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은 옥룡 설산 망설봉을 등반하는 날입니다.
비록 시작부엔 말을 타긴 하지만 전체 거리가 길어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어제 저녁 제과점에서 산 빵과 밀크티로 아침을 때우고 출발합니다.



미리 예약한 가이드가 대절해 온 빵차를 타고 10여분 달려 가니



망설봉 등반의 출발점, 옥호촌이 나옵니다.
옥호촌은 설산 아래 첫 마을이랍니다.



가이드가 티켓을 끊는 동안 우리는 대기소에서 잠시 기다립니다.



우리가 대기하고 있는 이곳은 옥호촌을 중심으로 한 기마 관광 상품의 출발점입니다.
안내도를 보니 오늘 우리가 가려고 하는 망설봉 등반(雪山探险游) 이외에도
옥주경천 풍경구를 돌아보는 코스(线玉柱擎天游)와 옥호를 돌아보는 코스(线玉湖游)도 있네요.



옥룡 설산의 생태계에 대한 안내도 있는데



설산엔 무서운 동물도 살고 있군요.



끽연을 즐기고 있는 나시족 어르신
중국은 아직 공공 장소에서의 금연이 시행되고 있지 않는 모양입니다.
심지어 몇사람이 모여 있을 땐 혼자 피는 것이 아니고 꼭 주변인들에게도 담배를 권하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



대기소 길 옆엔 이렇게 3개의 저류지가 있는데
아마도 설산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을 받아 두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물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3가지 종류로 구분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가장 위쪽에 있는 물은 식수로 쓰고 그 아래는 채소를 씻는 물로, 그리고 맨 아래의 물은 허드렛물로 쓴답니다.



식수로 쓰는 물이니 손을 씻지 말라는 경고문이...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말을 배정 받습니다.



기념으로 보관한 입장권을 스캔해 봤습니다.
옥룡 설산 기마 도보 생태 관광 입장권입니다.
망설봉 등반 코스는 말을 타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하루만에 망설봉까지 올라갔다 오기 힘들기 때문에
3,900m에 있는 전죽림이란 곳까지는 말을 타고 이동하고
그 이후의 구간은 등반을 한답니다.



기마장으로 가서 배정받은 말을 탑니다.
오늘 우리를 망설봉까지 안내할 가이드, 정성욱씨입니다.
날렵한 몸매 만큼이나 망설봉을 빛의 속도로 안내하더군요. ^^



이제 출발!!
해발 2,720m, 08:52



호도협 트레킹에서 말이 하도 따라 와서 미안하기도 하고 승마 트레킹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오늘 승마 트레킹이 예정돼 있어서 거절했었는데
오늘은 왕복 5-6시간 정도의 승마를 해야 하니 말은 엉덩이 아플 때까지 실컷 탈 것 같습니다. ^^



마을을 벗어 나기도 전인데 벌써 저 멀리 옥룡 설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이틀간 흐렸던 하늘마저 오늘은 쾌청해서 시작부터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처음부터 펼쳐진 절경에 셔터가 바쁩니다.





마부들은 자신의 말을 돌보며 따라 오는데
우리 일행의 마부는 남자 둘에 여자 한 사람입니다.
모계 중심 사회인 나시족들은 남자들은 대개 집에서 빈둥거리고 여자들이 일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오늘 우리 마부들은 굉장히 부지런한 남자들인 셈입니다. ^^



옥룡 설산의 주봉은 해발 5,596m인 선자두(扇子陡)인데 처녀봉이라고 합니다.
히말라야의 고봉들에 비하면 그렇게 높지 않은 봉인데도 처녀봉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이 산이 나시족들의 성산(聖山)이기 때문에 주봉의 등반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 산은 13개의 봉우리가 길게 늘어선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꼭 엎드리고 있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옥룡 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혹자는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이 부처님의 노여움을 사서 500년 동안 갇혀 있었던 오행산이
바로 이 옥룡 설산이라고 한다는데 만두의 전설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삼장 법사가 서역으로 불경을 가지러 떠난 길에 오행산에 갇힌 손오공을 만나게 되니
북경과 서역 사이에 위치한 이곳이 오행산일 가능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



길을 가다 보니 우리가 올라갈 망설봉이 조금씩 가까워 집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는 상의봉(尙义峰)인데 망설봉 등로는
눈앞에 보이는 숲을 지나 상의봉 아래의 안부로 올라가서 그 뒷편의 능선길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목적지 망설봉은 상의봉 왼쪽 안부 너머에 있어 여기선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녀온 길의 GPS 기록을 구글 어스에서 시뮬레이션해 봤습니다.
어떤 루트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이제 길은 초원 지대를 벗어나 숲길로 접어 듭니다.



대부분의 길을 말을 타고 가지만 두어군데 경사가 매우 급한 구간에선 말에서 내려서 걸어야 합니다.
말이 힘든 탓도 있겠지만 너무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
자칫 말이 미끌어져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고도가 높긴 높은 모양입니다.
긴 구간이 아님에도 금방 숨이 차네요.
얼마간의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쉼터가 나오고



여기서 다시 말을 타랍니다.





이제 고도가 꽤 높아 졌는지 뒤를 돌아 보니 옥호촌의 넓은 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숲길을 한참 올라온 뒤 다시 만난 목초지의 바위엔 '마황패(螞蝗坝)'라고 적혀 있습니다.
'螞'자에 말 마자가 들어 있어 말과 관련된 지명인가 싶었더니
螞蝗은 거머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네요.
사전을 찾아 보니 말거머리 螞, 메뚜기 蝗입니다.

말거머리라서 말 마자가 들어가 있는 모양이네요.
이 근처에 거머리가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가이드가 우리에게 보여 주려고 했으나 오늘따라 거머리를 찾을 수 없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坝자를 찾아 보니 이 글자는 방죽 파(壩)의 간체로서
우리 발음은 '파'이고 중국어 발음은 '바'인데 왜 '패'라고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여기서 잠시 말에서 내려 쉬어 갑니다.



하긴 2시간 여를 걸어 왔으니 말도 그렇고 마부도 그렇고 다리 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 멀리 소떼가 보여 야크인가 싶었더니 야크는 아니고 그냥 소랍니다. ^^



요 녀석은 가이드가 타던 말인데 7살이랍니다.
말들은 평균 수명이 30년 쯤 된다는데 7살이면 한창 팔팔할 나이인 것 같네요.



부자 인증샷도 한 장 찍어 봅니다.  



우리가 타고 온 이 말들은 사실은 말이 아니고 노새라고 합니다.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의 잡종으로서
예전엔 우리나라에서도 수레를 끄는 용도로 많이 썼던 동물입니다.
말의 힘과 덩치를 이어 받고 당나귀의 인내와 온순함을 전해 받아서
힘도 세고 인내력도 좋고 성질도 온순하며
튼튼하고 병에 걸리는 일도 적어서 전 세계적으로 일시키는 가축으로 많이 키우는 녀석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녀석들은 정자가 성숙하지 않아서 후손을 남기지 못하니
말이 수레를 모는 일이 없어진 우리나라에선 이젠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곳에 오니 다시 볼 수 있군요.



트레킹 길 옆으로는 야생화가 지천인데



이 녀석들의 관심은 오로지 먹이가 되는 풀 뿐입니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왔는지 주인이 조금만 틈을 주면 길 옆에 난 풀을 뜯어 먹느라 갈길은 뒷전입니다.



이제 길은 한참 높아져 조금전 말을 쉬었던 마황패가 저 아래에 있군요.





길이 가팔라지면 말들도 거친 숨을 내 뱉는데 이럴 때는 그들의 등에 올라 타 있는 것이 미안해 집니다.



이랴이랴! 게으름피우는 말을 주인이 잡아 끌고 있는 모습 보이시나요? ^^



니가 고생이 많다.



순정곡(殉情谷)이라 씌여진 곳을 지납니다.
殉情의 뜻을 찾아 보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해 자살하다'란 뜻이라고 하는데

이 골짜기에 애절한 사랑의 전설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 당시 그 뜻을 알았으면 현지인들에게 이에 얽힌 전설을 물어 봤을 텐데 약간 아쉽네요.
이래서 여행을 떠나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순정곡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드디어 승마 코스가 끝나고 등반이 시작되는 지점인 전죽림(箭竹林)에 도착합니다.
3,730m, 6.4km, 11:00
箭竹은 화살대를 만드는 대나무를 뜻한는 말인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 봐도 대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전죽림이란 팻말 아래엔 해발 4,900m라고 적혀 있는데 누군가 '4'자를 지워 놨습니다.
휴대폰 GPS상 이곳의 고도를 보니 3,725m.

3,900m 라고 해도 실제 높이보다 조금 높긴 하지만 3,900m의 오기가 맞는 듯합니다.



전죽림의 움막에서 가이드가 준비해 온 김밥으로 요기를 합니다.
간단한 아침을 먹은 지 5시간 가까이 지나서 그런지 꿀맛입니다.



디저트로 사과도 한 알 먹고...





너도 좀 먹어 볼래?
사과가 아니라도 이 녀석들은 이제 우리가 망설봉 등반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3-4시간 동안 마음껏 풀을 뜯어 먹을 수 있을 터입니다.
이 때를 위해서 아침에 먹이를 주지 않고 바로 데리고 나왔고
그래서 오는 도중 틈만 있으면 그렇게 풀을 뜯으려 했던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죽림을 떠나 이제 본격적으로 등반이 시작되는데
시작부터 경사가 만만찮습니다.
금방 숨이 차 오릅니다.
희박한 공기를 마신 폐는 숨이 차다 아우성이고
산소가 부족한 피를 받은 근육들은 얼마 안가 힘을 잃습니다.



내 숨이 차니 저 야생화들도 숨 차 보입니다.



가파른 언덕길이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재촉해서 한참을 올라가니



나배파(騾背坡)란 곳에 이릅니다.
해발 4,060m, 7.5km, 12:22
騾자는 노새란 뜻이니 騾背는 노새의 등입니다.

여행객을 싣고 매일 고달프게 이 산을 오르는 노새들에 대한 헌사일까요?

그런데 이곳에 이를 때 쯤이 되니 숨도 차지만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가이드에게 혹시 이게 고산병 증상일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고산병이라면 큰일입니다.
메스꺼움과 함께 변의도 느겨졌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그럴 수 있으니 일단 생리 현상을 해결해 보기로 했습니다.
적당한 곳을 찾아 무려 해발 4,100 미터에서 자연과 합일되는 경험을 하고 나니
다행히도 오심은 씻은 듯이 나아졌습니다.
전문 고산 등반가를 제외하면 해발 4,100 미터에서 자연과 함께한 경험을 가진 사람 많지 않겠죠? ^^



자 이제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다시 올라갑시다!! ^^



능선부에 올라 선 뒤 조금 더 진행하니 '녹설해(綠雪海)'란 곳이 나옵니다.
해발 4,140m, 8.0km, 12:51
여름엔 녹색으로 겨울엔 흰색으로 변한다고 녹설해일까요?



이곳엔 해발 4,900m라는 표지가 있지만 GPS 상으로는 4,140m로 나옵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차이나지 않습니까?
전죽림의 해발 고도가 건물에 적힌 대로 3,900m라고 하더라도
여기가 4,900m라고 하면 1,000m의 고도 차이가 납니다.
전죽림에서 여기까지의 GPS상의 거리가 1.6km에 불과한데 1,000m의 고도 차이가 난다면
경사도 63%라는 엄청난 숫자가 나오는데 이 정도 경사도는 등산이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경사가 급하기로 유명한 중산리-천왕봉 코스의 경사도가 24% 정도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이곳에 적힌 해발 고도는 많이 과장된 듯합니다.
반면에 휴대폰 GPS상의 고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7% 정도 나오니 이게 정확한 수치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사도 27%는 고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매우 가파른 경사도입니다.
망설봉 코스가 거리가 길진 않지만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녹설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마지막 스퍼트를 대비한 힘을 비축합니다.





걸어온 곳을 돌아 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의 오른쪽에 있던 상의봉(尙义峰) 봉우리가 보이네요.



처음 출발 당시엔 쾌청하던 날씨가 시간이 지나면서 봉우리 부근에 구름이 끼기 시작해서
전죽림에서 출발할 무렵엔 온통 구름이 끼었습니다.
이래선 정상부에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이 약간 걷히면서 정상부의 모양이 살짝살짝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구름이 끼는 걸 반복하네요.



우리의 현지인 가이드입니다.
이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 왔는데 전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가이드 일은 물론이고 주변을 매의 눈으로 살피며 약초 채집까지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고산 지대에 적응되긴 했겠지만 대단한 체력임은 틀림 없습니다.



가이드비보다 약초비가 더 짭잘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앞길만 보고 걷다 문득 옆을 보니 언제 나타났는지 한 무리의 야크떼가 보이네요.



우리가 다가감을 느꼈는지 이들은 이내 슬슬 아랫쪽으로 움직여서 더 이상 클로즈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금새 저 아래까지 내려갔네요. ^^



고산 지대에 이미 잘 적응된 가이드는 오후 2시가 되면 어느 지점에 있든 하산해야 한다면서
희박한 산소와 싸우고 있는 두 부자를 채근합니다.



이제 두 번의 깔딱 고개만 넘으면 정상이라는데...



눈앞의 저 언덕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기에 와 보면 히말라야 등반대의 정상 공격조가 왜 그렇게 느릿느릿 움직이는지 몸으로 알게 됩니다.



한 번의 깔딱 고개를 넘어 조금 더 진행하니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 망설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 망설봉에 서기 위해서는 두 번 째 깔딱 고개를 또 올라야 합니다.



만년설을 기대하고 갔으나 온난화의 영향인지 눈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고
오랜 세월 빙하의 침식 끝에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들만 가득합니다.



이제 마지막 고비에서 온힘을 짜내 올라서니



드디어 망설봉(望雪峰)에 도착합니다.
해발 4,450m, 9.0km, 13:50
전죽림을 떠난 지 2시간 30분 만입니다.
2.6km, 상승 고도 720m, 경사도 29%
전죽림에서 망설봉에 이르는 등로는 거리는 짧지만 경사도가 대단히 높은 곳입니다.
거기다 4,000m가 넘는 고지대인 걸 감안하면 매우 힘든 코스임을 알 수 있는데
2시간 30분이면 나쁘지 않는 기록인 것 같습니다.





정상석 역할을 하는 바위엔 해발 5,100m라고 적혀 있네요.
실제 고도와 제법 차이가 나는데 그래도 중국 정부 공인 높이이고
망설봉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들 해발 5,100m 라고 이야기 하니
저도 어디가서 자랑할 땐 해발 5,100m 갔다 왔다고 하렵니다. ^^



정상 바위 바로 옆은 망설 대협곡을 형성하고 있는 천길 낭떠러지라는데
지금은 구름만 자욱하여 확인할 길이 없고
날이 맑으면 옥룡 설산의 주봉인 선자두도 볼 수 있겠으나
그도 볼 수 없으니 오늘 등반의 옥의 티가 있다면 바로 이 점일 것 같습니다.
구름이 자욱하여 원경을 전혀 볼 수 없으니
황량한 바위 투성이의 정상부 모습만 확인하고 돌아서야 하네요.



정상에서 인증샷을 몇장 남겨 봅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구름이 자욱한 가운데 살짝 보이는 모습만 봐도
그 왼쪽이 얼마나 가파른 낭떠러지인지 짐작이 갑니다.



올라올 때 멀리서 정상 표지판으로 생각했던 표지판이 사실은 위험 안내판이었군요.



인증샷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이제 슬슬 하산을 시작합니다 .



올라올 때는 파킨슨 병 환자처럼 슬로우 비디오로 움직이던 몸이 내려갈 때는 물 만난 고기입니다.



내려 오다 돌아 본 망설봉





내려갈 때 찍었네



올라갈 때 찍지 못한 



그 꽃...

중도 객잔 주인장 흉내 좀 내 봤습니다. ^^





설산을 내 가슴에...



올라올 때는 자욱하던 구름이 내려올 때는 조금씩 걷히기 시작합니다.



이 쯤에서 두 가이드와 인증샷 한 장 씩 남겨 봅니다.







저 녀석들은 자신들의 서식지를 침범한 등산객을 감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설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고 저들일 겁니다.



걷혀진 구름 사이로 옥호촌, 수허 고성, 그리고 더 멀리 리장 시내까지 잘 보입니다 .





미세 먼지로 인해 맑은 날도 시계가 맑지 않은 우리나라에 비해 이곳의 공기는 확실히 깨끗한 것 같습니다.











이젠 푸른 하늘이 드러나네요.
이 정도면 망설봉에서 선자두를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 근처엔 고사목들이 참 많다 싶었는데
가만히 보니 나무들이 검게 거을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에게 물어 봤더니 이곳에 큰 산불이 났다고 하네요.
나무에 거을린 자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합니다.



검게 그을린 고사목과 야생화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네요.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유사파(流沙坡)란 이름이 붙은 언덕.
그 옛날 빙하가 흘러내린 흔적이라지요?



유사파의 모래와 자갈을 스키타듯 미끌어져 내려오니



어느덧 전죽림




2시간 30분 만에 올라갔던 길을 1시간 10분 만에 내려옵니다




얘들아 풀 많이 뜯었니?



움막으로 들어와 컵라면으로 간식을 먹습니다.
컵라면은 몇 년 만에 먹어 본 것 같은데
정상 정복 후 먹는 컵라면 맛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습니다. ^^



다시 말을 타고 하산을 서두릅니다.





우기 막바지인 이곳은 매일 한 두 번씩 꼭 비가 옵니다.
다행히 양이 많지는 않아서 크게 젖지는 않았네요.



사진 찍기 놀이 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출발지가 가까워 옵니다.
해발 2,720m, 17.8km, 17:23
출발한지 9시간 31분 만에 망설봉 등반을 마무리 합니다. 

옥룡 설산 망설봉 트레킹 기록

옥호촌(2,720m, 07:52) - 6.4km, 3:08 - 전죽림(3,730m, 11:00-11:23, 0:23 휴식) - 1.1km, 0:54, 0:05 휴식 - 나배파(4,060m, 12:22-12:33, 0:11휴식) - 0.5km, 0:18 - 녹설해(4,140m, 12:51-12:59, 0:08휴식) - 1.0km, 0:51 - 망설봉(4,450m, 13:50-14:04, 0:14 휴식) - 2.6km, 1:10 - 전죽림(3,730m, 15:14-15:28, 0:14 휴식) - 6.2km, 1:55 - 옥호촌(2,720m, 17:23)
총거리 : 17.8km, 총 소요시간 : 9시간 31분, 도보 이동 시간 : 3시간 13분










마을에 도착해 보니 마침 오후 6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잠시 쉬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리장행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합니다.
버스는 빵차보다 공간이 넓어 쾌적했고 이동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데다
결정적으로 빵차를 탈 경우 100원은 줘야 하지만 버스는 일이당 단돈 1원만 하면 된다는 게 가장 매력적입니다. ^^



오늘 저녁엔 라파이구(腊排骨)를 먹기로 했는데
리장의 라파이구 집들이 몰려 있다는 상산(象山) 시장으로 갔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나 재래식 시장을 가면 꾸밈 없는 삶의 속살을 볼 수 있습니다.



상산 시장의 내부는 우리나라의 시골 장터를 연상시키는 모습인데



역시 삶의 활기를 느끼는 데는 시장 만 한 곳이 없습니다.



길거리 음식도 많더군요.
하나 사 먹어 보고 싶었지만 라파이구를 맛있게 먹기 위해 꾹 참습니다.



상산 시장 깊숙히 들어가면 라파이구 집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곳저곳 살펴보다



상산 시장 입구에 있는 깔끔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가이드로부터 라파이구 집들은 어느 집이나 크게 맛의 차이가 없다고 들은 터라
가격은 조금 비쌀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가장 깔끔해 보이는 집으로 선택했습니다.



이곳의 식당들은 어느 집이나 기본 식기가 이런 비닐 봉지에 포장되어 나옵니다.
자세히 살펴 보니 표면에 회사 이름이 적혀 있는데
아마도 설거지 그릇들을 한 업체에서 수거해서 세척한 다음 포장까지 해서 
각 식당에 다시 배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거지 업체에서 위생적으로 관리만 한다면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주문한 라파이구가 나왔네요.
라파이구는 24시간 염장한 뒤 10일 정도 말린 돼지 갈비를 끓인 음식으로
우리말로 하자면 돼지 갈비 전골 정도가 될 것입니다.



예능 프로인 '7인의 식객'에서 출연진들이 리장에서 먹었던 음식이 바로 이 라파이구인데
맛을 보니 발효 염장 식품 특유의 향이 약간 나는 갈비 전골 맛이었습니다.
특별한 양념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 밍밍한 느낌도 들었지만
고추 양념을 곁들였더니 특별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나온 송이 버섯 볶음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애초에는 라파이구에 넣어 먹는 송이 버섯을 시킨다고 시킨 것이
하도 안나오고 있길래 딴 직원 불러서 손짓발짓 하면서 갖다 달라고 했더니
난데 없이 이게 나왔습니다.
더 이상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고 송이 볶음을 먹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먹었는데
중요한 건 음식 다 먹고 나서 식사 끝내려고 하는데 애초에 주문한 생송이가 나왔다는 사실.
물론 취소하긴 했지만 이번 여행 중 가장 황당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원래 리장 고성의 밤 풍경을 보기로 했었으나
몸도 좀 피곤한데다 리장 고성을 돌아보고 수허 고성까지 다시 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오늘은 조금 일찍 수허 고성으로 돌아가서
조용한 곳에서 차나 한잔 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제 저녁 수허 고성을 돌아 보면서 눈여겨 봐 뒀던 Miles라는 곳에 들어 갔습니다.
번화하고 시끌벅절한 유흥가와는 제법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는데
좌석 바로 옆으로 시내가 흐르고 있고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있어
딱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아이스 커피 한 잔 씩 마시며 오늘 하루를 정리합니다.


이제 트레킹 일정은 모두 끝나고 내일은 수허 고성과 리장 고성을 돌아보고
저녁에 청두로 이동한 뒤 모레는 오전 청두 시내 관광 잠시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벌써 여행도 막바지네요.

수허 고성, 리장 고성 관광 보기