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가는 신구룡 지역의 웡따이신 사원은 홍콩 최초의 도교 사원으로 너무나 신성한 곳으로 간주되어서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다가 1956년에야 일반에게 공개가 되었다고 하네요.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도교사원으로서 연중 복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 ↙ 사원 경내로 들어서니 향 냄새가 슬슬 나더니 본전 근처로 가니 향은 더욱 짙어지고 주변의 공기는 마치 안개가 낀 듯 향연으로 자욱합니다. 몇 가닥의 향을 향로에 피우는 우리와 달리 중국 사람들은 한움큼씩 되는 향에 한꺼번에 불을 붙혀서 손에 들고 제각기 복을 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 주먹씩의 향을 피우고 있으니 넓지 않은 경내는 향 연기로 자욱하고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 각자 나름대로 음식들을 싸 와서 경내 바닥에 내려 놓고 기도를 드리는데 그 음식의 양이 만만치 않아서 경내는 이들이 싸온 음식이 즐비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향과 음식을 많이 준비해야 복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향도 다발로 피우고 음식도 아주 푸짐하게 준비한다고 하네요.

↓ 이들이 준비한 음식 중에는 이렇게 새끼 돼지를 통째로 구운 음식도 있습니다. 음식을 좋아하는 중국인들 답게 아주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하는데, 기도를 드린 뒤에는 집으로 가져가서 온식구가 나눠 먹는다고 합니다.

← 기도를 드리는 사람 옆으로는 점괴를 보기 위해 산통을 열심히 흔들고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중국 사람들의 점치는 방식은 좀 독특한데 여러 가지 번호가 적힌 대나무 작대기를 가득 꽂은 산통을 비스듬히 기울여 잡고 열심히 흔들면 한 참 후에 작대기 하나가 땅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작대기에 적힌 번호를 잘 봐 뒀다가 사원 아랫쪽에 위치한 점집에 가서 자신의 생년월일과 작대기에 적힌 번호를 말해주면 점쟁이가 자신의 운수를 말해 준다고 합니다.

→ 윤섭이와 형섭이도 산통을 흔들어 봤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산통에 꽂힌 작대기 중 하나가 슬슬 튀어 나오더니 땅바닥에 툭 떨어지더군요. 번호도 봐 뒀는데 국제 도시인데다 영어가 공용으로 사용되는 나라이니 영어를 말할 줄 아는 복사도 있을 것 같아서 점괘를 한 번 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사원 관람을 마치고 옆 문을 통해서 내려오니 이처럼 자신의 점괘를 해석해주는 점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위쪽 벽면에 해첨(解籤)이라고 적인 것이 보이죠? 첨(籤)이라는글자는 제비 첨자인데 '새'가 아닌 '제비뽑기'의 제비를 뜻하는 것으로서, 산통에 꽂힌 작대기(제비)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해첨이란 것은 작대기의 숫자를 해석해 준다는 말입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복사를 찾아가 볼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봤지만 썩 내키지 않아 그만 뒀습니다.

←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우원처럼 이곳(비록 불교사원은 아니지만)도 각종 기념품 상회가 줄지어 서 있고, 무뚝뚝한 표정이긴 하지만 호객 행위도 꽤 심한 편입니다.

 도교 사원을 나와서는 두군데의 상점을 들렀습니다. 패키지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죠? 다이아몬드, 진주, 사파이어 등의 보석을 취급하는 상점과 중국 전통차를 판매하는 곳인데 ↖ ↑ 보석상에서는 어머니께 조그만 기념 메달을 사드렸고, ← ↙ ↓ 전통차를 파는 곳에서는 중국산 발효차인 보이차를 구입하였습니다. 보이차의 경우 일부러라도 사려고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 이곳에서 파는 차 중에는 뜨거운 물 속에 넣어두면 이처럼 꽃이 피는 차도 있더군요.

점심 식사는 한국 식당에서 불고기와 김치 찌게를 먹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원래 해외 여행할 때는 100%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오늘은 속도 안좋은데다 기름지고 향이 강한 광동 음식에 벌써부터 싫증이 나 있던 터라 한국 음식이 반갑기만 합니다. 얼큰한 김치 찌게가 들어가니 속이 좀 풀어지는 느낌입니다.  

홍콩에는 요즘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국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특히 이곳에서 메가톤급 히트를 한 드라마 '대장금' 때문에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고 하네요. 오늘 식사를 한 이곳도 저녁 시간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음식 가격은 한국 기준으로 보면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한국인 뿐만 아니고 홍콩 현지인들도 꽤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다만 홍콩인들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하는 김치 찌개 등의 매운 음식보다는 불고기 등의 부드러운 음식들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심천으로 가는 길은 배를 이용하는 것과 기차를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기차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기차역에 도착할 때만 해도 무궁화나 새마을 정도 되는 기차를 타고 편안하게 이동할 것을 생각했었지만 막상 도착한 기차를 보니 기차가 아니라 세로로 의자가 놓여진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똑같은 차량이더군요. 게다가 차량 안은 서울의 출근길 만원 지하철처럼 붐벼서 자리에 앉는 것은 고사하고 40-50분의 이동 시간 내내 타고 내리는 인파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괴로운 교통 수단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다행스럽게도 승객이 별로 없어서 앉아서 올 수 있었습니다.

심천 시가지의 모습은 언뜻보면 홍콩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스카이 라인이 조금 낮고, 도로들이 더 넓고 훤하며 주변의 여유 공간이 훨씬 많습니다. 홍콩에 이틀밖에 있지 않았는데도 여기 오니까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세련미에서는 홍콩보다 떨어지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심천에서는 바쁘게 차로 이동한 탓에 변변한 시가지 사진이없습니다.

실크로드라는 이름에서 보듯 중국은 예로부터 비단으로 아주 유명한 나라입니다. 비단의 나라 중국의 비단 가게를 방문했습니다. 가게 입구에는 누에 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는 과정을 소개해 놓은 전시물이 있고, 비단으로 짠 아름다운 중국 전통 의상도 진열되어 있더군요. 매장에는 비단 이불, 명주솜을 비롯하여 각종 실크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딱히 눈에 가는 제품은 없었습니다.

중국의 여러 명승지를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Splendid China입니다. 돈황 석굴, 황학루, 서호, 자금성 등 중국의 유명한 유적지를 30여 분 만에 다 돌아보았습니다. 축소 모형이지만 규모가 대단합니다. 찬찬히 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맨 아래 왼쪽의 사진은 만리 장성 모형입니다. 유적 모형의 외곽을 둘러 싸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것을 보신 어머니께서는 '아! 만리장성이 이런 거구나'하시는데, 말씀하시는 품세가 실제의 만리장성과 착각하신 듯합니다. 여행 다녀온 후 친구분들과 대화하면서 실수하실까봐 고쳐 드렸습니다. ㅎㅎ 맨 아래 오른쪽에는 달라이 라마가 지배하는 티벳의 포탈라 궁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티벳의 독립을 주장하지만 중국인들은 포탈라 궁을 이렇게 그들의 문화 유산 목록에 올려 놓고 있습니다. 힘 없는 나라의 설움이 느껴지죠? 작년에는 티벳과 북경을 연결하는 하늘 열차가 개통되면서 중국 본토에서의 관광객이 밀려들고 있다고 하니 티벳 독립의 길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Splendid China 옆에는 중국의 21개 소수 민족의 마을을 실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민속 문화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용인 민속촌과 비슷한 개념으로 각각의 마을 속에는 소수 민족의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안내도 하고 기념 사진 촬영도 해 줍니다. 우리는 역시 카트를 타고 지나가면서 말 그대로 주차간촌(走車看村) 하였습니다. ㅎㅎㅎ 중간에 백성가(百姓街)라는 전통 양식의 저자 거리에서 잠시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저녁 식사는 여전히 광동식입니다. 아직까지 속이 편치 않았던 저는 이제 광동식 음식은 쳐다만 봐도 속이 별로 안 좋습니다. 체증이 남아 있는 저만 그런줄 알았더니 같이 온 일행들의 젓가락 놀림이 영 굼뜨는게 다들 크게 반기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나마 같이 제공되는 김치가 (제맛을 살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