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의 푹신한 이부자리에서 홋카이도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아침에 온천을 갔더니 노천 온천의 풍광이 정말 좋습니다.

노천 온천 앞으로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을 꾸며 놨는데

탕에 앉아서 고요한 아침 정원을 바라보노라니

하이쿠(俳句) 한 소절이라도 나올 듯한 상황인데

입 밖으로 나오는 싯구는 한 마디도 없으니

문재의 빈약함을 탓할 수밖에... ㅠㅠ

 

노천 온천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풍광은

이 료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던 것 같은데

카메라를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무척 아쉬웠습니다.

위의 사진은 노천 온천 정원이 아니고 아침 식사 할 때 창밖으로 펼쳐진 정원의 모습입니다.

 

 

온천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러 갑니다.

저녁 식사와 달리 아침은 객실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단체 식당을 이용하게 되어 있더군요.

 

 

일본식 정원이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카이세키에 비해서는 간소하지만

 

 

정갈하게 차려진 아침상이 나옵니다.

 

 

역시 맛은 대만족입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돌아봅니다.

 

 

코우라쿠엔의 정원은 일개 료칸의 정원으로서는 매우 큰 규모입니다.

 

 

거기다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잘 관리 되어 있어서

 

 

 

천천히 한바퀴 돌아보니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이 노부부들처럼 며칠 이곳에서 머물면서 푹 쉬고 싶더군요.

 

 

료칸의 주 도로 주변엔 벚나무가 많았는데

 

 

벚꽃이 필 무렵이면 더욱 장관이겠다 싶습니다.

 

 

귀국 후 이 료칸의 홈페이지를 찾아 봤더니

이 료칸의 창업자는 1937년 이 일대 4만 5000평의 대지를 구입하여 농장으로 개발하였고

2차 대전 후 농지 해방이 되면서 2만평으로 줄었는데

이곳을 정원으로 개발하여 1957년 료칸을 열었다고 합니다.

 

료칸 부지가 2만평이라니 대단하죠?

 

 

정원을 둘러 볼 때 벚나무가 많다 싶었더니

이 료칸의 벚꽃은 이 일대에서도 아주 유명해서 벚꽃 시즌이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네요.

 

 

정원 구경을 마치고 이제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섭니다.

 

원래는 오늘 오전에 삿포로로 이동해서

시로이고이비토(白い恋人)를 생산하는 이시야제과(石屋製菓)에서 운영하는

초콜릿 팩토리를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초콜릿 팩토리는 삿포로 역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어서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또 이동 시간에 비해 특별한 볼거리도 없을 것 같아서

오늘 오전은 느긋하게 오타루 시내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시간에 맞춰 오타루에서 공항으로 바로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 메르헨 교차로는 오타루 역보다 미나미오타루 역에서 더 가까워서

일단 미나미오타루 역으로 와서 기차료를 재 조정하고...

 

 

오타루 시내로 다시 내려갑니다.

 

 

메르헨 교차로로 내려가는 길가의 주택들은 상당히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았는데

 

 

건물들의 양식이 제각기 다르고 개성이 있어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제 들렀던 오르골 당까지 왔는데

 

 

 

어제 그냥 지나쳤던 몇 군데 상점을 더 돌아봅니다.

 

 

 

 

다이쇼 가라스관 앞에는 부처님 삼형제가 있는데

 

 

 

이렇게 앉아 줘야 삼형제가 완성됩니다.

부처님으로 승격! ^^

 

 

어제는 구경만 하고 지나쳤던 유리 공예관에 들어가서...

 

 

다시 한 번 돌아 보다

 

 

마음에 드는 컵도 몇 개 샀습니다.

 

 

그리고 어제 침만 흘리고 나왔던 기타카로 제과점에 다시 진출.

 

 

바움쿠헨과

 

 

슈크림빵을 몇 개 샀습니다.

 

 

이곳엔 바움쿠헨을 만드는 장면을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오픈해 놓았는데

 

 

마침 완성된 바움쿠헨을 자르고 있더군요.

 

 

우리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포즈도 취해 줍니다.

모자의 높이를 봐서 상당히 직책이 높아 보입니다.

 

바움쿠헨은 원기둥처럼 생긴 틀 위에 케익 재료를 얇게 펴 바른 뒤

오븐에서 구운 다음 그 위에 또 반죽을 펴바르고 굽기를 반복하여

나중에 케익을 자르면 그 단면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 모양과 같이 나온답니다.

'나무과자'란 뜻의 '바움쿠헨'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했겠죠?

 

 

이런저런 가게들을 기웃거리다

 

 

카마에이(かま栄)라는 어묵 전문점에 들어가 봅니다.

이 지방에서 아주 유명한 어묵 전문점이라고 해서 들어가 봤는데

과연 그 명성답게 이른 아침인데도 기다리는 줄이 꽤 깁니다.

 

 

출출할 때였으면 시식 한 번 해 보겠는데

 

 

아침 식사한 직후인데다 한국까지 싸가기도 힘든 형태라 눈요기만 하고 패스

 

 

메르헨 교차로 인근을 어슬렁거리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기차 시간이 다 돼 갑니다.

 

 

시원한 메론 한 컵 사서 들고

 

 

미나미 오타루 역으로 돌아옵니다.

 

홋카이도에도 신칸센이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신칸센 건설 결정을 축하하는 플래 카드가 붙어 있네요.

신칸센이 건설되고 나면 삿포로와 하코다테도 일일 관광권이 되겠군요.

 

 

오타루에서 신치토세 공항까지 가는 열차는 그 이름이 '라피도'인데

알고 봤더니 'Rapid'의 일본식 발음이더군요.

일종의 급행 열차인데 일본인들의 영어 발음 왜곡 실력은 역시 수준급입니다.

 

 

라피도를 타고 오타루에서 공항으로 향합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친 후

오타루에서 사온 바움쿠헨과

 

 

슈크림 빵을 먹어 봅니다.

층층이 익혀진 바움쿠헨은 일반적인 케익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식감이 있었고

슈크림 빵은 한국에서 보통 맛볼 수 있는 것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슈크림도 정말 많았는데

슈크림빵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오랜만에 맛보는 맛있는 슈크림 빵이었습니다.

 

 

빵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려 했으나 조금 모자란 듯하여

스프 카레를 한 그릇 먹어 보기로 합니다.

스프 카레는 홋카이도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원래 여행 첫날 삿포로 시내에서 점심 식사로 먹으려고 했으나

우리가 찾아간 식당은 점심 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는 바람에

맛보지 못했던 음식인데 마지막 날 공항에서 결국 맛보게 되네요.

 

 

스프 카레는 소스 형태로 나오는 일반적인 카레 요리와 달리

스프 형태로 나오는 것으로

쉽게 말하면 카레국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삿포로의 독특한 음식이라 하여 먹어 봤는데

먹을 만은 했지만 아주 대단한 맛은 아니더군요.

 

 

이제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리며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많이 보고 잘 먹자'

였습니다.

 

그 모토에 걸맞게 허리띠는 팽팽해 졌고

다리는 노골노골합니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첫 일정인 삿포로에서 17km를 걸었고

노보리베츠에서는 10km

오타루 첫날 10km

오타루 둘째날 오전에 3km 쯤 걸었더군요.

다리가 노골거릴만 합니다. ^^

 

 

흔히들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합니다.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이고

언뜻 보면 문화와 풍습도 비슷한 면이 매우 많은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든 면에서 우리와 다른 것들이 무척 많은 나라입니다.

또 우리와는 씻을 수 없는 감정의 앙금이 있어서

이곳을 여행하다 보면

그들이 번영을 구가할 시절

그 번영의 자양분을 공급하느라 착취 당하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어쩔 수 없는 양가 감정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이번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일본을 방문하였고

메이지 유신 이후 개발이 이루어진 홋카이도의 개발사는

우리의 식민지 시절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이번 여행엔 이런 생각을 더욱 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간 구원의 감정을 약간 옆으로 젓혀 두고 바라보면

일본이란 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이란 위상에 걸맞는

질서와 선진 의식들이 있어 배울 점이 많다 싶은 나라입니다.

 

아직도 일본은 잊을 만하면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리곤 하는 불량한 이웃이지만

그런 자극에 너무 흥분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그들이 가진 장점은 장점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배울 것은 배우는 자세야 말로

진정한 '극일(克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루를 제외하면 여행 내내 맑고 선선한 날씨를 만끽하면서

시원하게 피서 잘 하고 왔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그동안 이곳엔 많은 비가 와서

수해를 걱정할 정도더군요.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