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이 바라다보이는 도시, 영주에 정착한지 17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그 산을 한 번도 올라가 보지 않았다면 믿기세요?

 

선천적인 귀차니즘의 탓도 있겠지만 등산을 별로 즐기지 않았고

주말마다 딴 스케쥴로 바쁘다 보니

소백산 기슭에 살면서도 아직 한 번도 그 산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근 몇 개월 전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2-3번 정도, 한 번에 6km 정도씩 꾸준히 걷다 보니

체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고 무엇보다 걷는 운동의 매력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 걷는 운동의 대명사인 '등산'에 조금 관심이 가더군요.

그러다가 지난 10월엔 대학 시절 활동하던 써클의 OB 모임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속리산 문장대를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등산은 대학 시절 해보고 거의 25년 만이었는데,

걷기 운동의 덕분인지 크게 힘들지는 않았고,

정상에 서 보니 대학 시절 조금 맛 보았던 등산이란 운동의 매력을 새로이 깨닫게 되더군요.

 

그날 이후 등산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등산을 할 생각은 아니므로

먼 곳보다는 집 가까운 소백산부터 한 번 다녀올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드디어 지난 주말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도 동행할 것을 권했지만 일요일은 편히 쉬고 싶다고 하여 혼자 나섰지요.

집 근처의 식당에서 굴국밥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차를 몰고 소백산으로 향하는데

날씨는 조금 춥고 바람도 불었지만 하늘은 쾌청하여 상큼한 초겨울의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구름에 쌓인 소백의 연봉들이 보이는군요.

 

 

대로를 벗어나 소로로 접어듭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잎을 달고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는  구불구불한 가로수 길을  지나니

 

 

소백산이 눈앞에 성큼 다가옵니다.

소백산은 겨울이 되면 늘 산봉우리에 눈이 쌓여 있다고 해서 小白이라 불린다는데,

이틀 전 살짝 내린 비가 정상엔 눈이었나 봅니다.

소백산은 벌써 小白이더군요.

 

 

소백산의 등산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나 최고봉인 비로봉을 가장 빨리 오르는 길은

풍기 읍내를 지나 삼가리 비로사에서 시작하는 코스입니다.

 

 

오늘은 처음이기도 하고 오후엔 운동 약속도 있어 시간 여유가 얼마 없으므로

가볍게 이 코스로 올라 갔다 올까 합니다.

 

 

 

 

등산을 시작하는 지점엔 갈래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은 소백산 자락을 한 바퀴 도는 '소백산 자락길'의 1코스, 초암사 코스입니다.

요즘의 걷기 열풍을 타고 제주 올렛길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곳곳에 탐방로가 개척되고 있는데

소백산 자락길은 올해 문화 관광부로부터 '한국 관광의 별'로 지정된 곳입니다.

 

 

여기서 왼쪽길을 택하면 본격적인 비로봉 산행이 시작됩니다.

편도 3.7 km, 약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네요.

 

 

지척에 살면서도 처음 찾는 소백산.

주변의 풍광을 완상하며 천천히 올라 봅니다.

 

 

 

고즈넉한 산속에 외로운 민가 한채가 평화로운 아침을 맞고 있군요.

문득 이런 곳에서 며칠 지내며 소백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길은 조금씩 가팔라 지고...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기온 때문에 지면의 습기가 얼어 붙으면서

이런 예쁜 얼음 실기둥이 만들어졌습니다.

 

 

고목들은 이렇게 자신의 뿌리를 인간들의 계단으로 내 주기도 합니다.

인간은 늘 자연에 신세만 지고 사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연리목이라고 하나요?

두 개의 나무가 한 몸이 된...

 

 

정상에 가까워 오니 드디어 小白이 하얀 봉우리를 드러냅니다.

 

 

 

마지막 잎새인가요?

 

 

정상이 가까워 지니 가지만 앙상하던 나무에

 

 

눈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와!

 

사실 아침에 출발할 때만 해도

정상에 눈이 쌓여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는데,

예기치 않은 보너스입니다.

자다가 떡생긴 기분... ^^

 

눈꽃 감상 좀 해 보실까요?

 

 

 

 

 

 

 

 

 

 

 

 

 

 

 

가지마다 활짝 핀 눈꽃을 감상하면서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 근처입니다.

 

 

하늘이 열리고...

 

 

 

발 아래로 소백의 능선들이 펼쳐집니다.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에서 제2봉인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여기는 그 반대편,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비로봉-연화봉의 능선길엔 우리나라에 최초의 국립 천문대인 '소백산 천문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천문학도에겐 성지와 같은 곳으로

우리나라 우주 천문 분야 박사 중 이곳에서 하룻밤이라도 자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오늘은 힘들고 나중에라도 꼭 한 번 들러봐야 되겠습니다.

소백산 천문대의 사진입니다.

제가 찍은 것은 아니고 신문 기사에 난 사진을 빌려온 것입니다.

 

 

 

주변 풍광에 감탄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정상입니다.

 

 

비로봉

해발 1439 미터 고지입니다.

 

 

소백의 능선을 경계로 충청도와 경상도가 나뉘어 집니다.

저 건너가 충청북도임을 알리는 경계석이 서 있군요.

 

 

비로봉 정상에 서니 어마어마한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이날은 산 아래 동네에도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으나

등산을 하는 동안엔 소백산 능선에 가로막혀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상에 서니 반대편 사면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받아 본 바람 중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아니었나 싶은데

위 사진의 가지가 온통 왼쪽으로 쏠린 키 작은 나무에서 그 바람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연화봉 쪽 능선과

 

 

국망봉 쪽 능선입니다.

 

 

 

 

이쪽은 제가 올라온 비로사쪽 등산로입니다.

 

 

이날은 전체적으로 날씨가 제법 추웠던 데다가

결정적으로 정상 부근의 날씨가 워낙 추운 바람에

완전 충전을 했던 카메라 배터리가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사진을 좀 찍고

등산로 시작 지점에 있던 비로사 사진도 찍고 싶었으나

만사휴의...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 될 것 같습니다.

 

이날은 처음으로 소백산을 올랐는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만날 수 있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작은 가을인데 끝은 겨울이더군요. ^^

 

아마도 앞으로 소백산을 자주 찾으라는 산신령님의 계시인 듯하니

앞으로 자주 이 산을 찾아

소백의 구석구석을 렌즈에 담아볼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