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잘 쇠셨나요?

명절 후유증들 겪고 계시는 건 아니신지... ^^

 

저희는 이번 추석은 집에 남아 있는 둘째 때문에 좀 일찍 돌아와야 해서

추석날 차례 지내고 성묘 마친 뒤 바로 돌아 왔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이 통째로 남게 되었는데 뭘 할까 하다가

가이드 산악회에서 모집하는 추석 당일 밤에 출발하는 설악산 무박 종주를 신청했습니다.

이즈음 설악산은 공룡능선의 단풍이 절정기라고 하여 신청한 것인데

추석 하루 전날 모객이 안돼서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어떡할까 하다가

꿩대신 닭이라고

소백산이라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서 대중 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합니다.

53번 버스를 타고 등산 시작점인 덕평리까지 가는데 1,300원이면 됩니다.

 

 

버스 종점이자 등산 시작점인 덕평리 점마 마을에 내려 농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길 옆의 과수원에선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 가고...

 

 

가을을 맞이하는 들국화도 예쁘게 피어 있더군요.

 

오늘따라 하늘이 무척 푸르고 높았는데

편광 렌즈 물려서 나온 보람이 있습니다.

하늘의 발색이 끝내 주네요. ^^

 

 

이 꽃들은 여름꽃인가요? 가을꽃인가요?

 

 

 

 

 

오늘 택한 등로는 석천 폭포골인데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어 무척 풍광이 좋습니다.

 

 

소백산에서 희방 폭포 다음으로 큰 폭포라는 석천 폭포는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어서

5분 정도 딴 길로 내려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시원한 물줄기를 마주하면

그만한 수고의 값어치는 있다 싶습니다.

 

 

그 밖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름모를 작은 폭포들을 감상하며 산길을 오르는데...

 

 

정상이 가까워 지자 울긋불긋한 단풍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출발할 때는 아직 여름이었는데 이곳은 추색이 완연합니다.

 

 

 

 

1-2주만 더 있으면 산기슭까지 온통 단풍으로 물들겠죠?

 

 

석천 폭포골은 소백산 상월봉으로 연결된 등로인데 길이가 꽤 긴 등산로입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재 봤더니 7km 정도 되는데

이 길은 등산객이 잘 찾지 않는 길인데다

지난 태풍에 쓰러진 나무도 많아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어서

정상까지 3시간 30분이나 걸렸네요.

 

 

드디어 상월봉 정상(1,394m)에 섰습니다.

오늘따라 하늘이 높고 푸르러 경치가 환상적입니다.

 

 

 

정상부가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습니다.

 

 

오늘 가야할 소백산의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소백산의 능선은 이 뒤로도 이어지지만

주능선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은 이곳, 상월봉부터 연화봉까지인데

오늘 그 주능선길을 모두 걸어 볼 생각입니다.

 

 

상월봉에서 한 숨 돌린 뒤

 

 

드문드문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감상하며 

 

 

발길을 재촉하여

 

 

국망봉(1,421m) 도착

 

 

국망봉 주변도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잠시 쉬면서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능선길을 감상한 뒤

 

 

이제 국망봉을 뒤로 하고 비로봉으로...

 

 

 

 

 

 

 

 

 

소백산은 이제 막 단풍이 시작된 터라 능선길의 단풍이 절정인 상태여서

 

 

능선길을 걷는 내내 불타는 단풍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일주일만 더 지나도 능선길 단풍은 져 버릴  것 같으니

소백산 산행의 백미인 능선길 산행은 단풍을 즐기려면 오늘이 최적기일 것 같습니다.

 

 

소백산은 설악산보다 많이 남쪽이라서

단풍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절정의 능선길 단풍을 감상하게 되네요.

 

비로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걷던 중 앞쪽에서 갑자기 검은 물체가 나타납니다.

제법 덩치가 큰 동물이어서 '혹시 반달곰인가? 피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 살짝 당황했는데

반달곰은 지리산에만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침착하게 다시 봤더니...

 

 

바로 이렇게 생긴 동물이었는데...

처음엔 산양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 봤더니 산양이 아니라 흑염소더군요.

전 흑염소는 농가에서 사육하는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1,4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에 야생 상태로 서식하는 녀석들도 있네요.

어미와 새끼 2마리가 등산로를 따라 오고 있었는데

 

 

마주 오던 저를 발견하고는 바로 숲 속으로 사라집니다.

 

 

비로봉이 가까워 오니 등산으로 명절을 마무리하는 산객들이 많아집니다.

 

 

 

 

드디어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1,439m)에 도착.

 

 

 

 

이미 지나온 국망봉 방향

 

 

앞으로 가야할 연화봉 방향

 

 

오늘따라 날씨가 쾌청하여 시계가 매우 좋습니다.

 

 

저 멀리 영주 시가지가,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풍기 시가지가 보이는군요.

 

 

비로봉 정상부는 이미 단풍이 진 상태이고 그 아래의 능선길은 단풍이 한창입니다.

 

 

 

비로봉에서 간식과 음료수로 한 숨 돌린 후

이제 연화봉을 향해 출발!

 

 

이 바위는 사람의 얼굴을 닮지 않았나요?

'얼굴 바위'라 이름 붙여 볼까요? ^^

 

 

 

 

비로봉에서 4.3km, 1시간여를 걸어 연화봉(1,383m)에 도착하였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 몇 장 찍고

 

 

이제 희방사 쪽으로 하산...

 

 

희방사쪽으로 하산길을 잡으면 날머리 부근에서

소백산에서 가장 큰 폭포인 희방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시원한 희방 폭포의 물줄기가 보이면 하산길도 거의 끝이 납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미리 시간 맞춰 픽업을 위해 도착한 아내를 만나

소백산 자락의 또 하나의 명소인 풍기 온천에서 산행의 피로를 풀고,

매기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으니

명절 음식으로 도포된 위장의 기름기가 싹 씻어진 듯합니다.

 

오늘의 등산 코스는

덕현(점마) - 7.3km - 상월봉 - 0.9km - 국망봉 - 3.1km - 비로봉 - 4.3km - 연화봉 - 2.9km - 희방사 주차장

총 18.5km이고 휴식 시간 1시간 10분 포함 총 8시간 35분 걸렸네요.

 

많이 걸었다! ^^

 

 

이틀 후인 10월 3일 개천절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또 한 번 소백산을 찾았습니다.

비로사 - 3.7km - 비로봉 - 3.1km - 국망봉 - 3.1km - 비로봉 - 3.7km - 비로사의 총 13.6km 코스였는데

비슷한 풍광이어서 특별히 추가할 사진은 없었고

다만 늦은 오후의 소백산의 연봉들을 담은 사진 몇 장 추가해 봅니다.

 

 

 

 

 

 

명절을 지나면 늘 후유증으로 남는 것이

고열량의 명절 음식으로 인해 늘어난 베둘레햄인데

이틀 사이에 소백산을 두 번 오르고 나니

베둘레햄은 거의 원상복구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