 이후에 생긴 것이라 보면 된답니다.

 

징기스칸 요리는 1차 대전 이후 군인들의 군복에 사용하는 양모 수입이 어려워 지자

이를 자급자족할 목적으로 홋카이도에 양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남아도는 양고기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요리라고 하는군요.

그러므로 징기스칸이란 이름 또한 몽골이나 징기스칸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고기를 굽는 철판의 모양이

징기스칸 군대가 쓰던 투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카더라 통신이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양고기가 몽골인들의 주식인 이유도 있겠죠?

 

 

아무튼 예상과는 달리 부드럽고 맛있는 징기스칸에

맥주까지 한 잔 걸치니 아주 좋군요.

 

사실 아내와 저는 양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몇차례 양고기 요리를 먹어 봤지만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크게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죠.

그래서 징기스칸도 크게 내키지는 않았는데 워낙 유명한 음식이라 하니

한 번 먹어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메뉴에 포함 시켰던 것입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 일단 일인분씩만 시키고 혹시 입에 안 맞으면 딴 집에 갈 생각으로 들어 왔는데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맛있어서 고기를 추가로 더 시켜서까지 먹었네요.

보기와는 달리 양도 제법 많아서 삼인분 정도 먹으니 충분하다 싶더군요.

 

 

이제 밥을 주문해서 마무리를 합니다

여행 안내서에 밥을 반쯤 먹고 난 뒤엔 오챠즈케를 해 달라고 하라고 되어 있어서

호기롭게 '오챠즈케'를 외쳤더니...

그냥 밥에 물을 부어 주네요.

알고 보니 '오챠즈케'의 '오챠'는 '보리차'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먹고 있어 덜 뻘쭘했고,

소스로 나온 간장을 넣어 김치와 함께 먹으니 나름대로 맛이 좋았습니다.

 

이 집엔 반찬으로 김치가 제공되고 있었는데(간장 접시 위쪽이 김치 접시)

따로 돈을 내고 주문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주인이 재일교포라서 그런지 김치맛은 제대로인 것 같습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호텔에 돌아오니 벌써 밤이 깊었습니다.

하루종일 빗속을 다니느라 축축해 진 신발에 화장지를 밀어 넣고

눅룩한 옷들 대충 정리하고...

 

 

오늘도 삿포로 생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이틀동안 많이 걸었더니피곤했는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딱 한 병 땄을 뿐인 캔 속에 술이 아직 남아 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