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겨울 산에 맛을 들였나봅니다.

평소에 산을 거의 찾지 않던 제가 요즘 갑자기 산행이 잦네요.

지난 주 한라산행에 이어 이번 주는 소백산 능선길을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겨울 들어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은 자주 올라갔지만 능선길은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는데

사실은 소백산 등산의 꽃은 능선길, 그것도 한겨울의 능선길이라고 하더군요.

소백산의 겨울 능선길은 이 계절이면 항상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인해 더욱 매력적이라고 하는데

오늘 그 칼바람 한 번 제대로 맞아 봤습니다.

 

오늘의 코스는 희방사에서 시작하여 연화봉에 오른 뒤 

능선길을 타고 제1연화봉을 거처 비로봉까지 갔다

그 길을 다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비로봉까자 갔으면 거기서 바로 하산하든지

아니면 내친김에 국망봉까지 완전 종주를 한 다음 내려오는 것이 정석이라고 하겠으나

그렇게 하면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과 마치는 지점이 달라 교통에 문제가 생깁니다.

차를 대절하는 단체 산행이라면 관계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타고 시작 지점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번거러움을 피하기 위하여 왕복 코스로 잡았습니다.

편도 7.5km, 왕복 15km 정도 되는 길이네요.

 

 

희방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차에 달린 온도계를 보니 영하 12도이고

차에서 내리니 벌서부터 바람이 제법 셉니다.

정상 쪽은 기온도 더 낮고 바람도 훨씬 더 세겠죠?

 

 

조금만 올라가니 희방 폭포가 나옵니다.

여름에는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와 바로 위쪽에 있는 희방사로 인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높이 28미터로 내륙 지방에서는 가장 큰 폭포라고 하는데

지금은 폭포 전체가 얼어붙어 빙벽을 이루고 있네요.

 

 

희방사 코스는 시작 지점부터 경사가 매우 가파릅니다.

정상 근처보다 더 가파른, 그래서 붙은 이름 '깔딱 고개'를 넘어서

정상 근처로 향하니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고대는 고산 지대의 나뭇가지에 한겨울의 차고 습한 바람이 몰아치면서 생기는

일종의 서리와 같은 것으로 언뜻보면 마치 눈꽃처럼 보입니다.

 

 

상고대는 추운 날씨, 습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조건에서 생긴다고 하는데

소백산은 상고대가 많이 생기기로 유명한 산이라고 합니다.

 

 

이 상고대는 해가 뜨고 기온이 올라가면 녹아 버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상고대를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등산을 시작해야 합니다.

새벽잠을 설치고 나온 보람이 있네요.

 

 

오늘따라 날씨가 더할 수 없이 맑아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상고대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나무에 피어난 버섯에도 상고대가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상고대 사진 몇 장 더 보실까요?

 

 

 

 

 

 

정상에 가까워짐에 따라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는 가운데...

 

 

드디어 1383m, 연화봉 정상에 섰습니다.

 

 

 

정상에 서니 사방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파노라마 뷰로 만들어 봤습니다. 클릭하시면 좀 더 큰 사이즈의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맨 오른쪽은 국립 소백산 천문대이고 그 왼편은 제 2연화봉에 세워진 통신탑입니다.

그 왼쪽으로 도솔봉 등 소백산의 봉우리들이 펼쳐지네요.

 

 

오늘따라 날씨가 유난히 맑아 시야가 무척 좋습니다.

소백산맥의 연봉들이 겹겹이 펼쳐지며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제 1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소백의 능선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그 반대편으로는 제 2 연화봉이 보입니다.

 

 

몇 년 전 이곳엔 통신탑이 건설되어 멀리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랜드 마크가 생겼습니다.

 

날씨는 쾌청했지만 정상에 서니 어마어마한 강풍이 몰아칩니다.

단단히 힘을 주지 않으면 바람에 몸이 떠밀려 갈 정도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었더니 금방 손이 얼어 붙습니다.

더 이상 정상에서 버틸 수 없고,

어디서 바람을 피하며 따뜻한 물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연화봉 바로 밑에는 국립 소백 천문대가 있습니다.

바람을 피할 곳이라고는 저 곳밖에 없을 것 같군요.

안그래도 천문대를 한 번 돌아보고 싶었는데 일단 천문대로 가 봐야 되겠습니다.

 

 

소백산 천문대는 197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천문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 여기를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천문학 연구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요?

 

 

천문대의 모양이 첨성대를 본땄군요. 참 괜찮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천문대 건물 한 켠에서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컨택트 렌즈도 갈아 꼈습니다.

정상의 바람이 너무 세서 오른쪽 눈의 렌즈가 빠져 버렸거든요.

DSLR 카메라라서 파인더에 눈을 붙이고 들여다 봐야 하는데

그런 자세에선 아무래도 눈 깜빡임이 적다 보니 강한 바람에 렌즈가 빠지더군요.

평소엔 렌즈가 빠지더라도 바로 다시 끼우면 되는데

날씨가 워낙 추우니 빠지는 즉시 얼어 붙어 버려 못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여분의 렌즈가 있어서 갈아 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연화봉으로 돌아오니 그 사이에 올라온 등산객이 몇 명 보입니다.

 

 

모두들 강한 바람에 정상을 오래 지키지 못하고

 

 

비로봉 쪽으로 향하는 능선길로 접어 드는데...

저는 이 사진 찍으면서 렌즈가 한 번 더 빠져 버렸습니다.

상당히 조심했는데도 바람이 워낙 셌던 모양입니다.

이제는 여분의 렌즈도 없었기에 그나마 렌즈가 멀쩡한 왼쪽눈에 의지해서 남은 산행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나머지 눈의 렌즈도 빠질까봐 산행이 끝나는 내내 조마조마 했었답니다. ^^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향하는 소백산 능선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길로 꼽힌다고 하고

그 중에서도 겨울철의 소백 능선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과연 눈쌓인 능선길의 풍경은 절경입니다.

 

 

1394m의 제 1 연화봉을 지나니 저 멀리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의 모습이 보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풍경도 장관...

 

 

 

 

드디어 비로봉이 눈앞입니다.

 

 

이날의 가장 세찬 바람을 맞으며 고갯길을 묵묵히 올라가니

 

 

드디어 1439m 비로봉 정상입니다!!

 

 

 

돌아다 보니 지나온 봉우리들이 한 눈에 펼쳐지고...

(역시 파노라마 뷰입니다. 클릭하면 큰 사진이...)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연화봉으로 돌아갑니다.

 

 

비로봉으로 올 때는 북서풍 바람을 등으로 받아 그나마 덜 힘들었는데

거꾸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바람에 거셉니다.

 

 

중간중간 지형에 따라 바람이 덜 부는 구간도 있었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구간은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마스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에 냉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마스크 사이로 빠져나오는 입김에 포함된 수분이 바로 얼어 붙으면서 눈썹에 고드름이 달렸는데

주기적으로 제거해 주지 않으면 시야를 가릴 정도였고

눈 가의 작은 고드름들을 자주 제거하다 보니 나중엔 눈 주위 피부가 따끔따끔할 정도가 되더군요.

전 사진 촬영 때문에 산행 중에 썬그래스를 잘 끼지 않는데

이런 상황에선 고글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셀카 한 장 찍었습니다.

DSLR로 셀카 찍기 좀 힘들더군요.

제 눈썹에 미처 떨어지지 못한 고드름이 보이십니까?

 

 

다시 연화봉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은상 시인이 쓰신 '산악인의 선서'를 새긴 비석이 한 켠에 있군요.

 

산악인의 선서를 읽으며 소백 능선 등반을 마무리합니다.

 

산악인의 선서

 

노산 이은상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간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만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소백산 종주는 죽령 고개로 올라가서 연화봉, 비로봉을 거처 신선봉까지 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날 소백산의 칼 바람 맛을 제대로 한 번 보고 나니 소백산 종주를 한 번 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지난 산행에서 연화봉-비로봉을 왕복한 것과 종주 거리는 비슷하니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아서

이번 주말엔 종주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늦게 배운 도둑 밤 새는 줄 모른다 하더니

가로늦게 등산에 재미를 붙이니 매주 산을 찾게 생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